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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10 -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두 번째 이야기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2
정여울 지음 / 홍익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책의 제목만으로는 매력적인 책일거라고는 생각들지 않은 어딘가 석연찮은 만남이었다. 더구나 그게 정여울 작가라는 데에 의아한 아쉬움같은 마음이 들었다. 여행을 통해 얻은 크게 아우를 만한 은유라거나 아무튼 좀 더 근사한 제목으로 다가왔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으로 이 책을 펼쳐 들었다. 그러나 작가가 주는 믿음 같은 것이 워낙 강했던 탓인지 이왕 ‘top10’과 같은 말이 붙고 말았다면 평범한 여행서 가운데 가장 선두에 서서 기억되면 좋으리란 생각도 드는 것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만약 내가 유럽 여행을 가게 된다면 정말 이 단 한권의 책만으로도 되지 않겠나싶었기 때문이다.

더 말해 뭣하지만 요즘 여행관련 책이라는 것에 대한 정도의 편견과 오해들이 쌓일 대로 쌓인 탓이다. 일단 표지만 그럴싸하지 표제부터 거기서 거기인데다 추천하는 여행지나 코스의 내용면에서도 부실하기 짝이 없고 출처 불분명한 대충의 묶음일 따름인 것이다. 그만큼 여행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많아졌고 어떻게든 팔아볼 요량으로 서둘러 엮어낸 책들일텐데(물론 이러한 오해를 받는게 억울할 책들도 많긴 하다) 기껏 선정하고 읽는 사람 입장에서도 난처하긴 마찬가지인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진정 여행을 사랑하고 남들과는 다른 눈으로 같은 세상을 다르게 볼 줄 아는 여행기를 보게 된다는 것은 특별하지 않을 수 없다 하겠다. 작가는 여행의 기쁨만을 위한 들뜬 감정에 휩싸이기 보다는 여행의 윤리를 언급할 만큼 진지하다. 자신과 세상과의 만남을 여행으로서 탐구하고자 함이고 그 열정의 바탕에는 특정한 장소마다의 아름다움에 대한 뿌리를 찾고 이해하는 일이 숨어져 있다. 이 부지런함이 바로 열정의 주체였던 것이다. 이러한 애착의 마음에서 매년 여행을 계획하게 하는 용기가 얻어지고 그만큼 자신에게 쌓인 여행이라는 진면모를 알아가는 과정의 결실을 맺어간 듯하다.




이 책은 철저하게 자신만을 위한 여정이 책을 읽는 사람들을 위한 섬세하고 친절한 안내서로서 어떻게 전이되는지 즐거운 비명을 지르게 되는 마법을 선사한다. 예를 들면 여행자라면 흔히 겪을 과오에 대한 것들도 그녀를 통해서라면 그러한 실수쯤은 그냥 넘어가게 될 수도 있게 해준다. 좀 더 많은 곳을 보기 위해 시간을 절약하고자 했던 루트가 알고 보면 아주 작은 골목의 여유로운 삶의 자리를 잃게 만드는 행동이었다든가 하는 것들 말이다. 초라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여행지에서의 더 깊은 모습들을 경험을 통해 적립되는 여행의 방법으로 익혀지는 것이다. 기필코 혼자 이곳을 다녀오리라는 다짐이 들게 되는 곳이 최소 다섯 손가락을 넘어섰으니 당장에 큰일이다 싶으면서도 반가운 마음이 든다.

책의 제목에서와 같이 나만 알고 싶은 곳에 대한 그래서 반드시 다시 찾고 싶고 또는 다시 오게 돼서야 참 얼굴을 알게 된 곳들이 정말 많다. 그곳들은 마치 비밀의 정원과도 같은 이야기가 담겼다.





