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결혼했다 - 2006년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이당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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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건 딱 나를 위한 책이네, 이러면서 증말 잼나게 봤다. 이 소설 이야기는 진작에 들었고, 심지어 어떤 이는 “딱 너를 위한 책”이라며 내게 권해주기도 했었다. 문학성 작품성 기타등등 무슨무슨 평가기준 막론하고, 암튼 이 책이 적어도 어떤 부분에선 ‘나를 위한 책’인 것은 분명하다. 축구 말이다.

이 책에는 나처럼 한때 유럽축구에 버닝했던, 혹은 지금도 열광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가 깔려있다. 피오렌티나를 상대로 결승 골을 넣고 울음을 터뜨렸다는 경애하는 바티님의 전설에 감동하지 않을 자 누가 있으리. 어떤 이는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 때문에 바르셀로나를 그린다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보다 FC 바르셀로나 때문에 바르셀로나를 동경한다.

 

01-02 시즌 말부터 02-03, 02-04 시즌과 유로2004는 내가 초절정 광분모드에서 버닝 또 버닝해가며 보았기 때문에 특히나 이 책의 모든 구절들이 주옥같았다. 피구가 마드리드로 옮겨간뒤 첫 번째 엘 클라시코에는 나오지 않았고, 그 다음 클라시코에선 위스키병에 마네킹까지 집어던지는 바르샤 팬들 때문에 경기가 중단됐었다. 코너킥을 차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피구가 담담한 표정으로 주변에 떨어진 ‘무기’들을 집어내던 장면이 눈 앞에 생생하다. 벌써 지지난 시즌이었나, 불세출의 영웅이자 이번 월컵 불운의 스타 호나우지뉴의 환상적인 플레이를 앞세운 바르샤가 무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마드리드를 3대빵으로 깨고 기립박수를 받았었지.

 

아내와 남편은 축구 팬이고, 아내는 또 한번 결혼했고, 그들은 다같이 어딘가로 떠난단다. 발상은 참신하고 줄거리는 재미있고 묘사는 흥미진진한데 읽고나니 허탈하고 감동이 없다. 하지만 말이다. ‘실력 이상의 성과를 내는 것이야말로 독일 축구의 저력이다. 경기 내용에서도 이기고 승부에서도 이기는 것이 브라질 축구라면, 경기 내용에선 우세하지만 승부에서는 지고 마는 것이 스페인 축구이고, 경기 내용에서는 밀리더라도 결국 승부에서는 이기는 것이 독일 축구이다. 이탈리아는? 경기 내용과 무관하게 여간해서는 지지 않는 축구를 한다. 단점이라면 여간해서는 끝까지 이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라면 스페인식 축구에 아르헨티나도 보태고 싶다. 저 구절에 ‘맞아, 맞아’를 외치는 사람에게라면 이 소설은 강추! 이 책을 놓고 품평회를 하다가 누군가가 그랬다. 형식만 있고 내용이 딸린다고. ‘내 이름은 빨강’ 같은 형식적 실험과 내용이 겹쳐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고. 그랬다면 그건 노벨문학상 아닌가. 이 작가에게 노벨문학상을 기대할 마음은 추호도 없다. ‘문학성과 상관없이’ 책은 내게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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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12-19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사놓고 못 읽은 지 꽤 되었어요. 금년 안에 과연 읽을 수 있을 지..6^^;;;

딸기 2006-12-19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금방 읽어요. 저처럼 느리게 읽는 사람도 이틀만에 읽었거든요 ^^

Kitty 2006-12-29 0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전 레알과 스페인 국대의 열렬한 팬이라서 마드리드를 사랑하지요 ^^
이번 시즌 클라시코에서 마드릿이 2-0으로 이기며 작년의 빚을 갚아줄 때
전 거의 감격의 눈물을 흘렸답니다 ^^
추천하고 갑니다~ ^^

딸기 2007-01-10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힛 키티님 댓글을 좀 늦게 보았어요. 재미있죠? 저도 레알과 스페인 국대의 열렬한 팬 해보았기 때문에 그 마음 알지요. 저는 실은 피구가 레알 간 뒤부터 보았기 때문에 바르샤에서의 그 화려했다는 플레이 못 보았어요. 그러니 당근 레알에 꽂혔었지요. 지금은 축구 아예 못 봅니다만, 이번 시즌 레알이 이겼군요! 축하드려요. ^^
 
인기추천 높낮이조절 유아 4단 책장 - 화이트 색상
제트디 퍼니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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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다고 맨날 툴툴거리면서 알라딘에서 지름질 하는 걸 보고 내 옆자리 후배가 늘 놀린다. 그런데 엊그제는 책 지르다 못해 책꽂이를 질렀다...

