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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숲 - 전2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사미디어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내가 증오하지 마지 않던 '노르웨이의 숲'을 드디어 보게 되었다.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을 붙인 아이디어도 나름 좋았으나, 내가 증오하는 책을 그래도 조금이나마 번역이 더 잘 되고 세심한 설명이 되어 있는 책으로 다시 보기 위해서였다.
솔직히 말해서 처음에 '상실의 시대'로 이 책을 접했을 때는 최악, 그 자체였다.
난 어릴 때부터 여성강박증이나 성벽에 걸린 듯한 주인공의(혹은 잠시 출연하는 나가사와의) 편력에 질려 있었다. 게다가 프롤로그에서는 사회의 우울한 면을 보여준다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의 방황만을 그려놓는데엔 치가 떨렸다.
그 책의 끝부분만을 쓱 훑어 보았을 때의 그 막연한 불안함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나는 이 책에 분노하고 있었다.
그러나 마음 속에 여유가 생긴 탓인지, 그 상황을 다시 한 번 보았을 때는 그저 막연한 공허감을 느꼈을 뿐이다.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고 생각되었을 뿐이다.
생과 사를 겪어가는 사람들의 초라한 이야기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그러나 결국 해피엔딩으로 가지 않은 와타나베와 나오코처럼, 난 이 책과 더 이상 인연이 없으리라 생각된다. 1Q84에 바뀌어 등장한 하루키처럼 세상 어딘가에 사랑은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무라카미 류처럼 역동적인 비극이 좋다. 안개에 잔뜩 찌푸려진 막연한 비극은 싫다. 그저 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