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IN PEAKS>
               시즌  1    
               에피소드  2 (3)
               타이틀  Zen, or the Skill to Catch a Killer
               각본  Mark Frost & David Lynch
               감독  David Lynch 
               방영일  1990년 4월 19일
 

 

   
                 <지난 회 보기>
               0. Prologue - Chaos
               1. Pilot (aka Northwest Passage)
               2. Traces to Nowhere
 
   

 

  

 

1. 이야기 

   벤 혼의 동생 제리 혼(David Patrick Kelly)이 파리에서 돌아온다. 벤은 제리에게 노르웨이 사람들과의 계약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실망하는 제리에게 '애꾸는 잭(One-Eyed Jack)'에 새로온 여자가 있다며 같이 가자고 한다. 

   바비와 마이크는 늦은 밤 숲에서 리오를 만난다. 리오는 바비에게 돈을 준비하라고 협박한다. 

   데일은 트루먼 보안관과 보안관보들에게 로라 파머 살인범의 용의자를 좁히는 독튼한 방법을 시연한다. 그리고 냉소적인 FBI 수사관 알버트 로젠필드(Miguel Ferrer)와 그의 팀이 도착한다. 그의 건방진 언행으로 트루먼 보안관과 마찰을 빚는다. 

   조시는 캐서린이 재재소를 운영하면서 두 개의 비밀 장부를 만든 사실을 알게 된다. 그날밤, 데일은 꿈속에서 마이크라 불리우는 외팔이 사내와 로라 파머의 살인자 밥을 본다. 밥은 꿈속에서 데일에게 자신은 또 살인을 저지를 것이라고 예고한다. 그리고, 이상한 빨간 방에서, 늙은 데일은 로라 파머와 난쟁이를 만난다. 꿈에서 깨어난 데일은 트루먼 보안관에게 전화를 걸어 로라 파머의 살인자가 누군지 알았다고 얘기한다.  

 

 

 

2. 애꾸눈 잭 

 

   형 벤자민과 동생 제리가 함께 가는 '애꾸눈 잭(One-Eyed Jack)'은 캐나다 국경 근처에 있는 매음굴이자 카지노로 벤자민이 소유하고, 마담 블래키 오레일리(Victoria Catlin)가 운영한다. 이곳에 백화점 향수 매대에서 새로 온 '여자 아이'가 있다는 것으로 보아, 혼수상태에 빠져있는 로네 풀라스키와 로라 파머 또한 매음굴과 벤자민에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One-Eyed Jack'은 남자 성기의 완곡한 표현이기도 하다.

   이곳을 운영하는 블래키는 이 애꾸는 잭을 자신의 소유로 하기 위해 모종의 음모를 꾸민다. 이 사건은 패커드 제재소의 캐서린(제재소 운영)과 조시(제재소 소유)의 이야기와 중첩되고, 이 두 사건에는 벤자민이 관여해있다. 이 일련의 사건으로 그는 이 드라마에서 리오 존슨과 더불어 가장 큰 의혹을 끌고다니는 인물이 된다.  

 

   '애꾸는 잭'은 영화 말론 브란도 감독, 주연의 <애꾸는 잭(One-Eyed Jacks)>에서 따 온 것이기도 하다. 이 영화의 감독은 스탠리 큐브릭이 맡기로 했으나, 대스타인 말론 브란도와의 불화로 해고를 당하고, 결국 주연을 맡은 말론 브란도 자신이 감독을 맡았다. (이때문에 우리는 스탠리 큐브릭의 '서부극'을 볼 기회를 놓쳤다.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그거 말론 브란도가 출연한 서부극 말하는 거야?" 

 

    

왼쪽 <애꾸눈 잭> 포스터, 오른쪽 <스팔타커스> 촬영 때의 스탠리 큐브릭  

 

   데이빗 린치와 스탠리 큐브릭의 관계는 특별하다. 이들은 살면서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서로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다. 1980년, 데이빗이 <엘리펀트 맨>을 찍으러 영국에 갔을 때, <제국의 역습(Star Wars Episode V: The Empire Strikes Back)>을 찍던 스태프들이 그에게 와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줬다. 그들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스탠리 큐브릭과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진짜 끝내주는 영화를 보여줄테니 우리 집으로 같이 가자"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집에서 그가 틀어준 영화는 데이빗의 데뷔작 <이레이저 헤드>였다고 한다. 데이빗은 그의 저서에서 그때 그 일화를 평생 잊지 못할 일이라고 회고했다. 참고로 데이빗이 가장 좋아하는 스탠리 큐브릭의 작품은 <롤리타(Lolita)>다.  

