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토 그라나도 인터뷰

“마치 내가 지금 막 그 오토바이에서 내린 것만 같다”


올해로 여든세살인 알베르토 그라나도는 <모터싸이클 다이어리>가 영화화되는 데 있어 결정적일 수밖에 없었던 사람이다. 두 사람이 함께했던 여정에서 남은 이 한 사람은, 월터 살레스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 호세 리베라가 4년 전 쿠바 아바나로 날아가 처음 만났을 때 살레스의 표현에 따르면 “놀라울 만큼 건강했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좋은 기억력”을 갖고 있었다 한다. 알베르토 그라나도는 그들의 여행이 왜 중요했는지, 그들의 미래에 얼마나 결정적이었는지를 살레스와 리베라에게 이해시켰다. 예전의 사람들과 예전의 일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끔 눈물이 난다는,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의 남미여행 동반자 알베르토 그라나도와의 인터뷰를 싣는다.


당신과 게바라와의 여행기가 영화로 만들어진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다소 놀랍다. 두 젊은이가 라틴아메리카를 발견하기 위해 떠났던 여행이 이런 결과를 낳을 줄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물론 에르네스토와 내가 우리의 신념에 따라 끊임없이 활동하고 살아왔다는 점은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우린 항상 우리가 해야 한다고 믿는 대로 행하고 살았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말이다. 이 영화가 왜 만들어져야 하는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결코 기대해본 적은 없지만 말이다.

게바라와 함께 거쳐간 장소들을 되돌아보니 어떠한가.
(웃음) 기쁘다. 그리고 내 삶에 대해 감사한다. 삶이 나에게 내려준 모든 것들에 대해 감사한다.

이 영화에서 오토바이(영화에서는 게바라와 그라나도가 여행 당시 탄 것과 동일한 종류의 오토바이를 사용한다)를 보았을 때 어땠는지.
(웃음) 물론 감동받았다. 정말 사랑스러웠다. 우리가 오토바이와 이별하는 장면을 감독이 정말 잘 찍었다고 생각한다. 마치 내가 지금 막 그 오토바이를 뒤로 하고 떠난 것처럼 감동적이었다. 그 가여운 오토바이를 천으로 덮어 씌우고 떠날 때의 느낌이 생생하다. 영화를 보다가 두 장면에서 울었다. 하나는 오토바이와 이별할 때였고, 또 하나는 에르네스토가 아마존 강을 건널 때였다.

당신과 게바라의 여행이 이 영화 속 여행과 같거나 다른 점은 무엇인가.
우리의 여행이 상징하는 것은 나와 체, 나와 쿠바혁명의 관계이다. 난 평생 그 여행을 기억했다. 비행기나 오토바이를 볼 때마다 그때가 떠오른다. 월터 살레스는 실제로 50년대에 내가 어땠는지를 아주 정확하게 이해한 듯하다.

실제 여행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나.
물론이다. 난 그 여행에서 많은 우연들을 경험했다. 이 영화 속에 나오는 장소들을 보면서 온갖 사소한 기억들과 내가 겪은 모험과 내가 만났던 사람들이 떠올랐다. 게다가 체 게바라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지 그의 연설과 정치적 삶만 알 게 아니라 그의 배경도 알 필요가 있다. 그가 어떻게 자랐는지, 그의 여행이 어떠했는지 하는 것들 말이다. 이 모든 것들에 힘입어 나는 아직도 그 여행을 잊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많다. 하지만 나에게 가장 감동적이었던 순간은 산 파블로의 나환자들이 우리를 배웅해줄 때였다. 그 순간을 결코 잊을 수 없다. 그들은 보트를 타고 의사와 간호사들이 있는 곳으로 건너왔다. 비가 오는 날이었다. 환자들은 우리를 위해 음악을 연주했고, 작별의 인사를 건넸고, 우리가 그들을 얼마나 보통 사람들처럼 대해줬는가에 대해 그리고 그들이 결코 그걸 잊을 수 없음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린 너무 감동을 받아서 할말을 잃고 있었다. 조명이 나빠서 사진을 찍지 못했다는 게 유일한 후회다.

아직도 오토바이를 탈수 있나.
이제는 탈 수 없다. 일전에 가엘이 나를 오토바이에 태운 적이 있다. 같이 운전을 하긴 했지만 사실 내가 운전사는 아니었다. 오토바이를 타기에 여든 살은 너무 늙은 나이다. (웃음)

※이 인터뷰는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열린 기자회견 인터뷰와 해외 인터뷰 기사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월터 살레스 감독 현지 인터뷰

“이 영화는 마치 재즈처럼 각본을 바탕으로 즉흥 연출되었다”


기대했던 대로, 월터 살레스 감독은 온몸에 선한 인상을 풍기며 토론토 파크하야트 호텔 스위트룸에 들어섰다. 시종 웃음을 잃지 않으려는 밝은 태도를 천성으로 타고났는지, 작고 갸름한 얼굴에 보기 좋게 잡힌 주름 자리가 아주 오래돼 보였다. 어느 인터뷰에선가 “나는 브라질(Brasil)이란 단어에 결코 s 대신 z를 쓰고 싶지 않다”고 단호히 말했던 살레스는, 기본적으로 모든 질문에 성실히 응하면서도, 영화 자체보다는 남미 문화에 관련된 질문에 더 많은 열성을 보인 남미 감독이었다.

