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독일월드컵을 보면서, 처음부터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아르헨티나가 떨어져서?
특별히 그것 때문에 몹시 마음이 아픈 건 아니다. 어차피 바티의 팀이 아닌지도 한참 됐는걸.
내게 바티 만큼의 스타는 없다. 아니 나에게 뿐 아니라 축구팬 누구에게도,
2006년 현재 '가브리엘 오마르 바티스투타'와 같이 흡입력 있는, 카리스마 넘치는,
찬란하게 빛나는, 황금빛 사자 같은 스타는 없을지도 몰라.

그래도 좋은 것이 있었다면-- 지단님과 피구였다. 지금은 돈지랄하다 망조가 든 레알이라지만
한때 지구방위대에서는 지단님이 중원을 지휘하고 피구가 길을 열고 호나우두가 짐승처럼 서성이고
라울이 받쳐주고 호베르투 카를로스가 점핑을 하는, 그런 아주 잠깐의 멋진 시절이 있었다.
그들이 합쳐서 내놓은 성과는 우습게도 별볼일 없긴 했지만
그래도 그들의 경기는 간간이 눈앞에 예술을 펼쳐보였다.

유럽축구 팬이라면 누구나 부인할수 없었을 지단과 피구의 현란함, 예술성,
이제 그들을 보는 것이 마지막이로구나. 그래서 독일월드컵을 보는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나보다.

'지단과 피구의 아름다운 우정'. 오늘 새벽 벌어진 프랑스-포르투갈전의 최대 관전포인트는
어쩌면 그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두 팀 다 잘 했고, 두 팀 다 못했다.
두 팀 모두 '비아냥을 뒤엎고' 준결승까지 올라왔으니 잘 했지만

두 팀이 보여준 경기는 별로 예술적이지도 않았고 기동적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1972년생, 동갑내기 노장들의 플레이는 여전히 빛났다.

 



4년을 한솥밥 먹었으니 친할 것이고, 당대의 명장들이었으니
교감과 회한을 말로 하지 않아도 함께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안녕, 지단과 피구!
국가대표 그만둔 뒤에도 그대들의 모습을 TV 화면에서 볼 수 있을까?
축구 이후의 인생에도 영광이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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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6-07-06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꺼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ㅠ_ㅠ

로베르토 바조 이후 매너놈을 유럽축구에 열광시킨 피구大人이 결국 무관의 제왕으로 떠나는군요. 그를 처음 알게 된 유로2000 잉글랜드전 갑자기 다시 보고싶은걸요.

에잇... 이왕 이렇게 된 거, 비에리도 카사노도 없는 意大利亞지만, 유로2000의 원쑤나 갚아보길 비는 수밖에. 인가요.

가을산 2006-07-06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그럼 우리가 프랑스랑 비긴건 무지 잘한거네요? 그런가요? '-'a

paviana 2006-07-06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멋진 장면이네요.서로를 알아볼수 있는 지음을 가진 사람들이란...
결승전은 지단님의 마지막 경기가 되겠네요...
이상하게 우리나라에서는 이탈리아의 인기가 영 없어요. 제가 이탈리아를 응원한다고 하면 이상하다고 보거든요. ㅎㅎ 그게 축구냐 격투기지 하시지만, 원래 금그어놓고 하는 경기가 아닌이상 거의 대부분 거칠지 않나요? ㅎㅎ
12년주기의 싸이클로 봐서는 우승인데,어쟀든 기다려지네요.ㅎㅎ

중퇴전문 2006-07-06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골프처럼 시니어 리그라도 만들어서, 적어도 마흔까지 뛰어 주면 어떨까 싶죠 (아시아 쪽에서 선수 생활을 연장하는 경우도 가끔 있긴 하지만). 격렬한 운동량 때문에 그런거겠지만, 야구나 농구 등보다 이른 축구의 은퇴 연령은 팬에겐 아쉬운 대목.

딸기 2006-07-06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너청년, 흑흑 너무너무 서글픈거 있지
가을산님, 우리가 프랑스랑 비긴 건... 뭐, 못한 것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을까요.
어쨌거나 그날 우리 경기 참 못하지 않았나요? 전반 내내 슛도 한번 없고. ㅋㅋ
파비아나님 제 주변에 아주리 응원하는 사람들 꽤 있어요. 걱정 마셔요!
중퇴전문님, 반갑습니다. 처음 뵙는 것 같네요. 시니어리그, 그거 훌륭한 아이디어로군요!
(그런데 지단님은 워낙 축구계를 떠날 마음이 굳으신 것 같아요 ㅠ.ㅠ)
 

멕시코 대선 정국이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앞서가다가 표본투표에서 우파 후보에 뒤진 것으로 나타났던 좌파 후보가, 재개표에서는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선거부정 시비 속에 재집계가 실시되면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가 다시 선두로 올라섰다고 5일 보도했다.