작가도 중요하게 언급하는 바이지만 여행이란 결국 나 자신에게 닥친 태도의 변화에 대한 생경함을 사랑하게 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장소를 바라보는 여행이 아니라 오히려 그곳으로부터 나를 바라보게 된다는 점을 배우게 된다는 것이다. 여행을 할 때면 평소보다 다정해지고 얼마간의 일탈, 느긋해지는 여유를 갖게 된다라는 것은 여행의 낯섦과 익숙함의 양면이 주는 여운이다. 이럴 때에 우리는 몸의 반응이 일어나고 평소의 나와는 다른 태도가 자연스럽게 이끌어지게 된다. 진짜 나를 발견하게 되는 것인지 아니면 얼마간의 가면을 쓰게 된 나를 사랑하게 되는지 아직은 아리송 하지만 어쨌든 작가의 경우라면 무조건 전자일 것 같은 확신이 든다. 




<나만 알고 싶은 유럽TOP10>은 철저하게 탐구하고 그 뿌리까지 더듬은 섬세한 작가의 정보력과 그만이 알고 느낀 감성의 축이 아주 자연스럽고 유연하게 똘똘 뭉쳐진 참으로 알찬 구성의 책이다. 총 열 가지 테마로 펼쳐지는 온 세계의 다채로움 속에 온 감각이 일깨워지고 여느 책에서 볼 수 없던 장소 특유의 정취가 남다르다. 역사와, 작가만의 시각과 에피소드로 채워진 진짜 ‘그 곳’이 있다는 느낌이다. 



여행이 일상일 수 있을 시간을 넘어서면 그런 사람만이 알게 되는 풍경과 진면모들이 생기게 되는 것도 여행자의 특권이다. 작가는 한 곳에서 오랜 기간 체류한 적도 많고 주지하듯이 오래 느긋하게 바라보고 즐기는 사람이 될 수 있었기에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고 고백한다. 이러한 점들이 다른 사람과 분명히 구별되는 것을 정확히 진단하여 알려주는 지점들이며 정여울 작가의 특기이다. 또한 적확한 감정을 이끌어 내는데 인용구의 활용 역시 여운을 증폭해주는 배려란 생각이 들었다.




제 감정이 흔들리고 그 원인을 알 수 없어 힘이 들 때 나만의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주저 없이 이 책을 꺼내 들 것이다. 그리고 당장이라도 떠날 용기를 얻고 싶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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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황경신 작가의 에세이는 언제나 쉽게 다음 장으로 나아가는데 주저하게 되는 고요와 여운의 비밀 공간이 있어 좋다. 단 한문장이라도 쉬이 쓰지 못한 고민의 흔적들로 늘 동경하게 되고, 아름다운 문장들을 넋 놓고 보고 있게 된다. 그녀의 글이라면 언제라도 찾아 읽고 싶은 것이다. 

신간 <반짝반짝 변주곡>은 ㄱ에서 ㅎ까지 단어의 결을 찾고 맺고 들여다 보는 섬세한 말의 작업을 담았다. 황경신 작가하면 떠오르는 시적인 문장들, 항상 저 너머의 세계를 상상하게 하는 또 다른 생각들에 대한 낯선 풍경들이 펼쳐지는 것이다. 

끊임없이 글을 쓰는데도 어쩌면 이렇게 매번 좋은 글을 내놓을 수 있을까, 천상 글장이 황경신다운 글의 향연이 펼쳐질 것 같다. 밤에 읽으면 더 좋을, 별처럼 반짝이는 그런 책을 만나게 된 것 같다. 






아무리 익숙한 작가라도 소설이나 시로 작가의 성향과 품성 기호 등을 상상해보는 것과 직접 에세이로 말투와 생각들을 들여다 보는 것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헤르만 헤세처럼 유명하고 익숙한 이름의 작가라도 픽션으로 그를 생각해본 것과는 다르게 에세이로서 알게 되는 것은 또 그 매력이 배가 되는 것 같다. 다재다능한 그의 면모와 관심사가 여행에까지 미친줄은 이 책을 보고 알게 되는 듯 하다. 

