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와 분노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3
윌리엄 포크너 지음, 공진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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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슈리브가 얘는 더러운 잡년들 따위의 꽁무니나 따라다닐 만큼 분별없지는 않으니까 하고 말하기에 내가, 너 누이가 있기나 해? 있기나 해? 있기나 하냐고? 라고 하였다.



이승열이 이전에 EBS 라디오에서 퀜틴 역할을 맡았었다(기억이 모호해서 희망사항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호기심에 읽은 책이다. 나름 이것도 성우(?) 덕질인 셈이다(...) 내용으로 보면 세상 찌질한 퀜틴이지만 이승열의 목소리가 떠올라서 퀜틴 파트에서 유독 몰두해버렸다. 몰두했다고 하지만 재밌다고 하진 않는 이유가 합리적인 생각을 하면서 사는 사람은 굉장히 읽기 괴로운 책이기 때문에(난 읽어봤는데 그렇게 어려운 편은 아니었다. 솔직히 어려워보이게 하려고 오바한 게 쫌 보이고.. 버지니아 울프가 훨배 더 어렵죠.) ㅋㅋ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유심히 보면 퀜틴 그렇게 못생긴 타입은 아닌 것 같다. 아니 학교까지 좋은 데 갔더만 대체 왜... 역시 가족이 소유한 땅까지 자신의 학비로 몽땅 들어간데서 죄책감 크리였나?

젠장 여자 퀜틴은 몰라도 웨 캐디가 잡년이야 이해를 못하겠네 ㅋㅋ 어린 시절부터 벤지가 캐디를 압박함. 많은 인간들이 눈치를 못 챈 거 같은데 99% 캐디를 성녀처럼 받들다 1% 폭력을 쓰는 장면이 잠깐 스쳐지나간다. 캐디를 집요하게 나무로 묘사하는 것도 캐디가 다른 남자와 잔 후로 벤지가 그런 표현을 썼다고 했는데 그게 맞다면 난 그게 벤지 나름의 집착 혹은 스토커질의 표현이라 생각함. 퀜틴도 상상으로든 실제로든 어쨌든 캐디를 범함(그걸 캐디에게 이야기한 것만 해도 성희롱; 캐디랑 결혼하겠다는 미래의 가정폭력범같은 녀석에게 '니 누이같으면 그런 폭언을 하겠냐'라는 식으로 맞받아칠 땐 좀 후련했지만 사람이 변하는 건 죽을 징조라는 속담을 몸으로 증명해줌 젠장 ㅋㅋ). 유달리 캐디가 옷을 벗는 걸 가로막으려 애쓰는 데서 걔를 성적으로 생각했다는 게 보임. 그 집에서 유일하게 캐디를 성적으로 생각하지 않은 인간이 제이슨인데 얘는 또 가부장제에 찌들음. 그게 오히려 캐디를 신성화하지 않는데 도움을 줬을지도 모르나, 가정 분위기에는 최악의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소리와 분노는 가부장제 및 남성우월주의가 집안의 여성을 보는 남성들의 눈초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게 어떻게 가정을 바로잡기는커녕 파탄시키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이게 한국에선 옛날 어려운 시절을 지낸 분들과 비슷한 배경인데, 그때 태어난 여성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소리와 분노같은 이야기가 아예 없던 게 아니더라. 누군지는 얘기 못하겠으나 남녀 구분 없이 가족들 모두 다닥다닥 붙어 자면 흔히 일어난다는 리얼한 이야기도 들어본 적 있고. 무엇보다 한국은 부모에게 존중받고 자라지 못한 사람들이 많아서 이 작품의 막내처럼 거센 소리를 하면서도 자기가 솔직한 줄 아는 인간들이 넘쳐난다고 봄. 예를 들어 잡년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우리나라에선 꽃뱀 아님 걸레ㄴ같은 것이라 보면 되겠다.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남을 이해할 생각도 없고 자신이 그런 이야기할 자격이나 있는지 돌아보지 않고 그런 단어를 입으로 싸는 건 큰 문제다. 아니 당장 식당을 가도 그래요. 음식이 맛없으면 조용히 일어나서 나간 뒤 평점 별 1만 딱 찍어도 되는 걸 그 자리에서 큰소리로 굳이 맛없다고 해야 함요? 그런다고 세상이 바뀜? 젊은 사람들도 더러 그러지만, 내가 최근 나에 대한 외모비하 발언을 같이 웃자고 하는 어르신 보고 경악을 ㅎ.. 그래서 존중어리고 예의바른 말이 필요할 땐 슬프지만 격식있는 문장을 통째로 암기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밍나(어떤 분은 입을 닫는 게 차라리 낫지 않겠냐 하는데 지상 생물 중 유일하게(?) 말할 수 있는 인간은 선천적으로 입닥치기 힘들다 봄..). 나도 최근에 시작하고 있는 입장이지만, 이 책이 정말 막장에 인물들이 막나가는 말투를 쓴다고 생각한다면 일단 자신들의 입부터 극복해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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