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김연수 : 인터넷만 아니었어도 훨씬 더 많은 작품을 썼을 거예요(인터뷰이와 인터뷰어 사이에 희미한 동질감이 형성되는 분위기다). 저도 한때 글쓰기 전에 두 시간 정도 서핑을 하는 버릇이 있었어요. 그러다보면 원래 고민하던 장면의 방향타를 놓치고 엉뚱한 정보의 바다에 빠져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죠. 실제로 저는 글을 쓰기 전의 구상 과정이 훨씬 오래 걸려요. 구상하기 전까지 너무 힘이 드니까 결국 마감일부터 글을 쓰기 시작하는 거죠.(두 사람 사이에 더더욱 확실한 동질감이 형성되는 분위기다).
정여울 :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는 안도감으로 말꼬리를 잡아채며) 역시 마감이 없다면 글을 쓰기 어려울 것 같아요. 제가 아니라 마감이라는 친구(혹은 협박)가 글을 써주는 느낌이 들어요. 글쓰는 사람들에게 마감이 주는 긴장의 필요성과 마감 없는 글쓰기의 유토피아가 동시에 공존하는 것 같아요.
김연수 : 단편 같은 경우는 아마 마감이 없으면 너무 고통스러워서 안 쓸 것 같아요. 하지만 장편은 마감 없이 쓰는 것이 좋죠, 아니 마감 없는 글쓰기를 꿈꾸죠. 마감 있는 단편보다는 마감 없는 장편으로 나아가고 싶은 것이 제 바람이예요.
―― 2007『작가세계』 여름호, 작가 인터뷰, 정여울, 89~90쪽
공감가는 대목 중 한 부분이라서 옮겨봅니다. 김연수 작가의 글은 사실 많이 읽지도 않았지만 주위에 좋아하는 분이 많아서 관심이 많았던 터라 이번에 김연수 특집인 『작가세계』 여름호도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읽은 김연수 작가 글은 작년 창비 가을호에 실린「내겐 휴가가 필요해」였죠. 아직 2007 이상문학상 수상집을 읽지 않았는데 거기에도 실렸군요. 저는 괜찮게 읽은 기억이 있는데 인터넷에서 보면 아쉬웠다는 분들도 많네요. 아무튼 김연수 작가의 글들은 더 많이 읽어야겠습니다. 아직은 너무나 읽을 게 많아요.
머뭇머뭇 일어서는 그를 보며 살갑고 상큼한 가장의 냄새가 느껴졌다. 딸이 『모두가 동시에 하나인』이라는 책 제목이 어렵다며 <모기인 동시에 하마인>이 어떻겠냐고 말했다는 에피소드는 나를 하루종일 키득거리게 했다. 여덟 살 나이에 아빠의 소설 『사랑이라니, 선영아』를 열심히 읽는다는 그 총명한 독자가 있는 한, 그는 외롭지 않을 것 같다. 못다한 이야기는 그의 신작소설 속에서 복화술로 나누어도 좋을 것 같다. 그 그리운 낯선 이들의 눈물을 이해하는 순간, 그의 새로운 소설은 또다시 시작될 것이다.
―― 2007『작가세계』 여름호, 작가 인터뷰, 정여울, 100쪽
딸 아이의 순수한 말에 인상적이고 재미있었던 부분. <모기인 동시에 하마인>이라니.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