집이 별로 크지 않고 살림살이는 많아서(대체 왜 많을까) 혼잡하다. 책은, 그동안 참 많이도 버리고 주고 했는데도 자꾸만 늘어난다. 요새 아이 책 좀 사고 얻어오고 했더니 아이 방 책꽂이가 꽉 찼다. 기념으로;; 책꽂이 하나 샀다. 아이방 서랍장이 흰 색이라 흰 책꽂이로 했는데 도착한 걸 보니 가게에서 쓰는 날림 책꽂이처럼 좀 튄다. 아이보리 기운이 약간 있었으면 딱 맞았을텐데 오리지날 흰색이다. -_-;;

암튼 그건 책꽂이 탓이 아니고 내 탓이니 할 말 읎고. 책꽂이 그런대로 만족. 가격대비 만족도 꽤 높은 편. 책꽂이가 깊지는 않지만 아이 방에 놓기에는 나쁘지 않다. 다만 조립할 때에 나사 돌리느라고 힘들었다. 이것도 제조업자 책임이 아니라 내 쪼마난 드라이버 탓일까? 완전 날림은 아닌 것이, 조립식 4단짜리 내 어깨까지밖에 안 오는 크기인데 꽤 무겁다.

굳이 덧붙이자면-- 일본에서 이런 합판 조립식 책꽂이를 산 적 있었는데, 나무 빛깔 스티커가 들어있어서 나사 위에 붙여 가릴 수 있게 돼있었다. 작지만 섬세한 배려. 이 제품에도 흰색 동그란 스티커를 나사 숫자대로 넣어줬으면 좋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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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11-01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339696

그러게나 말입니다. 작은차이라는 것이 크더라구요.


딸기 2006-11-02 0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는게, 정말이더라고요.
(제가 일본에서 산 책꽂이는 결코 명품은 아니었습니다만 ㅋㅋ)
 
몸 사냥꾼 - 거대 제약회사의 추악한 얼굴
소니아 샤 지음, 정해영 옮김 / 마티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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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제약회사들은 임상실험을 한다. 미 식품의약국(FDA)가 그걸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임상실험이란 때로는 위험하고, 때로는 효과가 없고, 때로는 돈이 많이 든다. 그래서 제약회사들은 ‘인도로 간다’. 황우석 파동 때 난자 공여 문제를 둘러싸고 윤리 문제로 시끄러웠는데, 임상실험 문제도 같은 논란의 연장선상에 있다. 특히 여기에는 부국과 빈국의 문제, 부자와 빈자의 문제, 그리고 때로는 인종문제 같은 것들이 얽혀 있어서 더 복잡하다.
비단 임상실험의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저개발국 그리고 부국 내 빈자들의 건강 문제에는 참 여러 가지 요인들이 겹쳐져 있다. 참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가난하고 아파도 치료 못 받는 사람들에게 거대제약회사들 혹은 그들의 대리인들이 다가와 제안을 한다. “이 약을 먹어볼래? 나으면 좋은 거고, 안 나으면 할 수 없지.” 때로는 이 과정에서 ‘설명’이나 ‘동의’가 빠지기도 하고, 여러 가지 절차적인 문제, 그러나 어쩌면 핵심적일 수 있는 윤리적인 문제들이 발생한다.

