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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커레이드 호텔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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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의 길 - 상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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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의 복합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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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복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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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마신 8
장영훈 지음 / 파피루스(디앤씨미디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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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묵향 30- 붉은 전갈 용병단
전동조 지음 / SKY미디어(스카이미디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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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무림 15- 완결
봉황송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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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림천하 24 : 모산지연(姆山之宴) 편- 제3부 군림의 꿈[君臨之夢]
용대운 지음 / 파피루스(디앤씨미디어)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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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랑가시아 송
김효현 지음, 김보현 그림 / 기적의책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나무’는 동식물 중에서 가장 광범위한 상징을 가지고 있다. 그야말로 우주의 상징이 바로 ‘나무’인 것이다. 영화 아바타에서 나오는 행성의 신경망도 거대한 나무목으로 설정이 되어있다. 그야말로 행성을 대표하는 신의 역할이다. 아무르강 유역의 나나이족의 상징물 역시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우주목’으로 샤먼의 역할을 대변한다고 한다. 나무의 형태가 하늘과 땅을 잇기 때문에 수많은 신화와 전설에서 나무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며 상징으로 사용했을 것이다. 뿌리가 지하로 뻗쳐 근원으로 가며 가지는 하늘로 뻗치는 형상이기 때문에 우주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엘리아데는 이를 <중심의 심벌리즘>이라고 정의하고 있다고 한다.
 흔히 판타지 소설에서 설정되는 세계수를 비롯해서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Evangelion, 1995) 등에서 주요하게 나온 카발라의 ‘생명의 나무’, 세피로트 나무는 신이 표현하는 대우주의 이미지이다.(또한, 만화 [총몽]이나 이영도의 장편 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에서 나타나는 '나무 되기'의 모티프 역시 세계수의 탄생을 상징한다.)
 이런 우주목, 지모신, 생명수, 죽음과 생성, 우주적 생명령의 상징을 바탕으로 동양풍 세계관을 그린 작품이 있다. 바로 제목에서부터 이런 세계의 근원 같은 나무를 표현한 “무랑가시아 송”이다. SF를 전문으로 출간하기 위해서 1인 출판사로 만들어진 ‘기적의 책’에서 놀랍게도 동양풍 판타지 소설을 출간했다. [무랑가시아 송](김효현, 기적의책, 2012년 8월)은 기적의 책에서 출간된 그야말로 기적 같은 책이다. 왜냐하면 이렇게 단권으로 자기만의 세계관을 가진 동양풍 판타지 소설은 시장성의 문제로 출간할 만한 곳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적의 책이 있었기에 이 책은 독자들에게 정식으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그럼 작품의 주요 배경인 ‘무랑가시아 송’을 묘사하는 부분을 잠깐 살펴보자.

 그 해송은 나무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자척, 길 단위로는 그 크기를 헤아릴 수 없다. 밑동은 사방 사백 리에 달하는 나라보다 더 너비가 크고, 뿌리는 본토의 온 나라와 사해四海를 통과한다. 그 어떤 험준한 산맥도 그 해송과는 크기에서 비교가 되지 못했다. 빠르기를 자랑하는 새매가 평생 날아올라도 가지의 끝을 볼 수 없었다. 태양조차 해송 앞에서는 높이 낢을 자랑하지 못했다. 해송의 가지가 하늘보다 높이 뻗어 있기 때문이다.
 서해 바닷물의 중심에 뿌리박은 해송은 전설보다 오랜 세월부터 육지의 성흥과 쇠망을 굽어보며 창파蒼波의 두 세계, 바다와 하늘 사이에 자리해 왔다. 고대인의 믿음에 따르면 심해저보다 깊게 뻗은 뿌리는 지상의 물을 길어 올려 천공을 뚫고 올라간 가지 끝에서 흰 구름을 맺는다고 했다.(62~63쪽)


 이 뒤로도 무랑가시아 송에 대한 묘사는 이어진다. 그야말로 압도적이 신비한 느낌을 독자에게 주는데 신경 쓰고 있다. 판타지 소설이라는 장르는 다른 장르보다 특히 세계관 자체가 소설의 분위기와 메시지를 함께 전달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2차 세계를 그린 하이 판타지일 경우 세계관의 설정은 그만큼 중요하다. 세계관이 곧 주인공이자 주제의식이 될 수 있는 장르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무랑가시아 송이 제목이자 이 세계의 핵심 배경이라는 것은 유심히 살펴봐야 할 지점이다. 도저히 현실에서 용납할 수 없는 산맥보다 더 넓은 나무가 존재하는 세상은 우리와 전혀 다른 법칙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를 받아들여야지만, 판타지 소설 독자의 기본 전제 조건을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즉, 작가와 독자가 전혀 다른 세계관에 대한 수용을 하고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 세계는 동양풍의 세계다. 이름부터 시울비, 무밀로, 이자나리, 안시오, 노휘, 류긴치, 신며늘 같은 이름들이 서양풍의 판타지와 전혀 다른 느낌으로 세계를 구축한다. 