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마지막 얼굴 창비시선 387
문태준 지음 / 창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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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곡에서

드로잉 14

 

백화 가득하니 구리 언니가 보고 싶어

 

어두침침한 언니가 보고 싶어

 

막버스로 돌아간 언니가 보고 싶어



 


 

시집 제목을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들은 생애 마지막에 어떤 얼굴을 하고 죽을까?'


천주교 신자들의 시신을 염하는 봉사를 하는 중인 어머니께서는 이곳 신자들이 대체로 만족스런 얼굴을 하고 계신다고 말씀하신다. 그들의 사연은 알 수 없지만, 그들의 장례식은 친구는커녕 가족도 별반 오지 않는다. 나는 일단 그들이 마음의 먼지를 털어버리고 가볍게 되었으리라 믿는다. 마치 시에서처럼 말이다. 헤어진 사람 중에서 정말 아까운 인물이 있다면 평생 두고두고 아쉬워할테고, 그를 위해서 짓는 연가는 한없이 애절하며 길게 이어지리라 생각된다. 굴에서 봄빛을 맞고 느릿느릿 기어나오는 뱀처럼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을 여태 본 적이 없다. 안 됀 일인가? 슬픈 일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못다한 메시지도 없고 한도 없기에 가벼운 시도 있다. 이 시집처럼 말이다. 미련이 없을수록 자신을 더욱더 사랑하고 아낄 수 있다. 내 친구, 내 가족, 내 사람으로 구분하지 않고 모든 사람들을 사람으로서 사랑할 수 있다.

 

집에 있는 꽃 중 산에서 가지고 왔다는 화분이 있다. 하도 피지 않아서 가족들이 걱정하고, 괜히 가져왔다고 버리려 하길래 내가 좀 더 지켜보자고 말렸다. 나중에 집에 와서 보니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가족들의 말로는 너무 물을 자주 주지 않아야 한다고. 여느 생물이나 과한 관심(?) 및 속박이 없어야 알아서 잘 클 수 있는 것 같다.

 

소낙비라는 시 보니 생각나는데, 강원도 어느 산에서 그렇게 고양이가 많다 함. 사람들이 버리고 가기도 하고 자기가 도망오기도 하고 기타 등등. 그것들이 산에 사는 동물들을 하도 잡아먹어서 어떤 노인이 고양이를 보는 족족 쥐약을 놓거나 총으로 죽여버려서 경찰서에 체포되었다고 함. 뉴스에도 이미 나온 유명한 이야기라던데, 주변 어르신들은 다들 노인분이 안 됐다고 혀를 끌끌 차더라. 다같이 상생할 길을 찾을 순 없나 안타깝긴 했는데, 요즘에 자연에서 뭘 얻기는 다 틀리지 않나 싶었다. 농사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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