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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하와이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4년 8월
평점 :
아침 공기에 ‘하’하고 입김을 내뱉으면 작은 길 안개가 만들어지는 그런 깊은 가을로 접어들었다. 넓은 주머니가 달린 스웨터 옷을 꺼내 입고 팥죽을 맛있게 끓이는 가게에 가 앉아 떨어지는 단풍을 마냥 보고 싶어지는 그런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각자 애정 하는 계절이 있겠지만 내 경우라면 늦은 가을을 가장 편애하는 편이다.(물론 아주 여러 이유가 있지만 특별하지 않으니 접어두고) 손가락이 꽁꽁 얼어서 질려버린 얼굴을 하게 될 때쯤이면 모를 일이지만, 어쨌든 가장 지내면서 곤란하다고 느끼는 계절은 여름이다. 쉽게 몸이 지치는 여름의 무더움을 좋아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하와이처럼 더운 나라에 대한 낭만을 생각해 본 적이 없지 않지만 그렇다고 아름다운 해변을 화보에 나오는 어느 멋쟁이들처럼 미소 만개한 얼굴을 하고 있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아마 나라면 챙이 집채만 한 모자를 쓰고, 선크림을 덕지덕지 바르고 나서야 소심한 한걸음을 내딛을 것이 뻔하다.
그러나 여름을 사랑하는 사람들 특유의 발랄한 정서나 눈부시게 푸르른 호기로운 느낌 하나는 배우고 싶고 또 부럽기도 하고 그런 마음이 든다. 여름과 같은 계절의 기질이 사람에게 비유된다면 특유의 기운이 내겐 확실히 부족한 것 같다. 여름을 매우 좋아한다는 사람을 만나면 역시 나와는 상반된 다른 또 다른 세계의 눈을 가졌다는 것이 부러웠다. 아무튼 이 깊은 가을날에 갓 지난여름을 되새기게 해 주는 책은 바로 <꿈꾸는 하와이>라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여행 에세이이다.
다짜고짜 ‘작가다운 게 뭔데!’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영락없이 말문이 막혀버리겠지만 그래도 왠지 ‘작가다움’의 기질에는 짙은 가을이나 겨울의 한산함과 차분함이 연상되지 않나 싶다. 그런데 요시모토 바나나는 이런 나의 편견을 비웃기라도 하듯 무려 여름의 나라 ‘하와이’를 사랑한다고 시종일관 연서를 쓴다. 또한 보란 듯이 하와이를 사랑하는 그 마음의 일환으로 다소 소설가로서는 쉬이 상상이 가지 않는 ‘훌라춤’을 배우는 작가이기도 하다. 그녀가 하와이에 대한 러브레터를 쓰는 내내 느낄 수 있던 것은 참으로 사랑스러운 레이더를 가진 사람이라는 인상이었다.
그녀는 태생적으로 섬이라는 고립과 드넓게 펼쳐진 바다의 트임이 공존하는 물의 기억이 크게 자리 잡은 기질의 사람이다. 하와이를 좋아하게 된 배경에는 이러한 운명의 이끌림이 있었으며 하와이에서 자연과 더불어 가족 친구들과 함께 매일의 행복으로 꾸려 나가는 일상이 펼쳐진다.
그러나 이 책을 보다보면 전개가 잔잔하고 자연의 고요함처럼 느긋한 휴식을 주지만 내내 계속되는 ‘왜’라는 물음의 답에 충분히 화답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왜 하와이인가, 물론 그것은 그녀의 태생적 운명처럼 자연히 이끌어 온 것이라지만 이곳의 돌출된 매력과 사람들이 사는 삶의 풍경에는 얼마나 진솔하게 녹아 있는지 그에 대한 구체적 수긍은 좀 어려웠다. 그녀의 사색이 깊어 미처 옮기지 못한 탓이라기보다는 휴양지에서의 마냥 즐기는 자에 대한 시선의 낭만이 부유하듯 겉돈 탓으로 보인 것이다.
물론 이왕에 먼 곳까지 떠나왔다면 마냥 행복할 자유만이 남아서 꿈만 꾼다 해도 좋을 낭만만 부럽게 펼쳐져도 괜찮을 것이다. 다만 그러한 꿈을 재해석해내는 눈, 작가에게 요구되는 다른 면모랄지, 그게 아니라면 충만한 행복의 희열이라도 뚝뚝 떨어지는 지극히 여름적 열정이라도 자아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인 남는다. 차라리 요시모토 바나나의 열정적인 엉덩이가 연상되는 훌라춤을 배우는 일일이 그려졌다면 나았을 것이다. 사람 얼굴 한 장 안담긴 장엄한 하와이의 풍경 사진을 보고 있으면 절로 이렇게 훌라춤 추는 단 한장의 사진만 못하다는 생각만 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