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미야 하루히의 폭주 -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 5, NT Novel
타니가와 나가루 지음, 이덕주 옮김, 이토 노이지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스즈미야 하루히의 폭주!

  바야흐로 스즈미야 하루히의 인기는 대단하다. 라이트 노벨 판매량이 일반 소설들을 월등히 뛰어넘는 것은 생전 처음보는 것 같다. 현재 알라딘이나 YES24 소설 부문 베스트 셀러 21~22위 등을 차지하고 있는 스즈미야 하루히의 폭주의 인기는 놀라울 정도이다. 게다가 교보문고에 진열되어 있다고 하니, 그것 역시 믿기지 않을 정도의 일이다. 역시 하루히인가?

  나에게 미친 영향도 크다. 생전 안사 보던 뉴타입을 스즈미야 하루히에 관련된 것이 나온다고 해서 7, 8, 9월호를 구독했다. 10월호도 살 것 같다. 지금도 어서 6권 동요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관심도 없던 사이모에 토너먼트와 최고모에 토너먼트까지 투표하고 있다. 스즈미야 하루히 네이버 카페도 가입했다.

  이번 폭주편은 4권 소설편이 너무 강렬하고 재미있었기 때문에 조금 텐션이 떨어지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폭주는 폭주 나름대로 충분히 재미있었다.

  무엇보다도 역시 스즈미야 하루히의 매력은 쿈의 독백으로 진행되는 1인칭 시점이다. 작가의 필력 때문인지 흡인력이 매우 뛰어나서 한 번 잡으면 끝까지 읽게 된다. 술술 읽히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고, 벌어지는 사건들도 재미있다. 캐릭터들의 매력과 개성도 뛰어나다. 특히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나가토 유키의 캐릭터는 쿨데레라는 면모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하루히는 퀸 오브 츤데레라 할만 하고.

  이번 5권 폭주도 이전 3권 무료편처럼 단편이 모아져 있는데, 애니에서 본 사수좌리의 날을 제외하고는 못 보던 이야기들이 재미있었다.(사수좌리의 날은 애니를 먼저 봤기 때문에 다 알고 보는 거라 재미가 떨어졌다. 특히 애니에서는 센스 있는 장면 구성이 뛰어났기 때문에 - 게다가 풀메탈 패닉 작가가 참여한 화이기도 하고 - 영상적인 애니보다 문자적인 소설이 못 따라가는 면이 있다.) 엔들리스 에이트는 루프물이다. 시간이 계속 반복된다는 것은 영화 사랑의 블랙홀을 비롯한 여러 영화에서도 많이 다뤄진 소재이다. 스즈미야 하루히가 SF적인 이야기들, 시간 이동이 자주 나오기 때문에 꼭 한 번 다뤄야 했던 이야기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무튼 인상적이었는데, 예전에 애니 감독이 애니화 하려다가 다른 스즈미야 하루히 화수가 늘어나서 빼버렸다고 해서 기대가 컸다. 어떤 이야기이기에 애니화를 꼭 하고 싶어했을까, 하고 말이다. 읽어 보니, 내용이 재미있다기 보다는 역시 영상으로 처리하면 효과적인 장면들이 많았다. SOS단이 여름 방학을 노는 이야기를 문자로 그냥 읽는 것보다 영상으로 보는게 훨씬 재미있고 인상에 남을 테니 말이다. 게다가 유카타를 입고, 불꽃 놀이를 보고, 수영장을 가는 등 다양한 볼거리들이 산재해 있다. 데자뷰를 느끼는 장면이나 루프되는 장면들이 영상적으로 처리하면 또 얼마나 멋질 것인가? 2기가 나온다면 꼭 영상으로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설상증후군은 3권 무료편에서 실렸던 고도증후군에 이은 증후군 시리즈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는 겨울! 설산에 갇힌 주인공들? 아무튼 다른 사람들이 꼽듯 나도 이번 권 최고로 재미있는 단편이었다. 우선 쿈의 여동생과 츠루야씨가 표지를 장식했듯이, 이야기에 나와서 좋았다. 나가토 유키가 쓰러지는 면도 좋았다. 만능인 유키를 없애는 작가의 속내가 마음에 들었다. 다만, 역시 빠져나가는 건 유키의 힘이었다. 하루히가 자각하지 못하는 한 유키밖에 없겠지만.

