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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믿고 사보는 작가 한명이 늘수록 더없이 기쁜 마음이 든다. 임경선 작가는 하루키에 관한책으로 알게 된 이후부터 줄곧 모든걸 찾아 읽게되는 팬심으로 사랑해온 작가 중 한명이다. 홈페이지나 라디오, 칼럼, 강연, 트위터까지 빠짐없이 챙겨보는걸 굉장한 즐거움으로 여기게 된다.

요즘 개인적으로 인간의 태도에 관한 생각을 부쩍 많이 했고 답답한 마음을 풀 곳이 없었는데, 반갑게도 작가가 구체적인 해답을 들고 나타나준듯 해서 읽기도 전에 위안받는 느낌이 든다. 

관계에 있어 보다 지혜로운 관계맺기란 존재하리라 생각한다. 내가 전혀 발휘하지 못했던 태도에 대해서는 반성 해보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방법들이 있다면 배우고 싶다. 

무엇보다 지금보다 인간을 더 잘 이해하게 되면 더할나위 없겠다란 생각으로 이 책을 만나고 싶다.

 

 

 

작가의 최근 근황 중 특히 전에 없이 강연하는 자주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왠일일까 싶었는데, 아마 이번 책과 관련이 있었던듯 싶다. 글쓰는 작가지만 글 못지 않게 유려한 말솜씨로도 회자될 만큼 재치와 허를 찌르는 기술의 작가로도 유명하다. 이런 만큼 말하는 기술적 면모보다는 생각의 기술에 방점을 두어 엿보고 싶어지는게 이 책의 첫번째 궁금증이다. 

결국 정돈되어 잘 말할 수 있는 이유가 생각의 챕터를 잘 정리하고 발현되는 기술을 말할 것이다. 실제로 작가는 강연의 내용을 다 작성해보고 숙지하여 발언한다고 들었다. 언변으로 봐서는 큰 주제에 걸맞는 얼개만 정해놓고 생각나는대로 말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점이 좀 놀랍다. 어쨌든 이번 신작 <말하다>에서는 그의 삶에서 비롯된 글쓰기와, 세상에 내놓고 싶은 주제들을 좀 더 쉽게 다가가는 말하기의 방법론을 들을 수 있으리란 기대가 든다.

 

 

 

     

 

꼭 작가가 되고자하는 바가 없어도 <작가수업 천양희 :첫물음>속에 인생 안에서 물음을 찾고 끊임없이 답을 구하는 부지러움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궁금해지는 책이다. 시인의 인생으로 벌써 50년이란 세월을 보낸만큼 등단이후로부터 '왜 쓰는가, 어떻게 쓰는가'에 대한 질문에 어떤 뜻을 세우게 됐을지도 가늠이 안된다. 그 세월의 더께만큼의 흐름에 화답하는 글쓰기가 정말 멋져 보인다.

'왜 시를 쓰는가'란 질문에 그녀는 호기롭게 '잘 살기 위해서'라고 말하는 삶의 편편들이 닮고 싶어지기도 하다. 상식적인 감각을 버리고 좀 더 다름을 살필 수 있는 시인의 세상은 어떤걸까.

 

 

 

이 책은 일본 문단의 탐미주의자이자 도쿄의 산책가로 명성이 난 나가이 가후라는 작가의 작품집이다. 걸을때마다 딸깍 소리가 나는 나무 신을 '게다'라고 하는 모양이다. 이 게다를 신고 도쿄골목의 이곳저곳을 산책하며 사유하는 모습이란 어딘지 정겹다.

