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슬링거 걸 Gunslinger Girl 9
아이다 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내가 이 애니 보는 건 귀여운 여자아이 때문도 있지만 무엇보다 죠제 보려는 흑심(?)인데 2기 뭐냐. 왜 1기에서 봤던 죠제의 그 깊은 근심에 찬 눈이 없어. 헨리에타도 소동물같은 눈초리 어디갔냐. 이 그림체도 잘 그리긴 했지만 이건 그냥 일본 애니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그림체 아닌가. 혈압올라 더워서 그런가 왜 이탈리아가 뭉개져 보이지? 그리고 누가봐도 기둥서방이던 애가 왜 갑자기 오니짱이 됐냐. 대체 얘네들 1기에서 2기 사이 성장할 때 무슨 일이 있던 거야. 얘들 다 콘트리트에 머릴 갈았냐? 정말 그 정도로 그림체가 변했는데.

 

그림체도 상당히 변했지만 캐릭터성까지 바뀌었다. 트리에라는 쿨데레에서 츤데레로 바뀌었다. 얘가 똑똑하단 설정이라 1기에서 데레한 성격을 보이긴 했어도 도짓을 보일만한 인물이 절대 아닌데.. 피노키오라는 인물에 대한 복잡한 설정이 대신 잘 드러난 듯하다. 저 인간이 라스트 보스인가 싶을 정도로.

피노키오는 사실 이탈리아가 통일했을 때 발간된 동화책이다. 건슬링거 걸에서 나온 것처럼 그렇게 시위가 많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통일된지 얼마 되지 않은 때라 사회가 혼돈에 휩싸인 때였을 것이다. 파시즘도 무솔리니도 사회 분위기를 계기로 등장한 거니까. 그래서 피노키오 동화책을 자세히 보면 재밌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피노키오가 일하다 잠시 딴청 좀 피운 거 가지고 제페토 할아버지는 피노키오를 때리며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얘기를 한다. (애니에서도 제페토가 비슷한 말을 한다. TMI를 더 붙이자면 이 책을 쓴 저자는 어린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읽는 책을 썼다는 게 아이러니.) 피노키오는 매번 눈물을 줄줄 흘리며 제페토 할아버지의 말이 맞다고 참회하는 등의 일을 겪다 결국 사람이 되는 결말이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커지는 등 남성의 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꼰대인 그는 '난 제페토 할아버지의 곁 빼곤 갈 데가 없다'는 되도 않는 변명을 늘어놓으며 결국 사회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 동화는 결국 디즈니에 의해 수입되어 어마어마한 돈을 가져다준다나 뭐라나. 고난을 제대로 겪어보지도 않았으면서도(피노키오는 남자이니 단련만 하면 신체가 건장하므로 의체수술을 받지 않았다.) 결국 복종해야 할 존재가 있는(애니에서도 제페토 할아버지가 그를 거둬 암살자로 키운다. 물론 여기서도 아이에 대한 사랑은 없다.) 중산층이 쉽게 빠질 수밖에 없을 메시지를 담아. 애니에서는 아무래도 시간이 없다보니 이런 자잘한 배경설명은 생략한 것이라 생각된다.

여기서부턴 내 생각이다. 당사자주의는 확실히 경계해야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살면서 제일 힘들었던 일을 말해보라 하면 '초등학교 때 우유곽 제가 혼자 날랐어요' 라고밖에 할 줄 모르는 인간이 남들이 보기엔 별것도 아닌 일 가지고 찌질하게 자기 연민에 빠지면 얼마나 위험해지는지를 강조한다. 피노키오 작품에선 완전한 악인이 없기 때문에 그 법칙을 지키기 위해선지 건슬링거 걸에서도 피노키오의 과거를 하나 더 집어넣는다. 하지만 그가 다른 대안은 생각지도 않고 그의 옆집에 사는 여자아이에게 필요 이상으로 차갑게 대하거나, 심지어 죽이려 했던 것도 사실이다. 조커에서도 그렇듯이, 사정이 어쨌던 나보다 더 심하게 역경을 겪었고 현재진행형으로 겪는 인간도 있는데 그걸 고려하지 않고 자기 자신의 트라우마만 피하려 생각하는 인간의 전형적 행동패턴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전에도 이야기한 적이 있나 싶은데 이탈리아는 복지가 그렇게 강하지 않다. 노인복지에 대해서만 좋을 뿐이지 여성이나 기타 인간들의 복지에 대해선 개차반이다. (여성 복지가 후진성이 꽤 심하다.) 이게 일본과 좀 비슷하다는 데서 일본 애니 건슬링거 걸의 배경이 이탈리아인 건 상징성이 짙다. 1기에서도 사회복지공사가 의체를 만드는 게 의미심장하다 했지만, 조역 제페토가 등장하면서 그런 분위기가 더 짙어진다.

 

트리에라가 이렇게 피노키오에게 무력하게 지면 자신이 의체가 된 의미가 뭐냐며 엉엉 우는데, 어차피 상대방이 여자아이라고 방심할 때 죽이려는 의도였으니.. 시간이 지날수록 소문이 퍼져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그 외에 트리에라가 우는 장면이 또 있는데 바로 충격과 공포의 스너프 영상 찍힐 때의 장면이다. 생각해보면 트리에라에 상당한 관심을 쏟았던 듯. 인기가 많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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