멕시코시티의 선관위 직원이 재집계를 하기 위해 투표함을 옮기고 있다.  /AFP


현지 언론들은 좌파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가 우파 펠리페 칼데론 후보를 2% 정도의 지지율 차이로 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는 전국 13만여개 투표소 중 80%의 투표소에서 나온 결과를 집계했을 때 36.69%의 득표율을 보이며 칼데론 후보의 34.67%를 앞서고 있다.


멕시코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 직후 7200여개 투표소에서 표본을 추출, 표본개표를 1차로 실시하고 이후 전체 13만788개 투표소에서 일정 비율의 표를 뽑아 예비개표를 2차로 실시한다. 전체 투표용지에 대한 개표는 1, 2차 개표에서 결과가 확정되지 않았을 때에만 실시한다. 1, 2차 개표에서는 모두 칼데론 후보가 1% 정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 측은 집계 과정에서 300만표 가량이 누락되는 등 부정투표 의혹이 있다며 재집계와 전면 재개표를 요구했다. 선관위는 1, 2차 개표에서 두 후보간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최종 당선자 발표는 미뤄놓고 있는 상태다.




그것봐, 수상하다고 했잖아! 승리를 다짐하는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 /로이터


선관위는 문제가 된 300만표의 경우 기표 방법에 오류가 있어 표본 개표에서 제외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300만표만 개표했을 때에도 우파 후보와 좌파 후보간 격차는 절반으로 줄어든 것으로 밝혀졌다. 이어 13만788개 투표소의 예비개표 보고서를 다시 검토해보니 좌파 후보가 우세한 것으로 반전됐다. 좌파 진영은 1만8000여개 투표소에서 선관위가 발표한 투표용지 지급 개수보다 더 많은 투표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아예 전면 수작업 개표를 실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표본개표 뒤 먼저 승리를 선언했던 칼데론 후보는 "내가 집권하면 국가의 분열을 막기 위해 내각에 좌파 각료들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지만 좌파는 물러서지 않을 기세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는 선거캠페인에서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나서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선풍을 일으켰다. 전국민의 40%가 빈곤선 이하에 살고 있는 멕시코에서는 서민, 빈민층 중심으로 FTA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오는 2008년부터 허용키로 한 미국산 옥수수 등 주곡작물 수입 조항을 재협상하겠다고 나서 호응을 얻었다. 그가 당선될 경우 비센테 폭스 현대통령의 시장중심 경제정책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멕시코 증시는 5일 하향곡선을 그렸다.




멕시코시티 중앙광장에 모인 좌파 지지자들이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로이터


선관위는 당초 예상됐던 결과가 반전되기는 했으나 여전히 1, 2위 득표자들 간 박빙 승부가 이어지고 있다며 각 정치세력에 섣부른 대응을 자제토록 요청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도 "현재 정국은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호엘 몬토야라는 유권자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지금까지는 대통령이 선거 뒤 곧바로 승리자를 발표했었다"면서 "이렇게 엎치락뒤치락하는 선거는 처음이라 많이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좌파 지지자들은 현재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가 앞서가고는 있지만 선거 과정에서 석연찮은 일이 많이 발생했다며 여전히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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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6-07-06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FTA재협상이 정말 가능할까요?
멕시코를 계속 예의주시해야겠네요.

별족 2006-07-06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표를 일부만 하고 당선을 선언한다구요????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건 저뿐인가요?

딸기 2006-07-06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절차를 이해하느라고 매우 힘들었습니다.
1988년에는 중간에 "컴퓨터 다운됐다"며 선거 결과를 뒤집었다지요.