요즘 부쩍 각광을 받고있는 산책 예찬이라던가, 느림에 대한 미학이 이 책에 고스란히 묻어있지 않을까. 작가는 무려 메이지때 부터 이러한 삶을 실천해온 장본인으로 인간의 사색에 대한 태도들을 담아낸 듯 하다. 물론 인류는 끊임없이 산책을 해온 역사를 갖겠지만, 어쨌든 게대의 신사가 산 백년이 흐른 지금 다시 느림의 미학이 재조명되는 걸 보면 '사색의 부재'의 시대에 대해 좀 더 알게 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농담으로도 '죽음'에 대한 말을 섞는게 일반화된 나라는 아마도 없을지 않을까. 푸념을 늘어 놓거나 비참한 마음이 들때도 우리는 자주 '죽겠다'란 말을 한다. 뭐 어떤 역사적 맥락으로 이토록 자연스러운 비극의 단어가 자리를 잡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죽음'이란 말은 이토록 우리에게 가깝고 자조하는 말이 돼버렸다. 역설적이며 동정을 바라는 말이지만 정말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거나 진심을 담아 죽음까지 이르고자 하는 심경에는 감춰지는 말이 된다. <죽고 싶을때 읽는 책>은 종종 우울해지고, 자책하게 되거나, 삶의 방향을 몰라 헤매고, 에너지를 다 소진했을 때 그야말로 죽고 싶어질 때 꺼내 읽고 싶어지는 그런 책이란다. 그런 마음의 사람에게 막연한 위로보다는 진심의 따뜻함을 담은 공감을 담은 책이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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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엔 돌아오렴 -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음 / 창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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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지진 뉴스를 접했을 때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이란 정말이지 믿을 수가 없다는 말의 그 자체였다. 그간 살아온 감정치 중 놀랄 수 있는 최대를 경험한 듯 했으니 말이다. 사람들이 속수무책으로 떠밀려 사라지는 모습을 봐야하는 마음은 참으로 무기력하고 복잡한 생각을 들게 했다. 이어 원전 사고로 이어진 후폭풍으로 일본사회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떠안고 있다. 정부의 석연찮은 대처를 갑갑한 마음으로 전해들을 때면 결코 우리의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에 미치곤 한다. 경각심만 들 정도가 아닌 것이, 그나마 우리보다 나을 줄 알았던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그렇다.

자연재해로 벌어진 사고라도 분명 후쿠시마의 원전 사태처럼 사회의 취약함이 있다면 분명 드러나게 마련이다. 위기가 닥칠 때 그 사회의 대처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보면 국가의 단면을 여실히 볼 수가 있는 것이다.




2014416일을 떠올리면 얼마 남지 않은 1주기를 어떤 마음으로 버틸지 걱정이 앞선다. 비극을 강도를 비교하자는 마음은 전혀 없지만 그 어떤 참사 중에서도 가장 가혹하고 혹독했다. 이번에 세월호로 겪은 마음은 큰 분노를 동반한 비극의 최대치였다. 시간이 더 많이 흐른다 하더라도 희미해질 만한 기억은 아니라서, 결코 회복 불가능한 국가적 장애를 얻은 일로 기억될 것이다. 우리는 왜 그렇게도 무능한가.




문인들이 펴 낸 <눈먼 자들의 국가>에서 박민규는 세월호를 두고 어떤 사건이라고 칭한다. 뜻밖에 벌어진 불행이었다면 사고가 되겠지만, 세월호는 어떤 잠재적 의도 하에 언제라도 발생할 수밖에 없던 자명한 참사였다는 것이다. 만약 법의 테두리 안에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이었고 그래서 세월호는 사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비극을 겪으며 아주 커다란 문제들을 발견한 듯이 말하고 자책했다. 그러나 그것은 전에 없던 일이라기 보다 한국 사회에서 자주 벌어지던 일의 확대에 가깝다. 법과 질서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결코 간과될 수 없던 일이었을텐데 쉽게 눈 감아주고 얼렁뚱땅 넘어간 잘못들이 엄연한 결과로 벌어졌다. 그리고 이런 잘못들과는 무관한 엄한 사람들만 희생됐다.  

사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고 어디서부터 손쓰고 바꿔 나가야할지 막막할 정도로 한심한 시간을 흘러 보냈다. 잘라 낼 힘이 없으니 곪은 채로 두는 답답함이란 무기력과는 다른 감정을 들게 했다만약 사고가 벌어졌다고 해도 그렇게까지 무능한게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한심한 대처는 대관절 어떻게 한단 말인가. 

시간이 갈 수록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감추거나 은폐하기에 급급하고, 위로의 말은 못 건넬망정 묵살하고 조롱까지 하는 무지의 사람들이 늘어만 갔다. 이번 사건으로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실망이 가장 심하게 드러난 게 또 하나의 재앙같았다. 막말을 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타인에 대한 공감을 하지 못하는 병자같다. 이런 사람들이 늘어가는 것이 어쩌면 이 사회의 가장 무서운 병이다.  