제약회사들, 몇 년 전부터 아주 약간 관심이 있어서 외신 기사들을 눈여겨보곤 하는데, 분명 문제는 많다. 비아그라 만들어서 선진국 남자들 돈 후려내지 말고 저렴한 말라리아 약을 만들어라, 라고 하면 한쪽에선 “발기부전이 얼마나 심각한 병인데, 니가 걸려봤어?” 할지 모르겠다. 양쪽 다 맞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제약회사들이 임상실험 안 하면 그럼 결국 어떻게 약을 만들어, 그거 막는 것도 다 님비 아니야? 하지만 병 걸려서 죽을 날 바라보는 사람한테 살려줄 듯 꾀어서 위약 먹이는 건 넘 잔인한 짓이야. 그게 뭐 그렇게 나빠, 죽을 사람인데, 좀 잔인할 수는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큰 도움 되는 거잖아. 가난한 아프리카 나라에서 어차피 치료도 못 받을 사람들인데 위약을 주건 뭘 주건, 몇 명이라도 혜택을 볼 수 있으면 되는 것 아냐? 하지만 나이지리아나 캄보디아 사람들 상대로 실험해서 만든 비싼 약 선진국 부자들한테만 팔 거잖아? 그러면 그 나라에서도 치료 안 해주는 사람들을 민간 기업더러 치료해주라는 거야?


책 표지는 영 우습다. ‘거대 제약회사의 추악한 얼굴’ ‘미국과 유럽의 제약회사가 벌이는 인체 실험은 나치와 일제의 실험보다 윤리적인가?’ 시커먼 표지에 이런 선동적인 문장들이 막 써있다. 책은 거대제약회사들의 인체 대상 임상실험이 치러지는 방식과 문제점을 다루고 있다. 한국어판 표지의 선동적인 문장들이 주는 느낌과 달리, 저자는 매우 충격적인 사례들을 들고 본질적인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쉽게 ‘결론’을 내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말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몸을 함부로 다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몸을 사물화 한다는 것은 마땅히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우리의 감성에 상처를 준다. 실험은 우리를 비인간화시킨다. 피험자는 더 이상 기분도 스타일도 습관도 생각도 없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 자신을 단지 너절한 기계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어 한다.”  너무 한가한 소리인가? 병 걸려 죽어가는 사람이 있고, 몸 팔아 제약업체에 인간모르모트 되어주고 연명해야 하는 사람도 분명 존재하는데. “그렇지만 의약품은 일용품이 아니라 사회재이며 의약품 개발은 인간에 대한 실험을 필요로 한다. 이것이 사실로 남아 있는 한 우리는 그것을 올바르고 정당하게 행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제약회사들과 의료계 종사자들의 거센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논란의 여지가 많아 옳다 그르다 잘라 말하기 힘든 부분을 건드리고 있다는 점에서, 책은 참 어려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래서 어떤 원리원칙보다는 케이스들 중심으로 논지를 전개해 간다. 명확하지 못한 부분이 많기는 하지만 읽을만했다. 윤리논란은 차치하고, 복잡하게 돌아가는 세상의 무시 못 할 한 부분, ‘약과 몸’이라는 부분이 사회적/경제적으로 어떻게 관리되고 이용되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재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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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시대의 종말 - 21세기 미국의 대외정책과 새로운 국제정세
찰스 A. 쿱찬 지음, 황지현 옮김 / 김영사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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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새 국제관계 책들 보는 중에 ‘이론’에 대한 부분이 많아서 좀 지겨웠다. 일 때문에 어쩔수 없이 국제문제에 대한 책을 많이 읽게 되지만 특별히 좋아하는 종류가 있다면 아무래도 ‘현장’을 생생하게 다룬 것들, 내 일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면서 읽는 재미도 있는 그런 것들을 좋아한다. 무슨무슨 주의니 이론이니 하는 것들은 미국이나 유럽인이나 아니면 서구화된 것 좋아하는 한국의 교수·학생들은 좋아하겠지만,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쓰이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어떤 때에는 짜증나고 싫은데 이 책은 앞부분- 거의 3분의2 정도가 짜증나고 싫은 것들이었다.
저자는 너무나도 아메리칸스럽게도, 파워를 잃어가는 착한 미국을 염려하는데 그 염려의 양상이 참 가증스러웠다. 이런 종류의 책들 중에 김영사에서 나온 것들은 거개 그러하지만 이 책도 역시나 왜 읽어야할지 의심스러운 것들 중 하나였다(그냥 있으니깐 읽기 시작한 거였고 기대도 별로 안 했지만).

