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으로 떠나는 철학여행
김치완 지음 / 인문산책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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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에게 신은 자신과 이 세상을 존재하게 한 근원입니다. 이 세상 어느 것 하나도 신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루마니아 출신의 종교학자인 미르체아 엘리아데가 말했듯이, 이렇게 생각하면 이전과 전혀 다른 시공간이 펼쳐집니다. 그러므로 믿음을 문제 삼는다는 것은 그런 순간을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했거나, 애써 외면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달기란 캐릭터에 상당한 흥미가 있었던 관계로 봉신연의를 좀 자세히 보았던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애니 구판에서 달기의 결말이 너무 맘에 안 들었는데 리메이크 되었단 소식을 언뜻 들었다. 만화책처럼 결말이 났음 하는 바이다.


이 구절을 올린 다음 비판이 쏟아졌는데, 대표적인 게 '믿을 사람들은 믿으면 되지만 왜 남에게 강요하느냐?'는 질문이었다. 그 다음 구절을 올리지 않아서인데, 이 책은 신이 자신에게 말을 했다고 믿는 사람들이 벌이는 전쟁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동양(중국) 사람들이 일찍 천상과 지상을 분리하여 신이 땅에 내려오지 못하도록 설정한게 대단하다고. 왕에게만 하늘의 혈통이 존재하기 때문에 나쁘게 말하면 군주정권이고, 좋게 말하면 종교를 남들에게 강요하지 않는 것이다. 아예 신이 인간에게 간섭할 수 없는 세계관이니까. 지금은 개신교가 들어오고 불교가 타락하면서 종교가 많이 이상해졌는데 동양에선 사실 그런 전통은 없었다고 한다.

남들에게 종교를 강요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의 종교가 잘났으니 나 자신도 잘났다 생각하는 이기주의자들이라 본다. 어떤 정신과병원 출신 목사님은 개신교가 조현병과 연결될 때 문제가 많다 하더라. 환청이란 증상이 있는데 그게 예수의 소리로 들린다나.




 


 

부모님이 돼지가 되자 무서움에 사로잡힌 치히로가 "모두 돼지가 되어 버렸어" 라고 중얼거리는 짤이 메갈을 비하하는 데 쓰이게 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건 이 애니가 여러모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상시킨다는 거다. 그리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쓴 작가는 여자아이들을 데려다 기묘한 사진을 찍어대서 소아성애자로 명성을 날렸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또한 한 때 부모가 돈에 눈이 멀어 치히로를 사창가에 팔아넘기는 이야기가 아니냐는 소문이 자자했다.


물론 메갈하면 웅앵웅이나 쿵쾅이라고 놀리는 소아적 취미를 가진 인간들이 그런 걸 고려해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택했을 리가 없겠지만(...) 최근 텀블러가 성인물이 저장되어 있는 사이트들을 관리하겠다고 한다. 리벤지 포르노나 여성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야동도 지워질 것이다. 나에게 포르노는 보지만 리벤지 포르노는 안 본다고 자랑스레 이야기했던 남성들이 떠오른다. 10년 전엔 그게 '올바른' 일이었다.

더빙판에서 아빠 성우가 옛날에 후배를 폭행해서 제명된 박조호라고 한다. (개명 전 박지훈이었다고.) 이것도 또 묘한 일이다.




 


 

보통 국민들은 기린이 왕을 뽑으며 왕이 실도하면 기린이 병난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러나 기린이 딱히 설명하지 못하는 내부적인 심정이 있는 듯한데 그게 바로 왕에 대한 두려움이다.


천상의 선녀들은 그게 왕의 존재에 대한 기린의 위압감이라고 설명하는데, 케이키는 제껴두더라도 애니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두 마리의 어린 기린이 왕을 접한 후 실도의 위기를 느꼈다는 건 중요한 사실인 듯하다. 처음엔 왜 얘네들이 이럴까 싶었는데, 어찌보면 당연한 것 같다. 얘네들 왕이 실도하면 자신이 무지 아픈 병에 걸리고, 왕이 죽으면 기린도 같이 죽는다고 하니(...) 생각도 못했는데 책을 통해 얻은 힌트인 듯.



 


 

애니메이션 내용이 만화와 이렇게 다를 줄이야... 이 책을 쓸 땐 아직 원작 완결이 안 나서 TV판 내용만 다룬 듯하다. 그런데 거의 비판 일색 ㅋㅋㅋ 안 보길 잘했단 생각이 드는군.


