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여성학 강의 - 한국사회.여성.젠더, 학술총서 22(개정판)
한국여성연구소 엮음 / 동녘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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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골학의 상대 수치에서 여성이 더 높게 나왔을 때 그렇다면 여성이 지적으로 더 우월하다고 결론을 내린다든지, 아니면 두개골의 수치에 따라 능력을 구분하는 전제를 의심해 보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 그러나 이러한 대응은 현재의 자연과학 체계에서는 거의 실현될 가능성이 없다. 왜냐하면 근대 자연과학은 전제 성찰을 중요한 부분으로 상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근대 자연과학의 가장 큰 특징을 객관성이라고 할 때, 이 객관성은 가치 중립적 관찰과 실험을 의미한다. 바로 연구 방법에 대한 강조이다. 이러한 관행에서 연구의 가설, 즉 '문제선택'은 곧잘 논의 대상에서 벗어난다.



 


 

이전에 환경연합이 과학적이지 못한 글을 쓴다고 집단적으로 여기 사람들이 비웃던데 난 오히려 그런 과학주의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핵시설이 위험한 건 엄연한 사실인데 과학이 최고다 주장하는 이들은 객관성을 내세운 나머지 처음부터 잘못된 가정에서 시작했다는 걸 덮어버린다. 이 책에서 따지는 것처럼, 그렇게 모든 시각을 자기 시대의 우월한 지식에 아부떨듯이 맞춰버린다면, 중세시대에서의 천동설도 그 시대에서 가능한 이론이었을 것이다. 일단 천동설 믿는 모임에만 가도 과학 이론을 맹신하는 당신은 그저 찐따다.


간혹 '나는 여성이지만' 피해받은 적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혹은 '내가 여성이어도' 남혐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면서 '남성인데' 왜 페미니스트를 지지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면서 남성이 여성에게 아부하는 것이라 일침을 놓는다. 물론 그런 사람도 일부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 여성들이 점점 일자리를 얻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남성들은 진보한 여성의 생각을 따를 수밖에 없다. 그래야 자신들이 구식 인간으로서 뒤에 처지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런 사고방식은 어떨까? 페미니스트들이 모두 남혐한다고 일반화시켜 생각하는 우리나라 여성이 막상 서구 백인들이 많은 나라에 가면 차별을 받는다. 혹은 삼성전자 등 우리나라 최고의 대기업에 면접을 보러 갔다가 부모님이 무슨 일을 하시냐는 생뚱맞은 질문을 들었다. 그러면 당연히 불쾌감을 느낄 것이다. '여성인데도' 차별감을 느껴본 적이 없다면 그렇게 해서라도 느껴보면 된다. 마치 기아의 고통을 느껴본 적 없으니 그들을 기리며 단식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멋은 없겠지만, 자신이 남혐을 하지 않는 마냥 꼴값을 떨진 않을 것이다. 간혹 정신이 제대로 박힌 친구라면 자신이 그동안 가부장제 체제에 기생하려 했다는 걸 문득 깨달을지도 모른다.

 

이는 내가 복싱을 했으니 남자들보다 강하다 주장하는 페미니스트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이 된다. 자신은 물론 특수한 신체적 조건으로 인해 강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여성은 힘이 약하다.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운동을 하지 못하도록 강요받았기 때문인데, 예를 들어 나는 일반여고 출신이란 이유로 학창시절 고2때부터 예체능이 금지되었다. 이는 현재와서도 마찬가지인데, 수능이 끝나면 모든 여고생들이 강제로 특활에 참가하여 메이크업을 배워야 한다. 이처럼 여성은 특수한 경우에 머물러 있기도 하다. 남자와 모든 일을 똑같이 할 수 있음을 강조하는 동시에, 필요하면 사회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 일부 남성 페미니스트들이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선 자신의 인성부터 유연해지는 걸 배워야하겠다. 페미니즘은 이 세상의 상식이다.




 


 

페친 분이 '책장에 책이 꽉 찼음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고 질문하셔서 책을 버리면 된다고 대답했다가 문득 본인의 책장도 초과한지 이미 오래되었다는 걸 떠올려서 확인해보니 역시 개판 오분전이었다(...) 그래서 오래 전에 다른 페친분과 다루기로 약속한 페미니즘 책들을 꺼냈다.


다른 책들도 다루겠지만 한동안 페미니즘 책만 실컷 이야기할 예정이니 혹시 거북한 사람은 이웃관계 끊어도 되겠다. 앞으로 용서없이 칼춤을 추고 불쇼 난동을 부리며 더 심하게 이야기할테니 말이다(...) 일단 이 여성학 강의를 들은 건 2008년이니 거의 11년 전이고, 페친분과 약속한 건 아마 3년도 더 전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세상은 변한 게 없냐;;; 특히 초등학생 교사;;;;

부모, 가족, 학교, TV, 대중 매체는 성 고정 관념에 따른 모델들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사람들은 여자와 남자라는 성정체성을 직간접적으로 내면화한다.


참고로 내가 애니를 보고는 있지만 성추행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여성상이 자꾸만 등장하는 면은 고쳐야 한다 생각합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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