그런데! 무려 360쪽 정도 넘긴 후에 갑자기 책이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앞부분에서 저자는 지면을 쓸데없이 많이 할애해 건국 이래 미국의 역사와 외교적 고립주의를 강조하면서 미국 헤게모니 약화를 주장한다. 어떤 부분에선 이상주의에 가깝고, 미국 예찬에선 현실주의를 내건 보수파들 꼴통 주장에 가깝다. 소프트파워의 몰락? 저자는 한단계 더 나아가, 소프트 하드 안 가리고 암튼 미국의 시대가 끝날 처지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조지프 나이가 됐건 폴 케네디가 됐건 로버트 카플란이 됐건 미국 논자들이란 하나같이 ‘미국 망해가자나 큰일이야 안돼!’ 하는데 쿱찬의 생각은 좀 다른 것 같다. 미국 망해가자나, 큰일이야, 이렇게 가면 안돼! 로마제국이 동로마 서로마 나뉘어 쌈박질하다가 망했는데 미국은 그러면 안된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되느냐?

중국 무섭다 아시아가 뜬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당분간’(적어도 앞으로 수십년 동안) 미국의 경쟁자는 유럽뿐이다, 통합된 유럽을 우습게 보지마라. 방법은 유럽에 파워를 자리를 내주는 거다!
태양은 영원할 것이라며 철모르고 방방 뜬 미국인들이여, 파워를 지키는 방법은 역설적이지만 평화롭게 파워를 내주고, 그럼으로써 ‘지는 대신 나눠 갖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입장은 다시 바뀌게 되어있다. 유럽은 통합되고 빠른 시일 내에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다. 미국이 물러나야 한다. 미합중국은 과거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양측이 벌였던 권력과 영향력의 이동에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과거의) 권력 이동이 평화롭게 진행된 이유는 영국이 미국에 대해 전략적 억제를 실행함으로써 미국으로 하여금 자기 자리를 찾아갈 수 있도록 해주었기 때문이다.”
“팍스아메리카나의 종말이 영국과 미국의 평화적인 권력 이동처럼 진행될 것인지, 아니면 로마제국과 비잔틴제국과 같이 피로 얼룩질 것인지는 미국의 행동에 달려 있다. 1800년대 영국이 그랬듯이 미국이 이번에는 패권을 가지고 카드를 낼 차례이다.”(366~367쪽)

영국이 미국에 기꺼이, 현명하게 ‘패권국 자리를 내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전략적 억제(strategic restraint)’라는 개념은 눈에 띈다. “전략적 억제의 실행이란 힘을 억제하고 양보하며, 다른 국가에도 활동의 여지를 주는 것이다.” 뒷줄에 “어떤 상황에서든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는 없는 전략이다, 상대하기 곤란한 적에 대한 억제 행위는 어리석은 행동일 수 있으며 오히려 역이용당하기도 한다”고 단서를 달았지만, 적어도 유럽을 배신자 후보에 올려놓지는 않고 있는 것 같다.

▲그리스와 터키가 친해지도록 도울 것, 터키를 유럽시장과 제도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통합할 것(아쉽게도 유럽은 거부하고 있고 터키에서마저 반감이 커지고 있지만)
▲러시아를 남 보듯 하지 말고 유럽으로 끌어들이고 나토(NATO)에도 가입시킬 것(이 경우 나토의 성격 자체가 동반 변화해야 한다)
▲중국을 무조건 적대하며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사안들을 분류할 것, 중국에 ‘안 미워한다’ 메시지를 전해줄 것
▲동아시아의 화합을 위해 일본의 과거사 책임을 명확히 비판할 것
▲전쟁할 생각 말고 테러 막기 위해 개도국 지원부터 늘릴 것
▲중동 친미국가들의 독재·빈곤 등 정치적 실패에 책임을 물을 것, 이라크를 빨리 이라크인들에게 돌려줄 것
▲국제기구를 멸시하지 말고 강화하고 다자간 대화채널을 만들 것.


