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린머리 사이클 - 청색 서번트와 헛소리꾼, Faust Novel 헛소리꾼 시리즈 1
니시오 이신 지음, 현정수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타인을 위해서 감정을 발휘할 수 있는 인간은 말이지, 무슨 일이 터졌을 때는 남의 탓을 하는 인간이기 때문이라고.

 

맘에 안 드는 성격이지만 (거짓말은 안 하고 못 하시는 것 같지만 용어 자체를 싫어해서) 매도 메이드가 상당히 박진감있다. 얼마 안 되는 액션 대부분을 주도하는 듯. 개인적으로 블랙라군의 로베르타 생각나네.

왜 남의 일에 슬퍼하는 사람이 여차하면 남탓할 확률이 높으냐면 그 사람은 감정의 기복이 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복이 심하다는 건 자신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통제가 불가능하단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조울증과 많이 착각하곤 하는데, 이건 정신보단 정서적 문제다. 우울증은 무감각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감정기복은 무감각해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굳이 비슷한 게 있다면 트라우마겠다. 나도 감정 컨트롤이 안 되는 사람인데, 예를 들면 게임에 지는 걸 몹시 싫어하여 판 엎고 나가는 경우도 있곤 한데 또 사람들의 기분에 공감을 잘 한다는 소리도 듣는다. 그러나 후자는 마치 슬픈 영화를 보면서 펑펑 우는 것과 같은데, 이는 슬픔에 맞닥뜨린 영화 속 사람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감정이 랜덤으로 바뀌는 사람을 집단 내에서 만날 경우(게다가 리더라면) 대게 그 파티는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뭐 정신 혹은 정서적 장애여도 잘 사는 케이스도 있다. 그게 바로 조증이다. 조증을 앓는 사람이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거물이 된다는 연구물도 있다. 이들은 자존감이 너무 강해서 허세를 부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활동량이 다른 사람들보다 비약적으로 많기 때문에 성실하다면 그 누구보다 일에서 좋은 결과를 보이는 것이다. 게다가 예술가이기까지 하다면, '천재는 괴팍하다'라는 사람들의 흔한 착각 때문에 그냥 넘어가기 쉽다. 그러나 조증은 자신의 몸을 금방 쇠약하게 한다. 또한 놔둘수록 증세가 심각해지는 특징이 있어 우울증이 한 번은 오게 되어 있다. 결론을 내리자면 자존감이 강해 보여도 일면으론 자신에게 굉장히 무책임한 타입이라 볼 수 있다.

이렇게 길게 썼지만 간략히 말해서 전자가 남주고 후자가 이부키 카나미란 소리다. 근데 난 사람들이 후자로 추측하지만 실상은 전자다. 그래서 저 명대사가 크게 찔렸다. 우리나라가 지금 잦된 것도 생각해보면 감정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다. 자칭으론 정이 많다던가? 우리가 남이가 같은 말을 많이 쓰지만 우리의 범위가 너무 작아서 외국인 노동자를 대하는 태도는 특히나 '폭력적'이다. 이렇게 되면 계산을 못해서 손해를 많이 보게 되는 것이다. 또한 감정적으로 행동하기 전에 뭘 알면 그나마 문제가 없는데, 우리나라는 공부하려 해도 제대로 번역된 전문적인 책이 거의 없다. 결국 냄비가 식을 때 이 상황을 어떻게 벗어나느냐가 문젠데, 이 때 남탓만 한다면 더욱 악화된 국면만이 우리를 기다릴 것이다. 결론만 말하자면 자신이 과거 감정적으로 행동했던 것에 대해선 입을 꽉 다물고 원칙대로 가는 게 제일 현명하다. 홍상수가 불륜을 피웠을 지언정 그는 영화 감독이므로 그의 영화를 평가할 땐 사생활을 밀어둬야 한다. 그러나 이미 세계가 우리나라의 행동을 다 보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일부 비난은 한동안 감수해야 할 것이다.

종합적으로 볼 때 문제가 뭐냐면 천재라는 타이틀로 인해 희생이 너무 많아진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 테레비에서 가끔 나오는 것처럼 누가봐도 천재가 아님에도 들들 볶는 부모가 있는 한편, 천재들의 무언가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희생되는 부모도 있다. 천재의 매력에는 그 나름의 그늘이 있으며 그 때문에 천재는 니체의 초인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그 그늘은 비현실적인 꿈에 한없이 근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그늘은 천재만이 만든 것만은 아니다.

 

주인공하고 나하고 성격 같은줄 알았더니 그렇지만은 않은 거 같다. 주인공에 대해 똑바로 얘기하는 내용이 바로 내 단점인데도 점 치는 누님 넘 모에스럽다. 내 이상형이 강인한 누님이라 그런가.. 처음엔 나도 좀 불쾌했는데 빠져드네;

근데 머리 잘린 형태가 너무 깔끔한 걸로 봐선 모두들 식사 제대로 못할 거 같은데 알리바이 얘기할 때 꿋꿋이 식탁에 앉아 있는 걸 보면 쟤네도 쟤네라는 생각이 든다. 식탁에 차밖에 없긴 하지만.

'살인이 옳을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은 자칫 윤리를 가치로 판단할 수도 있는 오류를 저지를 수 있다. 가령 아침 메뉴인 샌드위치 때문에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 나올 경우, 겨우 샌드위치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냐고 비웃는 사람도 있지만,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잘린머리에서 주인공은 확고히 별장 주인의 의견이 잘못되었다 주장한다. 인간은 인간을 존중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사회로부터 비난을 받아도 싸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에선 명탐정 코난이 제일 탐정에 가깝고, 주인공은 코난에 가깝다. 살인이 샌드위치 때문이던 상대방이 부모를 살해했던 철천지 원수이기 때문이던 간에 코난은 끝까지 범죄자가 경찰서에 가야 함을 관철시킨다. 그러고보니 이유 없이 귀신이 사람을 죽이는 내용의 영화가 일본에서 등장하는 걸 보면, 탐정이 딱히 살인자를 동정해야 할 이유가 없는지도 모르겠다.

P.S 고어는 고어인데 샤프트라 그런가 충격이 덜하다. 아무래도 이거 2탄까지 나가기는 무리인 듯. 거기서부터 진짜 재밌어지는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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