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라라라!! 1 - NT Novel
나리타 료우고 지음, 민유선 옮김, 야스다 스즈히토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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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바카노!, 바우와우! 쓴 '나리타 료우고' 작가의 세 번째 작품이 국내에 출간되었다.
  듀라라라!!
  전작 바카노나 바우와우에서도 드러난 점이지만, 나리타 료우고 작가는 구성에서 뛰어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야기를 전개하고 이끄는 솜씨가 상당하다. 라이트 노벨 중에서 이 정도로 구성을 잘하는 작가가 또 있을까? 게다가 이런 한 권짜리 이야기를 말이다. 구성에서만큼은 정말 최고의 경지에 이른 작가가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특히 다양한 캐릭터들을 한 권 안에서 모두 소개시키고 각자의 개성을 부여하면서 이야기를 엮어 나가는 솜씨는 정말 일품이다. 개인적으로 같은 한 권짜리 책이라도 바우와우! 보다 더 구성이 뛰어나고 재미가 있다고 느꼈다. 사실, 바우와우!는 일러스트의 힘도 컸고, 두 사람의 대립도 좋았지만, 아무래도 좀 가볍고 힘이 없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듀라라라!!는 달랐다. 두 세사람이 아닌 좀더 많은 캐릭터에 힘이 실리고, 그래서 이야기가 좀더 견고하고 단단한 느낌이다. 그 묵직한 중량감 때문에 이야기는 더욱 매력적이다.

  현대를 배경으로 인터넷을 소재로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중간 중간에 나오는 채팅은 나중에 다시 읽어보면 작가의 치밀함에 놀랄 지경이다. 이야기를 이토록 잘 배합하고 엮어나가는 작가가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게다가 단권 짜리 이야기에 이토록 많은 인물들을 등장시키면서 전부 개성을 주고, 빛이 나게 하고, 활약을 하게 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하다. 더 적은 캐릭터를 가지고 더 많은 분량에서도 쩔쩔매는 사람도 있는데 말이다.

  인터넷을 소재로 하는 이야기들은 정말 사실성이 있어서 무서울 정도이다. 개인적으로 흥미가 가는 이야기였다. 내 취향의 이야기라고 할까? 작가의 생각에 많은 공감이 갔다. 인터넷이란 곳을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았다.

  비일상을 동경하는 소년도 마음에 들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비일상을 동경하지 않던가?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의 쿈도 그렇듯이. 이 중학생 소년 역시 비일상을 동경한다. 그게 꼭 내 모습처럼 생각되어서 감정 이입이 되었기 때문에 이 책이 더욱 재미있게 읽혀졌으리라.

  현대에 판타지 배경은 사실 잘 어울리지가 않다. 듀라한의 존재는 이질적이었다. 그런데도 끝까지 힘을 잃지 않고 캐릭터를 살려 나가는 작가의 힘이 놀랍다. 이질적이면서도 독자는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현대에 듀라한이 같이 살아간다는 사실을 말이다.

  단권이라 아쉬운 이야기다. 그러나 후속권이 있다는 역자 후기에 희망을 찾는다. 부디 다음에 더욱 즐거운 이야기를 후속권에서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처음에는 사실 지루할 수도 있다. 수많은 인물들이 쏟아져 나오고, 각자 자기 얘기들만 해대니 말이다. 도통 이 소설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감이 안 잡히고 하니, 정말 재미가 없고 읽는 게 고역일 수도 있다. 연재물이라면 엄청 인기가 없었으리라. 하지만, 중반을 넘어가면서 점차 독자들은 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머릿속에 관계도가 그려진다. 그리고 비슷한 시점에 주인공도 그 사실을 깨닫는다. 작가가 독자들을 위해 힌트를 주고, 주인공은 조금 늦게 독자들과 마찬가지로 모든 진상을 파악하게 만든다. 이로써 독자들은 우월감을 느끼면서 재미를 느낀다. 이건 작가가 독자에게 미끼를 던지는 것과 마찬가지인 기법인데, 작가는 효율적으로 잘 사용하고 있다.
  아무튼, 이 작가의 특징은 마치 바카노처럼, 또는 바우와우처럼 막판 클라이막스에 모든 사건의 종착점이 존재한다. 거기에 모든 캐릭터가 모이고, 모든 사건이 모인다. 퍼즐이 완성된 것이다. 그리고 터지는 클라이막스! 이 카타르시스는 정말 대단하다. 이런 기쁨, 희열을 느끼기 위해서 우리는 라이트 노벨을 읽지 않던가? 이 작가는 정말 큰 재미를 우리에게 안겨준다. 신난다! 바로 이런 이야기를 원했어! 와우! 맙소사! 탄성이 절로 나오게 하는 신나는 이야기! 이것이 바로 듀라라라!!

