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시베 로한은 움직이지 않는다 1
아라키 히로히코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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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역시 많은 얘기들 중 인상적인 스토리는 1화의 고해소였다. 진부하다고 할 수도 있을만한 소재이긴 하지만 내가 가톨릭 신자이다보니..

페친이 물어본 적이 있다. 고해소에 카톨릭 신자가 아닌 사람도 들어갈 수 있냐는 질문이었다. 이건 내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카톨릭 신자가 아닌 사람도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호기심이나 장난으로 하느님을 믿는 마음 없이 들어간다면 죄를 씻을 수는 없다고 본다. 어디까지나 이런 일은 개인의 양심에 달린 일이다. 너무나 힘든 일이 있어 문득 하느님에게 기도하고 싶어질 때, 그것도 아니라면 누구에게라도 얘기해서 죄를 털어놓고 후련해지고 싶어졌는데 전문가에게 얘기할 돈은 없다면 성당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그리고 이 고해소 덕분에 성당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가 만들어지니, 역시 카톨릭은 모노가타리의 성지라고도 할 수 있겠다. 성경도 그렇고, 역사도 깊고. 다만 전등불이 켜져있는 곳(여기서는 커튼이 쳐져 있는 곳)은 신부의 방이니 유념하길 바란다(...) 이전에 어느 만화책에서도 남주가 아무것도 모른 채 장난으로 신부님의 방에 들어갔는데 여주가 대뜸 고해소에 들어가 비밀을 털어놓는 내용이 나온다. 그런 걸 보면 꽤 있었던 일인 듯.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격언은 사람을 죽인다는 내용의 액자 속 이야기가 등장한다(반전이 있으나 쓰지 않겠지만 맘에 들었다. 솔직히 똑같은 교훈이라면 기생충보다 이게 더 괜찮은 결말이 아닌가 싶다.). 이거 보면 또 노숙자들은 죽어야 한다느니 등등 막말하던 옛 지인들이 미쳐 날뛸 것 같다. 그러니 지하철에 우글거리는 닌겐들 다 죽이고 싶다느니 이딴 말 하지 말고 좀 순하게 살아ㅡㅡ 정말 주인공이 부자가 된 게 단순한 운인지 시험해보자는 귀신의 말이 아직도 귓속에 남는 것 같다. 죠죠 시리즈가 으레 그렇듯 어딘가에서 들어본 듯한 옛날 이야기를 토대로 하는 것 같지만, 시험에 뇌가 절여져서 뭐든지 시험으로 결정하자는 아이들이 많아진 이 시대에 정말 중요한 얘기인 듯하다. 응 그거 너네 부모님이 너네 뇌 돌아가라고 밥 먹여준 덕이야..

2. 큰 이야기는 주로 로한이 만화를 쓰기 위해 취재를 하러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겪은 일들에 대한 것이다. 죠죠가 으레 그렇듯 전부 기괴한 이야기이다. 근데 로한이 딱히 그 기괴한 일을 겪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도 아니다. 정말 문자 그대로 움직이지 않고 지켜본다. 생각해보니 이 분은 죠타로의 편(?)을 들 때도 뭔가 민폐남 구석이 있었지; 무지 끈질기고 귀찮은 스탠드를 쓰는 건 물론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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