시간이 흐르면 잊혀질 거란 말이 별 위로의 말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읽으며 더욱 확신했다가족들은 오히려 잊혀질 것을 두려워하고 떠난 이를 생각하는 시간이 오히려 더 낫다고 말한다. 섣불리 그들에게 시간이란 쉬운 위로를 던지지 않기로 한다

유가족들은 사회로부터 겪는 혹독한 오해와 무시로 죽음에 의한 고통 이외의 또 다른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자신들이 받는 멸시의 감정이 아이들에게 향하는 걸 막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절규하는 유가족들의 비명을 듣고 보니 미처 이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려 많이 울었다




이 책이 만들어진 것에 대한 고마움도 꼭 말해야 할 것 중 하나이다. 가족들의 속마음을 듣는 일이 작가기록단 개개인에게도 얼마나 조심스럽고 힘든 일이었을지 단 몇 줄의 언급에도 전해진다. 이들의 용기 있는 설득과 진실 된 마음이 있었기에 유가족들이 알려졌으면 하는 말을 귀하게 담을 수 있었다




건강한 사회라면 누구나 언제든지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이 시정돼야 마땅한 문제였을때 국가는 당연하게도 그 목소리를 귀기울여 바로 잡아야 한다. 이 책이 그런 목소리의 큰 울림으로 다가가면 좋겠다. 우리가 제대로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로서 희생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으로 존재할 수 있을 때, 그 때 비로소 용서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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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좀 많습니다 - 책 좋아하는 당신과 함께 읽는 서재 이야기
윤성근 지음 / 이매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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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봄의 정원을 지날 때 막 움튼 몽우리들을 보고 있으면 곧 피어날 꽃의 소란을 듣고 멈추게 될 것이다. 잠시 아득해져서 아직은 고요한 정원의 잠재들을 떠올리며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자연의 전염을 상상하게 되는 것이다. 일제히 반쯤 열린 입을 하고 풍경에서 들려올 계절의 반란에 취하다보면, 몇 걸음 사이로 서성이는 일이 무척 기대되는 일이 되어 버린다. 계절이 주는 극적인 변화는 언제나 겪어온 일이지만 무던해질 수 없는, 흐르는 시간에 대한 각성의 계기를 매번 준다. 반복되지만 매번 환기의 중요한 모티프가 되기 때문인지 감정의 소요가 드물게도 비껴가는 일이라는게 언제나 경이롭다.




이를 마치 서가에 서서 곧 읽게 될 책을 고르는 시간, 책 내부의 세계에 잠시 떠나 돌아오는 상상의 시간과 비유하고 싶어진다. 어쩔 수 없이 계절에 놓이게 되는 원리처럼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서가 앞에 서는 일이란 이토록 당연한 봄의 싹을 보는 설렘과 비슷할지 모르겠다.

물론 누구나에게 계절의 유난스러움이 눈에 들어오지 않듯이 책을 별로 읽지 않는 사람에게 이런 등가의 감정이란 시시한 일일 것이다. 유난스러운 의식을 담아 책을 돌보는 자에게 허락되는 그들만의 정원에서나 벌어지는 풍경이다.





<책이 좀 많습니다>의 저자이면서 헌책방 주인이기도한 윤성근의 서재이야기는 참으로 전방위적인 책이야기를 아우른다. 그가 만난 사람들의 서재를 구경하는 시간만큼은 마치 미인을 목격한 순간처럼 동공이 커질 대로 커졌으리라 생각된다. 거의 모든 첫 만남의 시작이 영화의 도입부를 보는 긴장감처럼 어떤 애정을 드러낼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가득해진다.



생각해보면 최근 애서가이자 장서가인 문인들이나 유명인들의 서가 혹은 서재 취재기, 헌책방에 대한 애정과 추억담을 이야기하는 국내외 책이 제법 소개되어 읽은 바 있지만 저자가 들려주는 일반인들의 책이야기에는 어쩐지 남다른 개성을 듬뿍 담아 소개되어 새롭다.

기본적으로 어떤 사람이 지독한 책벌레일까 하는 사람에 대한 관심 때문인지 만남의 설렘이 있어 좋았고, 애착을 갖다 못해 이상한(?) 사람 취급까지 받은 그 유별난 기질이 부러워 닮고 싶었다.

게다가 윤성근씨의 시점에서 전해지는 것이니 외적으로 내가 따로 상상해보는 즐거움이 더해져 그 개성이 배가될 수밖에 없던 것 같다. 둘의 만남은 마치 무림고수들이 서로의 존재를 풍문으로만 듣다 만난 눈의 교환으로 매번 넘치도록 빛났다. 여기에 실린 모든 고수들이 한데 모여 책이야기를 하면 어떤 기운으로 공간이 가득 찰까하는 상상도 해보았다.




