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리더십 이야기 - 행정가와 CEO를 위한 8가지 리더십의 원리 노무현 전집 2
노무현 지음 / 돌베개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싱가포르 공무원은 부정도 없고 친절하다지만 우리의 공직 사회가 그들만 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도 생각해 보자.

 

참고로 싱가포르 공무원은 전문직 대우를 받는다고 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20~30년 일하는데 공무원이 프로페셔널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은 없는 듯하다.

최근 사회복지공무원 된 지인 얘길 들어보면 진심 현 정부 들어서서 생리휴가도 없어지고 맨날 연금개혁하느니 뭐니 하면서 난리도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노 전 대통령의 저런 이야기 들을 때마다 참 인상깊다고.

한 페친의 외할아버지는 보사부 공무원이랑 경찰에 계셨었는데 보사부는 정권 바뀌면서 물갈이=숙청 된다셔서 자진 퇴사하셨고, 경찰은 파출소 계시다가 어느 날 순찰 돌고 와보니 동료들이 다 떼죽음 당해서 자신만 생존하셨다 한다. 빨치산으로 추정하는데 뭐 조사는 하나도 안 됐고. 그 뒤에 복귀하라고 계속 압박한 모양인데 할아버지가 트라우마 생기셔서 안 갔더니 나중에 장례 치르고 한국전 참전용사시고 하니 현충원으로 모실 수 있나 알아봤더니 소집 명령 불응해서 탈영죄라 안 된다 했다고... 전직 대통령들과 전범들 학살자들은 잘만 현충원으로 보내는데 말이다.

참고로 공무원 가족은 공무원 연금 등 혜택 있다는 이유로 연 끊고 살아도 수급자도 안 된다고 한다.

 

노무현이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임명되었을 때도 있었구나. 내가 그 당시엔 정치에 관심이 없었으니 ㅋ 그나저나 이 책 상당히 공무원에 관한 얘기가 많다. 공무원이 읽을 거라 상정하고 쓰신 건가.. 리더십이라고 해서 기업 운영 이야기인 줄 알았더니.

 

이 책의 문제부터 지적하자면 적극행정의 구현이 장관들의 솔선수범이 없으면 구현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장관이 직원들의 의견을 들어보려 했는데도 초반에 이들이 침묵한 이유는, 의견을 제시하면 '그래 니가 다 해봐라'하고 책임을 떠밀고 그 외 아무 도움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노무현처럼 '잘못하면 내가 대신 얻어맞는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상사들에게 필요하다고 볼 수 있겠다. 그 구절을 올리고 페친 분들 반응을 보니 책에서 '장관이 대화하자더니 연설한다'고 직원의 소리에 글썼단 사람이 더 대단해보인다고 할까.. 혹시 승진포기자가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도 있었다. 이 책이 2000년도 초반에 쓰였는데 20년이 지난 지금도 변화가 없다니, 철밥통이란 이름도 다 부질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패하면 끝이란 생각을 하는 건 기업인들만이 아니란 걸 깨닫는 순간이었다.

 

굳이 리더십의 종류를 구분하자면, 탈내부규제 거버넌스 같은 부분이 있다. 어차피 요새 전성기인 이론인 만큼, 행정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꼭 봐야 할 책이라 생각된다.

 

전차 경주로 유명한 영화 벤허를 보면 유다 벤허가 모는 네 마리의 백마와 호민관 메살라가 모는 네 마리의 흑마가 경주를 벌인다. 영화이기는 하지만 이때 벤허는 백마들을 애정으로 대하고 채찍질을 하지 않는다. (...) 반면에 메살라는 속도를 내기 위해 흑마들에게 끊임없이 채찍질을 가한다.이 경주에서 결국 벤허가 승리하지만,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전차 경기의 승패보다도 애정으로 대하는 말과 채찍으로 대하는 말의 경기력에 주목했다. 이것이 단지 영화일 뿐이고 또 그 대상이 인간이 아닌 말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큰 시사를 받았다.

 

 

노무현은 아무래도 책을 쓸 때 첫 구절에 신경을 매우 쓰는 사람인가 보다. 처음 썼다는 자서전을 볼 때도 할머니를 변호해줬다가 실패했을 때를 처음부터 강렬하게 묘사한 적이 있다. 이 벤허란 영화는 영화를 많이 보셨던 아버지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다. 이 문장을 보자 저절로 아버지가 떠올랐다. 사람들에게 아버지같은 친숙함을 줄 수 있고, 현재 자신이 이야기하려는 전반적인 내용과도 연결하는 일석이조의 키워드를 생각해냈다는 점이 놀랍다.

 

장관이 된 뒤 나는 가급적 직원들과 어울리는 자리를 많이 만들려고 했다. 그리고 술자리를 마련할 때는 과장, 계장뿐만 아니라 모든 과원들이 함께 참석하도록 했다. 술잔을 주고받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면 역시 과장은 장관 앞이라서 그런지 몸을 사리는 것이 역력했다. (...) 이에 반해 평직원들은 마치 연예인을 만난 듯이 내게 온갖 것을 다 물어본다. (...) 아무튼 회식 자리는 늘 유쾌하고 즐거웠다.

 

 

 

지금은 회사 신입이라면 다들 회식 가기 싫어한다지만, 저 때만 해도 회사 간다는 사람들은 다들 술을 즐기던 때라서 회식만 간다고 했음 상당히 좋아했다. 특히 어머니는 집에 가면 먹을 게 없는데 회식만 가면 다채로운 음식이 많고 무엇보다 정리할 필요가 없어서 너무 좋아했다고 ㅋㅋ 물론 어머니는 원체 활달한 성격이시다.