따지고보면, 구로구청 부정선거 사건이 일어난 것이 1987년이니
우리도 그닥 남의 말할 형편은 못 되지만요.

balmas 2006-07-06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희한한 넘들이네요 ... -_-a

딸기 2006-07-07 0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뒤집혀서 우파가 이겼어요 -_-
 
분열과 통일의 독일사 - 케임브리지 세계사 강좌 1
메리 풀브룩 지음, 김학이 옮김 / 개마고원 / 2000년 12월
평점 :
절판


솔직히 나는 합스부르크 카롤링거 이런 이름들을 들어보기는 했지만 독일이라는 나라가 언제 어떻게 형성됐는지 하는 것은 잘 몰랐고, 신성로마제국이 독일 땅에 있었다는 것도 몰랐다. 내가 몰랐던 것이 그 뿐이겠냐만은 중·고등학교 시절에 세계사 책에서 스쳐듣고 넘어갔던 것들조차도 모두 잊은지 오래이고, 심지어 나는 독일이 어느 나라랑 국경을 맞대고 있는지도 잘 몰랐다.

워낙 유럽의 역사하고는 거리가 멀었는데 이 책 서평을 보고 한번 읽어봐야지 했었다. 제목이 ‘분열과 통일의 독일사’로 되어있는데, 케임브리지 세계사 강좌 시리즈로 나온 것들 중 첫 번째 권이라고 한다.


앞부분 넘기는 것이 아주 수월치는 않았다. 첫머리에 독일과 독일인에 대한 ‘유럽인들의 편견’을 언급한 내용이 나오는데 나는 애당초 독일과 독일인에 대한 생각 자체가 없기 때문에 책장을 넘기면서 끄덕끄덕 ‘아, 유럽 사람들은 독일에 대해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었나보구나’ 하며 지나갔다. 중세독일과 종교개혁 부분에서도 다른 유럽지역과 독일의 차이점 같은 것을 눈여겨보기엔 기본지식이 너무 없었다. 30년 전쟁, 베스트팔렌 조약을 지나 프로이센에 이르면서 ‘여기서부터는 좀 열심히 봐야겠구나’ 했는데 별반 재미가 없었다. 재미가 없었다는 것은, 읽자마자 까먹었다는 얘기다.

비스마르크를 지나 바이마르공화국으로 넘어가면서 책 읽는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독일인들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것이 만나는 사람들마다 ‘반성하라’ 라고 하는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결국 독일사에서 듣고픈 부분은 나치즘에 대한 것 아니겠는가. 어째서 그 나라에서는 나치즘이라는 것이 나왔고 그들은 왜 유대인을 조직적 계획적 ‘과학적’으로 학살했는가, 그들은 어떻게 분단에서 통일로 갔는가, 분단된 한반도와 분단된 독일의 역사 과정은 어떻게 같고 어떻게 다른가.


몇 가지 질문들을 마음에 안고 읽었지만 이 책 한권에서 해답이 나왔을 리 없다. 어쩌면 그것은 역사를 바라보는 모든 이들이 마음속에 갖고 있는 의문들, 쟁쟁한 역사학자들 간에도 논쟁이 끊이지 않는 주제가 아니던가.

한나 아렌트 이전의 서양 학자들은 ‘미친 히틀러’에게서 해답을 찾았거나 찾으려 애썼던 것 같고, 그 이후의 학자들 사이에서는 ‘독일의 특수성’을 거론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은데, 저자는 ‘히틀러 미친놈 이론’은 일단 배제한 뒤 후자, 즉 ‘독일의 특수성’을 주장하는 이들에게 반대하는 데에 에너지를 쏟고 있다.

독일이 유럽 가운데 있다보니 지형적 경계가 없어서 나라 통일이 늦어졌다는 ‘지정학적 특수성’, 독일 민족이 원래 정치에 무관심했다는 ‘민족적 특수성’, 독일에는 그래서 제대로 된 혁명이 없어서 민중적 저항이 없었다는 ‘역사적 특수성’ 등 다종다양한 특수성을 주장하는 이들이 많은데 이런 것들은 모두 뒷날 사람들이 결과를 놓고 역으로 독일 역사를 끼워 맞춰서 생산해낸 이론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저런 주장들을 ‘오늘의 결과에 과거를 맞추는 목적론적 역사관’이라고 비판한다. 민족국가 수립을 기준으로 근대성 여부를 판단하던 20세기 역사학자들이 ‘독일은 민족국가도 못 세웠다가 뒤늦게 자본주의 들어선 탓에 너무 혼란스러워서 그 모양이 됐다’는 식으로 해석한 것을 경계하자는 얘기인데, 일면 이해가 가기도 한다.