<헤세의 여행>은 청년기부터 50세에 이른 그의 세계 여행기가 담긴 에세이다. 여행을 통해 헤세가 생각하고 깨달은 삶의 모습에는 어떤 의미들이 숨어있는지, 아시아를 여행했을때 어떤 일들이 펼쳐졌는지, 그의 인생관은 어떤 철학이 있는지 등 여러 가지로 궁금해 진다. 




여행은 잠깐 저기까지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하고, 혼자 또는 마음 맞는 누군가와 해볼 것. 마스다 미리가 전하는 여자의 여행법이란다. 어쩐지 썰렁하고 성의 없는 조언 같지만 여행을 시작할 때 유념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사항인 것만은 맞는 듯 하다. 나도 여행을 많이 해보고 썩 좋아하는 사람이라고는 볼 수 없을 것 같은데 그간의 추억을 떠올려 보면 가장 좋았을 때가 의외로 혼자 떠난 여행이었던 것 같다. 마스다 미리의 소소하고 섬세한 면들이 여행지에서는 어떻게 발휘될지 궁금하면서, 그녀를 따라 여행하게 될 여행지로 떠나고 싶은 충동을 어떻게 누를지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내가 사랑한 지중해>는 장석주 작가의 문학적 토대가 가장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책일 것 같다. 그는 자신의 삶을 살찌게 해준 것이 여행과 꿈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도시보다는 시골의 삶을 택한 그이고, 자연의 삶 속에서 그의 자양분이 풍요로워졌음을 익히 들어 알고 있다. 작가는 터키와 그리스를 찾아 떠나면서 그곳의 오랜 역사를 들추고 신화와 아름다운 풍경의 소회들을 문학적으로 풀어낸다.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할 때 그의 글이 더욱 빛날 것이므로 이 책의 푸른 언어들이 눈부시게 예쁠것 같다. 







13년간 같이 동거동락해온 고양이의 가출로 시작된 좌충우돌 이야기가 이 책의 시작이다. 고양이를 찾기 위해 별 고군분투를 다 겪어냈다는 추적 실화인 참으로 독특한 쪽으로 눈길을 사로 잡는 책이다. 저자는 이 추적을 통해 거의 다 아는 존재라고 생각한 자신의 고양이가 전혀 알지 못했던 다른 하나의 존재로 낯선 면모들을 보게 된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배울 수 있고, 궁금해 할 재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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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팻 캐바나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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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언젠가, 때가 되면 이별도 찾아오게 마련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우리 모두는 그것이 당장 오늘이나 내일에 있을 일은 아니라는 듯 살아간다. 외면해야 사는 태도는 그렇게 살아가는 수밖에 다른 도리를 찾지 못해서일수도 있단 생각을 들게 한다.

줄리언 반스의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를 꼬박 읽고 난 이후에도 여전히 여기에 실린 죽음과 그것을 맞이한 살아 남은 사람에 대한 감정을 온전히 다 느꼈다고는 말할 수가 없는 이유가 바로 이 외면이라는 감정에 휘둘리기 때문인 것 같다




사랑하는 존재의 죽음에 대한 충격과 슬픈 감정의 수치를 연구한 기사를 본 일이 떠오른다. 거기에는 기르던 애완, 부모, 형제, 자식의 죽음에 이은 가장 큰 수치로 배우자의 죽음을 꼽고 있다. 이는 역시 자기와 일생을 가장 많이 공유한 사람에 대한 부재의 고통이 얼마나 크고 아픈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들게 한다.



