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바다 미궁의 기슭 십이국기 2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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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십이국기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른 채 흑기린을 코스프레한 적이 있다. (어린이인데다 동물이라 들어서 짜증났는데 알고보니 저에겐 좀 과분했던 캐릭터군요. 제 성격과도 맞고. 새삼 열심히 골라주셨는데 짜증만 냈던 저에게 열심히 맞춰주셨던 대학교 애니메이션 동아리 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그 시절엔 10살밖에 안 된 어린 아이를 흉내내야 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그런데 이 녀석 어린 시절을 보니 마음이 안타깝다. 원래 태어난 곳 자체가 이세계임을 깨닫고 적응을 하려 노력하지만 그것마저 제대로 안 되고, 자신이 몸을 둘 곳은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될 때 얼마나 괴롭고 힘들지.

굳이 잘못되었던 점을 따지자면 일단 이세계 사람들이 좀 너무 오냐오냐하는 경향이 있었던 듯. 친절한 여성들이 많아서 밖이 위험한 것도 제대로 몰랐고. 남자가 가끔 들어오긴 하는데 바깥 세상으로 데리고 나가서 이것저것 가르쳐 줄 수도 없고.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흑기린이 철없이 자랐던 것도 아니다. 어려서부터 할머니에 의해 엄하게 자라서 일본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은 한 마디도 안 하고 여선들 눈치만 보며 지냈던 것이다. 사람들에게 또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으니 불안하고. 여선들도 흑기린은 특이하다 변신도 못한다 수군대고. 아프리카 기린만 알아왔던 10살 아이한테 여러 상황이 닥치니 불안할 수밖에. 그렇다고 딱히 집에 돌아가고 싶다고 확정된 것은 아닌 듯하다. 일단 자신은 일본에 돌아가 집에 있어봐야 꺼림찍한 존재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흑기린의 선택이겠지만 그는 학대당하는 가정보다 이세계에 머무르기로 했다. 자신을 학대한 사람이 죽어서야 일본에 돌아오게 된 건 그 때문일 거라 무리수를 써서 짐작해 본다. 그렇지만 그 동안의 학대에 의해 상처받은 흑기린의 마음은 아직 치유되지 않았고, 그는 청소년기를 맞으면서 갈등하게 된다. 이 상황은 흑기린이 조금만 스트레스 받아도 사람을 산시가 그 원인이 되는 사람을 해치게 되는, 최악의 방향으로 나아간다.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2기였다. 주인공이 나오지 않는 긴 이야기였지만, 상당히 몰입해서 보게 되었다. 나도 저 시기 주변에서 이상하게 여길 정도로 똘똘했고, 엄한 가정에서 자라기도 했고, 왕따를 당하기도 했다. 그의 심정은 너무나 이해가 간다.

P.S 그보다 12국기 원작 아직 완결 안 난 겁니까 놀랍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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