  강력 추천 작품이다!

  별 다섯개를 다주고 싶은 정도의 작품이랄까. 아직 읽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강력 추천이다. 1권 밖에 안 되면서 뛰어난 재미를 품고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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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 4, NT Novel
타니가와 나가루 지음, 이덕주 옮김, 이토 노이지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스즈미야 하루히. 지구 대세라고 불리며, 도쿄 애니에서 만든 애니는 올해 최고의 화제작을 떠올랐다. 앤딩 댄스의 인기. 높은 작화의 퀄리티. 뛰어난 연출. 셀 수도 없이 무수히 많은 패러디. 애니의 열풍은 소설에도 영향을 끼쳤다. 사실 일본에서도 제 8회 스니커 대상을 받은 작품으로 2005년도 라이트 노벨 판매 1순위의 작품이었지만, 애니가 방영된 이후로는 150만부나 더 팔린 280만부를 기록했다고 한다. 바야흐로, 스즈미야 하루히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현재 YES24 베스트 셀러 5위에 랭크되어 있다. 종합 목록에서 말이다. 놀라울 지경이다!)
  때마침 7월에 발간된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애니가 끝나고 허탈해하는 사람들 앞에 스즈미야 하루히 최고의 에피소드라고 하는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설이 나타났다. 사람들은 열광하면서 읽었고, 모두 한결같이 이 이야기를 2기로 애니화 해달라고 외치고 있다.
  필자도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을 보자마자 단숨에 그 자리에서 읽어버렸다. 그만큼 재미가 있고, 흡인력이 뛰어난 책이었다. 사실 오래전부터 인터넷에서 소실의 대략적인 정보는 듣고 있었다. 아니, 쿈은 오히려 귀찮아 하고 있지 않았나? 평범한 일상을 바란게 아니었나? 자신이 원하는 평범한 일상이 되었는데, 왜 다시 원래 세계로 돌아가려고 애쓸까? 그런 위험한 세계 따위가 뭐가 좋다고? 그냥 평범한 세계로 사는게 더 낫지 않나? 그런 질문이 나를 계속 괴롭히면서 소실을 더욱 읽고 싶게 만들었다.
  소실을 다 읽고 나서는 이제 궁금증이 풀렸다.
  평범한 일상은 바로 우리들이 사는 세계인 것이다. 지금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 타자를 쓰고 있는 내가 겪는 일상과 다를 바 없었던 것이다. 그런 것은 내가 이제 읽을 필요 따위도 없다. 스스로 겪고 있으니. 그래서일까? 쿈에게 감정 이입이 되면서 쿈과 함께 필사적으로 원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을 찾게 되었다. 물론 쿈에게는 다른 이유가 더욱 컸다. 스즈미야 하루히. 그녀가 사는 세계. 그녀가 만든 전골을 먹고 싶다는 것. 쿈데레 녀석 같으니라고.
  하여간, 숨막히게 읽었다. 특히 필자는 시간이동물을 너무 좋아한다. 타임 리프도 좋았고, 백 투더 퓨쳐도 좋았고, 나비효과도 좋았고, 심지어 배틀쉽걸도 좋았고, 서즈데이 넥스트 시리즈인 제인에어 납치 사건도 좋았다. 그래서 이번 에피소드에서 여러 번의 시간이동이 나오는 것이 너무나 즐거웠다. 시간이동물이 왜 이리도 좋은 것일까? 아무튼 웃음이 나고 더욱 재미있게 읽었다.(시간이동물 만이 할 수 있는 암시나 복선도 마음에 들었고.)
  아무튼 다들 인정하다시피 이번 편은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의 전환점이 되는 소설이다.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이 원래 이야기가 다 끝난 소설이었다. 그런데 억지로 늘렸기 때문에 스즈미야 하루히의 한숨은 사실 재미가 떨어지고 작품성도 형편없었다. 그래서 걱정이 많았다. 뒷 이야기들도 이런 식이면 정말 아무런 가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오로지 1권에서만 빛나고 나머지는 형편없다면 나올 이유가 없지 않은가. 독자들도 읽을 필요도 없고.
  그런데 이번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편에서는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한 것이다. 우울의 틀에서 벗어나 좀더 새로운 이야기로 도약한다. 유키가 부각되면서 이야기는 좀더 다채로워진다.
  2권을 읽을 때까지 생기지 않았던 기대가 4권을 읽은 후에는 생겨났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지고 어떤 모험이 생길지 기대가 되는 것이다. 그만큼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에서는 독자들에게 충분한 긴장감과 흡인력 몰입감을 주었다. 이것은 큰 기대감을 심어준 것이다. 앞으로도 이렇게 신나는 모험을 경험하게 해주겠다는 것 말이다. 게다가 쿈의 매력도 상당히 증가되었다. 에필로그에서 쿈의 대사는 누구나 인정하듯이 강하고 멋있고, 속 시원한 이야기였다. 이런 점이 1인칭 주인공의 매력이 아닐까? 독자와 일심동체가 되어서 속 시원한 대사를 터트리는 것 말이다. 쿈의 결심도 새로히 볼 수 있었고, 쿈의 마음 가짐도 알 수 있었다. 이제 앞으로는 그 결심에 따른 댓가를 지켜보는 것이다. 어떤 모험이 펼쳐지든 이제 쿈이 선택한 모험인 만큼 책임지고 이겨내야 할 것이다.
  독자들은 그것을 알기에. 억지로 끼어든 게 아니라 쿈의 선택이라는 것을 알기에.
  쿈을 믿고 지지하며 앞으로의 모험에 함께 빠져들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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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사 오펜 20 (노트 포함) - 나의 성역으로 열리라 문 -하
아키타 요시노부 지음, 하성호 옮김, 쿠사카 유우야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 경고 : 내용 누설(네타바레, 미리니름, 천기누설, 스포일러) 있습니다.


