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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정호승 지음, 황문성 사진 / 비채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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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생각의 끝에는 한바탕 밀물이 밀고 들어온 소용돌이의 잔해 중에서도, 유독 마른 모래만이 남아 작게 반짝인다. 이야기를 잃은 이야기, 격정이 지난 자리의 적막함, 겨우 느끼게 되는 연민의 감정이 썰물의 풍경을 대신한다.

 

 

우리 삶은 바로 이러한 일처럼 가까스로 밀고 또 밀려나가는 순환의 풍경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닐지. 모든 게 다 사라지고 만듯하지만 가까스로 남은 연민이, 크고 작게 뚫린 구멍들을 스스로 메우는 자장력을 움직여 주는 일인 것만 같다. 이 호젓한 세상의 발견은 우리가 살면서 상처가 되는 일의 경험들을 고스란히 체화하고 또 밀어내면서도 구멍 안의 세계를 비범하게 만들어 주는 용기를 주는 일처럼 느껴진다.

삶을 좀 더 알아간다는 의미, 오롯이 내 것이 되는 것, 이것이 바로 사람이 살아가는 일이 아닐까. 이 과정들을 유독 예민하게 또는 혹독하게 겪어내 언어로 발화할 수 있다면 그가 바로 예술가일 것이다. 수많은 이유를 찾아내고 고민을 거듭하고 난 뒤에라야 비로소 감정이 배제된 연민이 그것들을 말하는 발화점이 되어 눈앞에 서린다. 이는 물론 사랑’이기도 하다. 사랑은 끊임없이 연민의 숨겨진 그림자처럼 모든 삶과 의미들을 헤집고야 마는 모든 감정의 본질이다. 과정의 기복에서 이 작은 알갱이들이 하나하나 모여 시인의 시어가 되고, 소설가의 문장을 이룬다. 그리고 이 안에 커져버린 연민의 정체가 단단한 열매로 맺혀져 우리는 그것을 이라 부른다.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에서 정호승 작가는 대게 비슷한 시간의 적요를 감지한다. 가장 느슨해져 버린 시간들, 어스름한 저녁에서부터 아무도 깨어있지 않을 것 같은 새벽 세시반의 고요, 이 속에서 그것들을 가만히 바라본다. 왜 하필 밤일까. 밤은 오히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인데. 고단함에서 잠시 물러날 수 있는 시간, 나 밖의 시간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한 밤. 그런데 이 시간 속에서 우리는 깨어있는 때 보다 더 잠잠해진 의미들을 더 찾을 수 있을 때가 많다. 잠시 멈춤, 나 이외의 세상 풍경에서 비로소 나를 바라보게 됨, 이 두 가지의 의미를 함께 읽어낼 수 있는 놀라운 시간이 바로 밤인 것이다.

 

 

정호승작가가 말하는 삶의 제언에는 시간의 느슨해진 틈을 타 거의 모든 욕심들을 꼼짝없이 작동 중지시키고야 마는 힘이 있다. 이 책의 두께만큼이나 작은 이야기들이 모여 인생의 큰 골자를 숱하게도 생각하게 만들어 준다. 어디서 들어본 듯한 좋은 이야기들, 그것들은 어쩌면 너무나 사소해서 유별난 삶의 체험기도 아니며 가책의 충격을 주는 반성을 꾀하는 일도 아니다. 그러나 쌓여가는 호기심을 계속 자극시키는 일들임은 부인 할 수 없다. 만약 호기심 마저 없다면 변화를 구하는 체험 속에서 어떠한 시도도 없이 아무것도 아니게 되버릴 일 아닌가. 새롭게 세상을 보고, 더 나은 나의 모습을 찾아서 감정의 고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는 일이야말로 정말 중요한 생각이라는 인식이 든다. 그리고 그것은 나만의 안목이 좀 더 확장되길 꿈꾸는 일이기도 하다. 

 

 

결국 나는 이 책에서 두 가지를 본다. ‘연민느슨한 시간. 모든 살아가는 것들에 대한 사랑 없이는 감정의 전이도 없게 된다라는 것, 그것은 마치 죽은 상태와 다름없을 것이다. 또한 이 감정의 연장된 시선으로 느슨해져 버린 시간을 탐색하지 못한다면 결코 세상을 알지 못하고 나를 알지 못하는 눈으로 평생을 살아갈 것이다. 원숙한 사유를 한다는 것은 세상 읽기를 통해 미묘하고 다채로운 존재들의 색을 구분해 내는 힘일 것이다.

 

 

작가는 자신의 작은 일상을 통해 그 행간 속에 숨은 삶의 의미들을 독자들이 진심으로 알아봐주길 바라는 쉬운 글쓰기를 했다. 새벽의 숲을 일깨우는 조용한 작가의 일일이 흙발자국 소리처럼 은은하게 나를 좀 더 흔들어 주기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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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 2013-03-24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푸리울님의 리뷰는 제가 읽은 책들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을 되짚어 보게 해주네요.
감사합니다.

puriul 2013-03-25 14:42   좋아요 0 | URL
저야말로 라일락님 글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들러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