줄리언 반스 역시 문학적 동지이면서 열렬히 사랑해마지 않던 아내의 죽음을 갑작스레 맞이한 비극을 겪었고 그래서 참으로 오랜 시간 슬퍼하고 고통스러워했던 감정의 맥이 느껴진다. 본인의 고백에 따르면 심장과도 같았던 아내의 죽음이었기에, 이별이라는 거대한 슬픔의 늪을 경험하는 것은 역시 당사자만이 알 수 있는 깊이라는 생각이 들곤 했을만큼 다른 세계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나는 다만 잘 알지 못하는 경험이라 할지라도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경험한 남겨진 사람들이 어떤 슬픔에 당면하고 그것을 어떤 마음으로 애도하는 법을 만들어 나가는 지 눈여겨보고 싶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기대와는 사뭇 다른 이야기로 의아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래서 다시, 그가 소설가라는 점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작가가 하는 애도의 방식이란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비행자의 집요한 추적의 보고다. 비행이라는 세계에 발을 들여 놓게 되는 것도 의아한데, 기구를 탔던 실존인물이 최초의 기록을 세우는 역사적 정황이 설명되다가 이내 2장에서는 역시 실제 인물 둘을 놓고 사랑과 이별이라는 픽션을 상상하게 한다

의아하지만 어쩌면 작가 자신이 가장 이상적으로 상상하는 이야기의 시작과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한다. 분명 그의 아내가 이 책의 컨셉을 듣는다면 미소를 지어줬을 멋진 시작과 끝이라는 생각이 든다.




문학이라 함은 인간의 삶과 죽음 이별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그릇이다. 그리고 특히 문학적 관점에서 보면 죽음은 가장 최적화된 요람과 같다. 이 책의 이야기들은 그의 아내를 위한 문학적 애도의 가장 깊은 층위를 걷는 이야기들이다. 그렇다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아픔에 대한 절절한 감정이 들끓는 방식은 아니다. 공중비행을 하는 행위처럼 삶은 중력과 무관한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싶어지는 일이지만 때가 되면 다시 지상으로 내려와야 하는 숙명을 역시 받아 들이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게 삶은 어김없이 맞이해야 할 아쉬움과 아픔, 이별을 반복적으로 견뎌내는 일인 것이다. 하늘을 나는 순간은 정말이지 짧았고 지상 즉 현실에서의 사랑과 이별 역시 돌아보면 지리멸렬한 듯하지만 순식간 이다. 특히 2장에 나오는 인물들이 어떠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지에 대한 역사적 이야기와 허구의 짜임은 흥미롭지만 나열에 가깝다는 인상을 준다. 두 인물로 함축되는 인간의 사랑과 긴 이별의 뒤안길에서 너도나도 이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진열품과같은 인간의 똑같은 허무를 느끼게 만든다

이러한 수순으로 3장에 오면 줄리언 반스의 가장 침잠해 있는 죽음이라는 개인 체험들이 깊은 지하세계에서도 마구 튀어 오르며 그 여러 층위들을 마치 비행하듯 표현하고 있다. 엄중하지만 마치 모든 슬픔을 경험한 신의 위치에서 지하세계의 여러 계단들을 탐험하고 조용히 문을 닫아 버리는 사제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상실이라는 극심한 상태에 이르렀어도 어김없이 시간이 흐르고, 때가 되면 그것들이 불가해한 것이라 믿게 되는 진정효과도 생긴다. 심하게 뚫렸을 삶의 구멍이 곧 메워지리라 믿으면 곧 그런 일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작가의 고백을 따라 아주 솔직한 감정 선을 따라가다 보니 이러한 자연스러운 감정선이라는 것도 과연 그런가라는 의문만 낳는다. 결과론적으로 그 과정의 섬세함은 제대로 느껴본 일이 없는 사람들의 얕은 위로였나 싶어지는 것이다

작가에게 사람들이 하는 수많은 조언과 충고들, 새로운 사람을 만나 그 대리인으로 부재가 어느 정도 메워진다거나 하는 따위의 이야기들이 과연 당사자에게 어떤 즉효로서 처방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배려가 아니라 심하게 말하면 거의 에 가까운 말이라는 것을 목도했다. 사람들이 불편해 하는 눈치가 보이자 일부러 고인의 이름을 반복적으로 거론한 일화라던가 하는 일은 그를 더욱 외롭게 만든 사람들의 얕은 배려로 보이는 것이다.