 

위 <이레이저 헤드> 아래 <샤이닝(Shining)>. 주인공 헨리와 잭의 공통점은 점점 그들 자신이 현실에서 멀어진다는 것이다. 헨리는 현실을 도피하고 자신만의 세계로 빠져들어 구원을 얻은 반면, 잭은 현실을 자신만의 세계로 만들려하다 실패하고 결국 그들의 일부가 된다. 이런 소소한 차이가 이들 감독의 특징을 살리는 것이 아닐까. 

 

위 <트윈 픽스> 아래 <샤이닝>. 일정한 패턴의 반복은 무의식적인 불안감을 불러 일으킨다. 데이빗의 패턴이 비선형으로 신경질적인 불안감을 내비친다면, 큐브릭의 패턴은 잘 정돈된 패턴으로 폐쇄공포증을 일으킨다. 데이빗이 생각해낸 빨간방이 큐브릭의 영향을 받았는지 모르겠으나, 서로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연관관계를 찾을 수 있다. 

 

 

 

3. SONNET XVIII 

 

   벤자민이 마담 블래키를 끌어안고 낭송하는 시(詩)는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소네트 18번이다. 셰익스피어는 154개의 소네트를 남겼다. 소네트는 유럽의 정형시의 한가지로 13세기경까지 엄격한 형태와 특정 구조를 갖춘 14줄로 구성된 시를 의미하는 말이었으며 그 형식적 규율들은 시대에 따라 진화했다. 소네트는 엄격히 각운이 맞추어지는 형식이며, 르네상스 시기에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졌으나, 잉글랜드로 전해져, 영국 시를 대표하는 시 형식의 한가지가 되었다.  

   이 소네트는 '셰익스피어 소네트'로, 10음절로 이루어진 14개의 줄이 '약강5음보 율격(iambic pentameter)으로 쓰여졌으며, 각운의 매기는 방식은 ABAB/CDCD/EFEF/GG 형태이다. (이 무슨 영미시 개론 수업도 아니고...)   

 

               Shall I compare thee to a summer's day? 
               Thou art more lovely and more temperate. 
               Rough winds do shake the darling buds of May, 
               And summer's lease hath all too short a date. 
               Sometime too hot the eye of heaven shines, 
               And often is his gold complexion dimm'd; 
               And every fair from fair sometime declines, 
               By chance or nature's changing course untrimm'd; 
               But thy eternal summer shall not fade 
               Nor lose possession of that fair thou ow'st; 
               Nor shall Death brag thou wander'st in his shade, 
               When in eternal lines to time thou grow'st: 
               So long as men can breathe or eyes can see, 
               So long lives this, and this gives life to thee.  

 

               그대를 여름날에 비할 수 있을까?
               아니 그대는 그보다 더 아름답고 우아하지
               모진 바람은 오월의 꽃 봉오리에 상처를 입히고
               작열하는 여름의 한때는 너무도 짧다
               태양빛은 때로는 너무나 뜨겁고
               그리고 때로 금빛 얼굴을 가리우며
               우연 그리고 자연의 변화로 고움도 상하고
               아름다운 모든 것도 가시고 말지만
               그대가 지닌 영원한 여름은 바래지 않고
               그대의 영원한 아름다움은 가시지 않는다
               죽음도 그대 앞에 굴복하고 말지니
               불멸의 노래 속에 시간과 함께 살리라
               인간이 숨쉬고 눈으로 보는 한
               이 노래 영원히 살아서 그대에게 생명을 주리라
  

 

   내용은 이 싱그러운 자연도 '당신'에 비할 수 없다는 '사랑 찬가'다. 하지만, 드라마에선 음습한 분위기로 이 시가 기괴하게 들린다. 게다가 한가지 더 흥미로운 사실은, 셰익스피어의 이 소네트가 오비디우스(Ovid)의 『비가(Tristia)』와 『사랑의 노래(Amores)』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오비디우스는 『변신 이야기(Metamorphoses)』를 썼다. '변신'이라. 이런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something but good)' 사실은 텍스트의 겹을 한층 더 두텁게 만든다. 