1. 어긋난 여행이 끝나다.

  마술사 오펜. 정겨운 이름입니다. 고등학교 때 구판으로 처음 접했던 이름이지요. 그때 1권을 읽지 못하고 3권인가 부터 읽었는데도 왜 이리 재미있던지! 처음으로 접한 라이트 노벨이 아니었나 싶다. 아무튼 인상에 깊이 남아있다 못해, 친구에게 받아서 돌려주지도 않고 계속 가지고 있었다. 나중에 돌려줬지만, 그 전까지 집에 매일 꽂아놓고 틈만 나면 꺼내다 읽곤 했다.

  난 왜 오펜에 빠져들었는가?

  1권을 읽지 않아도 친구의 설명과 책에서 자주 언급되는 것으로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오펜에서 가장 매력적이었던 부분은 무엇인가? 오펜이라는 개성 강한 캐릭터. 암살자, 마술사, 그리고 사채업자? 아무튼 오펜이라는 캐릭터성은 이 소설의 중심축이라 할 수 있다. 슬레이어즈와 함께 일본 판타지 소설의 양대산맥이었던 오펜은 역시 리나 인버스 처럼 강력한 캐릭터 성을 가지고 있다.
  클리오와 매지크. 이 둘도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다. 스승과 제자라는 멋진 관계 설정은 오펜의 또 다른 장점. 매지크는 정말 여러모로 정이 가는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나약한 듯 하면서도 마술사에 대해서 고민하고 발전하려고 하는 매지크의 모습은 소설에 대한 흥미를 계속 유지시켰다. 클리오는 파티에 여성 캐릭터로서 자리를 잡았다. 때론 민폐 캐릭터인 면이 있지만, 활발하고 말괄량이 같은 캐릭터는 극의 분위기를 밝게 유지시켜주는 요소였다. 여자가 빠지면 얼마나 밋밋하고 어둡고 재미없었겠는가. 완벽하지 않고 부족한 캐릭터가 성장해나가는 모습도 좋았다.

