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한길의 성공수업
전한길.이상민 지음 / 문이당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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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좀 벌었다고 과시나 하고, 여행이나 다니고, 골프나 치고, 화려한 집이나 짓고, 술이나 마시고, 한가하게 시간이나 보내는 사람치고 쇠퇴기에 접어들지 않는 사람은 없다.



 


 

강의를 듣다가 만나게 된 강사인데 가끔 한국사를 가르치시다가 자신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신다. 그게 재밌어서 결국 책까지 사게 되었다. 욕쟁이스러운 스타일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기계발에 나오는 '언니오빠'처럼 자신같이 살라 강요하는 느낌은 별로 나지 않는다. 최근 공무원의 기형적인 시험 문제에 대해 분노하신 것으로 인해 더 유명해지셨으니 말이다. 그만큼 마음이 따뜻하신 분이란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몇몇 단어 선택들은 좀 아쉽다. 강의하다 차별 발언이 나와 학생들이 지적하면 고치는 노력은 하신다. 예를 들어 동성애자 차별 발언이라던가. 그러나 여성에 관련된 발언 중 약간 문제가 되는 게 있다. 그러나 그것마저 다른 강사들보단 낫다는 게... 심지어 강의마다 자기 아내 흉 보는 강사도 꽤 있다. 아니 전국의 학생들이 듣는 강의에서 그럴거면 왜 결혼함?

 

이 책의 단점 하나를 더 지적하자면 사업하는 인간들 중 진짜 싸이코 같은 인간들은 디스인센티브를 할 수 있다는 데에 꽂혀서 인센티브를 안 보는지라 인센티브를 강조해야 하는데 그쪽에 취약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어떤 의사는 실수 한 번 했다고 최저임금도 안 주거나, 견습생이라고 신입 직원에게 20~40만원 주는 경우도 왕왕 봤다. 신고는 안 했지만 이 지역에서만 해도 2번 정도 겪음. 여러분 그런 곳 발견하면 꼭 퇴사 전 신고하십쇼.

 

속고만 사는 가난한 사람들을 욕하는 페친들을 여럿 본 적이 있다. 나는 속는 사람들의 심정을 어느 정도 이해하기 때문에 페절을 했다. 그러나 속는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공통점이 있는데, 그건 가족과 자식의 앞날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실 '술 마시는 돈, 동료 직원들에게 잘 해주는 힘을 가족들에게 쓰면 어떨까'라는 생각만 한다면 속지 않고 살 수 있다. 물론 가족이 동료 직원만도 못하면 빨리 이혼을 해야...

 

이 책을 읽고 생각해보면 내가 퇴사한 게 그닥 로맨틱한 경우가 아니란 걸 절감할 수 있었다. 애초 내가 다녔던 기업 자체가 지방기업 특유의 권위의식이 쩔기도 했고. 그러나 의문점은 남는다. 88만원 세대들이 지금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이제 자리를 잡고 있다. 나도 만 30세인데 한 분야에서만 5년 일했고, 고졸들은 한 10년 경력 쌓은 사람도 있을 테니까. 그런데 내 또래들 중 쎈 척하는 인간들 엄청 많다. 걷기도 힘들다며 카페 들러 커피 마시며 시간 죽이는 애들 왕왕 봤다. 그런데도 막상 그들은 돈이 없다. (뭐 커피 마시는 건 개인 자유지만 그런 인간이 위기의 순간에 돈이 없다며 돈 빌려달라 페북에 적는 걸 보면 참 뭐라 할 말이 없다.) 독한 척을 하지만 사실 그게 강한 게 아니라, 절망적인 시기에 사람들이 보이는 혼란 증세인 경우도 있다. 아님 대단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면서 회사 내에서 텃세를 부린다. 그게 퇴사하면서 보인다. 이들이 만일 10년 후 고참이 되어 높은 자리에 앉게 된다면 우리나라 기업 사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벌써부터 불안하다. 세상은 전쟁이라고 싸우다 다 죽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조직 간에는 치고 박고 해야 할지 몰라도, 조직 내부에서 필요한 건 사람에 대한 이해와 전한길 씨의 말대로 선한 마음이다. 그러나 개인주의와 워라벨과 욜로가 섞인 사회에서 선한 마음이란 악이다.

