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이야기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6
사토 쇼고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어디서부터 태클을 걸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딱 하나 얘기하자면 복권 살 때부터 누구 껀지 구분을 확실히 해놨어야 하는 거 아닌가. 뭉뚱그려서 사니까 누가 당첨되었는지 모르지. 하루종일 물건 계산하는 분들이 계산을 틀린다는 것도 나로선 고개가 갸웃거리는 일이다. 물론 남에게 복권 사오라고 시키는 인간이 근본적으로 가장 큰 잘못을 저질렀지만. 보통 이 드라마를 본 사람들은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미치루가 회사에서 은따였다는 증거는 어디서든 나온다. 단짝친구가 있긴 했지만 그쪽도 자신의 직업을 보호해야 하다보니 커버해주기엔 역부족이었단 생각이 들고.

일단 이 드라마를 본 사람들 대부분은 여주가 서점원인 게 어째서 짠한지 잘 모르는 것 같아 설명을 좀 한다. 나만 그런진 잘 모르겠는데 일단 서점직원 5년 하다보니까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던가 육체적으로 힘이 딸린다던가 해도 이게 잘 못 끊겠더라. 일단 저 서점은 어떤 식으로 일을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마 PDA랑 까대기부터 시작해서 진열과 계산까지 다 하는 곳인 거 같은데, 사실 난 저기서 딱 진열까지만 하고 계산은 캐셔가 따로 있었다. 영수증이 화학물질 범벅이라는 건 요새 너무 유명하고, 거기다가 인수인계 안 맞을 때 난리나는 걸 상정해보건대... 저거 확실히 오래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닌 듯하다. 그리고 서점원의 최대 단점은, 일단 일 그만두게 될 때 기술을 살려서 할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최근 내가 그렇다. 그래도 나처럼 화장실에서 쉬면서 체력관리 잘 했음 물류 가서 일할 수 있겠지만, 만일 책 들다가 허리라도 삐끗했다면 경력 살릴 수 있는 건 캐셔 정도...? 정말 내가 책을 좋아하고(근데 그것도 상품이라서 읽으면 퇴사당하는 수도 있다.) 이 책을 팔아서 작가와 출판사를 먹여살리겠단 사명이 없으면 힘들다. 그러나 여기서 미치루는 그냥 아무 생각없이 일하는 것 같음. 부모 빽도 없고, 서점에서 일한다 그럼 그 일에 대해 아는 사람들 빼고는 그러려니 넘어가는 환상같은 게 있는데다 대부분 최저임금 받기 일쑤지만 정말 나 한명 챙길 수 있을 만큼은 주니까. 꿀알바까진 아니지만 그 정도로 적당히 직원 대우 받아가면서 일할 수 있는 곳은 드물 듯. 근데 일단 나이들면 일 못하는 직업인 건 확실하다. 일단 남자나 대학휴학생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게 꽤 노골적인 곳이 있는데, 심지어 친구가 보증까지 섰는데도 취직 못했던 서점이 한 군데 있었음. 뭐 (사무용품 판매하는 곳이 아닌 순수 서점을 가정할 때) 왠만한 교보문고같은 큰 서점이 아닌 이상에는 연령을 30대 미만으로 컷하는 경우도 꽤 많다. 그래서 25살인 미치루의 경우는 좀 애매하다. 확실히 저 계열에선 전성기이긴 한데, 몇 년 후엔 불의의 사고가 일어나거나 혹은 갑자기 잘릴지도 모를 나이.

차라리 서점 알바하느니 사서하지 그랬냐고 가볍게 말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공무원인데다 그거 아무나 안 뽑는다 이 사람들아 ㅋㅋㅋ 의외로 숫자에 강해야 하지 컴퓨터 정말 잘 다뤄야 하지, 그러면서 뽑는 인원은 정말 적다. 최근에는 많이 늘었지만 옛날엔 정말 도에서 어쩌다 1~2명 정도? 나머지는 적당히 알아서 도서관 잡아라 수준이고. 그냥 머리 딸리면 경력 쌓아 이후 대기업 문구 취직이 낫다는 게 개인적 생각.

글을 쓸수록 미치루가 왠지 내 인생같아 짠해지는데, 서점 직원 정말 좋긴 좋다. 힘들수록 재밌고, 파는 게 그래도 점잖은 것이다 보니 동료직원이나 고객 둘 중 하나는 그래도 개념이 있다. 일할 때 나한테 간식 준 동료직원들 생각나네. 딱 20대 때 안전하게 사회생활 겪어볼 직종으로 강력 추천한다. 오래 못하는 게 좀 아쉬워서 그렇지.

원작은 책이니 이쪽으로 읽는 것도 나쁘지 않겠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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