  허나, 오펜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캐릭터와 비견될 만큼 멋지고 독창적인 세계관이다. 오펜의 세계관은 독특하다. 중세 판타지 배경이 아니라, 오펜 만의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만들었다. 지인이라는 설정과 마술사 그리고 교사, 키무라크 교회, 운명의 3여신 등등. 송고니탑의 오펜. 송곳니탑의 문장을 목에 걸고 있는 오펜이야 말로, 마술사 오펜의 많은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마지막 권에서 오펜이 두 개의 목걸이를 목에 걸었을 때, 이것이 진정 마지막 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드래곤이라는 종족은 판타지 세계에서는 다 똑같다. 비만 도마뱀이라고 할 수 있는 거대한 드래곤들. 그러나 오펜의 드래곤들은 다르다. 드래곤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여섯 개의 다른 종족으로 구분된다. 인간을 초월하는 힘과 지능을 가졌지만, 신들에게 마법을 빼앗고 육체를 가진 신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그들의 죄는 인간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외에도 세계관들은 참으로 매력적이고 이색적이었다. 그동안 읽었던 판타지 소설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세계관이었기 때문에 빠져들었으며, 그 세계관을 보고 싶은 마음에, 더 알고 싶은 마음에 다음 권을 읽고, 또 이전에 읽었던 것을 다시 읽곤 하였다.
  그리고 오펜은 암시와 복선의 사용도 뛰어나다. 7권에서 나온 이야기가 마지막 권을 읽을 때 왜 다시 들쳐읽고 싶어지는가? 그만큼 20권이라는 방대한 분량 속에서 다양한 암시와 복선이 사용되었기 때문에 모든 권을 조합해서야 퍼즐이 맞춰지는 구조이다. 완결을 읽은 지금, 다시 처음 부터 어긋난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2. 여행은 끝나고.

