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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좌파 : 세 번째 이야기
김규항 지음 / 리더스하우스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뭐 내가 우파 사상에 물들었다는 생각은 전부터 하고 있었다. 계급이나 인민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이 있지도 않고, 마르크스의 이론에서는, 아예 이해 못하는 이론들은 빼고 어느 정도 찬성한다. 그러나 본인은 재태크나 부동산에 관한 기사들을 차곡차곡 모으기 시작하고 있으며, 주식에서 드러나는 심리전에 유달리 관심이 많다. (비록 투자는 하지 않을 생각이지만.)
일단 그의 글에 대한 나의 반발감부터 이야기하고 넘어가겠다. 물론 우리는 북한에 우연히 태어나 가난과 절망에 길들여진 인민을 혐오해선 안된다. 우리라고 좋아서 대한민국 남한에 태어난 것이 아니다. 인민이 밥 사먹을 돈을 끌어모아 벤츠 끌고 다니며 3대까지 길이길이 왕족체계를 유지해나가려는 북한의 정권을 혐오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 사람과 '정치적 생명'을 운운하는 대목에서는 경악했다. 우리의 개인적 삶을 침해하는 정책이 있다면 당연 비난할 권리가 있지만, 지식도 없이 시시콜콜 나라정책에 하나되려 한다면 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뿐이다. 즉 정치란 모든 국민이 시시콜콜 알아야 할 일은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4대강같이 대책없는 정책은 예외다.) 많은 사람들의 밥줄과 생명이 그 안에 담겨있기 때문에 평생 몸담아 공부하지도 않고 어줍잖은 지식으로 덤빈다면 나라가 망한다. 이미 갈때까지 간 북한 정권은, 그 안에서 '정치적 생명'을 불어넣고 있는 북한 산지기같은 사람들에 의해 더욱 번식된다. 소름끼치는 일이다. 먹을 것이 없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아직도 자신들의 정권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느끼지 않는 북한 사람들. 만일 통일이 된다면 과연 정부는 그 모든 생명들을 어떻게 '교화'시킬 것인가? 북한 사람들을 싫어하진 않지만, 본인은 가장 먼저 그 사실이 우려된다. 비록 그 이야기는 4년 전의 일이었지만, 그 산지기의 정치적 의식이 달라졌을까? 난 아니라고 본다. 김규항씨는 독재에 공감한다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었겠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도록 그렇게 함부로 이야기해선 안 되었다.
대통령에 관련된 그의 사회적 견해에 대해선 동감한다. 본인도 운동에 참가하면서 배운 점도 많았고 영감도 많았다. 그러나 그 점에 대해서 시시콜콜 글을 쓰면서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기엔 우리나라 현실이 너무나 '쪽팔린다'. 술에 만취해 막차도 못타고 택시 아저씨랑 실갱이하면서 자신의 '상대적 가난'을 세금 탓으로 돌리는 인간들은 대통령 욕할 자격이 없다. 마찬가지로 본인을 포함, 운동권 나가기엔 무섭고 돈 벌려고 아등바등 공부에 매달리면서 시위자들에게 통행방해가 된다고 따지는 학생들도 대통령 욕할 가치가 없다. 아고라는 세상에 대한 분노를 터뜨릴 곳이 없어서 타블로 '퇴진'서명운동에나 동참하고 있다. 참... 남녀노소가 저마다 이 꼬라지에 처해있으니 한심할 노릇이다. 책이 공부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직도 책을 읽느냐 공부를 하느냐 갈등하는 나 자신을 포함해서.
공부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하겠다. 대학을 가는 게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고 말하는 김규항씨, 혹은 대학을 그만 둔 '어떤 여학생'의 이야기에 공감은 하지만 이해할 수는 없다. 물론 대학이 공부의 전부는 아니지만, 우리나라만큼 언제든지 싼 비용에 대학을 가고,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는 나라도 없다. 학원? 자찬같아서 쑥스럽지만 본인은 압구정 종로엠스쿨에서 쪽지시험 한 번만으로 학원비를 전부 면제받고 즉각 특별반에 배정받아 부자애들과 같이 공부해 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자신들의 이론이 진리라고 생각하는 우물 안 선생들, 어떻게든 동료를 밟고 올라가려고 아등바등대면서도 사회관계는 좋게 유지하려는 아이들의 이중적 태도가 역겨웠기 때문이다. 고 3땐 담임선생님께 전문대도 못 간다는 말을 들었다. (여기에 대해서 본인은 아무 분노심없이 말하고 있다. 지금 학교에 있는 수천만의 학생들은 이보다 더한 언어폭력으로 인해 꿈을 내버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본인은 고등학교 시절엔 평생 학원 안 다니고 야자 안 하고 이비에스만 해서 대학 붙었다. 아무리 대학입학방법이 바뀐다고 해도 우리나라에선 빠져나갈 길이 많다. 반드시 대학을 가기 위해선 학원밖에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만약 그랬다면 나도 대학 안 갔다. 결국 잘못된 자본주의 공부프로그램을 없애는 방법은 '자본주의적 이론인 수요'를 없애는 것 뿐이라는 사실을 김규항씨는 아마 좌파입장이라서 그렇게 애둘러 말했나보다.
결과를 줄여 말하자면, 책 전반에 걸쳐 자신은 아주 순수한 좌파인마냥 말하는 게 마음에 안 들었다. 그리고 일기랑 연설을 짬뽕시킨 책이라서 그런가, 중첩되고 반복되는 이론이 너무 많았다. 그러나 아이들을 사랑하는 그의 가족적인 면만은 대단히 마음에 들었다. 후에 시간이 난다면 '예수전'도 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