 

  

 

4. 반복되는 문장 

 

   "리오는 새 신발이 필요해." 애초에 이 문장은 단순히 "내가 지금 돈이 필요하다는 걸 몰라?"라는 문장을 위트있게 사용한 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회를 거듭할수록 리오가 언급하는 "신발"은 많은 실마리를 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렇게 똑같은 문장이나 단어가 그대로 쓰이면서도 그 의미가 각 상황마다 달라지는 '비트겐슈타인적 통찰'은 <멀홀랜드 드라이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멀홀랜드 드라이브> "This is the girl." - "꼭 이 여자를 주연으로 캐스팅해."

<멀홀랜드 드라이브> "This is the girl." - "그 여자를 주연으로 캐스팅하지 않으면 자네 신상에 위험이 따를거야."

<멀홀랜드 드라이브> "This is the girl." - "주연으로 캐스팅했으니 이제 됐죠?"

<멀홀랜드 드라이브> "This is the girl." - "이 여자를 죽여줘요."

 

  

 

5. 조명  

   어느 감독이나 그렇겠지만, 데이빗 역시 영화에서 조명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는 조명의 위치를 조금만 바꾸더라도 인상적인 분위기를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고, 또 그런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데이빗은 영화의 조명에 대한 생각을 다음과 같이 피력했다. 

영화의 한 장면에서 방과 빛이 함께 어우러져 나름의 분위기를 빚어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방이 완벽하게 영화 분위기에 들어맞는 것이 아니더라도 조명을 통해 본래의 아이디어에 충실한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영화에서 조명은 모든 것을 달라 보이게 할 수 있다. 심지어 인물까지도 달라 보이게 한다. 

나는 사람들이 어둠에서 걸어 나오는 장면을 좋아한다.

 

   <인랜드 엠파이어>를 보면 조명 때문에 골치를 썩는 영화 감독(Jeremy Irons)의 모습이 보이는데, 영화를 찍는 데이빗의 모습 또한 중첩된다. 재미있는 건, 이 말썽 많은 조명기사역을 맡은 사람이 데이빗 본인이라는 점이다.  

  

 

 

6. 티벳   

 

   드라마를 찍기 전, 데이빗은 방미한 달라이 라마를 보고 그의 삶과 종교와, 국가와 민족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리고 비행기에서 우연히 옆에 앉은 티벳 사람들과의 대화로 그들의 삶에 다시금 감동을 받았다. 그는 차후에 찍을 영화에 티벳에 대한 코멘트를 꼭 넣어서 사람들에게 알리기로 마음 먹었었는데, 이번 에피소드에서 티벳에 대한 이야기를 집어 넣을 수 있었다. 

 

 

   티벳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이 장면에서 보여지는 데일의 독특한 수사방식은 아마도 <트윈 픽스> 시리즈 전체 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일 것이다. 데일은 과학적인 수사를 하는대신 자신의 '직관'을 믿는 방식으로 수사를 진행한다. 가장 억지스런 장면이지만, 이 장면은 어떤 독특한 분위기를 갖는다. 숲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점(숲의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장면은 밤에 신호등이 바람에 흔들리는 장면만큼 불길한 기운을 지닌다), 그리고 "병이 깨진다"는 불길한 느낌이 환기시키는 점이, 이 억지스런 해프닝에 무언가 특별한 기운을 불러일으킨다. 즉, 로라와 테라사가 살해되고 로네가 반사 상태에 빠진 이 일련의 사건들에 어떤 초자연적인 현상이 개입된 것 같은 아우라를 느낀다.

   게다가 이 방법은 데일의 꿈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이야기하는데, 이번 에피소드가 끝나기 전, 데일은 지금까지 흩어져 있던 이상한 단서들이 모두 한데 모이는 이상한 꿈을 꾸게 된다. 데일의 꿈은 현실과 저 너머의 세계를 연결해주는 영매와 같다. 

 

"이 모든 게 정말 꿈에서 본 거라는 말이죠?" 

 

   그 외 이 장면은 정신없이 나왔던 수많은 인물들을 정리해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죽은 로라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사람들(로라의 일기장에 있는 'J를 만나다'라는 글귀로 이름에 J가 들어간 사람들의 혐의를 조사한다). 이들은 수사와 상관 없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기 시작한다. 

 

제임스 헐리, 로라의 숨겨둔 애인. 혐의 없음.  