반스는 아주 천천히 그 자신의 솔직한 감정에 충실하려고 노력한 사람으로 사람들에게서 오히려 그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라고 보여졌을 지언정 그 나름의 방식을 찾던 중이었던 모양이다. 그는 그 틈이 시간이 흘러 자연히 메워진대도 그만큼 또 다른 타인에 대한 실망이나 공허의 틈으로 벌어지고 말 사단을 예단했을지도 모르겠다. 앞으로의 삶이 영속되고 죽은 아내로부터 이미 잃어진 공간에 대해서는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걸 그의 체험으로서 말하고 있다.




애도의 행위는 온전히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만을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 슬픔에 빠졌어도 우리는 그것에서 벗어나려는 욕구와 윤리적 환멸이라는 양극단에서 속수무책으로 자신의 무능력을 자책하면서 괴로운 나날만 더 길어지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래서 그의 우울과 슬픔의 감정에 이미 각인되고 내재화된 애도를 통해서 사람들이 정상이라고 말하는 애도의 차원 밖에 대기한 낯선 애도를 보게 한다. 작가가 체험한 죽음에 대한 인식은 보다 깊은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게 해서 체험에 동질감을 느낀 사람을 진정으로 이끌어 올려 주고, 애도의 여러 층위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그만의 사랑을 헌정한 셈이다.



아내가 죽고 난 이후 이 책이 나오기까지 그의 긴 침묵은 결코 타인들이 말하던 대로의 옳고 그르고의 애도에 관한 보편성을 긍정 혹은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부재하는 그녀와 함께하는 일상은 어떤 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었고 그 사랑이 어떻게 또 이어졌는지, 지극히 자연스러운 애도의 한 방식을 이 책으로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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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라디오] 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마술 라디오 - 오래 걸을 때 나누고 싶은 이야기
정혜윤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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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윤의 <마술 라디오>를 읽고 나니 과연 귓가가 촉촉해진 것 같다. 종종 작가의 말을 들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보면, 언제나 준비된 사람 같다는 인상이었다. 물으면 곧바로 그 말에 대한 답변은 물론 얽힌 일화들이 줄줄이 이어지고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일화들도 엮어서 언제나 근사한 이야기를 펼쳐 보이곤 했다. 어떻게 저런 섬세한 일들까지 다 기억나는 것일까, 그녀의 입과 뇌는 마치 라디오와 전파처럼 대등한 관계의 선으로 강하게 남았다. 남이 자신에게 준 시간에 대한 최선을 다하는 사람, 그 열의와 열정이 점점 견고해져서 너무나도 근사해 보이곤 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PD로서 유명하기도 한 그녀이지만 에세이스트라거나 강연자 혹은 소외되고 자신이 발언할 자리가 생기면 목소리를 내는 아주 활동 반경이 넓은 사람으로도 그녀를 기억한다. 나는 근 십년이 조금 못되는 기간 동안 부지런히 책을 낸 작가로서 그녀를 알고 기대해왔다.

특히 이번 <마술 라디오>를 읽으면서 작가가 가장 많이 해온 일, 또 독자들이 그녀에게 가장 듣고 싶었던 이야기를 전하는 것 같아 무척 반가웠다. 작가의 가슴 속 아주 볕 잘 드는 곳에 모아둔 일들에 대한 라디오 전파 대신 종이버전의 작업물인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이야기를 구전하듯 구어체의 문장으로 우화나 제3세계의 이야기인 것처럼 들리는 것도 대단한 특색이다. '이 이야기는 바로 너에게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야' 라는 듯, 밀어처럼 들리기도 하고 쉽게 풀릴 것 같지 않은 암호처럼 묘하게 들리기도 한다. 또 격의 없는 말투에서 허물어지던 경계가 어떨 때는 화자에게서가 아닌 바로 당사자에게서 직접 듣는 시공간의 만남이 함께 하기도 한다. 과연 작가가 내내 그립지 않고서는 다른 도리가 없을 그런 사람들이 정말 거기에 있었다.




