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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소설들 - 빨간책방에서 함께 읽고 나눈 이야기
이동진.김중혁 지음 / 예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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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 소설을 읽을 때 우리는 이 세상에 대한 새삼스러운 인식, 작품 안의 개별적 삶 속에서 드러나는 중심과 변두리, 서사의 환기 등 사로잡는 것들의 찬란한 아름다움에 온통 시선을 빼앗긴다. 그러면서도 언제나 이웃해 드리우는 불안과 고통이라는 그림자를 동시에 두려워하곤 한다. 문학 안에서 보고 싶은걸 보게 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이면을 동시에 떠안는 이 오묘함을 우리는 왜 사랑할까. 삶의 어쩔 수 없음이라 이해하고 불가항의 이끌림 속을 내달리는 문학의 매력은 무엇인가. 



작품을 읽다보면 작가가 쓰면서 느꼈을법한 진실의 반응들이 궁금해 전작을 모조리 찾아 읽게 되기도 하고, 이야기 안에서 마구 뒤얽히고 때론 맥없이 풀려버리는 몰입의 유희에 빠지게 된다. 과연 소설이란 매력에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게 되는 계기가 있는 것이다. 이는 물론 훌륭한 소설을 읽었을 때나 가능한 일이긴 하다. 얼핏 구조와 골자가 비슷한 듯 보여도 좋은 글을 쓰는 작가들의 글에는 그들만의 새로운 단서들이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다. 마치 연금술사와 같은 능력들로 단지 읽는것 만으로도 삶의 마법 같은 기능들이 상기되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권의 책으로 그 책을 알기 전의 나와 이후의 나로 구분될 만큼 거대한 사건이 되기도 한다. 적어도 내게 그런 소설이 있다면, 우리는 기꺼이 문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별다른 도리를 찾지 못한다. 허구의 세상이지만 문학을 읽는 인생은 보지 않은 인생보다 지혜의 윤활류를 제공받는데 유리할 것이 분명하다. 자주 이런 식으로 마음의 위안과 표석이 되어주는 단단한 지지대를 만날 수 있어 기쁘다.



어떤 좋은 소설은 첫 문장의 강한 이끌림을 시작으로 독자로 하여금 소설의 마지막까지 한달음에 이르게 하는 매력이 있다. 한편 어떤 소설은 내내 알 수 없는 여운이 지지부진 남아 딱히 진전이랄 게 없는 미미한 속도로 밀고나가는 소설이 있다. 양 어느 쪽이든 좋은 소설이기에는 별로 상관없는 요건이지만, 이야기 속을 자유롭게 선회하는 유형들이 참으로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된다. 간단치 않은 미로처럼의 이야기 속을 왜 우리는 기꺼이 뛰어들고 길을 잃는 황당함을 경외할까

결국 이야기의 힘이 느껴지는 소설들에는 작가의 장악력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문체의 강렬함 따위로 느껴지는 그러한 힘이 아니라 여러 의미들을 쥐고 흔드는, 주제 너머의 포괄적인 힘이라 말하고 싶다. 그 지평은 끝없이 펼쳐져서 이미 작가의 손을 떠나 무한의 자유로움을 얻어 발휘되는 그러한 장악력에 가깝다

작가가 구축해낸 서사의 연금술은 마치 내게만 일어나는 내밀한 손길처럼 그것을 꼭 눈치 채는 사람에게만 영롱하게 빛난다. 그러니 내통하는 즐거움이란 얼마나 큰가진정 느끼고 감복하는 자에게 허락된 참으로 아름다운 축복과 같은 일이다.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을 읽으면서 내내 기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이러한 개인의 감복의 현장을 함께 공유하는 내통의 현장이었기 때문이었다. 소설가 김중혁과, 문학 애호가인 이동진기자 두 사람의 긴밀하고도 서로 다른 책이야기는 전에 없던 밝고 다양한 문학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졌다. 어떨 땐 화통한 웃음으로 일갈할 수 있어 좋았고(무엇보다도 엄숙함이 없어서 좋았고), 등장인물 간의 다양한 면모를 살피게 된 캐릭터 분석이나, 작가의 전기, 여러 곁가지들의 에피소드들, 아쉬운 점과 퍽 좋았던 점 등 실로 방대한 양의 이야기를 빼곡히 전해들을 수 있어 좋았다.