영화는 어느 정도 원작에 충실했으며, 어떤 부분에서 극적인 변형을 가했는가.
우선 각본은 세 가지 원작에 충실하게 쓰여졌다. 에르네스토 게바라가 쓴 <나의 첫 대 여행>(Mi Primer Gran Viaje)과 <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즈-남미여행에 관한 기록>, 알베르토 그라나도의 여행일지인 <체와 함께한 남미여행> 등이다. 흥미롭게도 두 사람의 책은 정말 다르다. 에르네스토의 책은 시간이 훨씬 지난 뒤에 쓰여졌기 때문에 더 다듬어져 있고, 젊은 이상주의자로서의 지난날을 되돌아보면서 남미대륙을 실제로 발견해가는 과정에 변하는 자신을 보여준다. 반면 알베르토의 책은 바로 그 자리에서 쓰여진 것이다. 훨씬 생동감이 있고 당시에 일어났던 일을 훨씬 섬세하게 묘사한다. 예를 들어 에르네스토가 아마존 강을 건너는 대목에 대해 에르네스토 자신은 한 단락으로 쓰고 있지만 알베르토는 아주 길게 그 순간을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영화 속에 가미된 극적인 설정들은 당신이 생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알아차리기 어렵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이 세권의 책에 충실하게 만들어졌다.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과 로드리고 드 라 세르나는 부분적으로 이 영화가 즉흥 연출로 만들어질 거라는 점을 알고 있었나. 몰랐다.

왜 말해주지 않았나.
기대하게 만들려고 그랬다. (웃음) 일단 그들은 준비가 잘돼 있었다. 시나리오 리허설뿐 아니라 영화에 필요한 남미 문화에 대해서도 많은 준비를 거쳤다. 50년대의 아르헨티나 역사와 영화, 히트곡들에 대해, 50년대의 칠레와 페루에 대해, 그리고 잉카 제국에 대해 미리 세미나도 거쳤다. 자신들의 캐릭터에 대해서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대륙에 더 깊숙이 들어갈수록 그들은 상황에 더 잘 맞춰갔다. 그렇게 길을 따라 즉흥성을 발휘하려면 기본적으로 각본이 아주 좋아야 한다는 게 중요하다. 각본의 구조가 기본적으로 탄탄해야 그것을 바탕으로 영화를 확대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재즈와 비슷하다. 재즈는 기본적으로 핵심이 되는 주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주제의 주위를 돌면서 얼마든지 변형을 가할 수 있다. 그렇다 해도 마지막엔 항상 핵심으로 돌아온다. 그것이 각본과 영화의 즉흥성과의 관계다.

영화는 두 사람이 무작정 짐을 싸서 떠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주인공들에 대해 사전 설명을 덧붙이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그게 바로 보통 전기를 다룰 때 사람들이 떠올리는 방식이다. 이 영화는 그런 식의 의도를 담고 있지 않다. 단순히 한 인물의 어떤 과거를 제시함으로써 그가 나중에 왜 그런 사람이 되었는가를 이해시키려는 게 목적이다. 인물에 대한 설명은 주어진 디테일을 갖고 알아가야 하는 게 이 영화가 제시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에르네스토가 사는 집이나 그의 부모님이 입고 있는 옷을 살펴보면 에르네스토가 그럴듯한 중산층 가정을 배경으로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그가 그런 사회적 지위를 넘어서고 싶어하는 것도 알아차릴 수 있다. 그런 방식이 사람들에게 익숙하지는 않겠지만 나에겐 흥미롭다.

음악이 정말 아름답다.
아르헨티나 영화음악가 구스타보 산토라차가 만들었다. 그는 지난 몇년 동안 직접 남미를 두루 다니면서 음악을 조사하고 수집, 보관해온 사람이다. 그는 남미 악기의 거의 대부분을 연주할 줄 안다. 이 영화음악에 쓰인 악기도 80%는 그가 직접 연주한 것이다. 다 비슷하게 들려도 남미 음악은 국경 하나만 넘으면 악기가 달라진다. 따라서 영화음악도 여정을 따라 악기를 달리한다. 산토라차는 정말 특별한 재능을 가진 음악가다.

로버트 레드퍼드가 이 프로젝트를 제안했다고 알고 있다. 게바라의 일생 중에서도 하필 이 여행기를 그가 제안한 건가.
우선 레드퍼드는 굉장히 정치적인 사람이다. 남미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그는 선댄스 인스티튜트를 통해 브라질, 칠레, 아르헨티나, 쿠바 등 남미 국가들에 관한 세미나도 열었을 만큼 몇년간 그 분야에 깊이 관여해왔다. 레드퍼드는 남미대륙에 관해 우리 남미인들만큼 열정을 갖고 있다. 그는 이 다이어리가 영화화될 거라고 생각한 동시에 영화화돼야만 한다고 믿었다. 그는 이 영화가 남미 스페인어와 남미 출신 배우들로 만들어진다는 점에도 처음부터 동의했다. 이 영화를 할리우드 배우들이 찍는다고 상상해보라. (웃음) 우린 모두 낙담했을 거다.

토론토=인터뷰 박혜명 tuna@cine21.com

출처 : 씨네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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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4-11-14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신다더니...보셨군요! 조제... 그 영화를 놓쳐서 무지 아쉬워요 ㅠㅠ

urblue 2004-11-14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봤지요. ^^ 저도 조제 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영 그렇더라구요.

숨은아이 2004-12-02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뒤늦게 퍼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