작가가 직접 대상자의 얼굴을 대면한 인상, 그날의 소소한 에피소드들, 마침내 서재를 들여다보고 느낀 고수의 안목, 책이 주는 인생의 의미랄지, 인상적인 말들로 하여금 곱씹어 보게 되는 어떤 질문들, 저자 나름대로의 주관적인 시선으로 듣는 전체적인 책 이야기들이 알차고 함축적이게 잘 설명되고 있다.

주변인 중에 지독한 애서가가 있는데 과연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는가 라는 질문을 가끔 서점이나 헌책방에 들르면 하게 되는 생각이다. 열심히 책을 찾고 읽는 몰입의 얼굴들을 볼 때마다 그 궁금증을 풀곤 했었다. 평소 꼭 읽고 싶던 책을 헌책방의 한 구석에서 발견하는 희열과 같은 반가움이 이 책의 사람들에게 있었다.




평소 책벌레라는 소리를 들어 온 만큼 책을 읽는 일이 곧 인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사람은 어떤 책을 손꼽을까 하는 것을 특히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소장하고 싶은 책을 무조건 사고, 이보다 지독한 사랑이 있을까 싶을 정도의 애정하는 마음이야 모두 같은 공통점이 있지만 당연하게도 저마다 좋아하는 책을 꼽을 때는 모두 다른 개성이 묻어난다. 그 일리 있는 목록과 이유들을 보면서 새삼 다르다라는 차이에 내가 더 배우고 자극받을 것이 있어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이들에게 언제나 그랬듯이 서재는 나날이 채워져 나갈 것이며, 그 앞에 설 때야말로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때라는 것을 깊이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저자가 만난 여러 사람들의 서재를 구경하고 책을 사랑하는 여러 이유들을 듣게 된 것, 마치 남이 온 정성을 쏟아 가꾼 정원을 구경해본 일처럼 느껴져 눈이 그득해진다. 책 이야기라면 언제든 어떤 이야기든 더 듣고 싶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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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나의 글이 궁금했으면서도 정작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고 다만 잡지 등에 실린 글에서 접한 비평가의 이미지로만 남아 있다. 읽기에 편한 글이 아닌 이유라는 게 그의 인상을 크게 좌우했던 것 같다. 평론의 글이라서 듣기 좋을 말 보다는 그렇지 않은 쪽을 더 말하는데 주저함이 없어야 하기 때문일지 솔직한 면모를 들춘다는 면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이번 신작 <가능한 꿈의 공간들>에서는 그동안 매체에 기고한 글들과 새로 선보이는 비평 등의 기록들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세상의 모든 이상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는 문구가 무척 설레게 다가오는만큼 듀나의 쎈 소리가 듣고 싶어진다.

 

 

 

 

 

 

 

 

마루야마 겐지의 최근 에세이집을 읽으면서 노인 세대가 해줄 수있는 최선의 조언과 충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기막힐 정도로 비관적이어도 될까 싶을만큼 어쩌면 진실에 가까울 수 있는 말들을 감탄하며 읽었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도 이런 어른 한명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 때마침 신문을 통해서 근래 채현국이라는 분이 눈에 띄어 접하게 되었는데 굉장히 보기 드문 어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겸손의 말씀 때문인지 좀 더 객관적이고 자세한 이야기를 전달 받은 느낌은 들지 않았는데 <쓴맛이 사는 맛>이 출간 되어 반갑다. 채현국 선생이 전하려는 그만의 철학과 삶의 지혜를 꼭 전해 듣고 싶다.  

 

 

 

 

 

 

 

저자 조지프 앤턴이 살아온 발자취를 보고 있자니 현재의 국제 정세와 맞물려 여전한 종교적 이데올로기의 비극들이 연상된다. 개인적으로는 문화의 다양성, 종교의 자유라는 이름하에 자연스럽고 당연하다고 생각해 온 가치들이 극단으로 종결되는 비극을 목도하면서 바뀌게 된 생각들이 있다. 조지프 앤턴의 자서전을 통해서 그의 인생을 쉽지 않은 행로로 이르게 한 철학과 이념 등에 대한 이야기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게 되면 좋겠다.  