  오펜이 드디어 끝났다. 대장정이었다. 나에게도 7년 가까이 함께 한 여행이었다. 그만큼 감회가 새롭다. 오펜과 함께 한 여행들이 떠오른다. 어긋난 여행이었지만, 그 여행은 많은 것을 가져다 주었다. 결국 오펜은 가장 올바른 정답을 내놓았다. 그건 오펜만이 내릴 수 있는 정답이었을 것이다. 오펜이 그 많은 여행을 하지 않았다면, 클리오와 매지크와 함께 여행을 하지 않았다면, 진정 후계자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차일드맨은 오펜이 후계자가 될 줄 알았을까? 내심 속으로 믿었을 것 같다. 왠지 오펜은 누구에게나 믿음을 갖게 만드는 사람 같다. 소설 속에서 사람들은 누구나 오펜을 찾게 된다. 오펜이라면 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마음일까? 독자 또한 마찬가지. 물론 오펜은 초인이 아니며, 초인이 된 순간에도 초인이 세계를 구할 수 없다고 못 박는다. 그런 결말이 더욱 마음에 와 닿는다. 왠지 마지막 결정은 드래곤 라자의 끝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여신을 보내버린 오펜과 드래곤을 보내버린 후치과 겹친다. 재미있는 점이다. 두 작가가 통했나?
  긴 여정의 끝이라고 보기에는 마지막 권에는 허전함이 든 것도 사실이다. 반지의 제왕 3편 왕의 귀환에서는 에필로그를 길게 잡아서 여운을 남겼지만, 오펜은 그런 방식을 사용하지 않았다. 에필로그가 정말 짧다. 그것도 오펜과 매지크 그리고 클리오만 보여준다. 독자들에게는 아쉬움을 느끼게 하는 대목일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모습을 비쳐주었다면 더 좋은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이라도 있는지, 아니면 간결하게 짧게 끝내고 싶던 의도가 있었는지 오펜의 끝을 깔끔하게 마무리 한다. 나 역시 아쉬움은 있지만, 이것도 이것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됐다. 처음부터 어긋난 여행이었으니까, 이런 끝맺음이 맞는 게 아닐까?
  의외였던건 클리오와 매지크. 클리오와 오펜의 지지도가 낮아서 내심 응원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아니게 되어서 의외였다. 그렇다면 오펜의 반려자는 누가 되는 거지? 모르겠다. 예전에 후기에 나왔던 그 딸의 어머니는 과연 누구란 말씀? 레티샤는 안 될까?
  여행은 결국 희생으로 끝났다. 마지막에 오펜은 희생을 딛고, 결정을 냈다. 코르곤은 내릴 수 없는 결정이었다. 코르곤은 좀 코믹하게 갑작스럽게 퇴장당하긴 했지만, 거기서 결투가 나오는 것도 진부하며 역시 마지막에 와서 의미없는 결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전에 매지크의 멋진 클리오 제지하기, 그리고 고백 방법. 사실 난 충격을 받았다. 계속 클리오와 오펜이 이어질 줄 알았기 때문에. 매지크는 당황하게 만들기 위한 방법이었다지만, 마음을 고백한 듯 보인다. 다른 감상에서도 의외라는 반응들이 있고, 어디 블로그에서는 작가 인터뷰를 증거로 내놓기도 했고 말이다. 아무튼 마지막까지 클리오는 민폐라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는 오히려 인상 깊었다. 그 전까지 생각이라곤 하지 않던 클리오가 생각을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클리오 본인도 인정한 사실인데, 아무튼 이것이 성장이 아닐까, 생각했다. 사실 클리오는 거의 백치미 가깝게 나오던 게 사실이다. 그게 매력이기도 했지만, 막무가내 캐릭터였고, 한계가 있기도 했다. 아무튼 클리오 나름대로 마지막 권을 멋지게 장식했다. 무거운 이야기의 중심부에 끼어드는 건 민폐든 아니든 아무 캐릭터나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니까.
  매지크는 의외로 활약이 내내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분의 이글루에서 보니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차일드맨과 오펜이 각자 이스타시바와 아자리를 막지 못했던 일을 매지크는 결국 해냈던 것이다. 두 사람의 숙원을 결국 해낸 매지크는 정말 대단한 녀석인 것 같다. 멋진 녀석. 이제 대마술사가 되는 일만 남았구나.

  3. 다시 떠나는 여행.

  아무리 작가 본인이 글을 쓴다고 해도 오펜 같은 작품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엔젤 하울링을 읽으며 든 생각이랄까? 엔젤 하울링은 그다지 재미있지 않다. 거의 타성에 의해 보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오펜 작가의 작품이니까, 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많이 그리울 것 같다. 오펜과 오펜의 일행들. 이제 다시는 그런 여행을 떠나지 못할 테니까. 멋진 여행을 선사해 주었다. 앞으로 시간날 때 종종 들춰보겠지.
  오펜은 오펜이다. 다른 누구로도 대체할 수 없고, 다른 누구의 작품으로 대체할 수 없다. 유니크하다.
  오펜 수고했어. 혼자 떠나는 여행, 또 많은 일을 겪겠지. 이젠 클리오와 매지크처럼 나도 네 여행에 같이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그 동안의 여행을 추억삼아 또 멋진 추억 쌓기를.
  나도 이제 새로운 곳,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추억을 쌓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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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미야 하루히의 폭주 -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 5, NT Novel
타니가와 나가루 지음, 이덕주 옮김, 이토 노이지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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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즈미야 하루히의 폭주!

  바야흐로 스즈미야 하루히의 인기는 대단하다. 라이트 노벨 판매량이 일반 소설들을 월등히 뛰어넘는 것은 생전 처음보는 것 같다. 현재 알라딘이나 YES24 소설 부문 베스트 셀러 21~22위 등을 차지하고 있는 스즈미야 하루히의 폭주의 인기는 놀라울 정도이다. 게다가 교보문고에 진열되어 있다고 하니, 그것 역시 믿기지 않을 정도의 일이다. 역시 하루히인가?

