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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식 옥중서한 - 1971-1988
서준식 지음 / 노사과연(노동사회과학연구소)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가 긍지 높은 반역아라면, '사랑'이 박리다매되는 이 징그러운 시대에 우리의 '사랑'을 호락호락 입에 올리지 말자꾸나. '사랑'이 가슴속에서 자꾸만 새끼를 치고 또 그 새끼들이 무럭무럭 자라서 클 대로 크고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으면서 이 작은 가슴에 꽉 들어차 버려서 가슴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아 이제 더 이상 가두어 놓을 수 없게 된 마지막 순간, 바로 그 순간에 깊은 한숨과 더불어 토해내는 고백인 '사랑', 나는 그 한마디의 '사랑'만을 원한다.
왠지 이 주인공 전반적인 캐릭터성을 보면 생각나는 인물.
서준식은 그의 형 서승과 함께 외에 갖힌다. 서준식처럼 감옥에 갖힌 건 물론이고 자신의 몸을 불태워서 온몸에 화상을 입은 적도 있다. 서준식이 가끔 편지에 그에 대해 쓰는데, 그에 대한 콤플렉스가 상당히 묻어난다. 이에 대해서 나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사실 어려운 사람을 위해 일한다는 사명을 갖고 있다면
1. 어느 정도 지속적인 수입이 있는 직업을 갖고
2. 더불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진정으로 존경할 만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전남친이 생각되는 바가 없지 않아 있다. 1번에서 탈락했는데, 둘째라서 콤플렉스까지 지녔다. 주변사람 정말 힘들게 하더라.. 그래서 헤어졌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를 수 있으나 대체로 난 장남 타입인 거 같다.
그가 아주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한국에서 오래 살아보지도 못한 사람이 한국 사람(남자)의 무서움을 알 리가 없다. 한국 남자는 독립운동가던 시인이던 간에 여자에게는 무엇하나 제대로 된 사람이 없는 경우가 있었다. 이 책에 제일 자주 언급되는 한국시인이 특히 그러하다. 서준식은 알게 모르게 그런 사람들에게 상처가 쌓여 결국 한국을 증오하게 되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한국의 언론에도 근황을 드러내는 걸 거부했을 것이다. 자꾸 본인의 사생활이 까발려지는 게 새삼 겁이 났겠지. 그러나 나는 그의 솔직함이 마음에 든다. 특히 서준식의 사촌동생 선암에 대해 쓴 편지가 특히 마음에 든다. 서준식의 편지로 더듬어보면 사촌동생들 중 가장 순한 여성이 아니었을까 생각되는 인물. 선아가 시집가버린 이후로 선신이 돌보기는 그녀의 몫이 되어버렸다. 더군다나 자신이 원하는 직장에는 번번이 취직이 안 되는 모양. 꽤나 고학력같은데 상심이 크겠다 싶다. 결국 베이비시터 역할까지 자신이 전담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 때 서준식은 페미니즘을 거론한다.
네이버 블로그에서 어떤 인간이 "빨리 감옥에서 나오기나 하지"라며 지 나름으론 혹평을 하는데 웃긴 생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가족들의 면회를 거절한 형 서승과 달리 서준식은 그 누구보다도 감옥 속에서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한 사람이었다. 아까는 징징이로 표현하긴 했지만, 그가 위로해주지 않았다면 서승 및 그의 가족들은 그 상황을 버틸 수 있었을까? 이 책도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의 징징거림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족과 (운동권) 독자를 위로하는 힘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