미처 읽지 않은 책은 반드시 메모해 두었다가 찾아 읽게 만드는 호기심을 자극하고, 읽은 책이라면 깊은 동감을 불러일으켜 비옥한 추억을 되새겨 주는 것 같아 반가웠다. 그러나 내게 이 책을 읽는 대부분의 시간은 마치 빈약한 밀가루 덩어리에 이스트를 가미하여 크게 부풀어 오른 빵같은 시간이었노라고 고백하고 싶다. 내가 허투루 읽은 빈약한 공간들을 제대로 짚어주고 채워주는 시간에 가까웠기 때문이다빨간책방 한가득 에워싸는 맛좋은 빵의 향기를 충만한 기쁨으로 맞이할 수 있었던 나눔에 그저 고마웠다




여기에서 다룬 소설들은 대게 거대한 바다를 마음껏 표류하게 되는 일처럼 막막함한 무게감으로 짖눌릴 때가 있었지만, 두 사람의 재치 있는 해석과 뻔하지 않은 감상기 덕분에 주변까지 환해지는 길잡이가 되어 주는 듯 했다고상하진 않지만 단단한 품격을 갖추어 작품에 대한 예를 다하고, 무심한 울림과 때론 격정적인 울림으로 삶을 위로하는 찬가처럼 공간을 꽉 채운다. 그래서 언제든지 이 책이 생각날 때마다 나직이 따라 부르고 싶은 충동의 악보를 제공받은 기분이 들었다.




우리의 삶에 문학이 함께 한다는 것은, 견고한 주름을 일일이 헤집으면서 다음 장으로 달려가는 인생의 한 자락을 제공받는 일처럼 고마운 일이다. 그 치밀한 혼란과 다양한 황홀을 함께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길, 그 위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걸을 수 있는 친구가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이 책을 읽으며 새삼 소설이 내게 준 위로들을 생각해 본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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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노게이치로에게서 언급되는 최근의 화두가 '분인'이라는 생소한 말이었다. 국내에는 발간 전이라 인터뷰 글로서만 대충 그 의미를 아는 정도였는데 이번에 나온 <나란 무엇인가>에 그 핵심이 다 담긴 모양이다. 

그는 이 책에서 각자 내제된 '자아'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그 답을 풀어나가는 여정을 담아냈다. 진정한 나로 귀결될 본연의 나를 찾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변화와 상태에 따라 끊임없이 변모해야 하는 나의 모습에 주목한다. 진짜 내가 아닌 모습으로 바뀌어야할 때마다 드는 회의감이나 괴로움으로 슬퍼하지만 사실은 넓은 의미에서 그러한 모습들까지가 진짜 나인것이라 말해주는 것이다. 여러 얼굴을 하는 내 모습 역시 '분인'인 나이고 이러한 인정을 수긍해야만 진짜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며 긍정할 수 있는 기대가 생긴다는 것이다. 모처럼 마음에 위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읽고 싶어지는 책이다.     





 

가난하고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냈던 저자 하이타니겐지로는 대학 졸업이후 교사 생활을 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 듯 하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느끼게 된 삶의 긍정과 희망의 메시지를 토대로 상냥하게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게 된 모양이다. 

<상냥하게 살기>에서 하이타니 겐지로는 마흔 무렵부터 발표한 64개의 글을 통해 살아가면서 겪게된 시행착오들이나 자급자족을 위해 이주했던 농사꾼시절 이야기, 모든 잃어가는 것에 대한 우려 등 그만의 생각과 철학을 담아냈다. 숱한 좌절과 고난의 삶이어도 주변의 상냥함에 빛을 발견하고 또 그만큼 주변에 전하면서 살아갈 삶의 태도와 지혜를 만나고 싶다.  