  나에게 미친 영향도 크다. 생전 안사 보던 뉴타입을 스즈미야 하루히에 관련된 것이 나온다고 해서 7, 8, 9월호를 구독했다. 10월호도 살 것 같다. 지금도 어서 6권 동요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관심도 없던 사이모에 토너먼트와 최고모에 토너먼트까지 투표하고 있다. 스즈미야 하루히 네이버 카페도 가입했다.

  이번 폭주편은 4권 소설편이 너무 강렬하고 재미있었기 때문에 조금 텐션이 떨어지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폭주는 폭주 나름대로 충분히 재미있었다.

  무엇보다도 역시 스즈미야 하루히의 매력은 쿈의 독백으로 진행되는 1인칭 시점이다. 작가의 필력 때문인지 흡인력이 매우 뛰어나서 한 번 잡으면 끝까지 읽게 된다. 술술 읽히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고, 벌어지는 사건들도 재미있다. 캐릭터들의 매력과 개성도 뛰어나다. 특히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나가토 유키의 캐릭터는 쿨데레라는 면모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하루히는 퀸 오브 츤데레라 할만 하고.

  이번 5권 폭주도 이전 3권 무료편처럼 단편이 모아져 있는데, 애니에서 본 사수좌리의 날을 제외하고는 못 보던 이야기들이 재미있었다.(사수좌리의 날은 애니를 먼저 봤기 때문에 다 알고 보는 거라 재미가 떨어졌다. 특히 애니에서는 센스 있는 장면 구성이 뛰어났기 때문에 - 게다가 풀메탈 패닉 작가가 참여한 화이기도 하고 - 영상적인 애니보다 문자적인 소설이 못 따라가는 면이 있다.) 엔들리스 에이트는 루프물이다. 시간이 계속 반복된다는 것은 영화 사랑의 블랙홀을 비롯한 여러 영화에서도 많이 다뤄진 소재이다. 스즈미야 하루히가 SF적인 이야기들, 시간 이동이 자주 나오기 때문에 꼭 한 번 다뤄야 했던 이야기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무튼 인상적이었는데, 예전에 애니 감독이 애니화 하려다가 다른 스즈미야 하루히 화수가 늘어나서 빼버렸다고 해서 기대가 컸다. 어떤 이야기이기에 애니화를 꼭 하고 싶어했을까, 하고 말이다. 읽어 보니, 내용이 재미있다기 보다는 역시 영상으로 처리하면 효과적인 장면들이 많았다. SOS단이 여름 방학을 노는 이야기를 문자로 그냥 읽는 것보다 영상으로 보는게 훨씬 재미있고 인상에 남을 테니 말이다. 게다가 유카타를 입고, 불꽃 놀이를 보고, 수영장을 가는 등 다양한 볼거리들이 산재해 있다. 데자뷰를 느끼는 장면이나 루프되는 장면들이 영상적으로 처리하면 또 얼마나 멋질 것인가? 2기가 나온다면 꼭 영상으로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설상증후군은 3권 무료편에서 실렸던 고도증후군에 이은 증후군 시리즈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는 겨울! 설산에 갇힌 주인공들? 아무튼 다른 사람들이 꼽듯 나도 이번 권 최고로 재미있는 단편이었다. 우선 쿈의 여동생과 츠루야씨가 표지를 장식했듯이, 이야기에 나와서 좋았다. 나가토 유키가 쓰러지는 면도 좋았다. 만능인 유키를 없애는 작가의 속내가 마음에 들었다. 다만, 역시 빠져나가는 건 유키의 힘이었다. 하루히가 자각하지 못하는 한 유키밖에 없겠지만.