특히 중세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소설에 질린 독자들에게는 [무랑가시아 송]은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약간씩 새로움이 가미된 세계관이 더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 그것이 굳이 ‘동양풍이다, 서양풍이다, 한국적이다, 이국적이다’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세계관의 색깔이나 특색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작가의 선택이다. 작가가 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따라 필요에 따라 선택할 뿐이다. 그러나 앞선 작품들을 생각 없이 베끼거나 세계관이 대체로 흡사해서 클리셰로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각자 자기만의 개성을 가진다면 독자들은 더욱 만족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무랑가시아 송]은 무리하지 않고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세계관을 펼쳐보여서 세계관 자체를 파악하고 읽어나가는 재미가 있었다. 판타지 소설의 매력은 이렇듯 작가가 자기만의 개성으로 구축한 세계관을 읽어나가는 것에도 있다. 그 세계를 읽는 것이 하나의 인물을 읽는 것과 동일하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은 어떨 것인가. 내가 이 세계에서 살아간다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다른 세계를 엿봄으로써 지금 세계와의 대조를 하고 삶 그 자체를 생각해 보게 만드는 환기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 소설의 줄거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하나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한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마치 [반지의 제왕](존 로날드 로웰 톨킨, 씨앗을뿌리는사람, 2007년 5월)이 ‘절대 반지’를 파괴하기 위한 모험인 것처럼, 이 소설에는 ‘성화’라고 불리는 성스러운 인간을 무랑가시아 송에 데려가는 모험이다. 왜냐하면 종단의 목표가 순수성의 씨앗이라 불리는 ‘성화’를 나무에 데려가면 그 순수성이 하늘로 타고 올라가 온누리에 퍼진 악을 정화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흡사, 하늘왕국이 이 땅에 도래할 것이라고 믿는 교리 같은 것이다. 세상을 악이 없는 천국으로 바꾸기 위한 종단의 여정이다. 그러나 그 여정은 열 번이 넘게 실패했다. 성화는 백 년에 한 번 나타나기 때문에 천 년이 넘도록 반복되는 여정이다. ‘성화’라는 존재를 지키며 여정을 떠난다는 점에서 [12월의 베로니카](타카네 준이치로, 대원씨아이, 2003년 12월)가 연상되는 면도 있다. 똑같이 성스러운 여자를 지켜 어디론가 향하며 그 과정이 평탄치 않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그러나 세부적으로는 많이 다르다. 일단 이 작품에서는 ‘악마’라는 존재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천 년간 여정이 모두 실패로 끝났다. 그 이유는 악마가 성화가 무랑가시아 송에 도착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모두 죽었기 때문에 인간들은 여태껏 악마가 어떻게 방해를 했는지 알지 못한다. 그런 상황에서 열한 번째 여정이 진행되는 시점이 이 소설의 시작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은 미스터리의 형태를 띤다. 그건 과거에 어떤 방식으로 악마가 성화와 호위대를 죽였는지, 이번 11번째 여정에서는 어떤 식으로 방해할 것인지가 주요하게 다뤄진다. 소설은 누구나 예상했듯이 호위대 안에 ‘악마’가 이미 깃들어 있다는 점에서 미스터리를 극대화한다. 마치 마피아 게임에서 마피아를 골라내듯이 악마를 찾아내는 독자와의 퍼즐 게임이 마련되는 것이다. 이런 지적 유희가 이 소설을 흥미롭게 만드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배경과 인물을 소개하는 초반을 넘어 한 명씩 살해당하기 시작하는 중반부터가 이 소설의 끊는 점, 바로 재미가 느껴지며 몰입되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이 소설은 추리극으로 바뀌고 독자는 긴장감을 느끼며 페이지를 넘긴다. 과연 악마는 누구인가.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왜냐하면 이 소설에서 계속 강조하는 문구가 독자의 뇌리를 사로잡기 때문이다. 바로 “악마는 최후에 꼬리를 내민다.”는 말. 그 최후가 언제인가. 독자는 소설을 다 읽을 때까지 그 최후의 지점을 잡아챌 수가 없다. 정신없이 이야기에 빨려 들어갈 뿐이다.
 깔끔하고 단정한 문장이 소설의 가독성을 높여준다. 낯선 어휘나 설정으로 인해 가해성이 늘어난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 있는 것은 문장이 정갈하고 차분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소설은 굉장히 읽기 편하며 이야기에 최대한 몰입할 수 있다. 추리극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분량으로도 중편 또는 경장편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세계관이 세밀하게 나오거나 거대한 스케일이 드러나지는 않는다.(사실 그래서 이 세계가 제대로 실체가 그려지지 않아서 답답한 면도 있다. 오로지 짧은 여정과 무랑가시아 송에 압도되는 느낌인데, 이러한 선택과 집중은 제대로 된 방법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세계관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어떤지, 호위대의 일상적 삶들, 종단의 구체적 크기와 교리 등 여러 세부 설정, 다른 지역과 풍습에 대한 고찰 등이 그려지지 않아 아쉬운 면이 있었다. 지나치게 이야기 전개에 필요한 부분만 보여줘서 세계의 단면만 보고 끝나기 때문에 심심한 느낌을 받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관의 빈약함이 심심함을 주는 면도 있지만, 세세한 설정에서 중심을 잡고 있다. 일단 성화와 오빠인 류긴치가 이 소설의 핵심 인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성화인 ‘신며늘’은 특이하게도 맹농아이다. 즉, 말할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는 존재다. 판타지 소설에서 이렇게 큰 장애를 가진 인물이 등장하는 경우는 적다. 이런 인물을 심도 깊게 묘사하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액션 위주로 펼쳐지는 스토리에서는 전개가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다른 판타지 소설과 차별화를 이루어 맹농아인 ‘신며늘’로 인해 오히려 미스터리를 풍부하게 하고 그 오빠인 류긴치와의 관계 설정을 유기적으로 만들어 놓았다. 류긴치는 여동생을 지키기 위해 일행에 무리하게 합류하는데 맹농아라는 설정이 그것을 합리적으로 만들고 있으며, 한편으로 남매가 서로에게 세계임을 보여주고 있어 소설의 목적성을 강화한다. 성화와 류긴치의 유대는 생각보다 깊으며 성화가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매듭 수예’ 같을 것을 통해 암시와 복선을 설치하는 방식도 인상적이었다. 기반 설정이 뛰어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소설의 내적 구조를 탄탄하게 만드는 장치로 작용할 수 있었다.
