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빈털터리로 상경해 사진작가로 자리잡은 마흐무트. 처음 사진을 시작했을 타르코프스키 같은 사진을 찍고 싶다 했지만, 이젠 타일 공장의 광고 사진에 만족하면서 여자들이나 찾는 중년의 사내. 고향에서 올라온 친척(유스프) 마냥 기다리게 하고 (잊었다 말하지만, 진짜 잊고 있었을까. 잊었다면, 친척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냄새나는 유스프의 신발에 신경질을 부리고, 타르코프스키의 영화를 보는 하며 포르노 테잎을 돌리고, 신원 보증 얘기를 꺼내는 유스프 앞에서 딴청을 부리고, 전화를 엿듣고, 좋은 사진이 나올만한 장소를 귀찮다고 지나치는 사내는 어디 군데 예뻐 구석이 없다. 일자리를 부탁하는 유스프에게 그가 소리친다. ‘ 여관비도 없이 이스탄불에 와서 혼자 힘으로 이만큼 냈어. 자존심을 지키는 쉬운 알아. 뭐야, 남에게 기댈 생각이나 하고.’ 그는 과연,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 모든 이루었을까. ‘내가 너만할 …’ 어쩌구 하는 소리들을 확인할 없다는 뻔하다. 이혼을 앞두고 임신한 아내에게 아마도 낙태를 강요했을 남자, 그러면서도 아내에게 결코 사과의 마디 건네지 않는 그가 말하는 자존심이라는 도통 신뢰할 수가 없다.

 

한편 유스프는, 불황의 여파로 일자리를 잃고, 집에서는 돈이 없어 어머니가 치과에도 가지 못하는 상황인데도 정신이 없어 보인다. 여행을 하면서 돈도 벌겠다며 뱃사람이 되겠다고 한다. ‘바다에는 불황이 없잖아요.’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다. 여기저기 선박 회사를 기웃거리지만 정말 일자리를 구할 생각이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느긋한데다, 눈에 띄는 여자들의 꽁무니를 쫓아다닌다. 마흐무트가 집을 비운 맥주며 안주 부스러기며 담배 꽁초로 집안을 더럽히고도 미안한 모르고, 약속한 일주일이 하루 이틀 지나자 오히려 낸들 어쩌냐 식의 뻔뻔함을 드러낸다.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버팅기는 하다.

 

이들에 대한 감독의 시선은 상당히 건조하다. 조금도 포장하지 않고 온갖 구차함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런데, 알량한 자존심과 무사태평의 안일함으로 무장한 마흐무트와 유스프를 마냥 미워하거나 한심스러워 수가 없다. 사는 별거냐, 비슷한 . ‘ 너와는 달랐어.’라고 변명하는 마흐무트에게서 유스프의 모습이 보이고, TV 앞에 널브러져 있거나 여자 뒤를 쫓는 유스프에게서 마흐무트를 본다. 어쩌면 그들이 가졌을, 그러나 현실의 장벽 앞에 꺾여버렸을지 모를 꿈이라는 내게도 유효한 얘기다. 그리하여 그들에게 화를 내거나 혀를 차기보다는 아릿함에 가벼운 한숨을 내쉬게 된다.

 

 


 

 

롱테이크로 이어지는 이스탄불의 풍경이 신산하다. 눈밭에서 구르는 연인들의 모습은, 그걸 바라보는 유스프의 시선 마냥 낯설기만 하고, 높은 파도가 치는 해안은 을씨년스럽다. 벤치에 앉아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담배를 피우는 마흐무트들, 홀로 거리를 방황하는 유스프들이 고독을 친구 삼아 살아가는 , 눈에 비친 이스탄불이다. 하기야, 어딘들 다를까만은.

 

* 어째 요즘은 영화를 보고 나서 체념조의 말만 늘어놓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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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4-11-11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곱씹게 하는 영화일 듯하니 좋은 영화는 틀림없을 것 같은데, 왠지 오늘처럼 우울한 날엔 더 쓸쓸해질 것 같은 영화 같아요. 그런데도 이 영화 보고 싶네요. ^^

urblue 2004-11-11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시면 좋아하시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저 볼 때 관객이 스무 명을 넘지 않더군요. 그래도 뭐 제법 오래 할 것 같긴 하던데요. 시간 한 번 내 보세요. ^^

바람구두 2004-11-11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화면...

urblue 2004-11-22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르코프스키는, <희생> 보다가 잠든 기억 밖에 없습니다. -_-;

황량함으로 치자면, 유스프도 별다를 게 없는 것 같습니다.

전 계속 그런 생각이 들더이다, 마흐무트와 유스프가 결국은 한 사람인 것 같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