김현진씨를 생각하면 자칭 도시빈민이라 불리울 깊은 공감대가 들어서일까 어서 이 가난을 벗어나시라 마음으로 응원했고, 언제나 글을 통해 깊은 위안을 받곤했던 그런 작가로 남아있다. 이번 신간소개를 통해 본 작가의 근황은 그리 평탄치 않았던 모양이라 마음이 아팠지만 그런대로 인생의 좋은 선배를 만나 일깨움을 얻고 배울수 있고 뭔가 헤어나올 수 있는 돌파구를 찾게 된 것 같아 일면 다행이었다. 

그 상대가 되어준 고마운 은인은 라종일교수인데 김현진이 보낸 이메일을 답장해주는 식으로 그렇게 서른 두번 왔다갔다 한 기록이 바로 이 책이다. 

괜한 희망마저도 사라져버리고 실의에 빠져버린 수많은 김현진들에게 라종일선생은 어떤 정서와 말들로 친구가 되어주었을까. 오랜만에 설레는 마음으로 읽고 싶어지는 책을 만난것 같다.    








이중섭의 가족에 대한 사랑을 듬뿍 느낄 수 있는 그런 이중섭의 옛 기록이 담긴 책이 나왔다. 오로지 그림으로 전한 사랑의 메시지들, 아내가 된 마사코와 아들들에게 보냈던 편지와 엽서들이 사랑의 연서와 같이 담겨 있다. 그들만이 아는 암호와도 같은 상징과 비밀 이야기들이 이중섭에게 가족이란 어떤 존재였는가 미소와 함께 깊은 울림으로 전해지는 것 같다. 

그의 그림 세계를 이루는 근간으로 가족에 대한 사랑이 전해주는 메시지로 마음이 환해 질 것 같은 반가운 책이다.  








<앙드레 말로 : 참나무를 쓰러뜨리다>는 프랑스의 유명한 정치인이었던 샤를 드골과 작가 앙드레 말로의 대담으로 엮인 책이다. 책 제목의 참나무를 쓰러뜨린다는 의미는 빅토르 위고의 시에서 따온 것인데 마치 거대한 참나무가 쓰러지는 이미지가 이 책에서 나누는 비극적 이미지와 닮아서라고 한다. 

시대를 바라보는 눈, 수많은 사건을 맞닥드리고 또 극복해 나가는 과정의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역사적 사건들에 대한 상기를 돕고 더불어 두 사람의 사상과 철학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드골의 서재에서 이루어진 자연스러운 대담인만큼 보다 솔직하고 깊은 역사의 한자락을 목도할 수 있으리란 기대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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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가 음악 애호가것이라야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재즈를 너무 좋아한나머지 직접 재즈바를 운영하기도 했고, 하여튼 여러 권의 에세이를 통해 음악적 취향이 무척이나 다양하고 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이러한 하루키의 음악적 취향의 연장선이며 클래식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반갑게 맞이할 만한 책이다. 하루키의 기획으로 만들어진 이 인터뷰집은 세계적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와 이루어진 만남의 기록이다.

하루키는 그와의 인터뷰를 성사시키고 또 완성하기 위해 여러 차례, 그것도 세계 곳곳을 누빌만큼 열의를 다해 묻고 또 들었다. 그 어느 때보다 호기심이 폭발했던 것처럼 보여서 남다르게 다가오는 매력도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 정명훈이 있다면 일본에는 오자와 세이지가 있다는 말만 들어봤지 구체적으로 그의 음악세계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터라 반가운 마음이 든다. 집요한 하루키의 질문들도 궁금하지만 지적 취향을 흔든 세계적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에 대한 궁금증이 너무나도 크게 인다. 두 거장의 예술관을 듣는 귀한 시간을 줄 것 같은 그런 책이다.






