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꽃들의 입을 틀어막는가
데이비드 뱃스톤 지음, 나현영 옮김 / 알마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에 어느정도 폐단이 있음을 먼저 밝혀두겠다. SM을 즐기는 사람들 중 매저키즘 중에서는 스스로 노예가 되기를 자청하는 사람들이 많다. 스스로 자신의 몸에 위해를 가하는 일도 좋아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진행되는 이야기, 그리고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이 분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말 그대로 노예를 '당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이야기에선 살짝 엇나가서 말인데, 매저키스트들의 대다수는 그래도 인간다운 존중은 받고 싶어한다. 진정한 사디스트의 기준은 정상 사람들의 기준을 조금 넘어서는 카리스마일 뿐, 힘과 폭력이 아니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 그 중에서도 특히 남자들은 그 차이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여자들이 아무리 말도 안되는 차별을 당하고 산다지만 난 그래도 여자로 태어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몇몇 남자들은 모든 여자들이 다 알고있는 노약자의 수모와 피해를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무식하니까. 그런 놈들하고 같은 것(!)이 달린 종이 된다는 건 참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말이 좀 심하다고 생각하는가? 뭐, 그저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다.
  "저 여자/남자들이 좋아서 너한테 매달린다고 생각하나보지?"

 전에도 이런 말을 어떤 남자에게 해준 적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난 사창가 '탐방'에 대해 한 번 쯤이라도 이야기하고 싶어서 안달하는 모든 남자들에게 이 말을 전달해주고 싶다. 물론 남자아이들을 사는 여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일본의 위안부 할머니들이나 혹은 SOS 24시 프로그램에 나오는 우리나라 노예들을 보면 우리나라가 이런 점을 고쳐야 한다느니 저런 점을 고쳐야 한다느니 인터넷에서 막말하는 주제에. 하도 암기식 주입식 교육을 하다보니, 사창가의 여성들이 대게 강제로 팔려왔을 거라는 생각까지는 도저히 머리가 안 돌아가나 보다. 그럼 실종되고 납치된 여자들 중 시체로 발견되지 않은 분들이 도대체 어디로 갈 거라고 생각하는 건지 난 이해할 수가 없다. 이 책에서는 여러 사례들을 통해 수십 번 사람들의 문제적인 인식을 지적한다. 아직도 우리나라의 몇몇 기자들은 10대들이 성노예가 되는 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역원조교제'라는 단어를 만들어 저널리스트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있다. 물론, 노예로 사는 사람들 중에서도 그 직업을 자발적으로 선택했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더러 있다. 이 책에서도 그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러나 과연 우리나라의 경제와 사회가 정상적이라면 과연 그 사람들이 그 직업을 택할까? 제발 많은 사람들이 이 책 좀 읽고 현실을 파악하길 바라는 바이다.

 흥분해서 쓸데없는 이야기들이 너무 길어졌다. 각설하겠다. 일단 본인의 평점이 짠 이유를 설명하겠다. 이 책은 비록 현대판 노예의 실상을 자세히 알리고 있지만 소개하고 있는 단체들 중에선 선교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정부들이 그 모양이니 민간 기업과 단체를 소개하고 있는 건 당연하며, 타인에 대해 넓은 마음을 지닌 신자들이 그 위험한 일에 선두가 되는 것 또한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신부가 리더가 되는 단체라던가 선교회만큼은 진정한 봉사활동가가 아니라고 본인은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종교가 중심이 된 이상 철저히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일할 수 없으며, 전노예들은 단체에서 맴돌고 있는 종교적인 분위기를 따를 수밖에 없다. 사실상 그들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봉사활동을 베푸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이야기가 짤막짤막하게 엇갈려서 진행되기 때문에 한 번 진도를 놓치면 전반적인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책 뒤를 몇 번이나 넘길 수밖에 없다. 나름 빛나는 세계와 어두운 세계의 양면을 다루기 위해 이런 구도를 취했다고 생각하지만, 본인은 일단 읽는데 약간의 불편감을 느꼈다.

 외국 교회에서 노예해방 활동을 진행한다는 사실은 한국 기독교들에게 중요한 깨우침이 되리라 생각한다. 지하철에서 '성경구절에 입각한 소음'으로 민폐를 끼치고 불신지옥을 부르짖으며 '자기만족'을 추구하는 개독교들에겐 특히 더하다. 행동과 포용으로서 남을 돕는 기독교가 되었으면 한다. 미국에서도 받아들이지 않는 원시 기독교에 이젠 더이상 물들지 않았으면 한다. 본인은 천주교신자이지만 그들이 만일 봉사활동을 하면서 예수님을 찬미한다면, 본인도 기꺼이 그 무리에 끼어들려고 한다. 흔히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아이들 돕기에도 벅차니 해외 아이들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한다. 왜 그렇게 비싼 어학연수엔 너도나도 목을 매면서 해외 봉사활동은 기피하는가? 남도 돕고 영어도 배울 수 있는 일석이조의 선택이 있는데 말이다. 일단 본인의 생각들을 정리하자면, 봉사활동에 눈 뜬 종교계 청년들을 내세워(그렇다고 무신론자들을 봉사활동자로 받아들이지 말자는 소리는 아니다.) 외국계 봉사활동단체를 모범으로 배우고 봉사에 무지한 한국 정부에게 지속적으로 봉사정신을 일깨워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사람들의 인식이 변한다. 뒤늦게 봉사활동의 보람을 깨달은 본인은 아주 작은 활동부터 시작해보려 한다. 당신도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이 남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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