일본 역사에 대한 책을 읽을 때마다 부딪치는 논란이나 마찬가지다. 아시아에서 유독 ‘근대화’에 성공해 침략주의로 나아간 일본을 어떻게 볼 것인가, 혹은 태평양 전쟁으로 박살이 난 뒤에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룩한 일본의 저력은 무엇인가를 따질 때에 서방과 일본 학자들이 흔히들 ‘일본의 특수성’을 거론하곤 하는데, 거기 대해서도 반론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마찬가지 시각에서 ‘특수성 이론을 경계하자’는 주장을 받아들여야 할까?


저 민족이 원래 유별나서 저런 결과가 나왔지, 라고 생각하면 풀리는 것은 없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나서도 의문이 계속 남는다. 바흐와 바그너... 기타등등 나는 잘 모르지만 위대하다는 수많은 문화예술가들, 시계처럼 움직였다는 칸트와 낭만파 시인들, 그렇게 많은 업적을 남겼다는 독일인들은 어째서 나치즘의 출현에 저항하지 않았는가. 궁금증은 여기를 향해 가기 마련이다.

나치즘이라는 것이 1930년대 히틀러 집권 때부터 “전쟁을 일으켜 세계를 피바다로 만들고 유태인들을 몽땅 몰아넣어 죽이자”라는 형태로 제창된 것이 아니라는 점, 유럽에서 유태인 학살의 역사는 너무나 뿌리 깊은 것이어서 오늘날의 기준으로 당시의 사건을 재단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점, 바이마르 공화국 실패 이후 독일인들이 갖고 있던 민족주의적 열망, 히틀러를 비롯한 인종주의 확신범들, 독일 내에서의 소규모 저항들이 모두 분쇄된 뒤 유럽 안보체제마저 리스크매니징에 실패했다는 점, 그 밖에 여러 가지 많은 요인들이 겹쳐져서 초창기 유동적이었던 나치 체제가 그 지경으로 굴러갔다는 것인데...


“그 어떤 단일한 요인도 나치즘의 대두를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 히틀러의 연설 능력이 비정치적인 독일인들을 유혹했다고 간단하게 말하는 것도 역시 그릇된 일이다. 바이마르 민주주의의 발전과 몰락은, 여러가지 요인들이 매우 특수한 역사적 환경 속에서 상호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발생한 매우 복합적인 과정이다.

그 복합성 때문에 공화국의 역사를 파악하기가 대단히 난감하지만, 그 복합성 자체가 축복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그 복합성이야말로 ‘그러한 일이 또다시 발생할 수 있는가’라는 흔한 질문에 대해 답을 주기 때문이다. 그렇게 특수한 환경 속에서, 그렇게 독특한 다양한 요인들이, 또한번 똑같은 방식으로 혼합되고 결합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정답이다.”


그런가요? 그럴까요? 과연 정답일까요?


요는, 나치즘 같은 반인류적 범죄집단, 범죄현상이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저자는 “그런 복합적인 요인들이 또다시 합쳐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한다. 그런데 “과거와 같은 나치즘이 또 나타날까”라고 묻는다면 “똑같은 현상이 또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당시와 다른 형태의 파시즘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에 대해 묻는다면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복합적인 요인들이 혼합되어 과거와는 다른 방식의 파시즘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과거와 다른 형태의 것은 파시즘이 아니라 다른 이름으로 붙여야 한다고 하면 할 말 없지만 어쨌든 저자가 정답이라 부른 것이 미래에 대한 근본적인 불안감을 없애주는 대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량이 많지 않은데 독일 근현대사를 깔끔하게 정리를 잘 해놓았다. 2차 대전 이후 현대사 부분도 신속간략재미나게 읽었다. 눈길이 갔던 몇 가지. 일본과 대비해서 독일에서는 과거사 ‘반성’이 잘 이뤄졌다고 들었는데 전후 ‘설문조사로 주민들을 전범이냐 아니냐 분류한 관료주의적 악몽’을 얘기하는 것을 보면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또 서독과 동독의 관계, 정확히 말하면 서독의 동독 지원이 그 정도로 많았는지 몰랐다. 우리가 북한에 퍼주기 한다고 지랄 떠는 놈들(그런 놈들이 민족 얘기는 또 제일 많이 한다) 다 입을 틀어막아야 하는 거 아냐? 이래저래 재미있었고, 더불어 '옮긴이의 후기'가 매우매우 훌륭했다. 그거 읽고 나니까 아, 이런 책이었구나 하는 정리가 많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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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하겠다고 난리를 치고 있다. 어쩌면 노무현이라는 사람은, ‘김영삼=IMF’ ‘김대중=6·15’인 것처럼, ‘노무현=FTA'로 가는 길을 걷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FTA해서 나라를 수렁에 빠뜨린 역사적인 인물로 기록될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그렇게 되면 역사의 죄인이 되는 것일 수도 있는데, 언론에 종사하고 있는 나는 FTA와는 상관없는 부서에서 일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몸담고 있는 회사가 워낙 꼴통인 관계로, 이렇게 부도덕한 집단에서 나라 망치는 일에 무기력하게 동참하고 있다는 자괴감이 많이 든다.


