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란 그렇게 생각할 시간도 없이 바빠.. 해야 할 일도 많고, 내 작품들을 팔기 위한 미팅도 많았어. 감독이 스스로 자기 영화를 파는 사람은 아마 유일하게 나 밖에 없을 거야. 왜냐하면 난 사업을 위해서도 알고 싶은 게 많거든...
홍식 그런 것 때문에 우리가 만나게 된 게 아닐까요? 우리같이 영세한 회사에서 매이져 배급사와 거래를 했다면 아마 <우작>은 내가 수입하지 못 했을 겁니다... 절 믿고 모든 작품을 맡겨줘서 고맙습니다.
세일란 아냐! 오히려 나에게 믿음을 줘서 고맙지. 모두가 돈으로 영화를 저울질 했는데 동생은 달랐어. 하하하... 덕분에 우리의 형제애는 더 두터워 졌잖아. 난 동생을 믿어!....
홍식 고마워요 형!.. 언제나 내 가슴 속에 큰 나무 누리 빌게 세일란! 하하하... 현재 한국에 <우작> 개봉을 준비하고 있고, 사진전도 준비하고 있는데 한국 관객에게 특별히 전하고 싶은 얘기는 없나요?
세일란 모두가 각자 정서가 다르고, 느끼는 가슴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뭐라 할 얘기는 없어. 한국에서도 내 영화가 개봉하게 된 점 기쁘게 생각할 뿐이지. 하하하...
홍식 한국에서 예술영화를, 특히 수입 예술영화를 개봉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나에게도 주변에선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많죠.
세일란 동생은 영화계의 돈키호테다.. 잘 될 거야. 의지가 강한 사람이야!...
홍식 현재 많은 극장을 가지고 있는 배급사와 얘기 중인데 만약 그게 잘되면 좋겠지만, 혹시 어렵다면 서울 2개관 정도에서 상영을 할 계획이고, 이후 지방으로 순회 할 생각입니다.
세일란 그 방법도 좋을 것 같아. 힘든 일을 너무 어럽게 할 필요는 없어. 홍식 그리고 형님의 사진전에 대해서 주변사람들과 상의 했고, 사진을 본 사람들은 뛰어난 영상미에 다들 놀라워합니다. 또한 터키대사관에서도 좋은 반응을 보였고 후원을 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기자들은 우리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제가 세일란의 전 작품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 눈여겨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로서는 조금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저는 단순한 개봉으로 끝날게 아니라 <우작>을 비롯한 형의 모든 작품을 소개하고 특히 “세일란”이라는 감독을 부각 시키는 것이 나의 큰 임무입니다.
누리 빌게 세일란 감독의 한국초대 특별 사진전에 전시될 작품중에서. 2005년 4월 코엑스 전시 예정
세일란 동생의 그런 점이 날 감동 시키는 거야. 세계의 많은 배급자들과 거래를 했지만 다들 돈, 돈, 돈 타령이었어...
홍식 참 인사가 늦었지만 부인, 형수님께선 어떠신가요? 산달이 다가올 텐데?
세일란 지금 임신 8개월째라 몸이 무거워.
홍식 건강한 조카가 태어나길 빌겠습니다.
세일란 고마워!..
홍식 사딕은 얼마나 가까운 친굽니까?
세일란 사딕은 내 영화 작업의 많은 도움을 주는 친구야. 우린 특별히 사무실을 두고 일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방면에서 많은 일을 도와주는 고마운 친구지. 홍식 사딕과 둘이서 영화사의 모든 살림을 같이 한다고 하는데 힘든 점은 없나요?
세일란 힘들지..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나 혼자 프로듀서 일에서부터 모든 걸 다 해왔기 때문에 큰 어려운 점은 없었어. 그러나 이제 일이 좀 커지고 해서 사무실도 차리고 직원도 뽑을 생각이야.
홍식 그 동안 그렇게 1인 체재로 작업을 해 왔다는 것이 참 놀랍고 존경스럽습니다.
