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노(推奴) O.S.T
엠씨 스나이퍼 (MC Sniper) 외 노래 / 포니캐년(Pony Canyon)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사실 역사를 배경으로 했다지만 하도 하류층들의 삶을 담아내다 보니 딱히 한국사 시험에 도움이 될 만한 자료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다만 몇가지 독창적인(?) 고사와 언어에 대한 교훈은 얻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게 뒷골목 남정네들끼리 서로 부르는 '언니'라는 호칭이다.

현재는 손위자매에, 쉽게 말해 여자간에 국한되는 호칭인 '언니'는 20세기 들어 같은 성별의 손위 형제까지도 지칭했었다. 즉 20세기 초반 잠시 잠깐 남자 사이에서도 쓸 수 있었다는 얘기다. 언니란 호칭이 쓰인 건 추노 뿐만이 아니란 소리다. 그러나 홍명희의 임꺽정, 황석영의 장길산에서 같은 성별의 손위 형제를 언니라고 호칭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사실 시대 배경 상 고증이 틀린 것이다. 같은 성별의 '언니' 호칭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20세기 들어 와서야 도입된 용법이니까.

그러나 지금 언니라 부르던 과거에 언니라 불렀던 언제부터 남자들끼리 서로 언니라 불렀는지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 사이버 공간같이 되버린 이 팬데믹 상황에서 같이 슬퍼하고 분노할 땐 소통하고 공감하며 뜻을 모으기도 하지만, 평소에는 노비 쫓는 추노꾼이 되어버리지 않는가. 뒷골목은 과거던 지금이던 간에 웃고 떠들고 놀며 일상의 걱정과 근심을 잠시 내려놓는 곳이지 고고한 양반 행세하는 곳이 아니니까. 심지어 몇십년이나 찾아헤메던 연인이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 하더라도 그 남자와 친구맺을 수 있단 게 뒷골목의 눈부신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옛날에도 지적했던 것처럼 여혐발언들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 방영 초창기 시청자 제보에 의해 호되게 당해서 이 드라마가 인물들마저 물갈이해버린 사건도 있었던 것이다. 선정성이나 여혐발언도 좀 뜸해졌었다. 그 항의가 없었다면 솔직히 어떤 막장드라마로 변해버렸을지 모르겠다. 그 때문에 내가 개인적으로 건 기대치보단 별로였고 결국 건진 건 BGM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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