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신세기 건담 X 1
야다테 하지메 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병자에겐 신연방도 혁명군도 없다.

 

 

예전에도 이야기했나 싶지만 난 손정의가 기업을 흥하게 함으로써 이름이 난 게 아니라 그의 특이한 성향 때문에 이름이 난 게 아닌가 싶다. 그 때문에 그가 투자에 실패한 것들이 꽤 많다. 그 중 대표적인 게 자동운전 쪽에 투자 안 한 것(자신은 운전하는 맛 때문에 끝까지 자동운전에 반대한다고 했지만 결국...), 그리고 반다이와의 연결 단절이다. 애니메이션 업체에 엄청난 편견을 가지고 있던 손정의는 일본 업계 내에선 그 특성으로 꽤 유명하다. 일본은 애니메이션 강국이라 애니에 투자하는 기업계에서는 관심이 많거든(...) 이런 점을 보면 또 지극히 한국인스러운 지라.

반면 삼성은 애니는 아니지만 특촬물 쪽에 꽤 관심이 많다. 수작이라고 이름난 가면라이더에는 자주 삼성의 제품이 출현한다. 비우주세기이지만 그래도 건담이라는 이름 자체가 거물인데 왜 뿌리쳤는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다. 전투씬 빼면 다 수작이었는데 쩝.

꿈과 희망이 없는 세상의 결정판.

지구에 콜로니 하나가 떨어진 이후 지구가 먼지에 뒤덮인 나머지 태양이 안 떠올라 겨울이 되어 거진 다 얼어죽는다. 과학으로 어떻게 해서 지구 환경을 회복시키자 갈데없는 귀환병들이 모빌수트로 마을을 습격해서 먹을 걸 턴다. 어차피 건담 미만 잡인 모빌수트인지라 메카닉에 실력이 있는 사람들은 먹고 살기 위해 어떻게든 모빌수트를 고물상에다 팔아치워 이득을 얻는다. 또한 파일럿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은 배를 찾아 용병으로 고용되어 계약직으로 일하며 먹고 산다. 반면 아무로처럼 초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다시 한번 더 전쟁을 일으키려는 사람들에 의해 이리저리 쫓기는 신세. 결론은 근데 공과생들만 먹고 살 수 있는 세상 아니냐. 아무튼 주인공 가로드가 또 엔지니어 분야에도 그렇고 뉴타입이기도 해서 점점 여자가 아닌 전쟁에 정신이 팔려간다. 티파가 워낙 예뻐서 경쟁자가 없기도 할 뿐더러, 끈질기게 그를 해치우려는 형제라던가 여러 상황이 그를 몰아세운다. 가로드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전쟁 상황에서 티파에게 반했던 처음 마음가짐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이 지극히 쌍팔년도스러운 그림과 감성이 좋다. 일본에서는 고래 사냥이 풍습으로 자리 잡았던지라 더욱 돌고래를 구하려는 노력이 감동적으로 보였다고 할까. 확실히 우주세기에서는 이런 감성이 좀 부족하지.​

 

쟈밀이란 인물은 건담에서도 꽤 레어한 인물이다. 자신이 뉴타입이기도 한 그는 전쟁 후에 뉴타입들의 인권을 보장하고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애를 쓴다. 트라우마 때문에 로봇을 다루지 못한다는 설정은 건담X가 진행될 때마다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에게도 한계가 있다. 일단 그는 자신이 전쟁 때 쌓은 명성과 인맥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의미로 뉴타입을 보호하더라도 한계가 있다. 일단 뉴타입 연구소를 부숴서라도 자신의 목표를 이루려하지만, 그렇게 하면 어쨌던간에 인간의 피해가 생기고 만다. 그리고 벌쳐라는 배 안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을 자신의 동료로 모집하진 못한다. 물론 고의로 그런 건 아니겠지만, 인공으로 만들어진 뉴타입은 끝까지 동료로 합류되지 못한다. 결국 뉴타입 능력은 끝까지 없는 것으로 밝혀진 에닐 엘이 굉장히 늦게 동료로 합류된 걸로 봐도 그렇다. 또한 전쟁에서 국가를 지키기 위해 연구소를 지키는 사람들, 전쟁에서 쓰여지길 기대했다가 거부된 사람들에겐 쟈밀이 굉장히 이기적인 인간으로 보일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애니는 의외로 평화를 지키는 데 최소한의 저항을 강조하며, 본격적으로 전쟁에 참가하기만 하면 무조건 진다. 그게 굉장히 특이한 점이기도 하다. 같은 건담인데도 어찌보면 턴A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토미노에 반대하는 노선을 취하고 있다. 쟈밀의 장점이던 단점이던 모든 면에서 토미노에 대한 저항이 엿보인달까. 당연 이 애니는 (토미노에 반발한다는 이유가 아니라 오직 지상전을 벌인다는 이유로) 건담팬들에게서 무시를 받고 사장되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건담X의 무시무시한 새틀라이트 포 덕분에 살아났다. 비폭력저항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 막상 애니에서는 잘 등장하지도 않는데 말이다(...)​

 

지금 시대상을 보면 어쩌면 희망만 품었던 마크로스나 건담 초기 감독들보다 건담X 시대 감독이 훨씬 미래를 정확히 예측했을지 모르겠다. 지금 세상은 인간의 로봇화를 넘어 로봇의 인간화를 바라고 있다. 인간을 훈련시키기보다 인간을 로봇에 갈아넣는 실험이 훨씬 더 현대적일지도 모른다. 어느쪽이 더 끔찍한지는 가릴 수 없겠지만. 뉴타입은 종교같은 것이라고 나도 생각한다. 신를 믿어서 병이 나은 게 아니라 믿음으로서 병이 나은 것이다. 세상도 결국 인간의 생각이 만들어낸 리얼한 환상일 뿐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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