 

정말 기업에 위기가 닥칠 땐 능력없는 사람부터 자르는 게 좋지만, 평상시 일에 기울이는 노력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결국 그 남은 사람도 기업에 위기가 오면 빠져나갈 것이다. 노력을 별로 기울이지 않아도 성공하는 인간은 어쨌던 존재하기 때문이다. 효율성이 좋다고 평가할 수도 있겠으나, 그런 부류의 인간들은 대게 얍삽스럽다. 결국 조직은 이 책에서 나온 것보다 더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뭐 전한길 씨가 원래 담백한 사람이라 여우같은 인간들을 부러워하는 성향이 있다는 건 이해하겠는데, 나는 또 역시 사람이 정직해야 한다는 걸 요새 많이 느끼는지라. 글에서 후회가 좀 남겨져 있던데 어차피 조직의 보스는 좀처럼 편할 수가 없는 자리다. 학원을 차리실 때 같은 종교를 믿는 사람들을 대거 직원으로 두셨다 하는데, 한국에서 종교 기업이란 조직구성원을 편하게 결집시키려는 얄팍한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예수는 믿지만 룸싸롱 문화는 버리지 못하는 현상이 그 증거다. 노력하지 않으니 망할 수밖에 없었던 것.

 

요즘에도 순천, 원주까지 설명회를 자원해서 간다. 그런 곳은 내가 돈을 벌기 위해서 가는 곳이 아니다. 돈을 주고, 도움을 주기 위해서 간다. 수험생의 무한감동을 위해서 가는 것이다.



 


 

아무튼 오랜만에 흥미진진하게 책을 읽었다. 평상시 독서를 좋아하긴 하지만 빨리 책을 읽고 싶어 잠도 적게 자고 새벽에 일어난 건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이후 처음이다.


이상민 작가가 많은 도움을 준 모양이다. 이전에 손정의를 직접 다룬 책은 이상한 점이 많았는데, 아무래도 이 분은 자신이 드러나지 않게 글을 써야 하는 모양이다. 아무래도 나이가 그닥 많지도 않은 한 명의 과거사를 주제별로 다루다보니 내용이 중복될 수밖에 없는데, 문장을 자유자재로 바꿔가며 정리를 잘해놓아 지루함이 없다. 세이노의 칼럼과 너무나 비슷한 글이라 하니 읽을지 말지 고려는 해보시길 바란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세이노 칼럼에 기반하여 쓰여진 책은 또 평가가 그닥 좋지 않으니, 세이노 칼럼을 하나하나 찾아보기 귀찮다면 차라리 이 책을 읽어도 될 것 같다. 베끼긴 했어도 책 자체로선 괜찮다. 맥락없이 젊은이에 대해 비판을 툭 던지거나 하는 부분이 아쉽긴 했으나 그 연령대의 강사들에 비해선 봐줄 만했다.

어쨌거나 남의 글을 베꼈으면 이 책에서도 말했듯이 저작권의 문제로 소송 들어가거나 벌금 물어야 할텐데;; 뭐 지금은 돈도 잘 버시니 그냥 합의하고 일정 금액 지불하심 되겠죠 화이팅입니다;;; 난 신경숙 때도 그렇고 일단 베끼던 말던 글 잘 썼음 됐다 주의니까 중립이고+남에게 돈 뿌리고 다니시는 게 왠지 우리 아버지같아 안 됐다 여겨져서 정으로 0.5점 추가해 5점 만점에 3점 드리겠습니다;;;

 

나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키팅 선생님처럼 '영혼의 자유'를 줄 수 있는 공부를 하도록 돕고 싶었고, 영화 세 얼간이에 나오는 주인공 란초의 말처럼 "재능을 따라가면 성공이 뒤따라올 것이다"라는 진실을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특히 좋아하는 회사가 만든 요구르트로 2미터가 넘는 탑을 쌓았다는 데선 경악했다(...) 용감한 여성들 저자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부담스러울 정도로 어떤 것에 빠지는 게 오타쿠의 자세가 아닐지 생각해본다(응?)

 

철학자 쇼펜하우어도 만년의 저작인 여록과 보유에서 이렇게 말한다. "온갖 협잡으로 게임이 진행되는 이 세계에서 사람은 강철 같은 기질을, 운명의 일격을 막아낼 갑옷을, 사람들을 밀치며 나아가기 위한 무기를 지녀야 한다. 인생은 하나의 기나긴 전투다. 인생의 매 단계에서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성공할 때는 칼날 바로 끝에서 성공하며, 우리가 죽을 때는 손에 든 그 무기로 죽는다."



