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먹는 법 - 든든한 내면을 만드는 독서 레시피 땅콩문고
김이경 지음 / 유유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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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특히 소설과 에세이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읽는 인기 장르입니다. 역사나 철학 같은 인문서에 비해 독자층도 두텁고 판매량도 훨씬 많지요. 하지만 동시에 가장 진지하지 않게 취급받는 장르이기도 합니다. (...) 셰익스피어나 도스토옙스키 같은 고전 작품에 대해서는 조금 다르지만, 그런 경우에도 마키아벨리나 칸트, 니체의 책을 읽었을 때처럼 존경 어린 시선을 받지는 못합니다.



 


 

주로 철학을 공부한다는 사람들이 소설책을 읽는 사람들가지고 시간이 아깝다 어쩌고 하는데, 정작 난 그들이 약자를 존중하고 올바른 사회가 무엇인지에 대해 확고한 의견을 세우는 걸 거의 본 적이 없음. 니체는 후자가 유독 강한 철학자지만 전자가 약함.


언제부턴가 수능시험이 끝나면 작가들이 시험문제 중 자신이 쓴 글을 주제로 한 걸 읽어보는 장면이 자주 보인다. 혹은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이 영어 문제를 풀어보곤 한다. 문법이나 짧은 단어문제라면 대부분 잘 풀면서도, 긴 문장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시험은 글쓴이의 의도나 출제자의 의도를 잘 파악하면 80%는 무난하게 맞출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소위 공부를 안 하는 것 같으면서도 시험만 보면 고득점을 맞는 사람들이 이런 부류이다. 이는 남에게 보이는 독후감을 쓸 때도 명확히 보인다. 나는 종종 책의 한 문장이 마음에 걸려 그 책 전부를 평가하게 되는 단점이 있는데, 그런 상태 그대로 리뷰를 쓰면 즉각 따가운 지적이 날아온다. 이건 애니메이션 리뷰를 쓸 때 줄거리를 엉뚱하게 적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본다. 예를 들어 소설을 읽을 땐 회상을 잘 간추려 과거로 밀어놓고, 중요한 주제는 내 눈 앞에 두면서, 작중 인물을 정리하며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그림으로 표현하는 게 좋다. 이런 식의 구조는 글을 쓸 때도 효과적으로 적용된다. 실생활에서도 논리적이라는 소릴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저런 경우는 대부분 고전에 해당하며, 최근 대부분의 글 쓰는 사람들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게 내 솔직한 의견이다. 말을 못하는 것이야 그 사람의 말 재간이 그런것이니 어쩔수 없다 쳐도, 글을 쓰면서 그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명확하게 정리하지 못하는 사람을 보면 참 안쓰럽다.

그냥 자기 머리에서 튀어나오는 대로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것인데, 읽는 사람에게는 엄청난 정신 없음과 읽기 싫음을 선사한다.

그래놓고는 자기가 답답해서 왜 자기 글을 이해 못하냐고 징징대는데, 안타깝게도 모르는 사람의 정신없고 사나운 글을 통역해가며 읽어줄 사람은 별로 없다.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가 작가요 자랑을 하는데, 독자들을 탓하는 글 쓸 시간에 1분이라도 더 자기 글솜씨 향상에 투자했음 좋겠다. 타인에게 자기 말을 찰떡같이 알아듣길 바라지 말고, 찰떡같이 글을 쓰란 소리다.

 

여성학자 정희진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하나 있는데, 그게 책에도 쓰여있는 '장애인이 공부해서 뭐하냐'는 제목의 칼럼이다. 정희진이 정한 제목이 아니길 바라기도 한다. 아무리 내용은 장애인의 공부권을 강조하는 내용이라 하지만, 이미 충분히 모욕을 당해온 장애인들은 그 글을 보는 순간 기분이 나쁠 것이다. '페미니스트가 왜 다른 부류의 약자들에게 지나치게 순종적이어야 하는가. 페미니스트는 사람이 아니라 신인가.'라는 게 내 생각이지만, 적어도 다른 약자와 소수자들에게 피해는 끼치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 다른 오독의 예시도 많은데 하필이면 이 글을 오독의 예로 들다니, 상당히 지나치다. 글을 올린 언론사는 한겨레네 ㅋㅋㅋ 저자의 레벨까지 의심된다. 이래서 함부로 자기 글에서 연애한다고 공개하면 안 되고, 남 옹호하면 안 된다니까... (그런데 인터파크 평가 보니 별이 5개 만점에 4개다. 이번 생도 저주받은 아웃사이더인가 ㅠ)

 

나는 독후감이 그렇게까지 인류의 적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가령 독후감을 인터넷에 올릴 경우 언제든지 비판을 받을 수 있고, 수정도 하며 자신의 입장을 가다듬어갈 수 있다. 만일 독후감으로 자신의 입장을 정리한 후 독서모임에서 발표한다면 최고의 독서경험이 될 것이다. 그리고 독서모임은 돈이 들며, '신'과도 같은 한 명의 '잘난 독자'에 의해 나머지 모두의 기가 눌릴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저자는 사회적응을 못하는 찌질한 인간이 독서모임에도 참여하지 못하고 독후감을 쓰면서 히키코모리처럼 즐거워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반대로 나는 독후감 쓰는 사람처럼 자료를 철저히 조사하는 사람을 독서모임에서는 별로 본 적이 없다. 허망한 얘기나 하는 사람들만 넘친다면 그건 그냥 사교모임이 될 수 있으니 접는 게 좋다. 이건 마치 토익공부와 같다. 실제로 모임에서 계속 돈을 날리면서도 성적은 안 나오던 친구가 집안에 처박혀서 CSI같은 드라마 보며 영어공부하니 900점 이상을 받았다. 국립대학도 갔고 말이다.