세일란 다른 사람을 못 믿는게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데... 나는 조명에 대한 아이디어도 있고 사진 작가였기 때문에 카메라도 다룰 줄 알고.. 하지만 제작은 안하려고 했는데 내 영화를 제작 해줄 영화사가 없었기 때문에 내가 직접 해야만 했고, 그러다 보니 내가 다 할 줄 아는 거였고, 내가 모든 걸 하게 됐어. 하하하...
홍식 그 동안 영화 제작비는 어떻게 마련해 찍었나요? 점점 영화가 커져가는 걸 느낄 수 있는데 회사 자본으로 찍었는지 아니면 투자를 받았는지?
세일란 여태까지 내 영화는 작은 규모였기 때문에 모두 내 사비를 털어 제작했지. 그러나 다행히 첫 작품 <카사바>에서부터 상을 타며 다른 나라에 배급도 할 수 있었고, 거기서 얻어진 돈으로 <5월의 구름>을 찍었고 또 그 수익으로 <우작>을 찍었어. 모두 투자 없이 내 돈으로 영화를 찍은 것이지.. 그렇게 찍을 수 있어 다행이지 뭐!... 터키에서도 예술영화 시장은 힘들어.
홍식 어떻게 보면 단편<코자>에서부터 <카사바>, <클라우드 오브 메이>, <우작>까지 연관성 있는 작업형태인데... 다음 작품도 <우작>의 연계선상에 있는 작품인지 아니면 별개의 작업이 될 것인지? (세일란 감독의 모든 작품은 한국내 (주)문필름코리아가 수입한 상태이며 배급할 계획이다).
세일란 내가 여태까지 영화를 해오면서 느낄 수 있는 건, 내 이야기, 자전적인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작품 마다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다음 작품도 나의 이야기를 할 것이다. 혹 소재가 틀릴지는 몰라도 분명 <우작>의 연계선상에 있는 작품이 될 것 같아.
홍식 형수님, 부인이 <우작>에 출연했는데... 원래 배우였는지 아님 그냥 출연했는지? (우작에서 이웃집 여자 “청소기를 고치려고 왔던 여자")
(부인" 에민 세일란" 우측과 우측 끝, 키작은 남자 세일란 친구이자 경비로 나왔던 "사딕") 세일란 원래는 배우가 아니라 단편영화 감독이었어. 실은 다른 여배우를 쓰려고 연습까지 했었는데... 촬영도중 그 배우가 스케줄이 맞지 않아 아내가 출연하게 된 것이지.
홍식 영화에서는 얼굴이 가까이 보이지 않아 관객들은 잘 느끼지 못하겠지만, 실물은 참 미인이시다. 여느 배우 못지않게 말입니다. 하하하...
세일란 좀 다른 얘긴데.. 한국엔 터키 영화가 <욜>이후 두 번째로 소개될 영화라고 했지? ( “욜” 일마즈 귀니 감독 1982년 제35회 칸 그랑프리 수상작 )
홍식 그렇죠!
세일란 터키 영화가 국제적으로 발전한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칸이나 그 밖에 영화제를 통해 우린 영화를 알릴 수밖에 없지. 나도 그래서 베를린과 칸을 통해서 내 작품을 소개 하고 있으며 터키의 영화를 알리고 있는 셈이지. 아마 이런 경우는 한국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어. 이번에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한국의 <올드보이>가 뭔가 하나 타긴 탈것 같다는 말들이 많아.
홍식 <올드보이>는 한국에서도 작품성과 상업적으로 두루 성공한 작품이었죠. 중복된 얘길 수도 있는데 형은 앞으로도 독자적인 독립영화 형태의 작업 방식을 고수하실 건가요?
세일란 아마 그럴 것 같아. 난 사람들이 많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싫어. 20명만 넘어가도 짜증이 나. 난, 5명 정도로 일하는 게 가장 좋고, 나의 습관인진 모르겠는데 글을 쓰다 보면 자꾸 저예산 규모의 영화로 시나리오가 완성돼지. 홍식 <카사바>를 보면 굉장히 적은 스텝으로 일을 했는데 <우작>은 몇 명의 스텝으로 촬영을 했나요?