 다섯 명의 호위자는 각각 권능을 가지고 있고 적당한 개성을 부여받아 소설을 이끌어 나간다.(이런 능력들은 판타지 소설의 또다른 매력이기도 하다. 서양풍 판타지 소설에는 마법이 있듯이 이자나리와 노휘는 TRPG 파티에서 마법사와 프리스트의 위치를 차지하는 주술사이다.) 한편으로는 충분히 내면 서술까지는 들어가지 못해 아쉬운 점도 있긴 하나 이 소설의 분량과 플롯을 생각해 볼 때 모든 면을 다 다룰 수는 없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내용 자체는 감동을 주는 것도 아니고 유쾌함을 주는 것도 아니다. 일반적인 판타지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도 적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은 이 소설만이 가지고 있는 개성과 재미를 가지고 있다. 미스터리를 겸비한 동양적 환상소설의 매력과 재미를. 한국 판타지 소설에 애정을 가지고 여러 작품들을 이미 읽어본 독자라면 [무랑가시아 송]은 또 다른 분위기와 재미를 주는 소설이라고 추천할 수 있다. 독창적 세계관 안에 약간은 진부하지만 악마를 찾아내는 퍼즐을 엮어서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었다. 과거 노블레스 클럽으로 나와도 좋을 만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소설 속 시간의 흐름이 한시적이며, 세계관에 정해진 규칙이 있고, 미스터리를 풀어야 한다는 점에서 윤현승 작가의 [라크리 모사](윤현승, 로크미디어, 2008년 4월)나 [살해하는 운명카드](윤현승, 새파란상상, 2011년 9월)가 떠오르기도 했다. 분명 비슷한 분위기가 있고 재미를 주는 부분도 비슷하고 아쉬움이 느껴지는 부분도 비슷하다.(막판의 급전개나 퍼즐에 집중한 나머지 세부 설정이 어색하고 위화감이 느껴지는 점이 있다는 것 등이다. 마지막에 설명으로 모든 사건을 복기하는 점은 다른 방법이 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게 한다.) 윤현승 작가의 두 작품을 만족스럽게 읽은 독자라면 [무랑가시아 송]도 일독을 권한다.
 전체적으로 잘 쓰인 중편이라는 느낌이었다. 한편으로는 깔끔한 압축이라기보다는 내용을 지나치게 분량 안에 억지로 넣으려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전개 속도가 느려지더라도 더 차분하게 진행되었다면 어땠을까. 한달음에 읽히는 장점을 얻었지만, 그 대신 독자가 어리둥절하고 위화감을 느끼는 부분도 있다. 나오는 인물들이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고 긴장하고 있다는 점은 특히 아쉽다. 이런 장르의 소설에서는 당연한 면도 있지만 인물들이 도구적으로 그려져 단조로운 인상을 받았다. 중요한 임무인 점을 상기하더라도 약간 인물들의 개성 부여에 더 신경을 써서 인간미를 주었다면 독자들은 이 소설에 더 큰 매력을 느끼고 비극성은 더욱 강조되었을 것이다. 천천히 인물들을 짚어주면서 세계의 다른 면모도 보여주었으면 독자가 너무 압축되었다는 느낌은 받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 본연의 재미를 충분히 갖고 있다. 초반만 읽었을 때는 쉽게 남들에게 추천하기 어렵겠다, 라는 느낌이었지만, 다 읽고 나서는 적어도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에게라면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결말까지 읽고 나서 전체적으로 마음에 든 작품이었다. 놀라운 세계관과 매력적인 인물들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 점에서 이 소설은 조금 아쉬운 면을 갖고 있다. 그러나 차별화된 동양풍 세계관 안에서 꽤 수준 높은 구성으로 완성도를 높인 작품이다. 한국 판타지 소설사에서 그냥 묻히기는 아쉬운 책이라고 생각한다. 세계관과 인물을 소개한 뒤에는 놀라운 속도로 뛰어가며 독자를 끌어당긴다. 마지막 지점, 악마가 최후에 꼬리를 내밀 때까지 독자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빠른 전개 속도, 안정적인 구성, 단단한 문장으로 무장한 추리극이다. 더 많은 분들이 이 세계에 빠졌다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그 세계 안에는 산맥보다 더 거대한 나무가 있다. 그리고 이 여정은 성화를 호위하는 종단의 호위대와 그녀의 오라버니의 짧은 여정이다. 불안과 긴장 속에 악마는 꼬리를 숨기고 있다. 거듭되는 고난과 의심. 마침내 다다른 무랑가시아 송의 진실이 무엇인지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기를.

 ― 모든 성화 일행이 공통적으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어떤 순간, 혹은 상황이 존재했던 건 아닐까. 그리고 그 예측할 수 없는 순간인 최후에 악마가 꼬리를 내밀었던 것은 아닐까. 아무도 그 최후의 순간에 지켜내지 못했기 때문에, 악마에게 목숨을 내어주고 만 것은 아닐까, 라고 말이야.