그런데 동일하지 않아도 등가물이 될 순 있다. 연필 한 다스 = 아메리카노 한 개는 서로 다른 노동시간을 갖지만 노동시간의 차이에 의해 등가가 되는 것이다. 고로 이 책에서 말하는 것에는 오류가 있다.

또한 곤 사토시 감독의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이 진보적인 영화라는 관점도 난 아니라 본다. 애초에 그런 영화였다면 부모님에게 방임을 당했던 고등학생 주인공이 가족에게 돌아간다는 설정은 너무 작위적인 게 아닌가. 2003년도에 방영되었다고 하여 전혀 신선하지도 않은 게 1999년만 해도 퀴어 계열은 훨씬 더 진보적이었다. 내 생각엔 그 영화가 진보적이기보단 곤 사토시라는 감독 자체가 진보적이 된 게 아닌가 싶다. 

애니메이션 환상마전 최유기는 이런 중화주의에서 살짝 비껴나갑니다. 비록 요괴라고 표현하지만, 도원경이라는 이상향에서는 인간과 요괴가 평화롭게 살았다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작가 자신이 한족이 아닌 일본인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 스타워즈 이전에는 외계인이 '아아~'하는 외마디 소리밖에 내지 못하는 것으로 묘사되었습니다.



 


 

한때 만화도 정독하고 애니도 OST때문에 열심히 봤던 최유기. 서유기라는 원작 소설(?)에 빠져있었던지라 패러디물이라 할 땐 기대가 컸는데 최유기를 만났을 땐 깜짝 놀랐었다. 그림체가 상당히 좋았고 무엇보다 예상도 못한 BL계로 나아갔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지극히 일본답지만(...) 원작의 유일한 단점인 인종차별을 이런 식으로 커버한 것도 나쁘진 않겠다 싶었다.


그러나 갈수록 읽기를 그만둔 이유는 읽을수록 단점이 더 눈에 잘 보여서였다. 작가에게도 최유기를 연재하는 동안 여러 일이 있었고, 아무래도 원작의 방대한 세계관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는지 스토리가 갈수록 딸려가고 있었다. 게다가 인종차별하는 인간들을 다시 두둔하기 시작하는 최유기 리로드편에선 진짜... 아무리 여러 사람들의 입장을 생각하는 일본의 사고방식이라지만 그건 좀. 원래 서유기의 등장인물이 단순하고 스토리도 길을 떠나면서 요괴 물리치는 게 전부인지라, 사람들이 질리지 않도록 양명학과 도교에 대한 방대한 지식이 들어있고 그게 또 장점이다. (그래서 서유기 책을 고를 땐 주석이 잘 되어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러나 최유기에서는 아무래도 그걸 쏙 뺐다보니 지루해진다고 할까. 그러나 내 취향이 별난 탓도 있는지라 차마 십대들에게 최유기 대신 서유기를 읽으라 하진 못하겠고(...) 최유기를 볼지 안 볼지는 사람들의 선택에 맡기는 걸로. 서유기가 장편소설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소설임엔 확실하다. 나중에 다시 1권부터 읽어봐야지.

 

참고로 내용이 단순할 뿐이지 세계관이 허접하다고는 안 했다. 최근 1기 설정도 까먹는 쿠소애니들보다는 훨씬 낫다.

 

미쿠라는 요괴였지만, 호슌인 에코의 수하가 되어 자신의 신체를 기계와 바꿉니다. 그들이 에코의 수하가 된 이유는 인간이 도시를 부패시킨다고 생각하는 에코의 주장에 동의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기계로 바꾸지만, 인간의 피를 마심으로써 자신의 능력을 신장시키고, 자신의 존재를 증식시킬 수 있습니다. 리오타르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이 설정에는 인간 대 비인간의 대립 구도가 들어있습니다. 그래서 원령공주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등과 같은 애니메이션보다는 카라스가 좀 더 충격적입니다.



 


 

뭐 사실 딱히 진보란 말을 들이대지 않아도 지브리는 항상 두리뭉술하고 온건하게 상황을 표현한다. 마치 그걸로 아이들을 지킬 수 있는 마냥. 그러나 치매 노인들에게 죽음이 무엇인지를 언젠간 강의해야 하듯이 몸을 건강하게 회복시키기 위해선 입에 쓴 약은 피할 수 없다. 카라스는 로리타 느낌의 정령이 나오는 등 지적할 사항도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스타일리쉬하면서 히치콕의 새 같이 정확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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