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야행로 창비세계문학 17
시가 나오야 지음 / 창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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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문학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라요." 나오꼬는 불현듯 그런 말을 꺼냈다. 켄사꾸는 몸을 구부려 진흙 덩어리를 주워 거북이 가는 쪽을 향해서 던졌다. 거북은 약간 고개를 움츠렸다가 진흙이 물에 씻기자 등딱지에 약간 흙을 묻힌 채 걷기 시작했다.

"모르는 편이 좋아요." 켄사꾸는 몸을 구부린 채로 말했다.


전남친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머리도 좋은데 노력도 해서 성공하는 사람이 세상에는 존재한다고. 그러나 세상에는 노력을 하는데도 인생이 스타트부터 꼬이고 그 후에도 의도치 않게 계속 함정이 앞을 가로막고 있어서 뭘 해도 시원치 않은 사람이 존재한다. 이 주인공이 바로 그러한 인물이다. 게이샤가 되려 그를 찾을 정도인 걸 보면 외모도 나쁘지는 않았던 듯하다. 출생의 비밀을 알고 현타를 먹지만(스포를 알고 싶다면 전희절창 심포기어 참조. 아마 심포기어가 이 소설 내용을 베꼈을 가능성이 크지만, 비교적 자주 나오는 테마인 걸 보면 이런 케이스가 실제로도 있던 게 아닌가 싶다.) 비교적 회복 속도가 빠른 편이다. 본인은 자꾸 자학하지만 될 수 있는대로 나쁜 길에 빠지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이며 그 시대 살았던 사람 치고는 정직하고 성실하다. 그런데도 계속 뭔가가 풀리지 않는다. 사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머리도 좋은데 노력도 하는 사람이 아닐 것이다. 어딘가 부족한 인간이라면 다른 사람의 성공담을 보며 쓸데없는 열등감을 품을 시간에 이런 책을 참조하는 게 훨씬 실용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음을 위로하는 방법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편이라 대개 덤덤하게 읽을 수 있었다. 소설을 보면 이 주인공이 역경에 빠질 때마다 취하는 행동이 있는데 공부(직업이 소설가이다보니 이것들은 글쓰기와 연관된다.), 그리고 여행이다. 물론 후자는 이 주인공의 출생이 좀 비뚤어졌어도 근본적으로는 금수저라서 가능한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여행을 좋아하는 요즘 젊은이들의 정서와도 맞는 책이 아닐까 싶다. 적어도 빙점(...)보다는 훨씬 통하는 점이 많을 듯하다. 애니메이션이나 게임같은 데서도 만만치 않게 등장하는 소설이니(최근만 세 번 정도 봤다.) 일본 서브컬처를 좋아하는 분들은 한 번쯤 훑어봐도 좋은 책이란 생각이 든다.

P.S 설명이 부족한 거 같아 더 쓰기로 한다. 맨 마지막 사건은 솔직히 주인공의 자업자득이 아닌가 싶은데, 그런 걸 보면 또 이 작품이 비극만을 다루는 건 아니지 않은가 싶다. 주인공이 페미니스트의 면모를 보이다가 갑자기 난봉꾼 모습을 보이는 것도 그렇고. 아무튼 일본소설답지 않게 매우 솔직해서 좋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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