 

조시 패커드, 로라에게 영어를 배움. 혐의 없음.  

 

로렌스 자코비, 로라를 담당한 정신과 의사, 가벼운 혐의(병이 돌에 부딪혔는데 깨지지 않았음).  

 

조니 혼, 로라의 특별 과외 학생. 혐의 없음. 

 

노마 제닝스, 로라의 무료 급식 봉사 활동(the Meals on Wheels)을 도와줌. 혐의 없음.  

 

셜리 존슨, 식당 웨이트리스. 로라의 친구. 혐의 없음.  

 

리오 존슨, 셜리의 남편. 트럭 운전사. 로라 와의 관계는 알려진 바 없음. 혐의 있음.

 

  

 

7. 데일의 꿈 

 

   그리고 드디어 '빨간방'이 나온다. 유럽 버전의 파일럿(파일럿의 <또다른 결말> 참조)을 본 사람들에게는 다시 한번 반복되는 내용이겠지만, 오리지널 파일럿만 본 대다수 시청자들에겐 처음 본 이 강렬한 장면에 아마도 넋을 잃었을 것이다. 짧지만 강렬한 이 빨간방 시퀀스는 로라 파머의 사진과 함께, 향후 <트윈 픽스>시리즈 전체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자리잡게 된다. 

   유럽 버전의 또다른 결말부와 시리즈의 빨간방 시퀀스는 설정에 조금 차이가 있다. 또다른 결말에서는 이 모든 장면이 현실이었던 반면, 그래서 데일과 해리 보안관이 이 모든 사실을 다 같이 목격했지만, 시리즈에서는 이 장면을 데일이 자신의 꿈 속에서 본 장면으로 설정했다. 이 강렬한 꿈으로 시청자들은 앞서 보여줬던 '직관에 따른 수사방식'을 신뢰하게 만든다. 가장 큰 차이는 죽은 로라가 데일에게 귓속말을 하는 장면인데, 유럽 버전에서는 그 내용을 알 수 없었지만,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그 내용을 알려준다. 로라가 자기를 죽인 범인이 누군지 데일에게 알려준 것이다!

   시즌 1에선 더 이상 나오지 않지만, 이 빨간방은 시즌 2에서 '검은 오두막(Black Lodge), 흰 오두막(White Lodge)' 전설로 옮겨간다. 그리고 이 빨간방은 시즌 2 마지막 에피소드에 다시 나오는데, 그 모양과 색이 조금 다르다. 오히려 에피소드 처음에 나왔던 '애꾸눈 잭'이 빨간방과 비슷하다. 빨간방은 극장판 <트윈 픽스>에 같은 모양과 색으로 다시 나온다.

 

  

 

8. 기억할만한 지나침

   동생 제리가 파리에서 돌아와 식사 중인 형 벤자민에게 바게뜨를 선물하자, 자신의 식사를 밀쳐두고 게걸스럽게 빵을 먹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벤자민의 게걸스러운 탐욕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리고 빵을 먹으면서 이런 대사까지 한다. "이걸 먹으니 강 아래 살았던 지니와 제니가 생각나는군." 그리고 동생과 유령숲 계약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오입질'을 하러 '애꾸눈 잭'에 간다. 벤자민의 탐욕이 식욕, 물욕, 성욕에 걸쳐있다는 점을 '빵'이라는 소품 하나로 얘기했다. 

  

 

   네이딘(Wendy Robie)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고 있는 커튼 드레이퍼리를 남편 빅 에드가 망쳐놓자 분개하며 운동기구를 "찌그러뜨리는" 장면이다. 이 가공할만한 네이딘의 힘은 '아드레날린의 분출' 때문인데, 그녀의 비정상적인 힘은 시즌 2에 이르러 나타난다. 

  

 

   <사랑으로의 초대(Invitation to Love)>. 극 속의 극으로 시즌 1에서만 나온다. 명백히 데이빗의 전작 <블루 벨벳>의 분위기가 나는 TV 드라마지만, 그 내용은 거의 <아내의 유혹> 수준이다. 이 극 중 극은 <트윈 픽스>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들을 대신 이야기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런 극 중 극은 후에 <인랜드 엠파이어>에서 <토끼들(Rabbits)>이라는 극 중 극과 겹쳐진다. <토끼들>이라는 단편은 8개의 에피소드로 되어 있는 데이빗 린치의 단편 영화인데, <인랜드 엠파이어>에 삽입 되면서 극 중 극이 본 영화와 섞이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한다.