  우선 항상 하루히에 의해서 사건이 발생하는 기존 이야기와는 달리 외부의 새로운 존재로 인해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것도 좋았다. 그리고 코이즈미는 항상 다양한 이론을 전개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번에도 자신들이 복제된 존재가 아닐까, 라고 생각하면서 극의 긴장을 주고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는 면이 좋았다.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의 철학적인 생각할 거리 중 하나는 대부분 코이즈미의 대사로 인해 나타난다. 자신들의 세계를 불완전한 세계라고 인식하고 있고 설상증후군에서는 자신들의 존재가 복제된 허상이라고까지 추리하는 코이즈미가 어떻게 보면 무섭게까지 생각된다. 멋진 녀석이긴 하지만, 역시 어딘가 한 곳이 고장나버린 녀석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설상증후군은 4권의 소실편의 에피소드만큼은 아니었지만, 역시 앞으로의 이야기를 상당히 많이 기대할 수 있는 요소를 잔뜩 심어두었다. 우선 인상적인 부분은 하루히가 유키를 의식하는 장면이다. 마치 애정다툼처럼 보이는 이 부분에서는 하루히가 쿈을 얼마나 의식하고 있는 지 알 수 있었고, 애니 감독이 어째서 하루히가 유키를 연적으로 생각하고 있을지 추리하는 근거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쿈도 의식하지 못했지만 유키를 많이 걱정하고 있으며, 사랑으로 번질 가능성도 갖고 있는 듯했다. 쓰러진 유키가 쿈의 이름을 부르는 것 같다는 말에 마음이 반응했던 쿈. 과연 그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결국 쿈을 부르는 건 아니었지만.

  코이즈미의 대사는 예전에 네타를 당해버려서 인상적으로 읽을 순 없었지만, 역시 나중의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멋진 요소가 아니던가? 4권 소실에서 쿈이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이후의 이야기에 대한 흥미를 불어넣어주었다면, 이번에는 코이즈미의 차례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동안의 수많은 에피소드들 중에서 이번 설상증후군 편이 가장 하루히에게 많이 노출된 사건이다. 항상 하루히가 전혀 인식하지 못했던 사건들, 1권 우울에서 신인 사건 때는 꿈으로 치부해버릴 수 있어지만, 이번에는 동일한 장소에서 모두 같은 것을 본 상태. 코이즈미가 집단 환각으로 밀어붙이긴 하지만, 쿈처럼 나도 의심스럽다. 하루히는 과연 납득했을까? 믿을까? 믿으면 왠지 바보 같다. 작가의 의도를 알 수 없으니 확증 내릴 수는 없지만. 아무튼 묘한 설산증후군이었다. 뭐랄까, 위태위태해 보인다고 할까? 하루히와의 보이지 않는 술래잡기가 금방이라도 끝날 것 같은 그 긴장감이 좋았다.

  미쿠루는 계속 존재감이 떨어진다. 비중이 없어져 간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 이번 설상증후군 편에서는 너무 바보 같아서 한 순간 실망하기도 했지만, 다른 감상들을 보니 연기일 수도 있다는 말에 안심하는 편. 부디 미리 뭔가를 알고 있어서 설산증후군 편에서 그렇게 능청스러웠기를 바라고 있다.

  이번 설산증후군 편에서 또 인상적인 사람은 츠루야. 무려 그들의 정체를 단번에 파악하고 쿈에게 물어본다. 어떻게 알아차린 것일까? 설산증후군 사건과 어떤 연관을 맺고 있는 것인가? 무엇보다도 츠루야 씨의 부가 엄청나게 부럽고 인상적이었지만, 그런 외형적인 것보다도 다른 숨겨진 비밀들에 호기심이 인다. 이것 역시 다음 권을 애타게 기다리게 하는 요소일 것이다.

  아무튼 폭주편은 만족스러웠다. 이제 걱정스러운 건 동요편. 예전에 원서를 읽은 누군가가 실망스럽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래도 동요 이후에는 또 괜찮아진다고 하니, 걱정스러워도 한 편으로는 기대가 된다.

  어서 일본 분량을 따라잡고 이후의 이야기까지 읽고 싶다.

  난 아직도 스즈미야 하루히에 빠져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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