이전까지와는 다른 성질의 침묵이 흘렀다.(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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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63 - 1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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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63 - 1
스티븐 킹 (지은이) | 이은선 (옮긴이) | 황금가지 | 2012-11-19 | 원제 11/22/63 (2011년)



 스티븐 킹의 최신작 [11/22/63](스티븐 킹, 황금가지, 2012년 11월)이 출간되었다. 스티븐 킹은 누구나 알다시피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대중소설가이다. [쇼생크 탈출](The Shawshank Redemption, 1994). [그린 마일](The Green Mile, 1999). [미저리](Misery, 1990), [샤이닝](The Shining, 1980), [미스트](The Mist, 2007) 같은 영화의 원작 소설가이기도 하며, 전세계 3억의 독자가 읽은 작가이다. 공포소설의 제왕으로도 불리지만, 공포소설만이 아니라 판타지, SF,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써왔다. 이번에 황금가지에서 출간 된 [11/22/63]은 SF의 하위 장르 중 하나인 시간이동물이다. 이 소설은 재미있는 발상으로 시작된다.
 만일 특정 시간대의 과거로 갈 수 있다면 무엇을 하겠는가?
 이 소설에서는 서거한 대통령 케네디의 암살을 막겠다는 목표가 설정된다. 단순히 과거로 시간이동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을 막는다는 뚜렷한 목표가 설정되면서 흥미를 자극한다. 이 기발한 설정 때문에 독자는 두 가지 관점에서 소설을 살피게 된다. 하나는 ①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을 어떤 식으로 막을 것인가? 또 하나는 ② 대통령의 암살을 막는 것에 성공한다면 과연 어떤 세상이 펼쳐질 것인가? 이는 SF의 또 다른 하위장르인 대체역사 소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 소설은 시간이동물이자 그 결과로 대체역사를 만들어내는 목표를 가진 소설인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독자는 다양한 소설과 만화, 영화에서 다루어진 시간이동이라는 소재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다가온다. 시간이동물과 대체역사를 섞어 놓은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즉, 대체역사의 재미인 역사를 바꾸는 분기점을 실시간으로 도전하는 느낌이며, 그 결과 역시 실시간으로 볼 수 있을 듯한 기대감을 가지게 된다. 1권에서는 시간이동물의 재미와 함께 대체역사 소설의 가능성과 기대감이 한데 섞여 있다. 과연 암살이 성공할 것인가. 어떻게든 성공한다면 그 이후에 펼쳐지는 새로운 역사, 대체역사는 어떤 모습일 것인가. 스티븐 킹은 케네디 대통령이 서거하지 않는다면 어떤 역사가 펼쳐질 것으로 그릴 것인가. 물론 1권 내에서는 그 모든 게 그려지지 않고 기대만 갖게 만든다. 일종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요소이다. 계속 긴장감을 가지고 소설을 읽어나가게 하는 부분인 것이다.
 한편, 이렇게 역사를 바꾼다는 설정만이 이 소설의 전부가 아니다. 이 소설에서 설정된 시간이동은 일종의 게임적 리얼리즘으로 구현되어 있다. 이 점은 이 소설이 고전적인 시간이동물과 차별화된 감각과 재미를 전해준다. 게임적 리얼리즘이란 “캐릭터의 메타 이야기성이 열어젖힌 또 하나의 리얼리즘”을 말한다.
 이 소설의 매력은 사실 이 게임적 리얼리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어도 1권에서는 설정을 설명하는데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지루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 설정이 게임의 규칙과도 같아서 독자가 아니라 플레이어로써 시뮬레이션 게임에 임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아즈마 히로키는 [게임적 리얼리즘](아즈마 히로키, 현실문화연구, 2012년 5월)에서 라이트노벨 [All You Need Is Kill](사쿠라자카 히로시, 학산문화사, 2007년 8월)을 분석하면서 이 작품이 SF의 타임슬립을 소재로 하면서도 SF와는 다른 상상력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필자는 제1장에서 게임의 메타 이야기적 성격을 지적했다. 그 정리를 이용한다면, 사쿠라자카 히로시는 소설의 세계를 이야기의 층과 메타 이야기의 층으로 나누고 기리야 이외의 인물을 모두 이야기적인 캐릭터로 그리면서, 기리야만을 게임적․메타 이야기적 플레이어로서 그리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이층화를 도입함으로써 사쿠라자카 히로시는 컴퓨터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경험하는 이야기의 형태, ‘리셋’과 ‘리플레이’를 반복하는 것에서 처음으로 얻을 수 있는 메타 이야기적인 경험을 소설의 형태에 적용시키고자 했다. 달리 말하면 커뮤니케이션 지향적 미디어 특유의 경험을 콘텐츠 지향적 미디어 속에서 그리려고 한 것이다.”(129쪽)라는 것이다.