  우선 항상 하루히에 의해서 사건이 발생하는 기존 이야기와는 달리 외부의 새로운 존재로 인해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것도 좋았다. 그리고 코이즈미는 항상 다양한 이론을 전개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번에도 자신들이 복제된 존재가 아닐까, 라고 생각하면서 극의 긴장을 주고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는 면이 좋았다.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의 철학적인 생각할 거리 중 하나는 대부분 코이즈미의 대사로 인해 나타난다. 자신들의 세계를 불완전한 세계라고 인식하고 있고 설상증후군에서는 자신들의 존재가 복제된 허상이라고까지 추리하는 코이즈미가 어떻게 보면 무섭게까지 생각된다. 멋진 녀석이긴 하지만, 역시 어딘가 한 곳이 고장나버린 녀석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설상증후군은 4권의 소실편의 에피소드만큼은 아니었지만, 역시 앞으로의 이야기를 상당히 많이 기대할 수 있는 요소를 잔뜩 심어두었다. 우선 인상적인 부분은 하루히가 유키를 의식하는 장면이다. 마치 애정다툼처럼 보이는 이 부분에서는 하루히가 쿈을 얼마나 의식하고 있는 지 알 수 있었고, 애니 감독이 어째서 하루히가 유키를 연적으로 생각하고 있을지 추리하는 근거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쿈도 의식하지 못했지만 유키를 많이 걱정하고 있으며, 사랑으로 번질 가능성도 갖고 있는 듯했다. 쓰러진 유키가 쿈의 이름을 부르는 것 같다는 말에 마음이 반응했던 쿈. 과연 그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결국 쿈을 부르는 건 아니었지만.

  코이즈미의 대사는 예전에 네타를 당해버려서 인상적으로 읽을 순 없었지만, 역시 나중의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멋진 요소가 아니던가? 4권 소실에서 쿈이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이후의 이야기에 대한 흥미를 불어넣어주었다면, 이번에는 코이즈미의 차례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동안의 수많은 에피소드들 중에서 이번 설상증후군 편이 가장 하루히에게 많이 노출된 사건이다. 항상 하루히가 전혀 인식하지 못했던 사건들, 1권 우울에서 신인 사건 때는 꿈으로 치부해버릴 수 있어지만, 이번에는 동일한 장소에서 모두 같은 것을 본 상태. 코이즈미가 집단 환각으로 밀어붙이긴 하지만, 쿈처럼 나도 의심스럽다. 하루히는 과연 납득했을까? 믿을까? 믿으면 왠지 바보 같다. 작가의 의도를 알 수 없으니 확증 내릴 수는 없지만. 아무튼 묘한 설산증후군이었다. 뭐랄까, 위태위태해 보인다고 할까? 하루히와의 보이지 않는 술래잡기가 금방이라도 끝날 것 같은 그 긴장감이 좋았다.

  미쿠루는 계속 존재감이 떨어진다. 비중이 없어져 간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 이번 설상증후군 편에서는 너무 바보 같아서 한 순간 실망하기도 했지만, 다른 감상들을 보니 연기일 수도 있다는 말에 안심하는 편. 부디 미리 뭔가를 알고 있어서 설산증후군 편에서 그렇게 능청스러웠기를 바라고 있다.

  이번 설산증후군 편에서 또 인상적인 사람은 츠루야. 무려 그들의 정체를 단번에 파악하고 쿈에게 물어본다. 어떻게 알아차린 것일까? 설산증후군 사건과 어떤 연관을 맺고 있는 것인가? 무엇보다도 츠루야 씨의 부가 엄청나게 부럽고 인상적이었지만, 그런 외형적인 것보다도 다른 숨겨진 비밀들에 호기심이 인다. 이것 역시 다음 권을 애타게 기다리게 하는 요소일 것이다.

  아무튼 폭주편은 만족스러웠다. 이제 걱정스러운 건 동요편. 예전에 원서를 읽은 누군가가 실망스럽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래도 동요 이후에는 또 괜찮아진다고 하니, 걱정스러워도 한 편으로는 기대가 된다.

  어서 일본 분량을 따라잡고 이후의 이야기까지 읽고 싶다.