몇 해 전 나는 중학생 5명이 왕복 기차표 값과 만약을 대비한 몇 천 원을 들고 1주일간의 역사 탐방에 나선 TV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었다. (...) 그런데 한번은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엘 가서 일을 해 주는데 주인이 점심은 물론이고, 2000원씩 돈도 주는 게 아닌가. 난생처음 돈을 벌어 돈을 벌어 본 아이들은 너무나 신이 나서 오후 내내 일하는 데에만 몰두하였다. 하는 수 없이 취재하던 담당 PD가 끼어들었다. 왜 여기까지 따라왔는지 잘 생각해 보라고.

(...) 이 사례의 아이들은 다행히도 제 갈길을 잃지 않고 해피 엔딩을 맞았지만, 살다 보면 본질이나 목표를 잃어버리고 전혀 다른 길로 흐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술 먹고 늦게 들어와서 생긴 부부 싸움이 엉뚱하게 시댁이나 처가 식구에 대한 불평으로 번져서 사태를 어렵게 만드는 일을 종종 보기도 한다. 

 

 

식당 사장님 자기 가게 매스컴에 홍보하려고 용쓴 게 보인다 ㅋ 그나저나 저 다큐멘터리도 결국 애들 착취한 게 아닌가. 무전여행같은 걸 찍고 싶었던 모양인데 애들을 저렇게 혹사해놓고 자기네들은 다큐멘터리 팔아 방송사에서 돈 따박따박 버는 거 아님? 지금같으면 상상도 못하는 짓거릴 하는구만.

스포츠 경기나 협상과 같이 상대편이 있는 경우에 주도권을 잡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다. 주도권을 잡지 못한 채 끌려다니거나 떠밀리게 되면 그만큼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음을 우리는 익히 보아 알고 있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도 그런 뜻에서 나오지 않았나 싶다.

 

중간중간에 이런 과격한 말들이 많다; 그래서 무현산성 쌓으셨나()

나는 일이 될 수 있다며 담당자들을 격려하고, 일과를 마친 후 그들과 기분 좋게 소주잔을 기울였다.

2월에 국회가 열려서 바쁘게 쫓아다니다가 나는 문득 자율관리형 어업에 대한 설명회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 국회가 끝나자마자 속히 일정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마음에 비서관에게 물어봤더니 이번 주부터 벌써 담당자들끼리 설명회를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한편으로는 섭섭했지만 나보다 앞서서 적극적으로 일을 추진해 나가는 공무원들을 보며 신뢰감을 느꼈다. 그들에게 뒤질세라 나는 국회를 마치자마자 부랴부랴 그 팀에 합류하여 군산, 동해, 울산, 통영 등을 돌아다니며 직접 설명도 하고 어업인들의 얘기도 들었다.

 

 

이 책에서는 현장을 책임져야 할 공무원들이 서서히 변화하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내용에 군데군데 숨겨진 노무현의 열성이다. 화려한 겉치레들을 벗어던지고, 우선적으로 마을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기 좋아하는 그의 마음이 부하들에게 통했다고 본다.

 

나라웨어의 본부 게시판에는 해양수산부와 관련한 엄청난 정보가 들어가 있다. (...) 직원들의 학습 성과를 공유하기 위한 독후감방, 자기계발 보고방, 지식보트 학습방, 사이버 정책토론방 등도 말 그대로 성황리에 운영되었다.

 

독후감방 맘에 들어서 ㅎ 책에선 사랑처럼 정보도 나눌수록 커진다고 했지만, 정보를 나눌수록 사람들끼리 커뮤니케이션이 되서 정도 끈끈해지겠죠.

호주에서 오래 살다가 돌아온 분이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소극적인 업무 자세를 비판하면서 내게 했던 말이 기억난다. (...) 구체적으로 그분은 PC방 같은 곳에 방음 부스를 마련하여 인터넷으로 노래 평가를 받는 신종 사업을 생각했었는데, 노래방도 아니고 PC방도 아니기 때문에 부스를 설치할 수 없다고 해서 사업을 준비하다가 그만두었다고 했다.

 

 

이건 공무원들이 구실을 붙였을 뿐이지 이유는 있다고 본다. 방음 부스를 설치한다고 해도 그렇지 PC방에서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인간들 보면 어떤 방음이라도 뚫을 것 같더만; 차라리 노래방에 PC방 부스를 따로 놓는다 하면 모를까. 한국 사람들이니 게임하는 인간이나 노래 부르는 사람 중 한 명이 빡쳐서 분명 칼부림 났을 거임. 그리고 이런 말하는 인간은 십중팔구 지가 호주서 살고 왔던 적이 있다고 자랑하려는 의도임.

 

기억나는 짧은 만화가 있다. 사장이 회사 간부들을 모아 놓고서는 "여러분, 올해 우리 회사의 전략은 정직입니다"라고 하였다. 그러니 간부 중 한 사람이 "기가 막힌 아이디어입니다"라고 맞장구를 쳤다. 그러자 반대편에 있는 다른 간부가 이렇게 말을 했다. "하지만 모험이 너무 지나친 거 아닙니까?"

 

그래도 난 진실을 말하는 게 낫다고 본다. 비록 그 때문에 죽음이 앞당겨지더라도 인생 어차피 죽게 되어 있다. 진실만 얘기하다 보면 그래도 내가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고 사람들이 회상하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