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2 - 태조.정종실록, 개정판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2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다시 개국 초의 한 장면, 세자 책봉,공신 책봉이 끝난 다음 어느 날, 왕세자와 왕자 들,개국공신들이 한데 모였다.

"문하좌시중 배극렴 등은 황천후토와 송악성황 등 모든 신령에게 고합니다. ... 무릇 우리 일을 같이한 사람들은 임금을 성심으로 섬기고 친구를 신의로 사귀어야 할 것입니다. 저만 잘 되기 위해 해치지 말며, 제 이익을 위해 서로 시기하지 말며, 의심을 품지 말며, 뒤에서 미워하다 만나서는 좋은 체하지 말며, 겉으론 친한 척하면서 속으론 간격을 두지 말라! 우리는 자손들에게까지 대대로 이 멩세를 지켜나갈 것이다. 만약에 언약을 깨는 자 있으면 신이 반드시 벌을 내릴 것이다!"

그러나 뒷날의 격돌을 생각해보면, 이날의 맹약은 마치 그 예고편처럼 느껴진다.

 

 

여담이지만, 남자들은 참 여러 사람들이랑 술 마시기 좋아하는구나. 읽는 동안 알콜 냄새가 여기까지 풍기는 것 같았음(...)

 

아무튼 먹잇감 앞에 이리들 모아놓고 그런 말을 해봤자 ㅋ 지금 살펴보니 무슨 사전예고제 같기도 하다. 책을 읽어보면 야심많은 태조의 아들들이 왕권을 차지하려 치열하게 겨루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러나 조선의 장량임을 자처했던 정도전은 물러나기는커녕 새 왕조의 건국사업 전면에 나섰다. (...) 이러니 오죽이나 바빴을까마는, 그 와중에도 당대의 누구보다 왕성한 저술활동을 해냈다. 왕명을 받들어 정총과 함께 고려사를 편찬했고, 문덕곡,몽금척,납씨곡 등의 악장을 지어 조선 초기 궁중음악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기여했다.

 

 

음악 만들던 전 페친이 음악은 수학으로 만드는 거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감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고 하더라. 조선 시대를 생각하면 납득이 간다. 세종도 머리가 좋은데 그토록 음악에 대한 식견이 높다고 하지 않던가.

 

아무튼 정도전이 워낙 이렇게 괴물이다보니(...) 주변에서 출세하려 안달하는 하륜의 이야기가 눈물난다. 국어 공무원 시험 같은 데서 사람 이름의 륜의 ㅇ이 ㄹ로 변하지 않는 예라며 흔히 거론되는 이름이라고 할까. 정도전의 능력을 시샘하며 그는 정도전이 모르는 지식에 열심히 파고들게 된다. 바로 풍수지리를 꿰게 된 것이다. 전문적으로 풍수지리에만 파고들 수 있었던 중을 이길 수 없고, 무엇보다 태조의 변덕에 휩쓸릴 수 밖에 없는 도박이었다. 그렇지만 천재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천재가 모르는 지식을 자신이 습득하는 것밖엔 없다.

그러나 태조와 정도전의 브로맨스 사이는 하륜이 이길 수 없는 영역이었음은 확실하다. 이 때문에 하륜이 아무래도 역사에서는 정도전보다 희미한 존재가 되어버렸는데, 하륜이 책을 저술할 땐 국어에서만 자신의 이름이 나오지 않게 하려 열심히 정도전을 욕했을텐데.. 좀 비운의 인물이랄까. 아무튼 정도전이 사실상 백의종군한 이후 이성계가 걱정되어 편지를 간단히 보내니 정도전이 답장을 보낸 적도 있었다 한다. 정도전은 다 좋은데 투머치토커와 같은 성격이 좀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암살당하지 ㅋㅋ 그나저나 태조는 정도전의 신체사이즈는 대체 어떻게 아는 거냐. 옷을 보냈는데 정도전에게 마치 궁궐에서 치수 재본 듯이 딱 맞았다 한다. 설마 BL..(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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