 [올 유 니드 이즈 킬]에서 주인공은 계속 같은 상황을 반복하는 일종의 루프물이다. 여기서 소설 속 주인공은 일반적인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라 계속 같은 시점으로 리셋되는 액션 게임이나 어드벤쳐 게임의 캐릭터와 비슷하다. 기리야는 30시간의 제한 시간 안에 기타이에게 승리한다는 목표를 달성해야 하고 그러지 못하면 ‘게임 오버’가 되고 전체 파라미터는 초기 상태로 돌아간다. 즉, [올 유 니드 이즈 킬]은 소설 전체가 몇 번이나 리셋과 리플레이가 진행되는 게임의 비유로 읽힐 수 있다. 이는 작가 후기를 봐도 알 수 있는 점인데, 작가는 계속 반복되는 플레이를 하는 게임에서 발상을 얻었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서 아즈마 히로키는 소설이 게임의 비유로 읽는 것이 가능하다면 흥미로운 점은 [올 유 니드 이즈 킬]의 주인공 기리야가 게임 캐릭터가 아니라 ‘우리’, 즉 게임의 플레이어와 비교된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내가 스티븐 킹의 [11/22/63] 1권을 읽으면서 느낀 점 역시 바로 주인공이 전통적인 소설 속 캐릭터로 읽히는 게 아니라 바로 게임적 리얼리즘 하에 구현된 플레이어적인 인물이라는 것이다. 즉, 게임이 도입한 플레이어 시점의 리얼리티가 느껴지는 것이다. 아즈마 히로키가 “우리들은 여기에서 단선적인 소설임에도 게임적인 다층성이 있고, 콘텐츠 지향적 미디어임에도 커뮤니케이션 지향적 미디어에 가까운 사고로 설계된 일군의 작품을 이러한 감정이입의 장소에 주목하여 ‘플레이어 시점의 문학’이라고 부를 것을 제안해도 좋을 것이다.”(214쪽)라고 말한 것처럼 [11/22/63]은 ‘플레이어 시점의 문학’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11/22/63]의 설정은 그만큼 게임을 닮았는데, 평범한 시간이동물은 과거로 가는 사건이 일회적이다. 루프물이 아닌 이상, 여러 차례 같은 시간대를 방문하지는 않는다.(간다면 다시 원상태로 복원시키려는 목적 하이다.) 그러나 [11/22/63]은 설정 상 한 가게 창고에 시간 터널이 있는데, 그곳으로 들어가면 1958년의 어느 날로 이동한다. 그런데 이 단순해 보이는 설정이 기발한 점은 그곳에 가서 맥주를 사가지고 온 다음에 다시 그 터널로 들어가면 똑같은 1958년 어느 날로 이동한다는 것이다.(맥주는 가져올 수 있다. 이런 점 역시 게임을 떠올리게 한다.) 모든 사람들이 같은 대사를 하며 같은 행동을 한다. 일종의 루프물을 주인공이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루프물과 차별화된다.(이런 루프물은 영화로는 [사랑의 블랙홀](Groundhog Day, 1993), [소스 코드](Source Code, 2011)를 예로 들 수 있다.) 루프물은 반복되는 상황에 갇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11/22/63]은 일종의 게임의 리플레이를 더 닮았다. 직접 리셋을 할지 말지 자유의지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플레이어가 게임을 재시작할지 안 할지 선택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매번 같은 시간대에서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것은 게임과 동일하다. 즉, 플레이어가 게임을 시작했다가 망치면 다시 처음부터 할 경우, NPC의 같은 대사와 행동을 매번 똑같이 체험한다. 즉,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과거 인물들은 살아있는 인물들이나 현재 시점에서는 모두 죽은 자들이고 정해진 행동을 반복함으로써 NPC적인 느낌을 준다. 주인공은 아즈마 히로키가 언급한 대로 플레이어의 비유로 볼 수 있다. 몇 번이나 리셋을 경험함으로써 게임을 진행하는 플레이어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관점의 정보를 수집하고 이후 원활하게 플레이가 가능한 것이다. 매번 똑같은 파라미터로 시작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게임의 반복하는 플레이와 유사하다. 여기서 플레이어(주인공)는 곧 독자와 일치되어 게임적인 감각으로 소설을 즐기게 된다. 일종의 과거 시간대를 탐험하는 어드벤처 게임 또는 비쥬얼 노벨을 즐기는 감각이 든다.
 과거로 가서 한 여자가 하반신 마비가 되는 사건을 막으면 미래는 바뀐다. 돌아오면 그 여자는 하반신 마비가 되지 않았고 전혀 다른 인생을 살게 된다. 나비효과로 인해(소설 속에서도 언급된다.) 하나의 사건이 여러 가지 파급력을 지니지만, 사소한 사건은 그만큼 역사의 큰 균열을 내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은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을 저지한다는 역사의 분기점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것은 1958년에서 가장 가까운 시점에 있는 역사의 분기점인 것이다. 물론 과거로 가는 시점은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1958년으로 이동해서 5년 동안 과거의 삶을 살아야 한다. 게임을 처음부터 마지막 판을 할 수가 없고 1단계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게임 속에서 여러 이벤트를 겪고 아이템을 얻는다고 해도 게임을 다시 처음부터 한다면 모든 경험치와 아이템이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무리 힘들게 과거의 사건을 하나 바꿨다고 해도, 다시 과거로 주인공이 간 시점에서 힘들게 바꾸어놓은 미래는 처음에 정해진 역사대로(우리가 아는 지금 이 시대) 초기화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은 긴장감을 가지고 읽어나갈 수 있다. 한 번씩 과거를 바꾼 게 저장된다면 소설은 단 권으로 끝났을 지도 모른다. 쉽게 차근차근 하나씩 바꿔나가면 되기 때문이다. 게임 하는 도중에 세이브를 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영리하게도 스티븐 킹은 한번 과거로 가는 순간 과거 그 정해진 시점 1958년 어느 날부터로 모든 게 리셋되기 때문에 미래조차 다시 원상태로 돌아간다. 게임을 새로 시작하는 것이다. 주인공에게는 게임을 플레이한 우리와 마찬가지로 습득한 지식 밖에 남은 게 없다. 다만, 거기다가 실체화된 육체적 고통이 수반된다. 나이를 먹고 상처는 이어진다는 패널티가 덧붙여진다. 이는 무한한 리셋을 방지하여 소설의 긴장감을 부여하는 스티븐 킹이 예리하게 설정해 놓은 규칙인 셈이다. 만약 무한한 리셋이 가능하게 나이도 먹지 않고 상처도 복원된다면 주인공의 패널티는 하나도 없기 때문에 성공할 때까지, 자신이 원하는 미래가 나올 때까지 무한히 반복할 수 있다. 수 만 번의 반복 끝에 모든 것을 이룰 수도 있기 때문에 작가는 미연에 방지를 한 것이다.