올드독의 SNS나 블로그, 그려내는 작품들을 통해 본 제주 생활은 어쩌면 마냥 평온하게만 보여서 누리고 꿈 꿀만한 삶 그 자체인 것 같았다. 전원의 생활을 꿈꾸지 않는 나같은 사람에게도 충분히 현혹될만한 일상의 전시 같아 보였다면 혹시 큰 실례일지.

올라 오는 사진마다 우리나라에도 어딘가 쉴만한 아름다운 곳이 있다라는 묘한 안도감이 드는 점도 색다른 선물처럼 느껴졌다. 

물론 각자가 어느 곳에서든 자신이 영유하기 마련인 삶을 꾸려갈 수 있다지만 역시 제주가 주는 공간은 좀 남다른 구석이 있어 보인다. 그것은 공간이 주는 외딴 감성때문일 수도 있고, 멀지만 또 그리 멀지 않은 안도감이라든가, 청년들의 자발적인 이주터와 같은 제주만의 특기할 만한 복합적 이유들이 혼재하기도 하다.

<올드독의 제주일기>에는 제주 생활을 행복하게 즐기는 낭만이 있기도 하지만, 결국 어딜가나 사람사는 곳은 비슷하게 감내해야 할 것이 있다는 사실도 없지 않다. 지금 우리가 보다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삶을 꾸리는 것이 왜 필요한지 올드독의 제주살이를 보고 나면 좀 명확해질 것 같다. 어디서든 닮게 살아가보리라 다짐하고 싶어질 그런 책이다.    





팟케스트를 즐겨듣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한번쯤은 빨간책방을 들어볼 기회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진행자 이동진과 소설가 김중혁 두 콤비의 유려한 말솜씨와 오랜 시간 깊게 나누는 책에 대한 여러 해석들을 듣고 있으면 그 인기요인들을 금방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방송에서 언급된 소설에 대한 두 사람의 비슷하고도 다른 시선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보면 이동진기자는 언제나 깊고 뻔하지 않은 면에 주안점을 두어 정곡점과 그렇지 않은 점을 냉철하게 이야기하는 점이 훌륭하고, 김중혁작가는 매번 참 독특하며 다른 지점을 읽어내는데 탁월하다. 같은 소설을 쓰는 사람으로서 어떤 관점이 흥미롭고 어떤 점이 아쉬웠는가를 짚어내는 것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오래 하고 있으면 자칫 무겁고 진지해져서 지루해지기 쉬운데 <빨간책방>은 두 사람의 호쾌한 웃음소리 만큼이나 언제나 즐겁게 드나들 수 있는 안내자 같아 좋았다. 이런 식으로 문학을 이야기할 수도 있고 그것을 그저 재미있게 공감하며 들을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    






 

잭 런던의 <나는 어떻게 사회주의자가 되었나>는 20세기 초 미국인이 겪어낸 사회의 이면, 더불어 작가 자신의 세계관이 담겨 있는 책이다. 당시 여러 직업군을 통해 본 군상들이 시대를 살아낸 삶의 모습과 사회는 과연 어떤 문제를 떠안고 있었는가에 대한 생생한 기록들인 것이다.  

이와 더불어 작가 개인의 문학세계랄지 인생, 철학 등 예술가로서의 면모도 눈여겨 볼만 하다.

당시 미국은 격변의 시대를 맞은 시기였고 그 속에서 발빠르게 견뎌내야 했던 삶 또한 만만치 않았을거란 예감 때문인지 시대가 주는 역동성에 더욱 흥미를 갖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제목이 되는 챕터인 <나는 어떻게 사회주의자가 되었나>를 비롯하여 잭 런던의 세계관이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지, 글쓰기에 대한 나름의 독특한 관점과 더불어 궁금해 지는 책이다.  








