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여름 문학동네 51호
FOCUS 좌담 | 한국문학은 더 진화해야 한다
― 이기호 정이현 박민규 김애란 신형철
신형철 네. 김애란의 소설에 대해서 이야기 좀 해보지요. 첫 번째 작품집 이후에 발표한 단편이 일곱 편입니다. 다음 책은 언제쯤 나옵니까?
김애란 여름에 나올 것 같아요.
신형철 첫 작품집을 내고 나서 부담을 많이 느꼈으리라 짐작됩니다. 그래서 외려 이제는 좀 변화를 꾀해야겠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되지는 않던가요?
김애란 그런 생각을 한 적은 없어요. 대신에 질문을 많이 받으니까요. 부담이 안 되느냐, 이런저런 질문을 받으면 능청도 떨고 미끄러져가기도 하고 그랬는데요. 나중에 생각하니까 제가 ‘나 괜찮아요’라고 말하려 애썼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래서 나중에는 바깥에다 대고 끊임없이 해명을 구하는 것보다 내가 나한테 조용히 신뢰를 보내는 게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었어요.
이기호 아, 누가 김애란을 미워할 수 있는 거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진짜…… 신형철의 평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신형철 자, 넘어갑시다.
이기호 그리고 애란씨가 문학특강 같은 데 가서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이 뭐더라?
김애란 아버지가 안 계세요?
page 131 - 132 中
웃겨 죽는 줄 알았다. 참으로 순수한 질문이 아닐 수 없지 않은가. :D
그리고 또 재미있었던 부분이…….
이기호 형 소설은 아내의 눈치를 너무 보고 있어요. 내가 보는 입장은 그래요.
신형철 어떤 면에서?
이기호 작업이 아내에 대한 직업밖에 없어요. 그래서 나는 진짜 그 생각을 많이 했어요. 어떻게 이렇게 아내에게 순종하면서 사실까?
정이현 지금도 떨면서 사신다고 하던데……
박민규 좋은 걸 어떡해요?
이기호 이건 나쁜 의미가 아닌데, 아내에게 작업 거는 소설이죠.
박민규 작가로서도 그 에너지를 사용하는 게 굉장히 도움이 됩니다. 이성에게 잘 보이고 싶은 열정…… 멋지게 보이고픈…… 가장 강렬한 에너지라고 보는데…… 제 와이프가 진짜 아름다운 사람이에요. 하여간에…… 그래서 너무 좋고…… 잘 보이고 싶은 거죠. 그게 없다면 아마 글 많이 못 쓸 거에요. (일동 웃음)
이기호 한국문학에서 박민규 형수님의 역할을 되게……
신형철 그렇군요. 형수님께서 한국문학에 큰 기여를 하고 계십니다.
- page 136 中
형수님의 기여가 참으로 크지 않은가. 하하하.
이번 문학동네 여름호를 받자마자, 바로 좌담회 부터 봤는데, 관심가는 작가들의 좌담회라 그런지 시종일관 흥미진진했고 재미있었다. 박민규의 대책없는 무규칙소설가의 입담이 좋았고(아내에게 신비로운 남자로 보이고파 소설이 써진다는 그의 말이나, 일인칭, 삼인칭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이야기, 문예지를 거의 보지 않고 동네 도서관에 준다는 이야기 등등), 이기호의 재치나, 김애란의 밝은(?) 생각들이 좋았다. 이제 다른 글들도 읽어봐야겠다. 젊은 작가 특집에 『고래』를 쓴 천명관도 관심이 가고, 배수아, 천운영, 백가흠, 박주현의 단편들도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