 이런 한계를 설정해놓기 때문에 본격적인 케네디 암살을 저지하지도 않는 1권이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초반부의 설정 소개는 게임의 튜토리얼처럼 독자를 게임 속으로 초대하고 규칙을 차근차근 알려준다. 전혀 지루하지 않으며 실재 눈앞에 과거가 그려진다는 점에서 뛰어난 필력을 만끽할 수 있는 지점이다. 중반 이후로는 튜토리얼을 끝낸 주인공이 연습에 들어간다. 한 번 과거로 가서 과거를 바꾸려고 시도하고 절반의 성공만을 거둔다.(몇 번의 과거를 수정하면서 바뀌는 미래를 확인하는 작업에서 오는 재미는 게임의 반복 수행에서 여러 이벤트를 경험하는 재미와 유사하며 한편으로 영화 [나비효과](The Butterfly Effect, 2004)에서 과거를 바꿈으로써 미래가 바뀌는 것들을 보면서 얻는 재미와 동일하다.) 이 과정이 매우 재미있기 때문에 독자는 케네디 암살 저지는 잊고 과거의 사건에만 집중한다. 1권에는 크게 두 개의 과거 사건을 바꾸기 위해 분량을 할애한다. 대체역사를 파생하는 케네디 대통령 암살 저지만큼 엄청난 사건은 아니지만, 한 소녀의 운명과 한 가족의 운명이 걸려 있기 때문에 놀라울 정도로 빠져들게 된다. 사실 세계의 운명보다 어떻게 보면 눈앞에 있는 한 사람의 목숨 또는 운명이 더 다가오는 법이다.
 게다가 이 소설의 중요한 설정 하나가 매력을 더한다. 과거는 바뀌지 않으려는 성질이 있다는 것이다. 일종의 세계의 억지력 같은 것으로 주인공이 과거를 바꾸려고 마음을 먹는 것만으로도 온갖 질병과 사고가 우연히 나타나 주인공의 앞길을 막는다. 마치 죽음이 정해진 사람이 그 죽음을 피하려고 해도 다른 방식으로 죽는 것처럼, 정해진 과거 역시 그대로 이루어지려는 초자연적인 힘이 작용한다. 이점이 이 소설의 긴장감을 조성한다. 주인공이 쉽게 과거의 정보를 읽고 과거를 마음대로 조작할 수 없다. 과거를 바꾸려면 그만큼 엄청난 고난에 처하며 상처입고 죽음을 각오해야 한다. 게다가 바꾸려는 과거의 일이 크면 클수록 그 저항은 거세다. 따라서 1권에서 두 개의 과거를 바꾸려는 주인공의 모험을 보면서 독자는 더욱 기대감을 가지게 된다. 이 정도 일에 이런 운명의 저항이라면, 과연 케네디 대통령 암살이라는 역사의 분기점을 바꾸려는 것은 어떤 저항에 직면할 것인가. 읽으면서 주인공에게 과거로 가는 통로를 알려주고 케네디 대통령 암살 저지를 맡기는 친구인 ‘앨’은 여러 차례 과거로 갔다가 암에 걸려서 자신이 직접 할 수 없는 처지에 이른다. 이는 주인공도 의심하지만 바로 과거의 저항력 때문에 암에 걸린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의심이며 이점 때문에 앞으로 주인공에게는 어떠한 위험이 다가올지 설레면서 호기심을 누를 수가 없는 것이다. 분명 암 이상의 다양한 위기가 닥쳐올 것이다. 여기에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케네디 대통령 암살에는 다양한 음모론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으며 과연 스티븐 킹은 이 소설에서 직접 주인공을 과거로 보내 암살을 저지하게 하기 때문에 암살의 진상을 어떻게 펼쳐 보일 것인가도 기대가 된다. 일반적인 해석과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점이 바로 과거로 이동하는 소설에서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상상의 재미가 아닐까.
 지금까지 짚어본 대로 스티븐 킹의 [11/22/63]은 다양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시간이동, 타임슬립, 대체역사, 루프물, 타임트래블 등 여러 장르의 요소가 섞여 있어서 이런 소재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필독해야 할 장르소설이다. 과거 시뮬레이션을 반복해서 임하고 메타적으로 바라보고 플레이어처럼 행동하는 양의적 주인공의 행동을 흥미롭게 관찰할 수 있다. 그로 인해 과거로의 시간 이동이 게임적 규칙 하에 있음에도 흡인력 있게 읽을 수 있고, 다양한 상황들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게임적 리얼리즘을 구현함으로써 독자를 방관자가 아니라 시점 캐릭터와 일치되는 플레이어로써 소설에 몰입하게 만든다. 그리하여 단선적인 과거 이동이 아니라 수명을 쓰며 몇 차례 리셋만 가능한 상황에서 세계의 억지력과 맞서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려는 미션을 함께 도전하게 만든다.