'찰스 디킨스' 라고 하면 그 유명한 스크루지 영감이 나오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된다. 이 책이 중요하게 거론되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로 하여금 크리스마스라고 하는 날에 대해 갖는 종교적 의미 이외의 중요한 전환점를 맞았기 때문이다. 

세상이 크리스마스 하루만이라도 주위의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을 돌아보아야 한다는 어떤 깨달음을 주는 기폭제 역할을 하게 된 셈이 바로 디킨스의 소설 때문이었던 것이다. 사회를 바라보는 비판적 안목이 하나의 작품을 통해서 변화를 이끄는 중요한 가능을 하였다는 점에서 큰 감동과 의의를 시사하는 책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 같다.

<크리스마스트리>는 디킨스의 에세이집으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고 연상되는 어린 날의 한 시절, 그 때의 사회적 분위기와 에피소드들, 즉 크리스마스에 얽힌 의미를 되돌아보고 같이 생각해보는 그런 책이다. 따뜻하게 나눠야 하는 날의 의미가 왜 각자의 개인에게 필요한지 디킨스가 주는 울림으로 환하게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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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에게 창작의 고통이 있다면 그것은 예술의 씨앗이 됩니다. 그것이 어떻게 잉태되고 거대한 뿌리를 내리며 또 자라나고 열매를 맺는지 살피는 일은 매번 경이롭고 부러운 일이었습니다. 거창한 비유같지만 리뷰어의 역할은 바로 창작자의 이러한 성장의 과정과 이면을 들추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에 부합되는 생각으로 글을 썼는지는 물론 턱없이 부족했을 터입니다. 미숙한 글이지만 읽어주시고 또 격려해주신 분들이 계시다면 머리 숙여 감사 드립니다. 

14기 신간평가단으로 활동하면서 여러 평가단분들의 훌륭한 시선을 많이 배웠고, 좋은 책을 만나게 되어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수고해주신 파트장님과 담당자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14기 신간평가단 활동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과 그 이유

 

윤대녕의 언어에는 이제 다 사라져가는 어떤 세대의 고유함이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아 좋다. 이 책의 제목처럼 사라진 공간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 쓸쓸한 감정들이 그의 언어처럼 사라질 듯 부유하며 떠돈다. 이러한 면이 윤대녕 특유의 인상을 만들어 간 듯 하다. 

이 책은 유년기로부터 시작된 가정사나 기이한 추억들과 연관된 공간들의 되짚는 여정기이다. 꼼꼼히 다 읽고 나서야 비로소 그의 소설을 더욱 이해하고 깊이를 알게 된 기분이 들었다. 그는 항상 어디론가 달릴 수밖에 없었고,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아주 훌륭한 애도를 표한다. 그가 밟는 어느 곳이든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걸 보면 떠나는 자에 대한 태도가 이럴 수도 있다라는 작은 탄식이 새어나오기도 한다. 그를 닮은 어떤 클래식 연주를 들으며 언제고 다시 꺼내 읽어보고 싶어지는 그런 책을 만나 기쁘다.   







- 14기 신간평가단 도서 중 내맘대로 좋은 책 베스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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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하와이]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꿈꾸는 하와이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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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공기에 하고 입김을 내뱉으면 작은 길 안개가 만들어지는 그런 깊은 가을로 접어들었다. 넓은 주머니가 달린 스웨터 옷을 꺼내 입고 팥죽을 맛있게 끓이는 가게에 가 앉아 떨어지는 단풍을 마냥 보고 싶어지는 그런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각자 애정 하는 계절이 있겠지만 내 경우라면 늦은 가을을 가장 편애하는 편이다.(물론 아주 여러 이유가 있지만 특별하지 않으니 접어두고손가락이 꽁꽁 얼어서 질려버린 얼굴을 하게 될 때쯤이면 모를 일이지만, 어쨌든 가장 지내면서 곤란하다고 느끼는 계절은 여름이다. 쉽게 몸이 지치는 여름의 무더움을 좋아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하와이처럼 더운 나라에 대한 낭만을 생각해 본 적이 없지 않지만 그렇다고 아름다운 해변을 화보에 나오는 어느 멋쟁이들처럼 미소 만개한 얼굴을 하고 있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아마 나라면 챙이 집채만 한 모자를 쓰고, 선크림을 덕지덕지 바르고 나서야 소심한 한걸음을 내딛을 것이 뻔하다.

