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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 Walker, Police in America (Loose Leaf, 8)
Samuel Walker / McGraw-Hill Humanities/Social Sciences/Langua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죽음을 독해하는 두 관점이 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참치 캔을 따다가 손을 베이면 그 아이와 그 아이를 보호하지 못한 엄마의 책임일까? 아니면 날카로운 금속으로 뚜껑을 만든 회사와 징벌적 손해배상 등의 입법을 통해 안전사고를 막으려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은 국가의 잘못일까?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0204/pimg_7774821973734117.jpg)
혹은 참치 캔을 따지 못한 아이의 무능을 탓하는 경우가 있다..
이게 사실 더 실화이지 않나? 이 책에서는 국민들이 제대로 판단하여 이태원과 세월호 참사를 애도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나는 다르게 본다. 이태원이나 세월호 참사나 같다고 보는 이 책의 관점에는 감사하나, 이를 보는 사람들의 시점에선 온도차가 존재한다. 이태원 참사는 핼로윈 파티를 하던 중에 사고가 났다는 점(물론 수학여행도 휴식이라는 점에선 파티와 같을 수 있으나, 학교의 권위 앞에서 학생들의 선택권이란 건 거의 존재하지 않음을 한국의 국민들이 암묵적으로 동의한 데서 차이가 있다.), 그리고 서브컬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코스프레를 한 채로 참가했다는 점. 이 두 가지이다. 두 가지이나 둘 다 외국 문물이라는 점은 같다. 그리고 이로 인해 이태원 참사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그닥 곱지 않다.
나도 이 나이를 먹으면 간섭받지 않을 줄 알았으나, 놀랍게도 간섭을 받았다. 최근에 일본어를 공부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면,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느냐부터 시작해서 다소 무례한 사람들은 일본 전범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둥 사상검증을 해댄다. 이 정도면 이 나라에서 독재범이 여러 명이나 태어난 점도 그닥 놀랍지 않다.
문제는 이런 나라에서 창의성을 주장하는 게 어렵다는 점이다. 문단에서는 현재 저작료에 대해 거론되었다 하는데, 물론 쓰는 것도 노동이긴 하나 한국에서 돌고도는 흔해빠진 레퍼토리를 읽어야 하는 것도 독자로서는 여간 노동이 아니다. 이 정도면 글을 심사하는 심사위원에게 동정이 느껴질 정도이다. 그리고 심사위원마저 서브컬처가 어쩌고 순수문학이 어쩌고하는 꼰대라면 더 끔찍한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