 

 

 

 

 

 

 

 

 

 

  

문학평론가 정여울. 그녀가 사랑해마지않는 책이야기가 펼쳐지는 목록을 보고 있게 된다면 그것은 마치 어떤 훌륭한 향연이라 부르고 싶어질 것이다. 새 책으로 만나게 될 것이라는 기대만으로도 앞으로 구비해야할 목록이 별 이견없이 두둑해 질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마음의 서재>는 총 6부로 구성 되어 있는데 삶의 화두랄만한 인생의 물음들 안에 분류되는 그녀의 산문들이 책과 얽혀 함께 전해진다. 총 50가지의 책과 삶에 대한 정여울의 인문학 셀프 강좌를 다 보고 나면 삶이 좀 더 쾌속되어 흐르는 기분이 들 것 같다.  

 

  

 


 



<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는 법정스님과 최인호작가의 생전 대담집이다. 2003년 길상사에서 이루어진 두사람의 대화는 그간 출간되지 않고 있다가 최인호작가의 유언에 따라 법정스님의 입적 시기에 맞물려 빛을 보게 되었다 한다. 삶과 죽음, 시대, 인간의 행복과 사랑 등 11가지 주제에 깊은 성찰과 선문답이 이어진다니 모처럼 진지한 시간이 될 것 같다. 재발간 된 책인줄 알았는데 한번도 공개된 적이 없다니 더욱 애정이 생기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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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이유 - 가슴 뛰는 여행을 위한 아홉 단어
밥장 글.그림.사진 / 앨리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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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온 자에게 여행이란 때 때때로 안개 속을 따라 걷는 일과 같을지 모르겠다. 흠잡을 데 없이 안전한 길을 알아보고 그 위에서 펼쳐질 낭만을 기대하지만 실제로는 마음먹은 대로 벌어지는 일이란 대게 없다. 맞닥뜨린 일상은 여행자로 하여금 뜻밖의 돌발들로 가득차다. 불 꺼진 방에 놓인 아이처럼 더듬대고 무안하게 되는 일이 더 많아진다. 그러나 이러한 여행의 미숙은 낙오되는 일이 아니며, 경험의 좋고 나쁨을 경쟁하는 일은 더더욱 아닌 것이다. 다만 생각지 못한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는 사실 낯설게 놓인 나를 발견하는 일, 그 뿐이다

생각해보면 이런 일은 쌓임으로 해서 이상한 희열도 생기고 무기력했던 일상에 생동감을 더할 수도 있게 된다. 누구나 여행지에서라면 기꺼이 길을 잃고 싶어지는 것이리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마치 거대한 안개섬처럼 뇌리에 둥둥 떠돌아 다니며 잠시 휴식을 취하게 해준다. 그곳은 피어오르는 연기의 활화산이 내뿜는 묘한 자취로 특유의 향과 기류로 흐른다. 잠들어 있는 듯 보이지만 언제든 큰 용암을 끌어안고 분출될지 모르는 큰 비밀을 안은 잠재된 섬이다. 이 알 수 없는 동요에 우리는 길의 휴지를 깨우고 동시에 다독이는 바쁜 발걸음을 재촉하는 법을 배우는 게 아닐까. 여행을 통하는 길은 이토록 오묘하며, 보지 못한 세상과 합류하는 큰 물길을 맞는 일이다.




여행의 진면모를 들출 수 있을 때까지 누구나 여행의 현실적인 문제들에 맞닥뜨려야 하는 문제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과정이다. 여행자에게 필요한 충분한 시간과 여비의 확보 문제는 언제나 발목을 붙잡는 요건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러한 문제들만 해결된다면야 이후의 일정은 그리 걱정할 필요가 없는 편리한 세상이다. 난생 처음 비행기를 타보는 사람의 수만 가지 걱정도, 첫날 도쿄에 가서 먹을 저녁 식사로는 어디가 좋을지 고민에 빠진 사람이라도 당장 인터넷 검색 창에 난생 처음 뱅기를 타다’ ‘도쿄에서 먹은 맛난 저녁를 쳐보면 된다. 차고 넘치는 정보들이 부실하기는커녕 가장 좋고 효율적인 하루로 빼곡히 설명되고 있다. 가장 구미가 당기는 몇몇 사람의 일정을 내가 원하는 쪽으로 짜 맞추기만 하면 나만의 일정으로 손색이 없다. 예상되는 실수들도 여행기를 읽다보면 왠만한 대처들로 예측 가능해진다.