 


 

사실 난 아직도 쇼펜하우어를 동경하는데, 그와 일치하는 여러 의견 중 하나가 '인생은 게임'이라는 것이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의견은 언뜻 이중적인 면이 있다. 어떤 일을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자뻑으로 인해 자신에게 붙어 있던 여러 조건들을 무시한다(예를 들어 늦은 나이에 공뭔에 합격했지만 사실 예전에 직업이 학원 강사였다는 건 말하지 않는다거나). 그러나 내가 실패해봐서 아는데는 약간 어감이 다르다. 나와 똑같은 실패의 길을 걷지 말라는 충고를 해주면서, 길의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게 해준다. 이 책은 후자의 방법을 채택하면서 과거의 자신이 어떻게 행동했으면 좋았을지를 냉철하게 지적한다.

 

성공을 하려면 자신만 알고 있는 암묵적 지식이나 종합적 통찰력이라고 불리는 길거리 지식이 필요한데, 이런 방식으로 얻어지는 전공 공부 내지 학점은 그것과 전혀 관계가 없다. (...) 워런 버핏은 이를 두고 이렇게 말한다.


"과거를 알면 부자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도서관 사서가 세상에서 제일 큰 부자가 되었을 것이다....... 위대한 투자자가 되기 위해 대단한 수학 실력이 필요했다면, 아마 나는 신문 배달이나 했을 것이다....... 스스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지금까지 다른 사람으로부터 좋은 아이디어를 얻은 적이 별로 없다."



 

지금도 고교 입시의 면면을 보면, 시험 때문에 독서를 등한시한다. 또한 대학교 도서관의 대출목록 순위를 보면 판타지 소설이 수위를 차지하고 있고, 대학 4학년생들은 영어나 면접 기법을 공부하느라 분주하다. 제대로 된 철학서나 사상서, 경영서 등은 대부분 대학생이 1년에 채 몇 권을 보지 않는다.



 


 

전혀 끊을 데가 없는, 매우 좋은 글귀라 생각해서 길게 인용했다.

 

내가 즐겨보는 TV 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을 보면, 효율적으로 일을 해내기 위해 기발한 방법까지 동원하는 우리 주변 평범한 소시민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혼자서 두세 명의 일을 해낸다. 결국 자기가 하는 일에 애정이 많고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나도 생활의 달인은 좋아하는 편이다 ㅎㅎ 특히 음식점을 경영하는 사장님들의 기상천외한 비법을 보면 감탄사까지 나온다고 할까. 빨리 일하여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일에 대한 애정이 최우선인 것 같다.

 

그러므로 임금 및 복지를 확대할 때는 그 속도를 조금 보수적으로, 즉 한 번 올라가면 다시 내리긴 힘들다는 걸 꼭 염두에 두고 시행할 필요가 있다. (...) 고전 속에는 숱한 자기계발서들이 존재했으며, 그중에도 사람관계에 대한 언질이 많았다. 아픈 연애를 한 사람이 드라마나 노랫말이 모두 내 얘기인 것처럼 느끼듯이, 나 역시 여러 구절들이 내 어리석음과 좁은 식견을 아프게 꼬집어주었다.



 


 

나도 자기계발서를 구입한다. 하지만 그 범위는 일러스트가 예쁘거나, 사회적 관계같이 내게 필요한 분야를 다루고 있거나, 혹은 책을 쓴 사람을 내가 개인적으로 존경하고 있거나에 한정된다. 사실 뭐니뭐니해도 인생사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책은 도스토예프스키나 톨스토이 같은 거장이 쓴 고전소설이나 모험기인데, 내가 어린시절 그 의미를 파악해가며 책을 읽었더라면 인생이 좀 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실력과 실적이 뒷받침되는 사람은 어떤 조직에서도 환영받으며, 독자적으로 사업을 해도 성공을 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사업을 하는 사람도 기본에 충실하면 최고로 거듭날 수 있다. 모 회사의 TV광고 멘트처럼 기본이 혁신이다.



 


 

근데 책을 읽어보면 이건 88만원 세대가 아닌 그들 부모세대를 위한 이야기인 것 같기도 하다. 뭐 일단 그들도 책을 읽으시는 분들이 소수나마 있으니; 이 책에서는 부하직원에 관한 얘기만 나오지만 자식놈도 신통치 않음 너 혼자 돈 벌고 살라고 내쫓는게 좋다. 나중에 자식도 그걸 고마워할 거라 생각한다. 애초에 성실히 수업에 임하지 않는 글른 자식일 것 같으면 공뭔 공부도 시킬 필요가 없지 않은가. 로또에 당첨되길 바라는 게 더 생산적이지.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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