소위 한국은 역동적인 사람들의 나라라고들 하지만 그만큼 한이 많은 나라라고도 한다. 이러한 이중적 태도는 그 이면과 본연의 삶의 그림자를 응시하게 하는 독특함이 있다. 삶의 단조로움을 못견뎌하듯 역동성을 가졌지만 그러한 태도의 이면에 슬픔과 한이라는 외부적 영향의 그림자를 낳게 된 것이다. 이 책의 거의 모든 면들에는 이러한 한국적인 슬픔이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느 날 이런 일이 벌어졌다. 어때 정말 재밌지 않니?’ 와 같은 단순한 우화라고 설명할 수 없는 삶의 지혜, 놀라운 우연, 애꿎은 일과 그것을 극복해나가는 투지 등 수많은 방편들이 도처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끝없이 펼쳐질 것 같은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개인들의 역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언젠가 친가 외가 양쪽 할머니들께 들었던 이야기들이 불현 듯 생각나기도 했다. 어릴 때 자란 고향의 풍경, 전쟁 체험에 얽힌 비극, 본인들이 들은 더 이전 시간들에 관한 이야기, 함께 보낸 이웃들의 기막힌 이야기 등, 들으면서 정말이지 내 귀로 금방 날아갈 개인의 역사가 아까워 울었다. 곧 사라질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완전히 압도 당했었달까. 역사의 한자락을 목도하고 경험한 사람들의 생날의 이야기 때문 이어서기도 했지만 모두가 귀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면, 삶의 일부분 세상 그 어딘가에 남겨지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에 대한 황망함이 앞선다. 그야말로 인생역경을 지나 파란만장한 인생의 굴곡을 다 이야기 할 수는 없을지라도 인간으로 살아간 역사의 증거는 최소한만큼이라도 허용되지 않는 걸까? 우리는 고작 참으로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적인 인생이라는 덧없는 말로 그 격정을 표현할 도리밖에 없다




여기 나오는 거의 모든 이야기는 격렬한 삶의 뛰어듦과 내제된 고독들이 배여 있다. 당연하게도 일상은 반복적이며 끊임없이 우리의 기대를 배반하면서 지속되는 일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계속해서 제기되는 삶의 의미와 공허에 대한 자각을 들게 만든다. 그래서 바라건대 모두의 삶에 잔잔한 평온함이 깃들기를 바라고 또 염원하게 된다. 삶은 자꾸만 평형을 움직이게 해서 스스로의 삶에 지고 말 일상의 훼방을 놓는일 투성이지만 그 중심점을 결국은 스스로 찾게 되는 일련의 반복의 순환이다. 용케도 여기 나오는 사람들의 심지에는 저절로 터득한 알 수 없는 힘이 있다는 것, 평범하지만 위대한 사람들의 용기가 있다.



보잘 것 없이 돈도 없고 재능이나 지식이 부족한 모든 미완의 삶을 사랑하고, 애도하며, 그들의 그 작은 역사를 응원하고 또 배우고 싶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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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식 살인의 쇠퇴>는 영국의 대문호 조지오웰의 다능한 면모가 함축되어 소개된 책이다. 총 네구성으로 나뉜 그 첫번째에는 르포물로서 사회를 바라보는 오웰의 역사의식이 담겨 있다. 다음으로 문학가로서 다른 문학을 비평하고 서평하는 글이 두번째,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세계관을 다룬 글과, 개인적 일상을 다룬 글이 뒤를 잇는다. 총 네가지로 나뉜 조지오웰의 글쓰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매력의 책인 것이다. 그동안 소개된 글만으로도 충분히 작가의 관심사가 얼마나 폭넓은 것이었는지 알 수 있었지만 네 챕터로 응축된 글만을 펼쳐 보는 것도 무척 흥미로운 여행이 될 것 같다. 한국에 소개되지 않았던 몇 작품을 포함해서 조지오웰의 블랙유머에 마음껏 조롱당해 보고 싶은 <영국식 살인의 쇠퇴>를 이 여름 반드시 펼쳐볼 것 같다. 








