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는 아닙니다만 1~2 세트 - 전2권 - 주화미 대본집
주화미 지음 / 아르누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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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포만감을 주면서 뒷맛도 깔끔한 드라마였다. 전개상 헛점이 없다 할 수 없으나, 최근 K드라마 상당수에서 드러난 용두사미 마무리와 비교하면 고난도 떡밥 회수를 시전한 웰메이드 드라마다. 드라마 전개 양상에서는 신선도가 있으며, 사랑과 가족애 그리고 우정까지 골고루 아울렀다. 단 몇 군데에서 급발진이 드러나지만, 그것을 맨투맨으로 풀어가는 방식이 서사를 탄탄하게 이끈다. 소싯적에 우리가 습관적으로 말했던 우리 콘텐츠의 서사 빈곤은 엄청난 수준으로 퀄리티 도약되어 극복했음을 항상 느끼는데, 이 드라마에서 그 진가를 다시 발휘했다. 부잣집을 벗겨 먹으려 들어갔던 가족 사기단이 구원자로 포섭되는 구조는 정말 탁월한 설정이다. 현대의 질병 불면증, 비만, 우울증으로 상실한 이 가족의 초능력은 현실과 정면 승부를 함으로써 제대로 살아나고 건강한 기능으로 승화한다. 현대의 질병과 초능력의 상관관계는 매우 적절한 알레고리다. 사실 참을성과 기다림은 우리의 뛰어난 감각능력이었으나 심하게 손상된 부분이다. 우리는 다방면에서 야성과 인간 고유의 감각과 능력을 얼마나 많이 상실했나. 결말을 열린 결말처럼 만들었으나, 주인공들의 대사는 개운하고 담백하며 밝은 분위기의 결말이다. 페르소나 3 극장판같은 설정인데 나는 이런 열린결말은 좋다. 히어로물 소화 못하는데도 재밌게 봤다. 작중 누구보다 히어로를 꿈꾸는 주인공은 본인이 컨트롤 못하는 초능력이라서 사실 히어로라기보단 다크에 좀 더 가깝다. 제목대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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