만약 천편일률적인게 싫다거나 개성 없는 여행이 될까봐 관광지를 일부러 피하고 싶다는 사람이있다면 이또한 문제될 게 없다. 제 구미에 맞게 키워드를 한적하고 고즈넉한 곳을 넣어 검색하면 이대로도 훌륭한 루트가 제공된다. 이방인으로 손색없을 한적한 장소들은 세상에 얼마든지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홀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을 때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들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음식의 짜고 느끼하다는 소소한 투정부터, 현지의 대체적인 인상, 돌발 상황, 풍경의 세세한 묘사, 개인이 보고 겪은 감정의 기록들까지 읽고 나면 앞으로 겪을 대강의 마음가짐 정도를 정비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여행을 준비하면서 이렇게까지 미리 알 이유는 없을 것이다. 이러는 이유는 거의 시간적 여유를 충분히 갖지 못하고 떠나는 자들이의 보다 효율적인 안배를 위한 제반들이다. 일 년 중 단 일주일을 얻어 떠나는 자의 휴가라면 어쩔 도리가 없지 않겠는가

전업 여행가라도 처음에는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들로 인해 고민하다가 모든 것을 접고 여행가가 되는 길을 선택했다는 걸 많이 들었다. 본격 여행가가 된 이후에도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로부터 관광과 여행의 사이를 설명해주느라 바쁜 것 같았다. 가령 돈이 얼마나 많아야 그렇게 여행을 할 수 있냐는 둥, 어느 나라가 가장 재밌었냐는 둥 하는 것들에 대한 답을 말이다

그러나 몇몇 여행가들의 책만 들춰봐도 이러한 문제에는 정답이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말하자면 그들도 별 수가 있어서는 결코 아니었다라는 것이 공통된 대답이다. 또한 가장 좋았던 나라를 말할 때 그 맞지점을 추리기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너무나 다양해서 무용할 지경이다. 결국 여행은 목적에 따라 개인의 성향에 따라 여행이든 관광이든 하고 싶은 대로 계획하고 꾸려내면 될 일인 것이다




여행의 목적을 여행이냐 관광이냐의 단 두 가지 정도로만 간단히 나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관광이라고 해서 진정한 여행이 아니라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짧지만 깊은 교감을 얻었거나 혹은 세 달을 넘게 다녔대도 얻은게 없을 수도 있다면 뭐라 단정지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여행을 단지 많이 보는 데에만 급급해하지 않고 짜임새있게 계획해본 사람이라면 역시 오감을 다 여는 모험가에게 더 유리할 것이란 생각은 든다. 최소한의 정보로 무조건 부딪히는 쪽이 훨씬 여행의 생동감을 준다는 면에서 좋을 순 있다. 차분하게 주변을 돌아보고 남이 알려준 정보로 사실을 확인하는 쪽 보다는 전혀 알지 못한 상태에서 내 감만으로 느껴보는 편이 여행의 묘미를 증폭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저자 밥장이 알려주는 여행의 비법이란, 책을 덮고 나서야 미미하게 느껴지는 어떠한 여행자의 태도와 같은 것들이었다. 그가 느낀 맛과 향기, 사람들의 말과 행동들, 풍경을 상상하는 생동감이 크게 느껴질수록 그곳을 정말 가보고 싶은 충동대신 어디든 좀 이렇게 여유롭게 걷고 말하고 싶다라는 그런 태도를 배우게 된다




여행의 처음과 끝의 소회, ‘행운, 기념품, 공항+비행, 자연, 사람, 음식, 방송, 나눔, 기록총 아홉가지 단어들로 그가 겪은 여행의 정의를 풀어내는 재치는 이질감 없이 녹아든다. 각각의 장소와 시간, 들었던 말과 밀려오는 기억들, 편린의 사진, 그림 한 장의 상상력, 상기된 사상가와 예술가들의 언급, 주변의 말과 그림들을 뒤섞여 보고 있으면 마치 밤하늘의 쏟아지는 별빛과 같은 어떤 큰 기운들을 얻게 되는 것 같다. 



작가는 어떠한 문장을 읽을 때 그림과 색으로 상상해본다는 습관을 고백하는데, 문득 이러한 태도 때문에 세상을 남다르게 보는 예술가의 기질이 생겨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감으로 전달되는 필터들이 마침내 손으로 흐르는 통로에까지 참으로 영험한 혜안처럼 숨어 있는 듯하다

그래서일까 그가 경험한 여행의 일일을 보면 발견하는 즐거움으로 가득했다고 고백하고 싶다. 빛과 색이 나이를 먹는 만큼 변모해가는 것처럼 여행자의 여행이 거듭될수록 그 눈에 부디 잃어가는 것들이 가득 보이기를. 더많은 색을 세상 속에서 보고 알아차리게 되기를 응원해 주고 싶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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