 <토끼들(Rabbits)> 혹은 <인랜드 엠파이어(Inland Empire)>

 

 

 

     오드리: 로라가 우리 아빠에 대해 무슨 얘기한 적 있니? 
     다나: 무슨 말이야?
     오드리: 아무 것도 아냐.
     다나: 얘기해봐, 무슨 말인데?
     오드리: 아빠가 로라한테 노래를 불러주곤 했거든.
 

   이 대화는 오드리의 아버지 벤자민과 로라가 '어떤 관계'에 있었음을 암시하는 말이기도 하고, 오드리와 로라가 서로 소원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벤자민은 로라를 자기 딸보다 더 사랑했다(어떤 사랑의 차이인지는 시즌 2에서 설명되지만, 대충 짐작은 간다). 그래서 그녀가 아버지의 사업을 망치게 한 것은 자신이 아버지의 관심을 받기 원했다는 질투의 방증이다. 이들 부녀관계가 삐끗하기 시작한 것에 대해선,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벤자민의 대사를 다시 음미해볼만 하다.   

  

"로라는 이틀 전에 죽었지만, 난 너를 잃은지 수 년이 지났다."

  

 

   알버트 로젠필드를 맡은 미구엘 페러(Miguel Ferrer)는 데이빗의 실패작 <사구>에 샤담 4세 황제로 출연한 호세 페러(José Ferrer)의 아들이다. 물론 이런 혈연을 염두해 둔 캐스팅은 아니었다. 데이빗이 미구엘을 캐스팅한 이유는 그가 <로보캅(Robo Cop)>에서 인상적인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었다.  

 

<사구>에서 샤담 4세 황제 역을 맡은 호세 페러

 

<로보캅>에서 자상한 아빠의 모습과 냉혹한 회사 임원의 모습을 보여준 미구엘 페러. <로보캅> DVD 코멘터리를 들어보면 감독인 폴 바호벤도 미구엘의 저 천진난만한 표정과 냉혹함에 찬사를 보냈다. <트윈 픽스>의 알버트 로젠필드 또한 까칠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역이다.

  

 

   리랜드가 죽은 딸을 잊지 못해 레코드를 틀고 로라의 사진을 들고 춤을 추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데이빗의 특허같은 장면으로, 슬픔, 기괴함, 우스꽝스러움 등 한데 모이기 힘든 감정이 다 드러난다. 그리고 아래 로라의 사진에 묻은 피는 진짜 피다. 연기에 너무 몰입한 레이가 진짜로 손을 다쳐 흘러나오는 피로 로라의 사진에 덧칠하는 모습은 슬픔과 공포를 느끼게 한다. 

 

 

 

9. 덧붙임 

a. 대부분 사실에 기초하여 썼고, 개개의 세부사항은 사실에 부합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사실의 전후부분이 바뀐 경우도 있습니다.   

b.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습니다.   

c. Refenences    

- 『Lynch on Lynch, Revised Edition』크리스 로들리, Faber & Faber
- 『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데이빗 린치,  곽한주 옮김, 그책
- 『
A History of English Literature』마이클 알랙산더, Palgrave Macmillan
- <
Twin Peaks: Definite Gold Box Edition> Lynch/Frost Productions, CBS DVD, Paramount Home Entertainment
- <
Twin Peaks: Fire walk with me> Lynch/Frost Productions, CIBY 2000, New Line Cinema
- <
David Lynch The Lime Green Set> Absurda
- <
Mulholland Dr.> Universal
- <
Inland Empire> Absurda/Rhino
<Dune> Universal  
-
<Robocop> MGM
-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
- IMDB http://www.imdb.com/  

d. 다음 글은 3월 17일 오전 9시에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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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애쉬 2014-08-21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 며칠 전 문득 어렸을때 KBS를 통해 봤던 <트윈 픽스>가 떠올라 인터넷 검색중에 이곳에 오게 되었어요. 덕분에 추억을 상기하며 잘 읽었고, 전 시리즈 영상도 어렵게 구해서 지금 파일럿 부터 보고있답니다. 다시한번 감사해요-

Tomek 2014-09-14 12:46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오래 전에 끼적인 글인데도 어찌어찌 많이들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잘 쓸걸... 아쉬움이 드네요.

다시 한 번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