 그야말로 스티븐 킹이 쓴 타임슬립 소설이란 무엇인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작이다. 엔터테인먼트 소설의 최고점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스티븐 킹이 가진 이야기의 힘을 만끽하고 싶다면 바로 이 책을 사러 서점으로 가기를 권한다. 스티븐 킹은 글자만으로 당신을 1958년의 어느 날로 몇 번씩 데려다 놓을 것이다. 그 강렬한 시간 이동의 충격과 운명을 바꾼다는 스릴, 그리고 결국에는 역사를 창조하려는 모험 앞에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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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작별 트래비스 맥기 Travis McGee 시리즈
존 D. 맥도널드 지음, 송기철 옮김 / 북스피어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북스피어에서 존 D. 맥도널드의 [푸른 작별]을 출간했습니다. 이 작품은 트래비스 맥기 시리즈의 첫 작품입니다. 트래비스 맥기 시리즈는 총 21권에 달하는 시리즈입니다. 이 시리즈는 이언 플레밍의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와 더불러 미국 냉전시대를 대표하는 시리즈물로 손꼽힌다고 합니다.
 장르를 따지자면 이 작품은 하드보일드 소설입니다. 하드보일드는 '단단하게 삶은 계란'이라는 뜻을 지닌 단어입니다. 간단한 설명으로는 시사상식사전에서는 "1920∼1930년대 미국 문학에 등장한 새로운 사실주의 수법으로, 군더더기 없이 냉정하고 비정하게 인물과 사건을 묘사한 소설이나 영화"를 가리키는 말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드보일드는 헤밍웨이의 간결하고 박진감 넘치는 문체에서 시작해서 대실 해밋이나 레이몬드 챈들러 같은 작가가 하드보일드의 전형을 완성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하드보일드 소설들이 범죄와 추리를 다루면서 사립탐정이나 경찰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과 달리 트래비스 맥기 시리즈의 주인공은 트래비스 맥기는 탐정도 경찰도 아닌, 보트에서 살아가며 돈이 떨어질 때만 의뢰받은 사건을 해결하는 독특한 해결사입니다. 일반적인 탐정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 소설의 개성이 확실히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트래비스 맥기는 출판사에서 전설적인 순정마초로 표현할 정도로 마초면서 순정적인 면이 있습니다. 즉, 많은 하드보일드 소설이 냉혹한 세상을 뚫고나가는 비정한 남자를 주인공으로 삼는 것에 반해 트래비스 맥기는 다정다감한 면모를 많이 보여줍니다. 이점이 다른 하드보일드 소설의 주인공들과 차이점입니다. 그 점이 이 소설을 주인공과 여러 여성들이 얽히면서 이야기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주인공은 분명 냉정한 면도 있고 날카로운 추리력을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여성들에게 따스하게 다가가고 어려움에 처한 인물들을 가만 놔두지 못하고 곁에서 지킵니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어느날 밤 댄서 추키가 새로운 의뢰인을 소개합니다. 추키의 동료인 캐서린 커는 놀랍게도 자기가 본 적도 없는 재산을 빼앗겼다는 말을 합니다. 엄청난 돈을 보지도 못했으면서 빼앗겼다니? 이 설정부터 독자의 흥미를 자극합니다. 트래비스는 매번 돈이 떨어질 때만 사건을 맡지만 이번에는 그 사건에 호기심이 생겼는지 맡기로 합니다. 사건을 의뢰한 캐서린 커의 아버지는 1942년 텍사스에서 훈련을 받고 공중수송사령부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기장이 되어서 중국-버마-인도 쪽에서 임무를 맡으며 급료를 가족들에게 보냈습니다. 캐서린 커의 아버지는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 가족들을 부자로 만들어주겠다고 말했었습니다. 큰 돈을 벌었다는 암시인 거죠. 그러나 부자로 살게 해주겠다는 아버지는 집으로 돌아오기 전, 상사를 죽인 죄로 감옥에 갇혀 끝내 그 안에서 죽게 됩니다. 캐서린 커는 아버지가 남긴 돈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 채 살아갑니다. 그런데 한 남자가 아버지와 감옥에서 만났다며 접근합니다. 캐서린 커는 그 남자를 좋아하게 되고 의심을 하지 않습니다. 그 남자는 캐서린 커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하여 보물을 찾아내기 위해 혈안이 됩니다. 결국 보물을 발견하고서는 그것을 훔쳐내서 달아납니다. 그리고 나중에 부자가 되어 나타나 캐서린 커에게 모욕을 주며 마을의 다른 여자와 사귀다가 버립니다. 트래비스 맥기는 캐서린 커의 의뢰를 수락합니다. 캐서린 커가 한 번도 본 적도 없고 어떤 물건인지도 모르는 재산을 되찾아 와주기로 한 것입니다. 트래비스 맥기는 이렇듯 경찰도 해결할 수 없는 사건을 전문으로 맡으며 보수는 회수한 물건의 절반입니다. 이 독특한 설정이 이 소설의 매력을 부여합니다. 어차피 손에 쥘 수 없는 재산이 있을 때 마지막 수단이 바로 트래비스 맥기라는 것이죠.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됩니다. 맥기는 일단 보물의 정체를 추적해야 하고, 어떤 경유로 캐서린 커의 아버지가 재산을 벌었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캐서린 커 아버지의 친구들을 찾는 일을 시작하죠. 트래비스 맥기는 보통 사람에게는 쉽게 호감을 사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정보를 얻는 게 능수능란합니다. 소설은 중반부까지는 너무 쉽게 트래비스 맥기가 사건을 추적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그만큼 트래비스 맥기는 거침없이 사람들을 만나고 정보를 듣고 진실에 다가갑니다.
