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영웅들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는 아직 아닌, 의대 졸업을 앞둔 23살의 청년 에르네스토 게바라이다. 에르네스토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이라는 공통 분모를 가진 알베르토와 라틴 아메리카 여행을 계획한다. 여행의 목적은? 세상을 알고 싶다. 계획은? 대책없다. 칠레와 페루를 거쳐 대륙의 베네수엘라에서 여자들과 와인을 마시겠다는 치기어린 꿈을 .

 

과연 움직이기나 할까 싶은 고물 오토바이 포데로사에 짐을 잔뜩 싣고 나란히 앉은 그들은 호기롭다. 포데로사는 연기를 뿜으며 가르릉거리지만 경쾌한 출발에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흙먼지를 뽀얗게 일으키는 포데로사 뒤로 라틴 아메리카의 널따란 평원이 아름답게 펼쳐지고 그들은 기세좋게 달린다.

 

영화의 초반은 유쾌하다. 알베르토의 허풍과 철부지 같은 투정은 유머러스하고, 지나치게 정직해서 문제라는 에르네스토와의 가벼운 마찰과 화해도 사랑스럽다. 개울에 쳐박히고, 바람에 텐트가 날아가고, 눈밭에 묻히기도 하지만, 역시 젊은 날의 고생이니 만큼 대수롭지 않다. 약간의 사기를 치면서 잠자리와 먹을 것을 구하고, 매력적인 여인들에게 눈길을 던지는 청년의 여정은 그렇게 마냥 이어질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골골하던 포데로사는 기어코 이들 앞에서 쓰러져버리고, 이제 이들은 걸어서 여행을 계속한다.


 

그때부터였을까, 그들이 바라보는 대상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경작하던 땅에서 예고없이 쫓겨난 농부, 이런 저런 이유로 세상에서 도망친 사람들이 모여들어 비인간적 대우를 감수하며 일자리를 찾는 추끼까마따 광산, 스페인 침략의 역사가 눈에 보이는 잉카 유적지, 그곳에서 하릴없이 굶주리는 원주민 여인들. 에르네스토의 눈동자가 변한다. 토착당을 만들어 원주민 사회를 개혁하자는 알베르토의 말에 에르네스토는 없는 혁명은 절대 성공 못해.’라고 단호하게 대답한다. 맨손으로 환자들과 악수를 나누며 시작한 빠블로 나환자촌에서의 3. 떠나기 전날, 에스네스토의 24번째 생일, 그는 환자들과 생일 파티를 하겠다며 한밤에 강을 헤엄쳐 건넌다. 그렇게, 그는 환자촌과 의료진의 숙소를 가르고 있는 강이라는 차별에 항거한다.

 


 

영화는 비장미 넘치는 영웅들을 말하지 않는다. 호기심 많고 순진한 청년이 위에서 보내는 나날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따라갈 뿐이다. 혁명가로 변신하는 극적인 계기도 없고 커다란 사건도 없다. 그러나, 세상에 드리워진 차별을 인식하고 인간에 대한 사랑에 눈떠 가는 조용한 내적 혁명은 분명하게 느낄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은 한때 그의 발이 아르헨티나 땅을 밟고 있었던 시절을 떠나보냈다. 이 기록을 재구성하고 다듬어내고 있는 사람은 더 이상 내가 아니다. 적어도 과거의 나는 아니다."

 

위대한 혁명가 게바라를 탄생시킨 젊은 날의 여행에의 동참. 체를 가슴 속에 느낄 있는 따뜻한 시간이다.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플레져 2004-11-14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젊은은, 청춘은 많은 것을 저지르게 하는 것 같아요. 순수함을 내포하여서 더욱 빛나기도 하지요... 스틸컷만 봐도 좋아요. 자연은 위대한 영화 셋트라니깐...ㅎㅎ

IshaGreen 2004-11-15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체게바라가 포데로사를 타고 떠난 라틴 여행기를 읽고 많은 감명을 받아서
이 영화 보고싶었는데....친구들이 체게바라를 모르는 사람도 허다하답니다..흙...-_ㅠ

혼자라도 보러 갈 생각입니다....ㅡㅜ

urblue 2004-11-15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정말이지 라틴 아메리카의 풍광은, 낯설면서도 놀랍습니다. 저 매력적인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보다 뒷편의 풍경에 눈길이 더 가던걸요.



우르바시님, 좋은 영화는 원래 혼자 보는 거랍니다. ^^

Laika 2004-11-15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남미의 멋진 자연이 펼쳐지는 영화더군요... 여행이 사람의 인생을 이렇게 바꿔놓을수 있구나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런데, 우르바시님 말처럼 체게바라를 모르는 사람이 많더군요..오늘 아침 영어수업에서 이 영화를 얘기했더니 아무도 모르더군요.

urblue 2004-11-15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이카님, 반갑습니다. 그래도 극장엔 제법 사람이 많더군요. 썰렁하지 않아 좋았습니다. 체 게바라에 대해선, 아마 모르는 사람이 훨씬 더 많겠지요. 같이 영화 본 제 친구만 해도, '체 게바라'란 이름외엔 전혀 모르던걸요.

로드무비 2004-11-15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멋진 영화 보셨네요.

저도 꼭 보고 싶게 리뷰를 쓰셨구만요.

chika 2004-11-15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꼭 보고 싶어요!!!

글고... 저, 받았답니다 ^^

urblue 2004-11-15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 뭘로 받으셨나요? 제가 궁금합니다. ^^

숨은아이 2004-11-15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V에서 소개된 걸 봤을 땐 그저 그랬는데, 블루님 글 보니 보러 가야겠어요.

urblue 2004-11-16 0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만든 영화다 아니다 따지기는 애초에 무리인 것 같습니다, 제게는.

하여간 꽤 재미있어요. 풍경도 멋지고, 배우도 그렇고.

비연 2004-11-24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봤는데(리뷰도 썼구요..ㅋㅋ) 참 좋은 영화였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