멕시코 대선이 지금 막 치러지고 있다. 세계 언론의 관심은 ‘중남미 좌파열풍이 멕시코에서도 이어질 것인가’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여기 지구 반대편에서 멕시코 대선을 보는 사람의 시각은 ‘FTA가 심판을 받을 것인가’ 하는 점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을 수 없다.




소노라주 노갈레스에서 투표를 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는 유권자들. /로이터


현지시간으로 2일 실시된 멕시코 대선에서 좌파 민주혁명당 소속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52) 후보가 우파 국민행동당의 펠리페 칼데론(43)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BBC방송 등 외신들과 현지 언론들은 이날 치러진 대선에서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가 조금 앞서고 있고, 비센테 폭스 현대통령 이전에 장기집권을 했던 제도혁명당의 로베르토 마드라소(53) 후보는 한참 뒤쳐진 3위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투표는 이날 오후 9시(한국시간 3일 오전 11시)까지 계속된다. 유권자 7000만명의 투표결과를 취합해 몇시간 내에 선거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라고(어떻게 그런 초고속 개표가 가능한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1, 2위 후보 간 표 차이가 오차 범위 내에 있을 경우 공식 선거결과 발표는 조금 미뤄질 수도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대선과 함께 멕시코에서는 연방 상·하원 선거와 멕시코시티 시장 선거, 3개 주 주지사 선거가 동시에 실시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율이 60% 정도일 것으로 내다봤다. 선거 전 주요도시에서는 극심한 좌·우 대립으로 충돌이 잇달았다. 유럽연합 선거참관인단은 이번 선거에서 심각한 부정이나 폭력사태는 없었다고 밝혔지만, 대선 결과에 따라 부정선거 시비 등 후유증이 있을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펠리페 칼데론(왼쪽)과 로페스 오브라도르(오른쪽) 후보


당초 투표는 오후 8시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일부 투표소가 늦게 문을 열어 투표시간이 연장됐다. 젊은 유권자들은 투표가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한 것에 대해 부정투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집권 가능성이 높은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 본인조차 이날 오전 멕시코시티의 아파트를 나와 투표소로 향했다가 투표소가 정해진 시간보다 늦게 문을 열어 1시간 가량 대기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는 "우리는 할 만큼 했다"며 "유권자들의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혁명당과 노동당, 수렴당 등 3개 정당이 연합한 `모두의 행복을 위해'라는 이름의 선거캠프를 구성해 좌파 돌풍을 일으켰었다. 잡화상집 아들로 태어나 멕시코시티 시장을 지낸 그는 여전히 시내 서민주택가의 아파트에 살고 있다. 우파 정권의 부패와 대비되는 청렴, 검약한 이미지의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를 가리켜 한 전기 작가는 `멕시코의 구세주'라고까지 표현했다.

이번 대선의 최대 이슈인 경제문제에서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측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의 부작용을 가장 심각한 현안으로 지적하면서 FTA 전면 재검토를 핵심공약으로 내세웠다. 멕시코시티 시장 재직시절 빈민구제와 복지 확충 사업을 적극 실시해 빈민·서민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그는 "자유시장경제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FTA에 대해서는 재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언론들마다 미국-멕시코 FTA가 멕시코에 가져다준 영향력을 평가하는 내용이 다르다. 얼마전 KBS에서 멕시코의 실태를 담은 다큐를 방영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돈데보이 노래만 들었지 내용은 제대로 보지 못했다. 실제 멕시코는 어떨까. 가보지 않았으니 잘 모르겠고, 이런 상황에서 이 글의 의도를 의심받지 않기 위해,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제공한 정보들만 가지고 멕시코 경제 현실을 수치상으로나마 들여다보자.


