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제국
마키하라 료타로 감독, 호소야 요시마사 외 출연 / 비디오여행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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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도 충격적이지만, 고전소설을 패러디한 게 많아서 고전소설의 덕후인 나로썬 머리가 아플 정도이다. 그러나 다소 주제를 표방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의 이름이라던가 사물(?)의 키워드가 중요하다. 실제인물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지만, 오늘은 리뷰 대신 여기서 등장하는 사람 및 사물의 원조격 되는 것들의 알고리즘을 대충 정리해보자.

프랑켄슈타인: 죽은 자를 만든 원인이 된 박사. 프랑켄슈타인의 줄거리대로, 그가 만든 죽은 자는 원한과 살의까지 품을 수 있었던 모양이다. 이 작품은 그로부터 100년 후의 이야기인데, 그 연구는 초기에 박해를 받기도 하고 3D 직종 및 병사로 사용된다는 데 대한 인간들의 복잡한 감정까지 포함되면서 점점 기록을 잃어버려가던 모양이다. 솔직히 프랑켄슈타인 이후 죽은자들이 영혼을 잃었다는 이야기도 그렇고, 죽은자들을 이용해 여러가지로 이용하는 광경을 보면 새벽의 황당한 저주 영화 생각하는 건 나뿐이냐(중후반부 설정을 보면 랜드 오브 더 데드도 합친 것 같다. 하긴 이 작품의 제목도 영어로 만들면 엇비슷하니..). 그런데 일본답게 또 교훈은 너무 직설적이고, 중반부는 너무 재미없고, 프리데릭 구스타프 버나비 말대로 액션은 대체 여기서 왜 등장하는지 모르겠어서 졸릴 지경이다. 기대치가 너무 높았나..

왓슨: 셜록 홈즈의 옆에서 시중을 들었던(...) 인물의 이름이다. 다른 데에서도 자주 쓰이지만, 보통 다른 작품에서는 안경 쓴 순진한 문학가라던가 하는 인물로 등장하는데 여기서는 순수 연구광 엔지니어로 등장했다는 게 함정. 이 작품이 SF물이라는 걸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친구를 좀비로 변신시키기 전에 생활상을 짐작할 수 있다. 아마도 친구가 죽기 전에는 그림자처럼 그의 옆을 졸졸 따라다니던 존재감 없는 인물이었겠지. 그렇다면 현재는 친구를 잃고 변모한 상태라고 할 수 있겠다.

프라이데이: 죽은 친구의 좀비화된 형태. 평상시 글을 쓸 수는 있지만, 그 이상의 일을 시키려면 학습이 필요한 듯하다. 왓슨이 그를 프라이데이라고 이름붙인 데서 자신을 고독하게 섬에서 표류하여 생활하고 있는 로빈슨 크루소로 비유함을 알 수 있다. 본인은 개척자의 외로움을 표현하려고 한 것이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연구에서는 조금 다르게 나온다. 로빈슨 크루소는 지가 표류된 주제에 그 곳 원주민을 식민지 쪽 인간처럼 부리는 천하의 악당이란 것이다() 아무리 목숨의 은인이라고 하더라도 프라이데이가 로빈슨 크루소를 즉각 노예처럼 성실히 따랐다는 데서도 작품 속 죽은 자의 지위를 알 수 있다.

카리마조프: 사실상 이 작품의 주인공.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연구를 거의 마지막까지 가지고 있었던 인물이나, 죽은자들에게 연민을 느껴 그들의 제국을 만들어주기 위해 망명한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저 세계는 금방 죽은 자의 제국이 되니 당장 죽은자를 전쟁터에 내보내지 않는 효과가 있을지는 몰라도 그의 생각은 헛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왓슨의 명령이 필요하긴 하지만, 어차피 프라이데이도 얼마든지 시체를 죽은 자로 만들 수 있었다. 이미 학습했으니 금방 실력이 늘어나지 않을까? 그리고 3D 직종에서 죽은자들이 종사하는 걸 보면, 저 세계 인간들은 조금이라도 병들고 머리 딸리면 죽은자들에게 밀려서 일자리도 잃고 금방 아사할 듯. 그러면 또 죽은자가 되면 되고. 1% 거물들이 살아남아봤자 그네들도 늙으면 불사의 약을 찾지 않는 이상 언젠가는 죽겠지. 그렇게 죽은 자의 제국 완성.

아무튼 카리마조프 가의 형제들의 성격을 모조리 골고루 베껴서 한 인물에 담은 것 같은 느낌이 난다. 원작소설 카리마조프 가의 형제들에서처럼 주된 인물은 셋째 알료샤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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