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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S 나인에스 5
하야마 토오루 지음, 김혜리 옮김, 야마모토 아먀토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인에스 5권. 드디어 읽게 되었다. 한 때 내 NT노벨 순위 1위를 했던 나인에스! 소재가 참신하고 독창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중요한 건 장르적인 패턴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읽히게 만드는 것이냐다. 이런 점에서 나인에스는 성공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무엇을 쓸 것인가? 가 아니라 어떻게 쓸 것인가? 나인에스는 이런 점에서 독자를 빨아들이는 면에서 충분히 성공했다. 우선 토마와 유우. 토마는 전형적인 남자 주인공다운 모습. 그러나 역시 삼돌이 같은 모습이기도 하다. 이번 편에서도 유우를 아끼는 마음이 지극 정성이다. 유우나 LAFI 서드에게 계속 구박받는 일반인의 설움을 보여주는 면도 재미있었다. 게다가 살인귀를 갖고 있으면서도 살인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상반된 모습. 이런 내면적 갈등은 전체 이야기의 큰 갈등과 맞물려 이야기의 흥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게다가 이런 토마의 모습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은 유우다. 유우가 마치 컴퓨터와 같은 병기처럼 설정되어 있으면서도 순수하고 여자애다운 면을 보이는 것은 오로지 토마 앞에서다. 그리고 토마가 있기에 그런 인간적인 면이 부각될 수 있으며 캐릭터가 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이 둘은 그래서 너무나 잘 어울린다. 이 절묘한 앙상블이 있지 않는 한, 나인에스는 성립될 수 없었다. 둘 말고 마야 역시 오빠를 지극히 아끼는 소녀. 또한 유우처럼 컴퓨터 같은 정보력이 막강함과 동시에 평범한 인간적 상식은 결여되어 있다. 그러나 이 쪽은 또 유우와는 다른 점에서 주로 그려져서 - 부자와 서민의 차이 - 비슷하지만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다. 다만 이번 5권에서는 특별한 활약이 없기 때문에 다음 권에서 그녀의 활약을 기대해야 할 것 같다. 이전까지 그녀를 가장 인상적이고 생동감있게 한 장면은 마나메 가문의 슈퍼 컴퓨터를 폭발시키는 그 씬이었다. 그 장면에서 마야라는 캐릭터가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내 머릿속에서는 나인에스에서 마야를 떠올리면 그 강렬한 장면만이 영상으로 그려진다.
5권은 새로운 ADEM편이다. 4권까지 유우와 함께 토마가 사건에 휘말려드는 이야기를 다뤘다면, 이제는 새로운 전개 방식을 택했다. 바로 전 편에서 토마와 유우가 함께 도망을 간 것이다.(사랑의 도피 행각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하핫.) 그리고 이어진 5권. 둘의 러브 스토리는 깊어지고, 라는 단순한 전개는 아니었다. 이야기는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갖가지 새로운 사실들이 등장하면서 독자들을 더욱 빨아들였다. 7가지 대죄와 프리덤, 유지로의 기지, 핵반응을 상쇄 시키는 무기 등등. 내용은 흥미롭게 진행되었고 잘 짜여졌다. 구성, 흥미, 모두 만족.
그러나 마지막 권까지 다 읽고 드는 생각은! 바로 무조건 다음 권! 이야기를 절묘하게 짤랐다. 작가의 절단신공이 극에 다다른 듯한 느낌이랄까? 제한 시간 32시간을 두고, 유우를 구해야 하는 토마를 놔두고 이야기를 짜르다니. 순진해서 바보처럼 보이기까지 하고, 살인귀의 능력은 사라져버린 토마가 어떻게 유우를 구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런 토마를 믿고 순순히 잡혀가는 유우의 모습에서는 정말 놀랍기까지 했다. 다음권이 기대되는 건 어쩔 수 없지 않은가? 7권까지도 ADEM편이라고 하니, 경악할 지경이지만, 그렇다고 모아두었다가 보기도 싫다. 무조건 나오면 바로 읽을 것이다. 그만큼 절묘하게 끝나고,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아무튼 나인에스는 점차 재미가 상승하는 면이 있어서 기분이 좋다. 떨어지는 것보다는 몇 배나 나은 점이 아니던가?
5권에 한국 독자들을 위해 따로 후기까지 써준 작가도 좋았다. 여지껏 라이트 노벨을 읽으면서 한국 독자들을 위해 후기를 써준 작가도 없었고, 또 이렇게 다시 후기를 써준 작가도 못 봤던 것 같다.
아무튼 한 동안, 나인에스는 나올 때마다 엄청 기대하면서 읽게 될 것 같다. 5권은 충분히 재미있었지만, 그보다는 앞으로 엄청 펑펑 터질 재미에 대한 프롤로그에 지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