책의 제목으로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것이 조르주페렉의 <사물들>이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과 여러 군상들은 물건들에 집요한 소유욕을 보이다가 결국 인간이 갈망하고 끊임없이 반복하는 과정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이나 빈곤의 아이러니를 담아내고 있다. 아름다움과 빈곤이라는 양면의 이중성을 그린 수작이다. 

물론 이 책과는 별로 상관이 없겠지만 우리나라 시인들이 웹진에 연작으로 사물에 대한 여러 단상들을 엮어낸 책이 <시인의 사물들>이다. 이름만 들어도 반가운 젊은 시인들 각자의 사물에 얽힌 삶과 여러 감정에 관한 이야기들이 그것들과는 어떤 관련을 품고 언어로 표현될지 궁금해진다. 단 하나의 사물만으로도 충분히 넘치는 포만의 예감이 벅찬 두려움처럼 다가오는 것 같다.  






윤대녕 작가의 산문이라면 언제고 반갑다. 음식과 같은 특정한 주제를 가진 책이어도 좋고 일상의 단상에 담긴 사색이어도 반갑지만, 이번처럼 공간에 대한 이야기라면 그 사색의 폭이 더욱 넓어지니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호기심이 인다. 

그는 동작이 일순간 정지되거나 혹은 다 일어나고 난 자리의 공백을 이야기하는데 탁월하다. 이번 공간에 대한 눈썰미도 분명 여기저기 다니면서 가슴에 남은 자리의 공허, 텅 빈 고요에 대한 이야기로 꽉 찰 것 같은 기대가 든다. 윤대녕에게서는 이러한 기운만으로 얻어지는 에너지가 항상 있다. 사라졌지만 되살아나는 꿈들이 매번 그런 식으로 작가에게 생겨났으면 싶다.   








건축은 세상 어디에나 있고 직접 그 안을 영유하면서 살아가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예술(물론 그것이 예술적이라면)이다. 그럼에도 건축을 예술적 산물로서 다가가리란 쉽지 않은 일이다. 전공자이거나 소회가 깊은 사람이 아니고서야 건축을 감상하는 일은 외형적 아름다움이라는 다소 1차원적 감상에 그치고 마는 일이 잦은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다만 건축을 좋아하는 비전공자의 눈으로 유럽 여러 곳곳을 여행하면서 담아낸 자신만의 기준으로 미를 담아낸 책이다. 대중의 시선으로도 아마추어 작가의 눈높이라면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으리란 기대가 생긴다.   








'조국 교수가 들려주는 깊이있는 공부 멘토링!'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공부에 대한 멘토를 기대하며 이 책을 읽고 싶어지는 않는다. 조국 교수도 공부는 이렇게 하라는 식의 멘토질을 하려고 이 책을 쓰지는 않았을게 보나마나한 일이고 말이다. 순전히 이 책은 조국이란 사람의 개인사가 궁금해져서 읽어 싶어지는 책이랄까. 엘리트코스를 밟은 잘생긴 엄친아의 공부비법이 아니라 지금에 이른 다단을 밟아온 여정일지, 무엇에든 매료된 순간, 어떠한 원칙과 철학을 갖고 살아가는가에 대한 개인의 인생스토리가 궁금하다. 이러한 인생의 수순을 보는 것만으로도 삶의 자극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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