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르초, 타르초 문예중앙시선 42
김형술 지음 / 문예중앙 / 201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좀비들 중에서

 

새벽 세시의 죽음엔 약간의 긴장이 필요하다

끊어지기 직전의 필름을 챙긴 후

지리멸렬한 술자리를 슬쩍 빠져나와

만취해 비틀거리는 거리에 손을 흔들어주고

흥얼흥얼 택시를 타는 제니스 조플린

육교 난간에 발을 올린 커트 코베인 사이

 

결정은 쉽지 않다

달려오는 차, 달려가는 차

어느 쪽으로 투신할 것인가

 

(아파트 단지 앞 인공호수에 쇠줄로 고정된 플라스틱 연꽃 한 송이, 물 위에 비친 제 모습 골똘히 들여다본다. 사시사철 밤낮없이 엄숙하고 경건하게, 제가 죽은 줄도 모른 채)



 


 

예전에 밤늦게 친구도 아닌 대학교 동기 혹은 운동권 아니면 녹색당 사람들과 술을 마시면 가산디지털단지 빌딩들의 불빛을 따라 자취방으로 향한 적이 있었다. 그런 때면 혼자가 아니었지만, 대부분 죽여달라고 소리지르며 차도로 달려들거나 혹은 차도에 대자로 엎어져 죽은 듯이 자고 있는 사람들이라서 마음이 든든하진 않았다.


버스기사 아저씨가 자살하려는 사람들을 붙들고 몇 시간 설교를 할 때엔 잠시 강건너 불구경 할 때의 그 따스함(?)이 잠시 느껴졌을 뿐인데, 이 시를 보니 그때가 생각난다. '딱딱하게 식어버린 감자튀김'이란 구절이 좀비들이란 시에 나오는데, 기왕 식은 감자튀김을 먹을 거라면 강원도 모 성당에 와서 나를 호출하고 맥주를 시킨 뒤 통닭과 감자튀김 세트를 주문할 것을 요청하는 바이다. (쪽지로 주소 요청하면 알려드림.) 나름 먹거리를 좋아하며 대식가인 동생놈의 증언으로는, 성인 남자 2~3명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양이라고 한다. 난 언젠가 친구와 한 번 치킨과 양배추 샐러드 세트를 시켰는데 양배추 5개는 들어간 것 같은 양이 나와서... 뭐 현재 제가 사는 곳은 어떤 음식점을 들어가도 굉장히 많이 주지만요.



 


 

천국의 개 시를 올렸다가 어떤 사람이 충격적인 댓글을 달아서 깜짝 놀랐다. 왜 짐승이 죽어서 지옥에 가 인간의 영혼을 괴롭힌단 말인가. 니가 학대해서 그렇겠지. 어느 개독교에서 가르친 이론인지 모르지만 잘못 생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인의 시를 모독하는 말일 뿐 그 이상 깊이 생각해볼 말이 아니라서 신고했다. 저런 글은 결국 자신 외 모든 생명체가 자신을 지옥으로 끌고 간다는 피해망상을 불러 일으키게 되고 결국 타자들을 해치게 된다. 맛서인도 같이 밥을 먹는 이들은 동물이요 혼자 먹으면 짐승이다 뭐 이런 개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하던데, 사람은 원래 동물이자 짐승이다. 자신을 세는 걸 빼먹고 돼지들을 세는 돼지의 우를 범하지 말길 바란다.



스프와 세탁기ㅡ조말선의 시 스프에 부쳐 라고 특이한 시가 있다. 시에 다른 시인 분 이름을 붙이는 경우는 많지만 이 시는 아예 그 분이 쓴 시까지 패러디한 듯. 특이한 시경구였다.

 

나는, 쓴다 중에서

 

빨리 잠들자.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내일 해야 할 일들을 챙기면서 설렁설렁 눈을 껌뻑껌뻑, 시간 도둑들, 늘 그렇듯 설렁설렁은 곧 취소당한다. 벌떡 일어나 티브이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담배꽁초에 불을 붙인다. 아, 어, 우, 후. 혼자 중얼거리면서 내일의 걱정 따위 까마득히 잊는다. 유령 하나가 나를 빨아들인다. 유령에게 내가 빨려 들어간다. 순식간에 바뀌는 시간과 공간, 이유 없이 서로 몸을 바꾸는 인물들이 나,를 헤집고 들어온다. 나는 무중력,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데, 이상하다. 아무 곳에나 존재한다. 새벽이 밝아올 때까지, 아침이 등짝을 후려칠 때까지.



 


 

담배피는 짤 올리려 했는데 전체 시 이미지상으론 이게 더 어울릴 것 같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