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일만 눈을 뜰 수 있다면
송경태 지음 / 청동거울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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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장애인 성폭행

 

지적 수준이 좀 낮다고

42세 되도록 시집도 못 가고

오빠 집에서 잔심부름해 주며

생명부지하고 있는 가엾은 여자

 

29살 먹은 조카가

잠자는 고모를 강간해 버리고

다음달은 60넘은 삼촌이

낮잠 자는 조카를 강제로 옷 벗기고

 

그 다음날은 동네 홀아비가

몰래 들어와 입 틀어막고 늑대짓 해버렸다

세상이 아무리 요지경 속이라지만

여자인 조카를 고모를 이웃을

성추행하다니

 

대한민국이 법치국가 맞나.

대한민국이 복지국가 맞나.

 



 


 

다 좋은데 이 시는 좀 꺼림찍해서 올려봤다. 늑대도 그런 짓은 안 할 듯... 뭐 다른 건 다 넘어가더라도 시 자체가 좀 꺼림찍한 건 사실이다. 시대가 변하다보니 그렇겠지. 결말도 핀트가 어긋난 느낌이고, 뭔가 현실고발을 하고싶었던건 알겠는데 전체적으로 뭔가 하나씩 다 어긋나 있다.


그러나 저 시절에 정말 저렇게 살던 분들 많았을 듯. 그분들은 언어도 없고 논리도 없었으니 그냥 속에 묻으면서 내 팔자려니 내가 잘못했다 생각하면서 피눈물 삼키고 사셨을 거고...

 

모임에서 가끔 취해 내 몸도 제대로 못 가누는 때가 있다. 그게 싫어서 요즘은 술자리 자체를 안 갈 계획이지만. 실행해보니 괜찮다. 차라리 그 시간에 혼자 술마시고 책을 보면서 내 지식을 쌓는 게 더 알차더라.(집에 쌓여있는 책을 다 읽어야 하기도 하고.)

어떻게 살아왔느냐 묻는 친구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난 왜 돈 얼마 버느냐고 끈질기게 물어보던 친구가 떠오를까. 위로금 조성하자던 친구도 시각장애인인데 친구가 국회의원 되어 돈 많이 버는 게 아니꼽지 않았을까. 생각이 자꾸 부정적으로 흘러가네 ㅋ 동창회는 중학교 때 초등학교 친구들끼리 모이고 나서 느낌이 너무 안 좋아서 이후 한 번도 간 적이 없다.

 

최근 '애완동물도 탈 수 있는' 택시가 생겼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새롭게 시작하는 제도이다보니 반발이 많은 게 현실이다. 무엇보다 수수료가 비싼 게 문제인 것 같다. 소비자는 둘째치고 시각장애인들이 안내견과 같이 이용하기엔 좀 비싼 가격이 아닐까 싶다. 택시 회사들의 분노를 가라앉히려는 건 알겠지만, 여전히 안내견을 동물로만 인식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여전히 개선해야 될 점인 듯하다. 생각해보면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의 눈인데 일반 택시에 태우지 않는 게 잘못된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일어나라

 

봄, 모악산 연초록아

떠나는 님 붙잡지 못했다고 슬퍼하지 마라

님은 꽃비 흘리며 자꾸 자꾸만 뒤돌아볼 것이다

 

여름, 뱀사골 계곡아

님 데려갔다고 애석해 하지 마라

님은 새 세상에서 꽃밭 가꾸며 기다릴 것이다

 

가을, 내장산 단풍아

님의 가슴 시뻘겋게 불 지른 죄책감 갖지 마라

님은 온갖 세파에 시달려

새까맣게 타 들어간 속마음 말끔히 태울 것이다

 

겨울, 설악산 대청봉아

님이 걸쳤던 옷 모두 벗겨 갔다고 속상해 하지 마라

님은 머리 풀고 세상 떠돌다가 당신 앞에 설 것이다

 

자, 일어나라

모든 근심 걱정 훌훌 털고 새로 시작이다

 

여성에 관한 시가 거북할 뿐이지 다른 건 다 성실하고 솔직해서 재밌다 ㅎㅎ 시각장애인의 불편함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만 발언대 연설문이 당장 눈에 안 보이니 다 암기해야 한다는 게 제일 힘들어 보였다. 그러나 희망을 찾으려 노력하고 (소확행 어쩌고 하지도 않고 이불 속에서 울면서 한을 씻어버리려 하지도 않은 채) 불평 속에서도 권리를 쟁취하려 하는 그의 의지가 돋보인다.

개인적으로 이 시집 중 가장 좋아하는 시인데 장애와는 별 관련 없어서 올릴까 말까 하다 그냥 마음가는 쪽을 선택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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