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건즈 라이프 9
카라스마 타스쿠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0년 9월
평점 :
품절


 

이 훌륭한 작품이 지극히 일본스러운 사상을 지녔다는 점이 유감스럽다. 몸을 개조하는 브뤼렌에 맞서 싸우는 스피츠베르겐의 의도가 밝혀졌지만, 결국 주인공이 왜 브뤼렌을 바로잡기 위해 스피츠베르겐과 손을 잡았는지에 대한 의도가 명확히 나타나지 않았다고 본다. 여태 주인공이 계속 쥬조의 발목을 잡았던지라 신용성이 없기도 했다만;; 제일 중요한 건 스피츠베르겐의 지주이자 사이보그의 창시자인 이 할아버지의 상태이다. 안중근을 테러리스트라 하는 일본인들이 깨닫지 못하는 게 하나 있는데, 혁명은 피가 흐르지 않으면 이룩하기 몹시 힘들다는 점이다. 스피츠베르겐이 타락해가니 그를 바로잡겠단 사상은 일면 훌륭한 점도 있는데, 그를 혐오스러운 사이보그 몸뚱이로 출현시킨 건 좀 이상하다; 노인들이 수명을 연장시키려 한다고 비난하는 본인도 할아버지라는 모순까지 포함시키면 더욱 사정이 복잡해진다. 결국 타협 제일이라는 건데, 타협으로 어느 세월에 이 혼파망을 끝내겠다는 건지(...) 촛불집회를 해서 농민과 인간 몇 명 물대포로 갈려도 사회를 바꾸기가 이렇게 힘든데? 왠지 이 작품은 3기 가서는 재미가 없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다만 작품 전체가 제3자의 인권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명백한 듯하다. 사이보그는 인간과 로봇의 경계선에 있다. 로봇이 되는 게 일하기 편하다는 걸 깨닫기 시작한 사람들이 사이보그가 되고 싶어하는 건 당연지사다. 그러나 인간이 아무리 사이보그화 되더라도 로봇이나 최신 업데이트를 따라가는 데에 한계가 있고, 그렇다고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제일 최하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건 아이러니하다. 이런 시기에 쥬조 일행이 스피츠베르겐에도 베뤼렌에도 들어가지 않은 채 경계선 위에 서 있는 걸 고집하는 데엔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제3의 자리에 있기에 더 다채로운 발상과 의견이 가능한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