앞부분 적잖이 꼴사나운 우익적 진단들과 달리 저자가 내놓는 추천사항들은 그야말로 추천할만한 것들이다. 이 사람이 보기에도 부시가 하는 짓이 심하긴 심한 모양이다. 브레진스키, 키신저 같은 미국 ‘정통 보수’들이 부시네 하는 짓을 보면서 비판한 것과 어떤 면에선 맥락이 비슷하고 어떤 면에선 좀 다르다. 쿱찬은 좌와 우, 이상주의와 현실주의, 보수와 진보 사이를 왔다갔다한다. 미국 칭찬은 다소 우습고 극히 현실적인(‘현실주의적인’ 이라는 의미는 아니고 문자 그대로 현실적인) 제안들은 들을만하다.
문제는 그렇다면, 미국이 이런 류의 제안을 들을 것인가 하는 점일 터인데, 이거야말로 세계 60억 인구의 고민 아닌가. “미국은 지배력의 보존보다는 평화의 유지가 주요 관심사라는 메시지를 다른 국가에 보내서 자신들의 우호적인 의도를 명확하게 보여주어야 한다.”(365쪽)
그런데 과연 미국의 의도는 세계 모든 잠재적 라이벌들에게 ‘우호적’인가? 미국의 주요 관심사는 지배력의 보존이 아닌 평화의 유지에 있나? 실제로 미국이 필요할 때가 많다. 속으로야 무슨 꿍꿍이가 있건 미국의 ‘선한 행동’에 기대야 할 일은 많다. 미국이 나쁜 짓 많이 하지만 미국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래저래 미국은 고민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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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 공화국 CURIOUS 44
디 리식 지음, 이은주 옮김 / 휘슬러 / 2005년 10월
평점 :
절판


큐리어스 시리즈의 장점이라면 첫째 다른 여행서 시리즈에는 없는 나라·지역들이 포함돼 있다는 것, 둘째 쓸데없이 두껍지 않고 모양이 예쁘다는 것. 단점이라고 한다면, 아직 다른 지역에 대한 것들은 별로 읽어보지 못했으니 이 책에 한정지어 말하자면, 밀도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책은 남아공을 이해하는데 절반 정도 도움 되고, 남아공을 여행하는 데에는 다시 그 절반 정도만 도움이 된다. 역사에 대한 설명은 좀더 충실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남아공에 이주하거나 최소한 몇 년 살러 가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남아공 사람들하고 같이 살려면 이러저러해야 해요’를 설명하는 듯한 분위기다.

 

전형적인 서양인의 글쓰기 냄새가 폴폴. 쫀쫀하게 여행정보를 다뤄놓은 책들이나 ‘통찰력+정보’ 두 마리 토끼 잡기에 근접한 인사이드(Inside) 가이드 시리즈와 비교하면 좀 많이 뒤떨어지는 느낌. 사진들도 괜찮고 해서 심심풀이 삼아 읽을 수는 있겠다. 군데군데 유머는 90% 불필요하고 10% 정도 재미있었다. 여행에서 실제 도움이 된 것이 있다면-- 책에서 사진으로 본 케이프타운의 알록달록 방갈로들을 보니 반가웠다는 것, 그 정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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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 2006-10-17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아공에 다녀오셨군요. (심각한 뒷북인 거 같음... -.-;;;) 부럽슴미닷.

딸기 2006-10-17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각한 뒷북은 아니고요 ^^ 조만간 여행기를 올려볼께요

하이드 2006-10-17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래도 이 시리즈 좋더라구요. 두 편정도나 읽어봤나 싶지만요. 말대로 실질적으로 여행에 도움될 정보는 없지만, 그런 여행서들만 잔뜩 있는 서점에, 그 나라의 관습이라던가, 유머라던가, 등등은 꽤나 좋았어요. 다만, 제가본 책들의 사진은 그저 그랬어요. 사진의 세련됨과 여행서 주제에 씨니컬한 어조.는 타임아웃 트래블가이드.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

딸기 2006-10-17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시리즈 일곱권이나 있답니다. ^^;;

마냐 2006-10-17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떻게하면, 하루아침에 이렇게 많은 리뷰를 올릴 수 있지? 비결을 불어봐. 컨닝 좀 합시당. 저두 밀린 거 많단 말야.

딸기 2006-10-17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단해, 하루아침에 다 쓰는거지 머. ^^

(ㅠ.ㅠ 농담이얏 한달 전부터 밀렸던 거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