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이 아름답다
E.F.슈마허 / 원음사 / 1992년 11월
평점 :
절판


천식은 반려동물 털이나 식품 화학약품 같은 발병 요인이 많은데, 가습기살균제 피해신고자의 천식이 가습기살균제가 아닌 다른 요인에 의해 발병한 것일 수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 문제는 '담배와 폐암' 소송에서도 제기됩니다. '담배가 폐암을 일으키는 게 맞다'면서도 특정 개인에게 나타난 폐암이 특정 회사의 담배 때문이라는 점을 밝혀야 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 담배회사 측 변호사들 주장입니다. 문제는 재판부가 이런 주장을 받아들인다는 겁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담배 소송에서 폐암 피해자들이 승소한 사례가 거의 없습니다. (...) 이른바 '개별 인과관계 논쟁'의 허점입니다.



의외로 환자의 가족분들 중에서 먼저 '저 인간이 술담배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의사들 주장에도 일리는 있음. 원인 불명의 병들이 아직 많고 인과관계는 하나만이 아님. 담배가 폐암 발병 원인이라고 분명히 가리키는 실험이 있어도 그게 저 개인이 폐암걸린 원인이라고 명확히 규정짓는 게 없다.

그래서 난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대해서 유감인 점이 있다. 인과관계가 하나뿐만이 아닌 걸 주장하려면 끝까지 버텼어야 했다.. 그러나 안전성 검사가 부족했다는 걸 잡아서 결과적으로는 이번 해 가해기업 전직 임직원들에게 유죄가 선고되었다. 이것은 엄연히 기준치를 정한다는 게 순수하게 과학적 요인만으로 정해진 게 아니라 다분히 정치적임을 의미한다. 만일(그럴 확률은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으나) 투표권 없는 청소년들만 가습기살균제에 피해를 입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생활 속의 화학물질은 너무나도 많고 환자들이 우후죽순으로 기업 및 의사에게 소송을 걸 것 같은데..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별로 두둔하고 싶지 않은 건 사실이다. 뭐, 다들 잘 이겨내시길.

방사능 기준치에 관련된 이야기가 다시 언급되기 시작되었다. 오랜만에 수학 및 과학의 패턴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작아의 이런 점 나쁘지 않다. 다음 호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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