그러나 여름을 사랑하는 사람들 특유의 발랄한 정서나 눈부시게 푸르른 호기로운 느낌 하나는 배우고 싶고 또 부럽기도 하고 그런 마음이 든다. 여름과 같은 계절의 기질이 사람에게 비유된다면 특유의 기운이 내겐 확실히 부족한 것 같다. 여름을 매우 좋아한다는 사람을 만나면 역시 나와는 상반된 다른 또 다른 세계의 눈을 가졌다는 것이 부러웠다. 아무튼 이 깊은 가을날에 갓 지난여름을 되새기게 해 주는 책은 바로 <꿈꾸는 하와이>라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여행 에세이이다.

 


다짜고짜 작가다운 게 뭔데!’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영락없이 말문이 막혀버리겠지만 그래도 왠지 작가다움의 기질에는 짙은 가을이나 겨울의 한산함과 차분함이 연상되지 않나 싶다. 그런데 요시모토 바나나는 이런 나의 편견을 비웃기라도 하듯 무려 여름의 나라 하와이를 사랑한다고 시종일관 연서를 쓴다. 또한 보란 듯이 하와이를 사랑하는 그 마음의 일환으로 다소 소설가로서는 쉬이 상상이 가지 않는 훌라춤을 배우는 작가이기도 하다. 그녀가 하와이에 대한 러브레터를 쓰는 내내 느낄 수 있던 것은 참으로 사랑스러운 레이더를 가진 사람이라는 인상이었다.



그녀는 태생적으로 섬이라는 고립과 드넓게 펼쳐진 바다의 트임이 공존하는 물의 기억이 크게 자리 잡은 기질의 사람이다. 하와이를 좋아하게 된 배경에는 이러한 운명의 이끌림이 있었으며 하와이에서 자연과 더불어 가족 친구들과 함께 매일의 행복으로 꾸려 나가는 일상이 펼쳐진다.

그러나 이 책을 보다보면 전개가 잔잔하고 자연의 고요함처럼 느긋한 휴식을 주지만 내내 계속되는 라는 물음의 답에 충분히 화답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왜 하와이인가, 물론 그것은 그녀의 태생적 운명처럼 자연히 이끌어 온 것이라지만 이곳의 돌출된 매력과 사람들이 사는 삶의 풍경에는 얼마나 진솔하게 녹아 있는지 그에 대한 구체적 수긍은 좀 어려웠다. 그녀의 사색이 깊어 미처 옮기지 못한 탓이라기보다는 휴양지에서의 마냥 즐기는 자에 대한 시선의 낭만이 부유하듯 겉돈 탓으로 보인 것이다



물론 이왕에 먼 곳까지 떠나왔다면 마냥 행복할 자유만이 남아서 꿈만 꾼다 해도 좋을 낭만만 부럽게 펼쳐져도 괜찮을 것이다. 다만 그러한 꿈을 재해석해내는 눈, 작가에게 요구되는 다른 면모랄지, 그게 아니라면 충만한 행복의 희열이라도 뚝뚝 떨어지는 지극히 여름적 열정이라도 자아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인 남는다. 차라리 요시모토 바나나의 열정적인 엉덩이가 연상되는 훌라춤을 배우는 일일이 그려졌다면 나았을 것이다. 사람 얼굴 한 장 안담긴 장엄한 하와이의 풍경 사진을 보고 있으면 절로 이렇게 훌라춤 추는 단 한장의 사진만 못하다는 생각만 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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