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4 - 세종.문종실록, 개정판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4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때의 병조판서는 박습, 병조참판은 강상인이었는데, 강상인이 실세였다. 병조 일을 오래 해온데다가 태종을 대군시절 때부터 따라다니며 모신, 말하자면 태종의 가신이다. 그런데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강상인은 태종을 제쳐놓고 세종에게 보고하곤 했고 그렇게 며칠이 지난 어느 날! (...) 조사가 끝나 강상인은 함길도에 관노로 보내지고 박습은 경상도로 유배된다.

 

 

신분 떡락 ㅋㅋ

 

그나저나 이 얘기 보니 또 추노 생각나네요(...) 요새 KBS 다시보기 결재해서 사극만 싹 돌려보고 있는데 정말 명작이긴 한가봄 인상이 넘나 강렬. 그러고보니 태종이 아들 장인의 일가족 중 여성들도 관노로 보냈다고 하더라. 왠지는 모르지만 관노 시키기 굉장히 좋아하는 듯? 조선 중기에만 그랬던 건 아니었구나.

 

양녕이 폐세자되어 쫓겨난 이듬해 초의 일이다. 양녕은 편지 한 장을 남겨두고서 돌연 사라져버린다. 이 소식을 들은 양녕의 유모와 김한로의 첩 등은 양녕의 연인 어리를 찾아갔다. 나라를 뒤흔든 스캔들의 주인공, 양녕이 폐세자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회자되는 여인 어리, 억울해서였을까? 자책 때문이었을까? 수모를 당한 그날로 목을 메어버렸다. (...) 어리의 자살 소식까지 담담한 얼굴로 듣고 난 양녕, 방으로 물러나 유유히 비파를 탔다 한다.

 

 

요새도 아무리 개인의 중대사와 관련된 일이 간소해진다 해도 그렇지, 장례식장 같은 곳에서 모두가 울면 같이 우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울산에 아파트 불난 것도 아름답다느니 댓글 달아서 일부러 어그로끄는 듯한 행동을 하는 사이코패스가 존재하더라.

 

나는 어리가 가부장제 문화의 희생자라고 생각한다. 그때는 좀 덜했다고 하지만, 집을 나간 건 양녕이지 그 당시에는 공식적으론 양녕과 떨어져 사는 어리와는 관계가 없지 않은가. 김한로는 솔직히 태종에게 했던 행동 봐서는 눈치코치가 너무 없던 사람 같고(...) 그리고 어릴 때부터 출세의 길을 걷던 세자가 권력으로 꼬시는데(그리고 자신을 거절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그를 내칠 수 있는 여인이 어디 있단 말인가. 나이가 들어서 이 스토리를 다시 접하니 그녀가 새삼 불쌍하더라.

 

그리고 솔직히 난 양녕이 세종보고 왕하라고 일부러 망나니처럼 행동한 게 아니라고 본다 ㅋㅋ 남의 개도 훔치는 걸 보면 약간 도벽도 있는 것 같고 색욕에 아무튼 아무리 좋게 말해도 기인 정도인 듯. 저렇게 완벽하게 한남같은 짓을 연기(?)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있나?

 

황희는 양녕을 편들었다가 태종의 노여움을 사 지방에 쫓겨나 있던 상태. 다행히 태종이 죽기 직전에 복귀를 허락해주었다. 이때 그의 나이 이미 예순이었다. 이듬해 예조판서에 임명되고 강원도 관찰사, 대사헌, 이조판서를 거쳐 복귀 4년 만에 우의정에 임명되었다.

 

 

외가의 씨를 말려버리려 하고 자신의 형을 내치던 태종의 옛 가신들을 용서(?)해 가는 세종의 모습이 돋보인다. 정치의 달인으로서 면모가 돋보인다고 할까. 그가 공부를 위한 공부에 빠지지 않고 현실을 제대로 보려 했다는 책의 설명이 마음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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