세일란 다섯 명의 스텝으로 완성했어.
홍식 참 대단합니다! 한국에서도 저예산 예술영화 감독들이 있는데 그 분들도 최소 스텝이 20명이 넘어가죠... 아무튼 <카사바>에서는 세 명의 스텝만으로 촬영하는 메이킹 화면을 봤는데 그 상황 속에서도 쫓기지 않고 여유 있는 촬영장 분위기가 참 부럽고 대단하게만 느껴졌었죠. 더 중요한 것은 그 화면 속에서 섬세한 연출력까지 느껴진다는 것이죠. 우리 사무실에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가끔 난 형의 메이킹 화면들을 보여줍니다. 그럼 모두가 하나 같이 놀랄 뿐 이었죠... 35mm 필름 장편 영화에서 가능한 일이냐고 말입니다.
세일란 하하하... 요즘은 다들 편한 것만 찾아서 그래. 생각해 보면 옛날엔 카메라도 무거웠고 기능도 별로였지만 요즘은 카메라도 가볍고 기능도 훨씬 다양해졌어. 안 해봐서 그렇지 다 할 수 있다고 봐.
홍식 해외 인터뷰 기사를 보니 어느 영화제에서 탄 상금을 독립영화 학생 두 명에게 지원한 적이 있던데 참 반가운 기사였죠. 그래서 저도 형의 그 정신을 이어받아 사진전 판매 수익 전액을 한국의 독립영화 학생들을 위해 쓰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세일란 참 좋은 아이디어야. 모든 걸 동생에게 맡겼으니 영화나 사진전 모두 좋은 성과가 있길 빌겠어. 먼 타국에 나의 분신과 같이 느낄 수 있는 홍식... 파이팅!
홍식 아뇨! 아직은 그런 말을 듣기엔 부족함이 많아요. 개봉과 전시회 때 형을 한국에 꼭 초대하고 싶습니다.
세일란 뜻은 고맙지만 아마 못갈 거야. 왜냐면 다음 작품 준비를 위해 다닐 곳도 많고, 이런 저런 해야 할 일이 많아. 무엇보다 시나리오 작업 전이라 마음의 부담이 커.
홍식 저의 영화적 스승은 “장이모”와 “기타노 다케시” 입니다. 두 사람의 색깔은 많이 다르죠, 그러나 두 사람의 영화는 나에게 꾀 충동적으로 다가왔고, 내가 결정적으로 영화를 꿈꿀 수 있는 채찍을 가한 사람들이죠.
세일란 나도 “장이모”의 작품을 좋아 했어, 그런데 요즘은 무협을 많이 해서 싫어.
홍식 글쎄 저도 그런 점에선 같은 생각입니다. <귀주 이야기> 까지는 좋았는데.. 하지만 어찌 보면 연기자가 늘 새로움 모습을 꿈꾸듯이 감독도 새로운 영화 색깔을 그리려는 것이 아니까 싶어요. 해외 기사를 보면 “체홉”이나 “타르코프스키”에게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은데... 영화의 큰 스승이 있다면 누구입니까?
세이란 “체홉” 같은 경우 나의 스승이라고 생각 하는데... 삶을 어떻게 보는가 우리의 일상적인 삶에 대해서 어떻게 봐야하는가 그런 것을 많이 가르쳐주고, 표면적으로 나의 영화 속에서도 디테일한 면을 지켜보면 체홉과 관련된 장면들을 자주 볼 수 있지. 그리고 브레송 도스토프스키등을 예로 들 수 있지.
홍식 형! 얘길 하다보니 출출해 지는데 어디서 식사를 하시면 체홉 등에 관한 얘길 더 듣고 싶습니다. 세일란 그래 그럴까, 그럼 일어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