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책이어서 빌려본 게 아니라, 단지 저울을 들이대고 있는 상인의 표정이 리얼해서 빌려보았다고 하면 안 되는 걸까. 평소 책을 항상 읽을 수 있도록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타입이라 주목을 많이 받지만 이 책은 그 어떤 때보다도 가장 많은 소리를 들은 책이다. 이렇게 두꺼운 책을 읽다니 굉장하다, 자본주의에 대해서 얼만큼 알고 있는가, 그리고 이런 꼴사나운 책은 집어치고 나를 따르라. 솔직히 마지막 구절에선 '지가 뭔데 책을 집어치우라 마라야'라고 슬며시 뒤에서 욕을 해주었지만, 나도 이 책이 썩 마음에 들었던 건 아니다. 프롤로그에선 자본주의의 300년 역사에 대해서 정리했다느니 자신있게 이야기하지만 결국 논문을 쓴 건지 역사책을 쓴 건지 아님 자본주의 관련 지식인들에 대한 본인 스스로의 생각일 뿐인지 분간이 안 가는 두리뭉실한 책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번역에 대한 불만도 있지만 역시 책에 관한 이야기이므로 자세한 설명 생략... 한 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이 책 정말 대놓고 맑스랑 엥겔스를 깐다. 신자본주의 창시자 하예크에 대해선 나름 장단점을 구분한다고 나름대로 적다보니 길어진 건지, 아니면 본인의 편협한 관점 때문인지? 아무튼 자본주의의 이론에 대해서 몰랐던 것들을 두루 알 수 있었고, 평소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지식인들의 약간 깨는 사실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전체 페이지에 걸쳐서 까인 맑스는 불쌍하게 느껴졌다. 자본주의를 돋보이게 만든 사회주의의 개념을 창시한 사람인데, 글 말미에서라도 예의는 지켜야 하지 않았을까.) 페이지 수가 많은 것에 비해 제법 소주제를 내세워 지식인의 배경과 이론과 장단점 등을 깔끔하게 정리해 두었다. 결론에서 시장 외 자본주의 사회를 통제하는 요소를 내세운 것도 그럭저럭 보기 좋았고. 복지에 대한 부족성을 불평하면서도 경제관련소식에 혈안이 되어 있는 이율배반적인 사람들보다는 차라리 낫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이 널리 읽혀져 자본주의를 보는 여러가지 시각 중 한 가닥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