근데 개인적인 직감으론, 독서모임에서는 아무래도 서로 얼굴 보고 아는 사이니까 개소리를 해도 간접적으로 까이거나 그냥 웃으며 넘어간다. 그런데 인터넷 리뷰에서 한 번 실수하면 사람들이 봐주질 않는다 ㄷㄷ 그래서 독서모임이 만일 서로 개소리만 하고 아무 성과도 없이 끝낸다면 시간은 낭비했는데 서로들 좋았다고 자화자찬해주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달까... 영양가 없는 책을 보자고 하면 더 성질 뻗치고.

다만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은 옳다. 그러니 부득이하게 독서모임은 시간제한을 둬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을 넘기면 사회자가 단호하게 재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까지 독서모임을 까는 건 내가 지방에 있는(서울에 있는 독서모임은 또 가장 좋은 경험이었다. 이래서 다들 수도권에 살려 하나 보다.) 독서모임에서 매우 안 좋은 경험이 있어서였다. 내가 쓴 블로그 리뷰를 읽고나서(맘에 든 것도 아니지만 딱히 비난조로 쓴 것도 아닌데) 새벽부터 문자하고 전화질해서 당장 글 지우라고, 안 지우면 소송을 걸겠다고 한 독서모임의 진행자 교사가 있었다. 그 책의 저자에게 주스까지 사와서 두 번이나 찾아가 사과했는데, 본인은 리뷰를 지우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럼 그 책 저자가 거짓말을 했거나 그 선생이 혼자 날뛰었거나 둘 중 하난데, 그 당시엔 다른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어서 무조건 내가 잘못했다 얼버무리고 글을 지운 적이 있다. 하지만 생각할수록 열받는 건 사실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왜 글을 지우라고 했는지 그 선생이 해명도 안 했다는 것이다.

(나중에 보니 전형적인 한남이더라. 아내가 상차리고 설거지하는데 침묵하면서 일어나지도 않았음. 그건 뭐 다른 리뷰에 살짝 써놨으니 여기선 생략합니다 ㅎ)

나도 티를 내지 않았고, 그 선생도 계속 독서모임에 나오라고 권했다. 그러나 그 후부터는 점점 독서모임을 기피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봉사활동을 한다면 모를까 왠만하면 독서모임에 갈 일은 없을 것이다. 책 먹는 법을 읽어도 왜 내가 독서모임에서 그런 취급을 받았는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독서모임도 하나의 사교모임임은 잘 알았다. 내가 그 모임 멤버와 친하다해서 맘대로 속을 터놓으면 안 된다는 것도. 책에서 소개하는 여러 독서모임을 조합해보면, 한 번 낭독회는 가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사실 학창시절에 한 번 가봤는데, 거기서도 막판에 좋은 대접은 받지 못했지만 전체적으론 좋은 인상에 남았었고 말이다. 아무튼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독서모임도 좋지만 시원스럽게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책 감상을 써보는 것 또한 가슴이 탁 트이는 경험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이 책 읽기 전에, 이 책에서 나온대로 연애시 적어서 사귀고 있는 이성에게 선물한다는 거 내가 해본 방식인데, 전남친 엄청 까더라. 왜 영어로 된 시를 적어서 주냐느니, 그걸 또 번역해서 설명해주니 왜 사랑이 원이고 그게 왜 너와 나 정확히 반반이냐느니, 한쪽이 다른 쪽보다 좀 식을 수 있지 않냐느니... 그래서 헤어졌다기보단 다른 이유도 있었지만 ㅋ 무튼 연애시 선물하는 건 비추다. 님은 기뻐할지 몰라도 다른 인간들은 선물로 돈을 더 좋아함. 당신같은 낭만이 있을거라 기대하기 마시길.

한데 어느 날, 갑자기 의문이 생기더군요. 내가 왜 뛰나? 내가 왜 이렇게 서두를까? 부랴부랴 집에 가서 뭘 할 건가? 질문에 질문을 거듭한 결과 나온 대답은, 창피하지만 '텔레비전을 본다'였습니다. 딴 사람들을 제쳐 가며 기를 쓰고 집에 와서 제가 하는 일이라는 게 씻고 집안일 하고 책이나 텔레비전을 보며 쉬는 것이니 결국은 그걸 좀 더 오래하려고 그 야단을 했구나 싶더군요.


 

그래서 전 남한테 미친년 소리 들으면서도 걍 걸으면서 읽죠 ㅋ(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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