 사건을 추적하면서 트래비스 맥기는 범인에게 희생당한 또 다른 여자인 로이스를 만나게 됩니다. 폐인이 되어버린 그녀를 회복시키는 데 도움을 주고 정보를 얻어 추적을 계속해 나갑니다. 이 과정에서 로이스를 보살피고 회복시키는 과정은 마치 돈 윈슬로의 [지하에 부는 서늘한 바람]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중독 증세를 가진 여성을 곁에서 끈질기게 돌보아서 회복시키는 과정이 유사해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둘 사이에는 역시 유대가 생겨납니다. 로이스는 금세 이 소설의 중심 인물로 부각됩니다. 중반이 넘게 로이스의 치료에 매달리고 보살피는 것이 당연해 보입니다. 로이스는 이 소설의 진정한 히로인의 자리를 차지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범인을 잡게 될까. 캐서린 커의 아버지가 숨겨진 재산을 모을 수 있었던 비법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 재산의 정체는 무엇일까. 범인을 잡은 뒤에는 재산을 어떻게 다시 회수할까. 이 모든 궁금증들이 소설을 계속 읽어나가게 만듭니다. 게다가 번역이 유려하고 문장이 간결해서 가독성이 뛰어납니다. 정말 페이지가 순식간에 넘어가고, 짧은 시간 안에 책을 끝까지 읽어나갈 수 있습니다. 뛰어난 페이지 터너 입니다. 킬링 타임으로 이런 장르소설만한 게 없을 겁니다.
 신나게 몰입하고 싶은 소설을 찾는 독자라면 전설의 트래비스 맥기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 [푸른 작별]을 추천합니다. 플로리다의 해변가에 '버스티드플러시'라는 16미터짜리 바지선 안에서 살아가는 자유로운 해결사를 만나게 됩니다. 도무지 되찾을 수 없을 것만 같은 보물을 다시 찾아오는 기발한 설정. 그의 거침없는 행동을 보며 쾌감을 느끼고 마침내 절정 부분에서 만나는 적과의 대치 그리고 씁쓸한 결말까지 하드보일드가 주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글입니다. 하드보일드 장르의 팬이라면 이 장르를 놓치지 않겠지요.
 다 읽고 난 뒤에는 작가가 독자들이 실수로 같은 책을 사지 않게 하기 위해 제목에 색을 넣었다는 다른 트래비스 맥기 시리즈를 기대하게 됩니다. [분홍빛 악몽]. [죽음을 위한 보랏빛 공간], [붉은 여우], [죽음의 황금빛 그림자], [오렌지색 수의], [호박색보다 진한] 등등 이후에 이어질 트래비스 맥기 시리즈는 그 일관된 제목들처럼 트래비스 맥기의 다양한 활약상이 이어질 것 같아 기대됩니다. [푸른 작별]은 기대보다 작품의 완성도도 높고, 무엇보다도 재미있습니다. 특히 트래비스 맥기라는 인물이 매력적으로 그려지기 때문에 그의 다른 사건들을 얼른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액션도 뛰어나고, 다정다감한 모습에서 꾀를 부리거나 재치로 넘기는 부분들이 인물의 매력을 배가시키고 있습니다. 이 사람을 더 보고 싶다. 이런 감정이 들게 만드는 인물입니다. 빠른 판단과 냉철한 면을 가지는 동시에 감상적이면서 따뜻한 면도 가지고 있습니다. 행동이나 사고관이 독자에게까지 호감을 주는 인물인 것이죠.
 책을 읽으면 한 번쯤 바닷가에서 자기 보트안에서 살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며 자신의 배에 버스티드플러시보다 더 멋진 이름을 짓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합니다. 그만큼 트래비스 맥기의 특이한 삶의 방식은 독자에게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펼쳐지는 사건 역시 예사롭지 않으며 독자를 끌어들입니다. 여러 인물들이 나와도 겹치지 않게 개성들이 부여되고 맥기와 자연스럽게 얽힙니다. 그 점이 이 소설의 묘미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여성이 많이 나오는 점도 눈에 띕니다. 괜히 책 날개에 트래비스의 인생에 머물다 간 여자의 수가 무려 육십 여명에 달한다고 적혀 있는 게 아닌 것이죠.
 정말 오랜만에 다음 편이 빨리 읽고 싶어지는 근사한 시리즈를 발견한 것 같습니다. 놀라운 가독성 때문에 다음 권이 매 달마다 쏟아진다고 해도 금세 읽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독특한 사건, 불행한 여인, 매력적인 해결사가 한데 뒤섞인 모험이 책 한 권에 들어 있습니다. 답답한 일상에 지친 분들에게 하드보일드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밤하늘의 별들이 나의 억지스러운 묘기를 내려다보며 조롱했고, 난 위축되어 갔다. 광활한 밤, 작은 보트에 탄 한 남자. 난 절망에 빠졌다. 보트가 흔들리든 말든 잔물결이 부딪혀 얼굴에 뿌리든 말든 아무래도 좋았다. 눈물과 바닷물은 같은 맛이 났다.(217쪽)

* 마음에 들었던 문장입니다. 눈물과 바닷물은 같은 맛이 났다고 긴박한 상황에 툭 던지는데 인상에 박히더군요. 이런 식으로 간헐적으로 문장들이 툭툭 마음에 들어오는 경우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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