  난 아직도 스즈미야 하루히에 빠져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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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S 나인에스 5
하야마 토오루 지음, 김혜리 옮김, 야마모토 아먀토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인에스 5권. 드디어 읽게 되었다. 한 때 내 NT노벨 순위 1위를 했던 나인에스! 소재가 참신하고 독창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중요한 건 장르적인 패턴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읽히게 만드는 것이냐다. 이런 점에서 나인에스는 성공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무엇을 쓸 것인가? 가 아니라 어떻게 쓸 것인가? 나인에스는 이런 점에서 독자를 빨아들이는 면에서 충분히 성공했다. 우선 토마와 유우. 토마는 전형적인 남자 주인공다운 모습. 그러나 역시 삼돌이 같은 모습이기도 하다. 이번 편에서도 유우를 아끼는 마음이 지극 정성이다. 유우나 LAFI 서드에게 계속 구박받는 일반인의 설움을 보여주는 면도 재미있었다. 게다가 살인귀를 갖고 있으면서도 살인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상반된 모습. 이런 내면적 갈등은 전체 이야기의 큰 갈등과 맞물려 이야기의 흥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게다가 이런 토마의 모습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은 유우다. 유우가 마치 컴퓨터와 같은 병기처럼 설정되어 있으면서도 순수하고 여자애다운 면을 보이는 것은 오로지 토마 앞에서다. 그리고 토마가 있기에 그런 인간적인 면이 부각될 수 있으며 캐릭터가 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이 둘은 그래서 너무나 잘 어울린다. 이 절묘한 앙상블이 있지 않는 한, 나인에스는 성립될 수 없었다. 둘 말고 마야 역시 오빠를 지극히 아끼는 소녀. 또한 유우처럼 컴퓨터 같은 정보력이 막강함과 동시에 평범한 인간적 상식은 결여되어 있다. 그러나 이 쪽은 또 유우와는 다른 점에서 주로 그려져서 - 부자와 서민의 차이 - 비슷하지만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다. 다만  이번 5권에서는 특별한 활약이 없기 때문에 다음 권에서 그녀의 활약을 기대해야 할 것 같다. 이전까지 그녀를 가장 인상적이고 생동감있게 한 장면은 마나메 가문의 슈퍼 컴퓨터를 폭발시키는 그 씬이었다. 그 장면에서 마야라는 캐릭터가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내 머릿속에서는 나인에스에서 마야를 떠올리면 그 강렬한 장면만이 영상으로 그려진다.

  5권은 새로운 ADEM편이다. 4권까지 유우와 함께 토마가 사건에 휘말려드는 이야기를 다뤘다면, 이제는 새로운 전개 방식을 택했다. 바로 전 편에서 토마와 유우가 함께 도망을 간 것이다.(사랑의 도피 행각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하핫.) 그리고 이어진 5권. 둘의 러브 스토리는 깊어지고, 라는 단순한 전개는 아니었다. 이야기는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갖가지 새로운 사실들이 등장하면서 독자들을 더욱 빨아들였다. 7가지 대죄와 프리덤, 유지로의 기지, 핵반응을 상쇄 시키는 무기 등등. 내용은 흥미롭게 진행되었고 잘 짜여졌다. 구성, 흥미, 모두 만족.
  그러나 마지막 권까지 다 읽고 드는 생각은! 바로 무조건 다음 권! 이야기를 절묘하게 짤랐다. 작가의 절단신공이 극에 다다른 듯한 느낌이랄까? 제한 시간 32시간을 두고, 유우를 구해야 하는 토마를 놔두고 이야기를 짜르다니. 순진해서 바보처럼 보이기까지 하고, 살인귀의 능력은 사라져버린 토마가 어떻게 유우를 구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런 토마를 믿고 순순히 잡혀가는 유우의 모습에서는 정말 놀랍기까지 했다. 다음권이 기대되는 건 어쩔 수 없지 않은가? 7권까지도 ADEM편이라고 하니, 경악할 지경이지만, 그렇다고 모아두었다가 보기도 싫다. 무조건 나오면 바로 읽을 것이다. 그만큼 절묘하게 끝나고,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아무튼 나인에스는 점차 재미가 상승하는 면이 있어서 기분이 좋다. 떨어지는 것보다는 몇 배나 나은 점이 아니던가?

  5권에 한국 독자들을 위해 따로 후기까지 써준 작가도 좋았다. 여지껏 라이트 노벨을 읽으면서 한국 독자들을 위해 후기를 써준 작가도 없었고, 또 이렇게 다시 후기를 써준 작가도 못 봤던 것 같다.

  아무튼 한 동안, 나인에스는 나올 때마다 엄청 기대하면서 읽게 될 것 같다. 5권은 충분히 재미있었지만, 그보다는 앞으로 엄청 펑펑 터질 재미에 대한 프롤로그에 지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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