1994년 FTA 실시 이후 멕시코에서 농촌이 무너져 사파티스타 농민전쟁 같은 반세계화의 물결이 일어난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사파티스타는 이번 선거에서 좌-우 어느 쪽 후보도 지지하지 않았으며 멕시코시티 등지에서 별도로 ‘제3의 정치’ 운동을 벌였다). 또 실직자가 늘고 공공서비스가 무너지는 등 극심한 부작용이 나타났다.

지난해 공식 실업률은 3.6%이지만 실제로는 노동인구의 25%가 불안정한 고용상태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실질경제성장률은 3%로 인플레율(3.3%)에 못 미쳤고, 1억700만명의 인구 중 40% 이상이 빈곤선 이하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일자리를 찾기 위한 멕시코인들의 불법 월경을 막기 위해 미국 정부가 국경에 분리장벽을 세우기로 결정하면서 미-멕시코 간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People throw their voting cards and copies of them into a fire during a protest in the town of San Salvador Atenco, Mexico, Sunday, July 2, 2006. The town of San Salvador Atenco is a farming town which has repeatedly confronted the government since the peasants brought down plans to build an international airport for Mexico City on their lands. /AP



이번 대선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국경을 넘어 미국 영토 내에 살고 있는 멕시코인들에게도 투표권이 주어졌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는 "미국과의 관계를 계속 중시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FTA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그가 당선될 경우 대미 갈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미국이 재협상 요구에 어떻게 응할지도 관심거리다). 멕시코는 전체 수출의 87%, 수입의 55%를 미국과 하고 있을만큼 대미 의존도가 높다. 1990년대 중반 멕시코를 강타한 금융위기가 지나가고 인플레가 잡히긴 했지만 여전히 농업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지난해 산업생산증가율은 2.5%에 그쳤다.


폭스대통령의 지지 속에 보수파와 부유층 표를 얻고 있는 칼데론 후보는 상대적으로 젊고 강력한 지도자의 이미지로 선거전 막판에 기세를 올렸다.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한 엘리트로, 아버지가 하원의장을 지낸 정치명문가 출신인 그는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를 `포퓰리스트'로 몰아붙이고 있다. 그는 로페스 오브라도르의 주장과 달리 FTA는 멕시코 경제 실패의 주요인이 아니라면서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자유무역 원칙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번 선거로 멕시코 여론이 좌-우로 갈리면서 과거 우파 정권의 버팀목이었던 중산층마저 분열되고 있다고 전했다. 남의 일 같지 않은 일들이 세상에 이렇게 많은걸 보면 글로벌 소사이어티 맞긴 맞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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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its 2006-07-03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브라도르 아저씨가 됐으면 좋겠네요!
박진감 넘치는 글 잘 읽었습니다..^^

바람돌이 2006-07-03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언제쯤이면 'FTA전면 재검토'라는 공약을 내거는 후보를 만날 수 있을까요?

로렌초의시종 2006-07-03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오브라도르라는 아저씨도 미국의 특기 대로 암살당하는거 아닌가요? 아니면 쿠데타?(이 암울한 예견이라니;;)
 

이런 책을 선물받았다.

  

누가 보냈는지 써있지도 않은 소포, 노란 봉투에 이 책들이 들어있었다.
이런 쪽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한테 이게 무슨....?
필자 이름들을 보니-- 진중권이다! 유명한 사람이다!

알지도 못하는 진중권이라는 사람이 나한테 이런 책들을 보냈을리는 없고 ^^
아마도 3권을 그린 태권V가 내게 보내준 모양이다. 전화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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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6-07-02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선 딸기님이 더 유명하죠^^

하이드 2006-07-03 0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번에 점심 먹을때 ( 그때가 도대체 언젠지;;) 이 만화 작업한다고 언급했었는데, 금새 책으로 나왔어요. ^^

딸기 2006-07-03 0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
하이드님, 지난번에 점심먹을 때 그 얘기가 나왔었나요? 나만 까먹었구나...

이잘코군 2006-07-03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축하드려요. 그때 그 분이시군요. 십자군.

paviana 2006-07-03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좋으시겠어요. 저도 사봐야지 하고 있는 중입니다.오직 생각만....ㅎㅎ
안 읽고 던져둔 책으로 평상을 만들수 있는 중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