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FEX No.157 에반게리온 제13호기 2021 - 약190mm 도색완료 액션 피규어
メディコム·トイ / 2022년 4월
평점 :
품절


 

 

이 극장판에서 나오는 지난편 예고보다 훨씬 더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을 잘 요약하는 훌륭한 짤이 아닐까 싶다.

완성되기 전부터 직원의 혐한으로 인해 논란이 되었던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 평가가 갈리긴 한데, 난 이게 남자 캐릭터 입장에서 볼 때만 행복한 결말이라서 그런 현상이 벌어졌다 생각한다(생각해보면 안노 이 인간 TV판부터 극장판 완결까지 지 이야기 써놓고 에반게리온이라고 한 거 아녀?). 그래 주인공은 신지지 깔깔.. 어차피 아마존 프라임에 떴다고 하니 아낌없이 스포하기로 한다.

1. 전반적인 스토리는 신지가 아스카와의 이별을 인정하고 그녀를 떠나보내는 내용이라고 난 해석했다. 신화가 되라는 건 어쩌면 해탈하라는 비유적 의미인지도. 작화가 아주 훌륭해서 의미를 알 수 없는 장면이 계속 이어져도 즐겁게 볼 수 있었다. 중간부터는 뭐가뭔지 알 수 없어서 그냥 다들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 뿐이었다. 딱히 정해진 스토리는 없고 TV판 마지막화 때처럼 감독의 상상 속 이미지들을 영상화한 듯하다. 다 보고 나니까 25년만에 끝난 트윈픽스를 다 봤을 때 기분하고 비슷하다.

그렇지만 아스카 남친에 대해서 할 말이 많다;;. 신지는 여자 잘 만난 것 같구만 넌 왜 하필 또 그런 남자를 골라;;; 얼굴을 따지진 않겠지만 그 인간 신지가 폭행당할 때 옆에서 시시덕거리던 방관자 아닌가..? 여차할 때 아스카를 지켜줄 수도 없을텐데. 그렇다고 신지를 택하란 것도 아니지만; 하긴 아스카 어머니의 취향으로 보건대 아스카 취향이 어땠는지는 충분히 짐작이 간다. DNA 문제까지 스며든건지 클론으로도 이상형이 안 바뀌고 거기에서 거기로 가는 듯. 팬들 말로는 TV판에서부터 그 남자애가 아스카에게 꼬리치는 듯한 대사들이 많았다고 하니 걔의 흑역사 모르는 클론 아스카가 그냥 자기 좋아하는 남자랑 사귀겠다고 결심한 것 같다고 하기도 ㅠㅠ 차라리 클론도 계속 카지 좋아하지 그러냐(...) 왜 더 좋아하는 남자상이 악화되는 건데. 오히려 눈을 더 높여야 할 때에?

2. 이 애니메이션 볼 때마다 든 생각이었는데 이제서야 대사가 등장하네. 아스카에서도 그렇지만 여기서 등장하는 여성들은 사실 전부 다 불쌍함. 저마다 수트에 다 색깔이 있는데 레이처럼 하얀 수트 아닌 이상 햇빛에 더 투과가 되는지, 그래서 땀이 더 나는데 흡수가 잘 되는지는 입는 사람 외에 아무도 모르지.. 게다가 여성들 수트는 굽까지 있지 않나;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적하자면 사도 너무 어색하다. 처음 나타나는 사도가 너무 복붙 티가 나서 에이 다음 사도 나오면 괜찮아지겠지 했는데 다음에 나오는 것들은 더 이상하더라. 설마 비주얼로 정신적 공격을 하는 거냐?

 

 

 

3. 여기서부턴 칭찬 코너. 진짜 왜 일본 오타쿠들 해탈했다는 말 전해졌는지 알 거 같다. 정말 오랜 심리적 주박이 풀린 기분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구판에서 이어진 인물의 결핍이 전부 해소되거든.

그걸 위해 런닝타임이 뭐 반지의 제왕 수준이고 구구절절 설명이 길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마지막뿐 아니라 설명조가 너무 많은데 서사의 연결을 설정의 드러냄을 통해 하는 전통적 방식을 여전히 채택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나는 신극장판을 만든 이유가 단지 구판이 미완이고 어설프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라 종종 말해왔는데 그 심증이 확실히 굳어졌다.

이건 제작자로서도 한풀이였음. 엉망진창으로 벌려놓았던 인물들의 성격은 루프의 형식을 빌어(이게 루프물인지는 좀 불확실하다. 카오루가 윤회를 말하고 있긴 하지만 구판과의 연결점은 없으며 다카포라는 과거 시점에서의 부제를 봐서는 처음에 그렇게 기획되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이 편을 만들면서 깔끔하게 마무리하기로 진로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서에서부터 진일보된 면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구판과 이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 이건 구판을 보란 소리다. 구판에서 온통 결점뿐이었던 인물들은 신극장판에 와서 모조리 성장한다. 아스카 미사토 레이 카지 전부다. 가장 늦은 것은 신지 그리고 그보다도 더 늦은 것이 겐도다. 변화는 기존의 정립이 있을 때에야 의미 있는 법.

큐에서 대뜸 시간이 지난 것은 저만치 앞서 나가는 인물들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홀로 중학생으로 남겨진 신지는 거듭되는 실패와 좌절에 혼자만의 세계로 도피하는데 그 신지를 다그치는 목소리가 너무도 매섭다. 난 전통의 오타쿠 계몽이라는 에바 해석을 반대하는데 이건 정말 훈계조다. 모든 세계가 신지에게 성장을 요구하고 홀로 일어서기를 요구한다. 아스카의 폭언도 그렇고 무엇보다도 살아남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공동체가 그렇다. 그곳에서는 누구든 노동력을 제공해야 한다. 그게 살아있는 자의 규칙이다. 신지도 그리고 레이도 그 낯선 곳에서 어른, 구판에서 드러났던 청소년의 시점으로 본 성적인 존재로서의 어른이 아니라 자기 발로 서고 자기 손으로 밭 일궈 미래를 살아가야하는 어른으로 거듭나기를 강요당한다.

어쨌든, 이 장황한 설정들 한 영화에 우겨넣느라 수고했단 생각이 들고 그래도 십년넘게 끌어온 시리즈 제대로 마무리돼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정말 사요나라였다. 여러 의미로 다시는 에바를 만들지 마라 안노. 사실 아예 더 이상 작품을 안 만들었으면 싶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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