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는 잘 끝났다.
9시(청소), 12시(가구), 2시(이삿짐), 3시(인터넷), 4시(냉장고)로 이어진 내 계획표가 착착 맞아들어가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던 중,
책장 선반 몇 개가 빠져서 왔고,
냉장고가 배달되지 않는 사고가 생겼고,
가스렌지를 사지 못했고 (당분간 집에서 아무것도 해 먹을 수 없다),
새로 산 테팔 후라이팬이 사라졌고,
나중에 보니 욕실이랑 씽크대랑 청소가 마음에 들 만큼 되어 있지 않았고,
청소하느라고 전입 신고도 못했고,
옷장, 서랍장, 책장, 씽크대에 짐이 되는대로 옮겨져 어디에 뭐가 있는지 한참 헤매야 찾을 수 있고,
덕분에 앞으로도 며칠 동안은 짐 정리하는라 다시 기운 빼게 생겼지만,
어쨌거나 이사는 잘 끝났다.
새 집, 새 침대, 새 침구 속에서 눈 뜬 첫 아침. 그리고 생일.
출근하기 전 문 앞에서 애인이 "생일 축하해요."라고 축하 뽀뽀까지.
이제, 시작이다.
봄이다. (라고 하고 싶었는데, 오늘은 너무 춥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