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스트로베리 나이트 - 레이코 형사 시리즈 01 레이코 형사 시리즈 1
혼다 데쓰야 지음, 이로미 옮김 / 자음과모음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에는 히메카와가 왜 굳이 힐을 신는지 모르겠다고 썼는데 드라마를 보다보면 이해가 간다. 나는 그녀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그랬다고 생각한다. 힐이 바닥에 부딪쳐 또각거리는 소리가 나면 경찰서에서 묘한 침묵이 감돈다. 가끔 회의실에서 적극적으로 자리를 차지하려 할 땐 강렬한 색상을 지닌 핸드백을 책상에 쾅 내려치기도 한다. 그러면 남자들로 우글거렸던 좌중이 일면 숙연해지는 것이다. 안 그래도 버섯탕으로 우글우글할 듯한 경찰들의 회식에 가지 않고 팀원들끼리만 회식을 하는 것도 그녀의 특징이다. 무의식중의 발현이라 보지만, 그 덕분에 수하에 있는 남자들 사이에 친분이 생기면서 그녀의 지시를 잘 따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히메카와는 여성이라는 성적 특성을 잘 활용한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녀가 경찰이 되려는 이유는 역시 좀 희박하다고 본다. 겉으론 강간 피해자가 된 후 자신에게 호의를 품고 도와주려 한 여경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는 이유가 있으나, 그 여경은 사실 상당히 높은 지위에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주임 정도여도 꽤 높은 지위라 평가를 받고 주변에서도 일을 잘한단 말을 듣기도 하는데, 어째서 고위직으로 올라가려 그렇게 아등바등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물론 유리천장 때문에 승진의 가능성이 희박한 건 불쌍하다. 그러나 히메카와가 몇 안 되는 고위직 여성의 자리에 선다고 해서 모든 억울한 사건이 해결되는가? 오히려 고위직에 설 때 그녀의 메리트를 잃게 되지 않을까? 히메카와의 메리트는 부하들의 마음을 알아주고, 마주하는 범죄자와 피해자 모두의 심리를 그 누구보다 재빨리 눈치채는 그 감에 있다. 자신밖에 보지 못하는 시야에 의해 사사건건 동료들과 부딪치긴 하지만, 나는 그녀의 그런 예민함이 주임이란 자리에 의해 지속되었다고 본다. 또한 형사들 대부분이 그녀의 적극적인 공세를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그녀를 가까이 하려는 이유는, 히메카와가 사건을 추리하는 중에는 굳이 카리스마나 리더십에 연연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몰두하는 사람은 아름답다는 말도 있지 않던가. 아무튼 히메카와가 펼치는 이야기에 의해 드라마를 보는 내내 권력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고찰을 할 수 있었다.

그녀가 키쿠타에게 느끼는 거리감도 애절함을 강조하기 위해서였겠지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여성이 강간 피해자로 인해 겪는 수많은 절망은 자신을 사랑하는 남성에게 위로받을 수 있는 차원이 아닌 것이다. 사실 파칭코하는 모습도 그렇고 키쿠타라는 인물이 그닥 믿음직스러운 성격도 아니다. 난 이게 원작자의 노림수란 생각이 든다. 히메카와는 그와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며 더욱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뭐든지 결혼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는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